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본질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동네 북촌과 서촌. 무수히 즐비되어있는 한국적 분위기의 카페를 즐기면서도, 그 본질을 종종 잊을 때가 있다.

 북촌은 아름다움의 조화를 잘 보여주는 곳으로, 공간의 가치와 풍경을 담아보고자 한다.


 

 

 







당신이 찾는 진짜 레트로’

2022 올해의 트렌드를 꼽는다면, 수많은 키워드 중 ‘레트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디어에이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은 레트로 열풍에 편승하여 ‘진짜 레트로’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아래 세 가지 장소를 소개한다.





카페 ‘로우루프’ & 휘겸재


 

카페 로우루프는 서울 종로의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살려 남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카페는 5층 높이의 현대식 건물과 전통 가옥인 휘겸재를 아우르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카페의 건물 내부에서 창문을 통해 휘겸재를 바라볼 수 있는 구조이다. 휘겸재는 조선 후기에서 일제 강점기 초기 사이에 지은 평면식 개량한옥으로, 서양과 일본풍의 현대식 생활 기능을 도입한 개량주택의 과도기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집이라고 할 수 있다. 휘겸재의 문화재 등록명칭은 ‘가회동한씨가옥’이며, 이러한 휘겸재는 행랑대문채와 본채로 구성되어 있다. 로우루프와 휘겸재 사이를 잇는 문을 통해 나가면 대문을 둘러싸고 있는 행랑채의 내부에 좌식으로 앉아 창 밖의 휘겸재를 보며 더욱 깊은 전통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또 행랑채 맞은 편에 위치한 휘겸재로 통하는 길을 사이에 두고, 야외 테이블에서도 휘겸재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백인제가옥



백인제가옥은 서울 종로구 북촌로 가회동에 위치한 조선시대의 가옥이자 민속문화재이며, 카페 로우루프와 휘겸재에서 도보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백인제가옥은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건물이기 때문에 건축법의 규제를 받지 않았고, 이로 인해 조선시대 전형적인 상류주택보다 0.6m가 더 높은 각기둥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대지 737평의 목조 가옥이며 사랑채와 안채가 별동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백인제 가옥의 안채는, 먼저 행랑마당의 다른 쪽으로 난 중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부엌·안방·대청·건넌방이 모두 남향에 일자로 배치되어 있고, 이곳에 퇴칸과 기타 크고작은 방들이 함께 딸려 있다. 또 가옥의 뒤뜰 북서쪽에는 방과 마루로 된 별당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백인제 가옥의 ‘백인제’는 근현대사 인물로 현재의 인제대학교 부속 백병원을 설립한 의과대학 교수이자 의사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백인제는 당시 국내 의술계의 1인자로 손꼽혔으며, 백인제 가옥의 크기와 웅장함에서도 그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백인제가옥은 그 내부를 둘러보는 내내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던 곳이다. 노을이 질 시간대에 방문한다면, 백인제 가옥의 창문 너머로 비치는 햇살을 온몸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 풍경을 벗삼아 즐기는 북촌의 여유’

북촌은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걷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불쾌지수가 올라갔던 여름을 지나 어느덧 선선한 가을이 되었는데, 살랑이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북촌을 거니는 것은 어떨까?  멋진 풍경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산책 코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정독도서관


 

 

 정독도서관은 1977년 1월 옛 경기고등학교 자리에 개관하여, 50만여 권의 장서와 2만 5천여 점의 비도서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부설 서울교육박물관에는 1만 4천여 점의 교육사료를 소장하고 있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이다. 북토크와 독서토론을 비롯한 다양한 독서문화행사를 개최하고 무료 영화도 상영하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답답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정독도서관 외부에는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을에는 은행과 단풍이, 봄에는 벚꽃이 피는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를 추천한다.

 

 

여성독립운동가길

정독도서관에서 공예박물관으로 내려가다 보면 여성독립운동가길이 나온다. 앞으로 쭉 뻗은 아름다운 돌담길이 특징인 이 길은 덕성여자 중·고등학교의 전신인 근화학원을 설립한 차마리아 선생이 일제강점기 민족교육 실천에 매진하여 걸었던 길이며, 근화여학교 학생들이 광주학생운동에 호응하여 시위를 전개한 독립운동의 현장이기도 하다. 모르고 가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이러한 역사적인 의미를 알고 가면 평범해 보이는 돌담길이 색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서울공예박물관

2021년 7월 문을 연 서울공예박물관은 서울시에서 (구)풍문여고 건물 5개 동을 리모델링하여 건축한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박물관이다.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2만여 점의 공예품과 공예자료를 수집하여 보유하고 있으며 공예역사전시, 현대공예전시, 지역공예전시, 공예 아카이브, 공예자원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전시관 내부뿐만 아니라 안내데스크와 휴게의자 같이 외부 공간에도 창의적인 공예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열린송현녹지광장


 


그동안 송현동 부지는 도심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11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밖에서 들여다볼 수조차 없었다. 조선 시대에는 주로 왕족들이 흩어져 살다가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고 광복 후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였으며 이후 소유권이 한국 정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다시 대한항공으로 넘어가며 20여 년간 방치되다 서울시가 2020년 6월 공원화 계획을 발표한 뒤 다시 공공 부지로 돌아오게 되었다. 탁 트인 잔디 광장을 끼고 걷다 보면 코스모스, 백일홍 등의 야생화를 발견할 수 있다. 후에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예정인데, 건립공사가 시작되기 전 약 2년간 임시 개방되었다고 하니 궁금하다면 그전에 가보길 바란다.









“북촌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원하는 당신에게”

다음은 전시를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코스다.  백인제 가옥에서 나오면 근처 건물에서 작은 전시들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무료 전시지만 작품성 높은 전시들이 많으니 부담 갖지 않고 들어가 관람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주제의 전시들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서울

<PINK : Dad, where is my ponk pencil?>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잭슨 심의 전시다. 알파벳 카드 연작 시리즈 중 핑크 에디션을 볼 수 있었는데, 어릴 적 벽에 붙어있던 알파벳 단어 카드에 딸로부터 얻은 영감이 더해져 알파벳 카드 시리즈가 탄생했다고 한다.

어릴 적 핑크 색이 이쁜 색이라고 생각했으나 왠지 핑크를 선택할 수 없었던 잭슨 심은 우연히 공주님의 밑그림이 온통 핑크색으로 채색되어 딸의 색칠공부 책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핑크색이 주인공이 되어 있는 것이 아름다워 보였던 그는 본인 안에 감춰두었던 핑크색을 꺼내어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 전시를 통해 색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쓸 수 있을 것이다.

 

 

#2 크래프트 온 더 힐 갤러리

관조 觀照 Contemplation : CROCHE 10TH Anniversary

<니트 & 텍스타일 전문 브랜드 크로쉐 10주년 특별전>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니트웨어 브랜드 CROCHE의 대표이자 패션디자이너,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케일리 킴의 전시였다. 니트를 입혀지는 관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으로 받아들인 이 전시는 CROCHE의 스테디셀러인 아이템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니트를 고유의 물성으로 마주하며 편성물의 조직감과 아름다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니트로 표현한 산자락과 호수를 통해 우리는 익숙한 사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예술의 확장을 실감할 수 있다.


 


#3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작은 방주]

다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방문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유일의 국가현대미술관이다. 서울관, 과천관, 덕수궁관, 청주관이 있는데 그 중 서울관이 이번 코스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만 24세 이하는 무료 관람 대상이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도 수요일 토요일 야간개장 시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방문 당시 최우람-작은 방주, 미술관-탄소-프로젝트,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중섭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 중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를 관람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아홉 번째 전시로, 최우람 작가의 작품 53점을 만나볼 수 있다.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기계 생명체 작품들을 제작해온 최우람 작가는 ‘방주’라는 주제 아래 생존이 위협받는 방향 상실의 시대에서 우리 인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그 방향성을 질문한다.

 

 

<원탁>, <검은 새>



시시각각 변하는 상판의 경사를 따라, 둥근 머리의 형상이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18개의 지푸라기 몸체들이 머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는 몸부림칠수록 머리는 더 멀리 달아나는 역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원판을 움직이는 힘에도 반전이 있는데, 가운데 있는 구동부의 작용에서 나오는 것으로 지푸라기 몸체들은 고단한 움직임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들면 천장에 매달린 검은 새를 볼 수 있다. 원탁을 내려다보는 새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작은 방주>


흰 벽처럼 접어 둔 노를 들어 올리며 다양한 움직임이 발생하는데, 노를 통해 항해의 추진력과 웅장한 위엄을 드러낸다.

 

 



  editor.  조윤주 이나경 김나희 이윤서 박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