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9 소설원 서가




INTRO


사색을 가져다주는

영감의 공간

예술의 밑거름을 찾아 떠나는 여정


w. 홍지민




코워킹 스페이스와 협업의 경험

소설원 서가의 2층은 단체석으로 이루어진 코워킹 스페이스로 구성되어 있다. 2층은 다른 층과 마찬가지로 좌석별 공간이 분리되고 대나무 발로 복도와 구분되어, 방문했을 때 서로 다른 모임의 사람들이 스터디나 독서 모임, 과외 수업 등을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인 공간으로 이루어져 고요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3, 4층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곳 코워킹 스페이스는 사람들 간 교류를 권장한다. 책이 비치되어 있어 누구나 책을 공유하며 읽을 수 있고 곳곳에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직접 글을 쓰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수도 있다.

이곳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지는 협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방문 시 명시적으로 보았듯 단체석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교류를 통한 협업이 있다. 또한 이와 다르게 비치된 책이나 글쓰기 공간을 통해 동시적이지 않은, 통시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협업이 있다. 후자는 협업의 대상을 직접 만날 수 없지만, 텍스트로 남은 흔적을 통해 이곳을 지나간 사람, 그리고 이곳을 지나갈 사람과 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텍스트를 통한 만남과 소통, 그리고 이것이 모여 공간의 정체성이 완성됨으로써 이루어지는 협업이 인상 깊은 장소였다.




분리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안락함

소설원 서가의 메인 공간은 3층이다. 그곳은 다다미로 된 방 여러 개로 분리되어 있는데, 단순히 파티션만으로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벽이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2024년 현대인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장소일지도 모른다. 요즘 사람들은 개개인을 중시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 들지 않는다. 가령 엘리베이터만 타도 사람이 오든 말든 문을 닫아버리는 시대가 된 것을 보면 어떤 시대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대에 철저히 분리된 공간은 너무나도 안락하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타인과 분리되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안락함에는 많은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을 때 그곳을 찾는다. 온갖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다 망가져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정도까지 이르렀을 때 그곳으로 도망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이게 어떤 편안함을 주는지는 우리의 일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곧 약점이며 미숙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카페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미친듯이 운다면 그 다음 전개는 무엇일까? 수군거리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 타인의 달갑지 않은 시선 등등. 단순히 정리하면 어딜가나 내가 원하는 표정으로,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더더욱, 쉬이 있지 못하는 현실에서 소설원 서가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제공한다. 마치 하루종일 고객 앞에서 웃다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광대에 힘을 빼고 편히 쉬는 것처럼, 소설원 서가에서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도망치듯 이곳을 찾지는 않는다. 다다미 방마다 있는 CD플레이어와 다이어리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을 선물한다. 조용한 그곳에서 새소리가 담긴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보면 사람 없는 공원에서 누워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곳에 있는 모든 CD는 가사가 없는 BGM에 가까운 노래이며, 가사가 없기에 더욱 무언의 속삭임처럼 들린다. 시끄러운 도시 속 자연과 유사한 평안에 몸과 마음을 담그며 쉴 수 있는 곳이라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장소는 없을 것이다. 잠시 도시에서 멀어져 휴식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는 장소이다.

지금까지 소설원 서가를 무언가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간으로 정의내렸으나, 실상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조용한 분위기가 없어지진 않지만 친구와 단둘이 놀러와 (꼭 둘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조용조용 떠드는 그 재미는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게임하느라 연락이 안되는 애인에 대한 욕을 할 수도 있고, 걱정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다양한 일상의 상담을 할 수도 있다. 둘이서 속닥속닥 이야기하는 모든 단어는 그것이 진중하다면 더욱 위로가 되고, 그것이 웃기다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어떤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이든 상관없다. 이곳은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는 곳이다. 커피값으로 나의 기쁨과 속상함을 위로받을 수 있다면 누가 이곳을 거부할까. 6000원 내지는 7000원으로 기꺼이 안락함을 살 수 있다면 왜 망설이는가, 당장 달려가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안기기를 바란다.




소설원 서가식 휴식과 영감


소설원 서가의 공간은 일관된 성질이 있다. 바로 ‘사색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색, 즉 생각은 예술가에게 있어 중요한 예술적 양분이 된다. 사색을 통해 예술가들은 자신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고, 작업물을 돌아볼 수 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소설원 서가의 공간적 특징은 층별로 모두 다르지만, 예술가를 사색할 수 있게 한다.

2층 코워킹 스페이스의 일부 좌석은 통창을 바라보고 있다. 홀로 생각에 잠겨 나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무언가에 대해 몰입하기에 좋은 공간 배치이다. 어지럽게 흘러가는 바깥 풍경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은, 소설원 서가에서 자연스러운 신(scene)처럼 느껴진다.

3층은 2층과 다르게 테이블마다 벽으로 분리되어 있고, 완벽한 분리는 아니더라도 앞부분의 가림막을 통해 자신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일어서면 머리에 부딪힐 정도로 낮은 위치의 조명은 불필요한 공간감을 줄여주고 좌식 형태의 구조는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벽면에 위치한 CD플레이어는 하나의 인테리어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여기에 자신이 선택한 노래를 넣어 들을 것이다. 인테리어, 음악으로 완성된 나만의 공간은 나를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사색에 빠질 수 있게 만든다.

4층은 3층과 마찬가지로 분리된 구조이지만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러한 공간이 주어진다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과 내가 홀로 생각해오던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나누지 못했던 말을 이곳에서는 편안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분리된 공간은 얘기할 수 있는 주제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그러한 점에서 4층은 사색을 완성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색의 공간은 예술가들에게 있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곳에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더 구체화할 수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도 있다. 예술가들의 영감은 새로운 무언가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기존의 것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바라보며 사색할 수 있는 자리, 그리고 공간 자체의 인테리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영감은 예술 작업을 하는 나에게 있어 최고의 휴식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걱정이 없어지는 휴식이 아닌, 나에게 부족했던 것을 채워주고 스스로 더 생각하게 만든다는 의미의 휴식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소설원 서가가 제공하는 휴식에서 영감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영업시간: 월-일 10:00-21:00

주소: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로 37

인스타그램: @soseolwon_seoga




editor. 김세연, 김진, 이정우, 임서연

designer. 강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