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맛집과 감성적인 카페를 찾아온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연남동.
그러나 발 디딜 틈 없는 메인 스트리트에서 빠져나와 조금만 더 걷다 보면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지닌 곳들과 마주할 수 있다.
이번 Visit to에서는 연남동에 자리한 안온한 공간을 찾아가 그곳에 새겨진 기록의 흔적을 따라가 보았다.
연필로 꾹꾹 눌러쓰는 마음의 기록
: 작은연필가게 흑심
연필로 글을 쓸 때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짙은 나무 향 같은 것들. 그러나 연필 대신 샤프를 쓰고 샤프 대신 스타일러스 펜을 쓰며 연필은 어느새 추억의 도구로 전락해버렸고, 우리는 쓰는 즐거움을 쉽게 잊었다. 그런데 여기, 과거의 연필이 여전히 활기차게 살아 숨 쉬는 곳이 있다.
작은연필가게 흑심은 다양한 종류의 연필을 소개함으로써 연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프로젝트 브랜드이다. 자전거 가게가 있는 건물 3층에 있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귀여운 입간판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준다.
3층에 이르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수많은 연필의 향연에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1950~90년대에 생산된 빈티지 연필부터 선물하기 좋은 연필 세트까지 온갖 종류의 연필들이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연필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곳곳에 불규칙하게 쌓여 있는 연필 상자들이 빈티지함을 한층 더한다.
이곳에 있는 연필들은 주로 단종된 브랜드이거나 예전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오래된 연필들이다. 연필마다 브랜드, 생산 시기, 제조국, 경도 등이 상세히 적혀 있고 종이에 직접 글을 써보며 연필의 필감이 어떤지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연필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를 위한 연필은 무엇인지, 그리고 연필심의 등급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소개하고 있어 연필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다.
흑심에서는 연필뿐만 아니라 지우개, 연필깎이, 연필캡, 펜슬 스탠드 등 연필과 관련된 다양한 용품들도 같이 판매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다 보면 얼마가 나올지 모르니 문구 덕후라면 조심해야 한다.
고심 끝에 구매할 연필을 골라 카운터로 가지고 가면 직원분께서 연필 한 자루 한 자루마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내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신다. 그 설명을 듣고 있다 보면 50여 년 전의 연필이 지금 내 손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무언가 한 가지에 깊게, 그리고 꾸준히 파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빛나는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기분 좋게 배부른 책 한 입의 기록
: 텍스트칼로리
“맛있는 책 팝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와 아기자기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텍스트칼로리는 출판사 뭉클스토리에서 운영하는 식료품점 콘셉트의 큐레이션 서점이다. 서점이라기보다는 작은 부스처럼 보이지만 쨍한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무심코 경의선 숲길을 걷다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부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기다랗게 빠져 있는 구조라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식료품점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인스턴트 코너, 웰빙 코너, 스낵 코너, 신선 코너, 별미 코너로 나누어져 있는 점이 독특했다. 각각의 코너를 각자 다른 분이 맡아 큐레이션하는 것으로 보였다.
\입장과 동시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문과 제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인스턴트 코너였다. 전자레인지와 아이스크림 냉동고, 토스터기 안에 핸드폰 케이스, 거울, 배지 등의 텍스트칼로리 굿즈와 인스턴트북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쉽게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5주 동안 글쓰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출판된 책이 바로 인스턴트북이다. 짧은 기간 내에 나만의 책을 출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으로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 시리즈이니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다면 신청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웰빙 코너는 이름에 걸맞게 편안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힘들고 허기질 때, 나를 잃어버렸을 때, 영감을 얻고 싶을 때, 세계를 구하고 싶을 때와 같이 세부적으로 다시 나뉘어 체계적으로 큐레이션되어 있으며 비문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곳에 진열된 책들을 보다 보면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될 것만 같은 희망이 차오를 것이다.
스낵 코너는 과자같이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도서, 즉 소설과 시 같은 이야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낵 코너 역시 겨울이 아쉬울 때, 가볍게 산책할 때, 그냥 쉬고 싶을 때, 잠이 안 올 때와 같이 세부적으로 다시 나뉘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곁에 함께 머무는 맛있는 이야기의 세계가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신선 코너는 막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들이 모여 있는 책장이다. 소설부터 에세이, 교양서에 이르기까지 새롭고 산뜻한 도서가 가득하다. 별미 코너는 출판물 중 별미라고 할 수 있는 독립출판물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개성 있는 표지와 제목, 그리고 표지에 붙어있는 저자의 메모가 형식적인 틀에 구애받지 않는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경의선 숲길을 걷다가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 깜짝 선물 같은 곳, 텍스트칼로리. 이곳에서만큼은 칼로리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텍스트를 골라 마음을 포동포동 살찌우고 가길 바란다.
출판사가 써 내려가는 소통의 기록
: 아침달 북스토어
아침달 북스토어는 아침달 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2018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층에 위치해 자칫하면 지나칠 수 있지만, 그래서 더 고요하고 따뜻하다. 독립서점은 책을 파는 곳인 동시에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의 공간인 만큼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람들 간의 소통이 기록되어있다.
책장에는 다른 독립서점들과는 다르게 별다른 설명이 없다. 대신 서가에 놓인 책들은 ‘시인이 골라주는 서점’답게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위치해있다.
열린 공간은 서점으로, 닫힌 공간은 출판사 사무실로 운영되는 것 또한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시잡지로 시작한 아침달은 등단을 해야 시집 출간의 기회가 오는 출판 환경 속에서,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큐레이터들이 출간을 결정해 편집까지 돕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출판편집자가 1차 심사를 한 후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시인들이 모두 찬성해야 시집이 출간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1인당 시 30~50편을 검토하기 때문에 3~5편의 완결성만 보는 등단 제도보다 오히려 까다로울 수 있지만, 큐레이터와 작가가 소통하며 시집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아쉽지만 현재는 2018년부터 5년간 아침달 큐레이터로 활동하시던 시인들의 임기가 끝나 투고를 잠시 쉬어간다고 한다.
시집의 새로운 출판 방식을 개척한 아침달은 시를 확장하려는 시도 역시 하고 있다. 시인 20명의 ‘삽화+반려동물에 대한 시 2편+사진+산문’을 담은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와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가 대표적이다.
낭독회, 북토크 등의 행사를 개최해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관련 소식을 찾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아침달 블로그에서는 작가의 인터뷰를 담은 [아침달 인터뷰]와 [편집자 노트]라는 포스트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작가나 출판에 관심이 있다면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기록의 순간은 본인의 취향대로
: 오브젝트 서교
우리는 삶의 다양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한다. 상황 속에서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 중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기록한다. 글자를 적어내리는 과정부터 그림을 그리고, 물건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까지. 그 과정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곳, 오브젝트 서교점이다.
오브젝트는 1층의 팝업 전시 공간부터 4층까지 다양한 물건을 전시, 판매한다. 기록을 위한 물건을 구매하고자 방문하지만 1층의 팝업 전시에 시선을 두며 새로운 기억을 불어넣는다. 일정한 주기로 매번 바뀌는 전시를 통해 새로운 기록의 순간을 만들 수 있다.
2층부터 4층에서는 기록을 위한 물건들을 판매한다. 펜, 메모지, 다이어리와 같은 본격적인 기록 물건부터 기록의 장소를 더욱 다채롭게 꾸며줄 수 있는 가랜드, 모빌, 오너먼트 등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오브젝트 자체 판매 물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가들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개인의 다양한 기록 취향에 맞게 물건을 살피고, 순간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취향은 결국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직접 확인해야 더욱 넓어질 수 있는 것. 그러나 다양한 취향을 한눈에 살펴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직 나의 취향이 헷갈리거나 더 깊은 취향, 더 넓은 취향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오브젝트 안에서 다양한 취향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그날의 새로운 기록이 새겨질 것이다.
다양한 맛집과 감성적인 카페를 찾아온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연남동.
그러나 발 디딜 틈 없는 메인 스트리트에서 빠져나와 조금만 더 걷다 보면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지닌 곳들과 마주할 수 있다.
이번 Visit to에서는 연남동에 자리한 안온한 공간을 찾아가 그곳에 새겨진 기록의 흔적을 따라가 보았다.
연필로 꾹꾹 눌러쓰는 마음의 기록
: 작은연필가게 흑심
연필로 글을 쓸 때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짙은 나무 향 같은 것들. 그러나 연필 대신 샤프를 쓰고 샤프 대신 스타일러스 펜을 쓰며 연필은 어느새 추억의 도구로 전락해버렸고, 우리는 쓰는 즐거움을 쉽게 잊었다. 그런데 여기, 과거의 연필이 여전히 활기차게 살아 숨 쉬는 곳이 있다.
작은연필가게 흑심은 다양한 종류의 연필을 소개함으로써 연필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프로젝트 브랜드이다. 자전거 가게가 있는 건물 3층에 있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귀여운 입간판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준다.
3층에 이르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수많은 연필의 향연에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1950~90년대에 생산된 빈티지 연필부터 선물하기 좋은 연필 세트까지 온갖 종류의 연필들이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연필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곳곳에 불규칙하게 쌓여 있는 연필 상자들이 빈티지함을 한층 더한다.
이곳에 있는 연필들은 주로 단종된 브랜드이거나 예전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오래된 연필들이다. 연필마다 브랜드, 생산 시기, 제조국, 경도 등이 상세히 적혀 있고 종이에 직접 글을 써보며 연필의 필감이 어떤지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연필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를 위한 연필은 무엇인지, 그리고 연필심의 등급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소개하고 있어 연필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다.
흑심에서는 연필뿐만 아니라 지우개, 연필깎이, 연필캡, 펜슬 스탠드 등 연필과 관련된 다양한 용품들도 같이 판매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다 보면 얼마가 나올지 모르니 문구 덕후라면 조심해야 한다.
고심 끝에 구매할 연필을 골라 카운터로 가지고 가면 직원분께서 연필 한 자루 한 자루마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내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신다. 그 설명을 듣고 있다 보면 50여 년 전의 연필이 지금 내 손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무언가 한 가지에 깊게, 그리고 꾸준히 파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빛나는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기분 좋게 배부른 책 한 입의 기록
: 텍스트칼로리
“맛있는 책 팝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와 아기자기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텍스트칼로리는 출판사 뭉클스토리에서 운영하는 식료품점 콘셉트의 큐레이션 서점이다. 서점이라기보다는 작은 부스처럼 보이지만 쨍한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무심코 경의선 숲길을 걷다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부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기다랗게 빠져 있는 구조라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식료품점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인스턴트 코너, 웰빙 코너, 스낵 코너, 신선 코너, 별미 코너로 나누어져 있는 점이 독특했다. 각각의 코너를 각자 다른 분이 맡아 큐레이션하는 것으로 보였다.
\입장과 동시에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문과 제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인스턴트 코너였다. 전자레인지와 아이스크림 냉동고, 토스터기 안에 핸드폰 케이스, 거울, 배지 등의 텍스트칼로리 굿즈와 인스턴트북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쉽게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5주 동안 글쓰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출판된 책이 바로 인스턴트북이다. 짧은 기간 내에 나만의 책을 출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으로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단편 시리즈이니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다면 신청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웰빙 코너는 이름에 걸맞게 편안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힘들고 허기질 때, 나를 잃어버렸을 때, 영감을 얻고 싶을 때, 세계를 구하고 싶을 때와 같이 세부적으로 다시 나뉘어 체계적으로 큐레이션되어 있으며 비문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곳에 진열된 책들을 보다 보면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될 것만 같은 희망이 차오를 것이다.
스낵 코너는 과자같이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도서, 즉 소설과 시 같은 이야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낵 코너 역시 겨울이 아쉬울 때, 가볍게 산책할 때, 그냥 쉬고 싶을 때, 잠이 안 올 때와 같이 세부적으로 다시 나뉘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곁에 함께 머무는 맛있는 이야기의 세계가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신선 코너는 막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들이 모여 있는 책장이다. 소설부터 에세이, 교양서에 이르기까지 새롭고 산뜻한 도서가 가득하다. 별미 코너는 출판물 중 별미라고 할 수 있는 독립출판물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개성 있는 표지와 제목, 그리고 표지에 붙어있는 저자의 메모가 형식적인 틀에 구애받지 않는 독립출판물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경의선 숲길을 걷다가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 깜짝 선물 같은 곳, 텍스트칼로리. 이곳에서만큼은 칼로리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텍스트를 골라 마음을 포동포동 살찌우고 가길 바란다.
출판사가 써 내려가는 소통의 기록
: 아침달 북스토어
아침달 북스토어는 아침달 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으로, 2018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층에 위치해 자칫하면 지나칠 수 있지만, 그래서 더 고요하고 따뜻하다. 독립서점은 책을 파는 곳인 동시에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의 공간인 만큼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람들 간의 소통이 기록되어있다.
책장에는 다른 독립서점들과는 다르게 별다른 설명이 없다. 대신 서가에 놓인 책들은 ‘시인이 골라주는 서점’답게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위치해있다.
열린 공간은 서점으로, 닫힌 공간은 출판사 사무실로 운영되는 것 또한 특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시잡지로 시작한 아침달은 등단을 해야 시집 출간의 기회가 오는 출판 환경 속에서,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큐레이터들이 출간을 결정해 편집까지 돕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출판편집자가 1차 심사를 한 후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시인들이 모두 찬성해야 시집이 출간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1인당 시 30~50편을 검토하기 때문에 3~5편의 완결성만 보는 등단 제도보다 오히려 까다로울 수 있지만, 큐레이터와 작가가 소통하며 시집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아쉽지만 현재는 2018년부터 5년간 아침달 큐레이터로 활동하시던 시인들의 임기가 끝나 투고를 잠시 쉬어간다고 한다.
시집의 새로운 출판 방식을 개척한 아침달은 시를 확장하려는 시도 역시 하고 있다. 시인 20명의 ‘삽화+반려동물에 대한 시 2편+사진+산문’을 담은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와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가 대표적이다.
낭독회, 북토크 등의 행사를 개최해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관련 소식을 찾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아침달 블로그에서는 작가의 인터뷰를 담은 [아침달 인터뷰]와 [편집자 노트]라는 포스트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작가나 출판에 관심이 있다면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기록의 순간은 본인의 취향대로
: 오브젝트 서교
우리는 삶의 다양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한다. 상황 속에서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과정 중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기록한다. 글자를 적어내리는 과정부터 그림을 그리고, 물건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까지. 그 과정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곳, 오브젝트 서교점이다.
오브젝트는 1층의 팝업 전시 공간부터 4층까지 다양한 물건을 전시, 판매한다. 기록을 위한 물건을 구매하고자 방문하지만 1층의 팝업 전시에 시선을 두며 새로운 기억을 불어넣는다. 일정한 주기로 매번 바뀌는 전시를 통해 새로운 기록의 순간을 만들 수 있다.
2층부터 4층에서는 기록을 위한 물건들을 판매한다. 펜, 메모지, 다이어리와 같은 본격적인 기록 물건부터 기록의 장소를 더욱 다채롭게 꾸며줄 수 있는 가랜드, 모빌, 오너먼트 등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오브젝트 자체 판매 물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가들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개인의 다양한 기록 취향에 맞게 물건을 살피고, 순간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취향은 결국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직접 확인해야 더욱 넓어질 수 있는 것. 그러나 다양한 취향을 한눈에 살펴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직 나의 취향이 헷갈리거나 더 깊은 취향, 더 넓은 취향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오브젝트 안에서 다양한 취향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그날의 새로운 기록이 새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