No. 16 문학살롱 초고



낭만이 공존하는 장소, 문학살롱 초고


INTRO


칵테일에 담긴 문학

서사를 공감각적으로 음미하여

달콤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낭만의 공간


w.홍지민




장소에 대한 소개


우리가 어떤 장소로 발걸음을 디딜 때에는 대부분 목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공부를 하기 위해 스터디카페를, 산책을 하기 위해 공원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곳에 왜 가야 할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번 VISIT 콘텐츠에 임하였다.




합정역은 두 곳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높은 메세나폴리스 빌딩과 대로변, 그리고 그에 비해 낮은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길. 문학살롱 초고는 후자에 해당하는 조용한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문학살롱 초고는 지하에 위치해 있어 어두운 밤에는 간판을 찾지 못하고 헤맬 수 있는 시작부터 흥미로운 장소이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외부와 분리되어 있는 듯한 구조에 아무도 모르게 숨어 있어, 조용한 장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제격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U자형의 길로 된 입구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미로 같은 입구와 길을 지나면 거대한 책장이 우리를 맞이한다. 책장에 책이 많이 꽂혀 있지는 않지만 정갈히 정리되어 있어 서점의 느낌보다 마법사의 책장 한 켠을 보는 느낌을 준다. 왼쪽 벽면에는 실제로 판매 중인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이곳의 책은 읽을 수 없었다.


책들이 전시되어 있는 벽면의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테이블이 있는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오른쪽에는 바테이블과 함께 책과 술이 꽂혀 있는 벽면이 있다. 시각적으로 굉장히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사장님의 센스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색깔별로 책이 정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며 같은 빛깔을 내는 술도 같이 진열해 놓으셨다. 책장을 비추는 조도가 낮은 조명은 작품과 술에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며 그들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각각의 책 장르와 스토리, 술의 맛은 달라도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은 마치 문학살롱 초고를 비추는 것 같았다.



문학살롱 초고는 칵테일을 포함한 음료와 책을 함께 제공한다. 이곳의 메뉴는 특별하다. 보통의 바와는 달리 작품과 칵테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메뉴판이 우리의 이목을 단숨에 끌어당긴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제주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각기 다른 칵테일을 시키고 서로 다른 성질의 책을 읽으며 메뉴가 주는 서사를 공감각적으로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문학 칵테일’을 주문하면 해당 칵테일의 모티브가 된 동명의 책이 칵테일과 함께 페어링되어 나온다. 일반적인 다른 칵테일의 경우 책을 추천해주는 단계까지 가지 않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사장님께 추천을 받거나 원하는 책을 골라서 직원분께 부탁드려 책과 칵테일을 동시에 맛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층고가 높아서 답답한 느낌이 없고, 책과 술병으로 꾸며진 인테리어가 문학살롱 초고의 컨셉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럿이 모이는 술집은 으레 왁자지껄해서 홀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거나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곳은 사람들이 홀로 와서 책을 읽기에도, 다른 일행과 함께 방문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이다. 문학살롱 초고에서 우리는 사람들과 술잔을 부딪히며 고개를 드는 대신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숙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많은 디테일들이 있다. 작고 큰 조명부터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모래시계, 그리고 와인잔을 활용한 인테리어까지 편안하고 아름답게 즐길 수 있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방명록처럼 오늘의 이야기 또는 오늘 내가 느꼈던 바와 내가 쓰고 싶은 말들을 한 글자 한 글자씩 마음을 눌러 담아 쓸 수 있는 종이도 있다. 그곳에 우리는 예술을 기록할 수 있다.




에디터의 시선



요즘 주위의 사람들은 새학기를 맞아서, 봄이 찾아오는 계절이라서, 연애를 시작해서 등 여러가지 이유로 기뻐한다. 그 사이에 끼어 있던 나는 혼자 암울했다. 그런 나에게 무심하게 편안함을 선물해준 장소가 바로 문학살롱 초고였다. 마치 쉬어도 된다고, 억지로 웃고 있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계속 멈추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나의 무의식이 휴식을 찾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칵테일과 문학이 뒤섞인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달달했다. 우리가 힘들 때 초콜릿 같이 달달한 맛을 찾는 것처럼 이곳 또한 무언의 위안을 주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 위안은 삶에 지친 내게 주는 달콤함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스스로 그 세계에 들어갔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여러모로 힘든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정우

처음에 길을 찾을 땐 쉽게 찾지 못해 힘들었다. 하지만 문학살롱 초고에 들어선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문학살롱 초고의 입구 부분을 지나면서 외부와 완벽히 분리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찾기 힘듦’ 과 ‘외부와 분리’ 가 합쳐졌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로를 통해 아지트로 들어오는 듯한 과정은 일에 묻혀 살고 있는 나를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이끌어주는 길처럼 느껴졌다.

가게 안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몇몇 조명으로만 테이블을 밝히고 있어서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칵테일과 책에 대한 설명만으로 새로운 술과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선한 휴식이었다. 늦은 시간이 되면 다른 사람들의 대화가 들릴 수 있으나, 책에 몰입한 덕분에 나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작품은 탐닉이라는 작품으로 생각보다 높은 수위에 당황스러웠지만, 칵테일과 함께 글을 읽기 시작하자 책에 점차 빠져들 수 있었다. 알지 못했던 책을 고르고, 그 책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와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 문학살롱 초고만의 독특함이라고 생각한다. 뒷부분을 남기고 나오면서 아쉬웠던 만큼, 혼자 있고 싶을 때 다시 찾아와서 마저 읽을 예정이다.



서연

원고를 쓰는 지금, 문학살롱 초고를 생각해 보면 갈색 책장과 노란 조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서점 곳곳에 노란 색깔의 불빛이 자리 잡고 있고, 칵테일을 주문하는 곳으로 가면 그 뒤편에 커다란 책장이 보인다. 그 책장은 책들을 분홍색, 하늘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하얀색처럼 책등의 색깔 별로 분류했는데 그걸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초록색 칸에 눈이 꽂혀 한참을 쳐다보았고 그렇게 정세랑 작가님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라는 책과 만나게 되었다. 이렇듯 문학살롱 초고는 ‘어떠한 책과의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감기에 걸려 약을 복용 중 이어서, 논알콜 모히또를 시켰다.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으니 기분이 좋았다. 팀원들과 함께 시에 대해서 서로의 해석을 나누기도 하였다. 초고에서의 시간은, 주문한 음료와 함께 인연이 된 책을 읽어 나가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



아름

‘문학살롱 초고’는 술을 자주 먹지 않는 내가 합정동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독서모임을 위해 처음 방문해 책 한권을 쉴 틈 없이 읽어낸 날부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읽고자, 애인과 시간을 보내고자 ‘초고’로 향하는 계단을 몇 번이나 밟았다. 그 날도 새로운 사람들과 모여 앉아 운명처럼 책을 한 권씩 골라 읽고 가장 좋아하는 시의 구절을 골라 방명록에 적어내었다. 평소 방명록을 읽거나 받는 것을 좋아해 집에 오는 지인들에게도 꼭 방명록을 써달라고 하기도 하고, 오래된 방명록이 쌓인 카페를 좋아하며, 방명록이 있는 장소에 방문하면 꼭 방명록을 남기곤 한다. 여러 번 방문했지만, 방명록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고,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오이 엘더플라워 모히또를 처음으로 주문해보았다. 엘더플라워 리큐르가 들어간 칵테일은 선호하지만, 오이 향이 어울릴까 싶어 항상 도전을 꺼려왔는데, 생각보다 오이의 향이 엘더플라워 향과 어울렸다. 이 때 오이향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어 이후 오이비누 향이 나는 향수를 구매했다. 무엇이든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다음에 방문하면 ‘초고’의 어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Q. 낭만을 위해서 우리는?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내가 생각하는 낭만은 여유와 웃음이다. 우리는 유럽 어딘가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햇살이 좋은 아침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을 흔히 낭만이라고 한다. 본질적인 면에서 이것은 여유이고 웃음이다.

나는 나의 낭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노력한다. 조용한 곳에서 다이어리를 쓰며 나의 감정을 정리하는 그런 시간. 나도 요즘 청년 중 한 명으로 다른 청년들에게도 문학살롱 초고가 조용한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마친다.

 

정우

바쁘게 돌아가는 지금, 나는 낭만을 위해서 도전한다.

나의 낭만은 이루고 싶은 꿈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하고 있다. “그걸 왜 해?” “그게 도움이 돼?”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듣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의 낭만을 지키고 있다.

 

서연

나는 낭만을 위해서 연극을 한다. 얼마 전, 나의 학과에서 개최한 원어연극이 끝났다. 연극을 하며 한 작품을 무사히 올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뒤따른다는 것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무대에 오른 배우분들, 모든 것을 총괄하는 연출팀뿐만 아니라 무대, 조명, 홍보 등의 다양한 팀이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나는 그중 음향 팀원이었는데 연극이 시작된 후부터 실시간으로 무전기를 통해 다른 팀과 소통하며 무대를 만들어가는 느낌은 짜릿했다.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각자의 삶으로 바쁘지만 ‘한 연극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연극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낭만이라고 느껴졌다.

 

아름

나에게 낭만이란 ‘굳이’ 하는 것이다. ‘굳이 왜 그래야 하는데?’ ‘굳이 이걸 왜 했어?’ 하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그럼 나는 그냥, 이라고 대답한다. 하고 싶은 것을 굳이 하는 일. 무엇이든 빠르게 변화하는 숏폼 시대에서 값 싸고 빠르게 취하는 소주가 아닌 칵테일을 마시며 종이로 된 책을 천천히, 마음을 다해 읽어내는 것. 혼자만의 성공이 아닌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버스로 가는 게 더 싸고 빠른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 ‘굳이?’ 에 ‘응, 굳이’ 로 답하는 것이 나의 낭만이다.



영업시간  평일 17:00-24:00 주말 16:00-24:00 *수요일 휴무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독막로2길 30 지하 101 

인스타그램 @chogo_seoul 




 editor. 김진, 이정우, 임서연, 홍아름

designer. 강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