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공간이 없다면 시간은 어디에 기억될까?
같은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향수가 될 공간.
청춘의 온상, 여전히 빛나는 전구색 향수에 잠긴 혜화를 걸었다.
이화 벽화마을
대학로 골목골목을 들어가 보면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게 된다. 경사에 턱 막히는 마음을 잡고 한발한발 오르다 보면 북적이던 대학로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화벽화마을에 도착한다. 골목 사이사이 그려진 벽화와 조형물을 보며 걷는 것은 보물찾기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중 몇 가지 보물을 소개하려 한다.
곧게 나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신사와 강아지 조형물이 보인다. 유난히 날씨가 좋던 5월의 어느 날, 그들이 바라보는 남산타워까지 한 컷에 찍을 수 있었다.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특별한 경험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에서 사진 한 컷 찍는 것을 추천한다.
과하지 않게 팝한 색감의 벽화와 레트로의 표본 같은 미용실, 그 앞에 놓인 크고 작은 화분들, 무심히 자리한 실외기까지 요즘의 힙한 포인트를 다 갖춘 장소이다. 자칫하면 과해질 수 있던 감성을 무지개색 배경에 앨리스를 닮은 소녀의 그림자를 그려 넣어 2000년대 미용실 분위기를 형성해 조화를 이룬 모습이 재미있다.
낙산공원 성곽길과 대학로를 이어주는 골목길, 2000년대와 지금의 멋이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화 벽화마을을 걸었다. 소란한 틈 사이 잠시 쉬어 가고 싶다면 오르막을 올라 고요한 혜화의 면면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학림
공간이 없다면 시간은 어디에 기억될 것인가? 1956년부터 자리를 지키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가 된 대학로 학림다방이다. 1956년동숭동 서울대학교 문리대 건너편에 문을 열었다. 옛 서울대학교 문리대 ‘제25강의실’이라 불렸으며, 문리대의 옛 축제명 ‘학림제’에서 유래되었다.
대학로 역사의 산증인으로, 4.19 혁명과 그 이후 학생 운동 등 고난과 희열로 점철된 대학로의 역사를 지켜보았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이자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다방으로 사랑받으며, 지금도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학로 ‘학림다방’이 특별한 이유는 그저 오래된 다방이기 때문이 아니다. 지성주의 대학문화가 1980년대 민주화 시기와 저항문화운동을 거쳐 대중문화로 확산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사가 진하게 응축된 곳이며 단절되어 박제된 역사가 아닌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진행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혜화역 3번 출구, 건물 사이로 보이는 좁은 문에 문학평론가 황동일의 글과 함께 &학림&이 있다. 사람들의 오랜 발길에 해진 계단을 올라가면, 그윽한 풍취가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과거로 데려다준다. 빛에 바랜 LP판과 피아노, 벗겨진 페인트, 벽에 써진 이름들, 고스란히 남아있는 세월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젊은 사람들부터 이제는 노인이 된 오랜 단골 손님들까지, 학림의 향수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영업시간 월-금 10:00-23:00 / 마지막 주문 22:00
아이띵소 아카이브
무대 위의 배우가 관객과 호흡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소통하듯이, 아이띵소는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이다. 아이띵소 아카이브는 가방·잡화 브랜드 ‘아이띵소’의 쇼룸으로,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와 골목으로 들어가 조금 걷다 보면, 통유리가 눈에 띄는 회색 빛의 세련된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1층은 액세서리와 도자기, 향초 등 다양한 잡화가 전시되어 있다. 더불어 천장에 닿을 듯 책이 진열된 서가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나무 서가 앞에는 여러 화분이 놓여 있다. 화분에서 나는 풀 냄새와 향초의 향이 어우러져 마음에 편안함을 더한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만끽하는 풍경은 마치 온실이나 정원을 연상시킨다. 셀프 커피 머신이 구비되어 카페로 즐길 수도 있다.
2층은 아이띵소의 파우치와 가방이 진열되어 있다. 이곳의 진열 방식은 독특하다. 가운데 진열되어 있는 샘플 상품을 보고, 마음에 드는 상품의 태그에서 번호를 확인한다. 번호가 쓰인 구역을 찾아 벽면의 상자에서 새 제품을 직접 꺼내는 방식이다. 벽면에 빼곡히 나열된 수많은 상자들 중 번호로 원하는 상품을 찾는 과정은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것처럼 느껴진다. 직원과의 불필요한 소통 없이, 조용히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안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지나치면 사소한 것들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요한 의미나 추억이 된다. 빠르게 변하고 소비되는 수없이 많은 것들 속에서, 아이띵소는 고객과 만나는 순간에 ‘Slow’ 버튼을 누른다. 아이띵소와 고객 사이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난 것이다. 거울 속 나를 보듯, 오래 들여다보고,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아이띵소 아카이브에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수풀떠들썩파랑나비
혜화의 꽃. 수많은 이야기를 머금은 대학로 극장가의 어느 골목. 길을 지나가다 보면 문득 눈길이 닿아 멈춰 서게 되는 소품샵, 수풀떠들썩파랑나비이다.
민트색 판자를 덧댄 외벽에 끌린 눈길은 유리로 틔워둔 진열대로 향한다. 이국적인 인형과 소품들이 옹기종기 배치된 모양새가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동그란 사과 조명과 사연 있는 눈망울의 당나귀, 크고 작은 피규어들의 조합은 무질서한 듯 보이다가도 한 발짝 뒤로 걸음을 옮겨 다시 눈에 담아보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빈티지와 에스닉을 잘 섞어 형상화한 모습의 내부는 촬영이 불가해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다. 음료와 음식물 반입도 불가하다. 5명 정도 들어가면 북적거리는 크기로 외국의 어느 골동품점을 연상시킨다. 보편적인 이야기와 개개인의 사정들이 무수히 반짝이다 사라지는 대학로 한 편, 빛바랜 전구색의 수풀떠들썩파랑나비. 연극을 기다리며 붕 뜨는 시간에 한번쯤 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창경궁 대온실 야간개장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는 시간, 낮과는 또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반기는 공간이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하고 현재와 어우러져 존재하는 곳, 창경궁이다.
창경궁은 1484년 성종 때 세 왕후를 위한 거처로 지어져 사용되었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소실되었고 재건된 이후에도 화재로 인해 소실되며 몇 차례 복원을 시행했다. 1907년부터 동물원, 식물원으로 삼았다. 이후 벚꽃나무를 옮겨 심고 창경원으로 격하되었다. 그리고 1983년 다시 창경궁으로 복귀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면서 현재까지 우리 곁에서 옛 모습을 간직하며 서울의 풍경에 녹아들고 있다.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넘어서면 다른 시대로 넘어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은은하게 빛나는 정전과 편전을 향하는 길에서는 도시의 건물과 도로를 등진 채 오로지 과거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온다. 궁만 과거를 담은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밝게 빛나는 조명과 조화를 이루어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느낌이 공존한다.
조명이 줄어들고 나무와 풀숲에 가려 어두워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커다란 연못이 나온다. 춘당지라는 연못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춘당지 한가운데, 작은 섬 하나가 떠있다. 섬 위에 꼿꼿이 서있는 나무는 웅장함마저 느껴진다. 나무와 하늘, 주변의 풍경이 연못에 거울처럼 비쳐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춘당지를 둘러 들어가는 산책길은 좁아서 오히려 주변의 나무와 풀, 꽃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춘당지를 둘러 들어가면 더 깊숙한 곳에 창경궁 대온실이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다. 멀리서부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대온실은 1909년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건물 전체가 유리로 이루어져 내부의 빛이 퍼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서양식 건물의 조화가 창경궁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대온실 앞을 이루고 있는 정원 또한 잘 가꿔져 있으며 대온실 내부는 다양한 식물들이 알차게 소개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역사와 변화가 있음에도 여전히 옛모습을 간직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 과거의 경험을 추억할 수 있는, 그래서 앞으로도 누군가의 향수가 될 공간.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 뜨거운 낮을 피해 산책하며 싱그러운 자연을 느끼기에 충분한 때이다. 은은하게 빛나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더하여, 푸르게 피어난 풀과 꽃의 향기, 숲길을 걷는 것처럼 안정감을 주는 나무의 냄새, 바람에 섞여 들어오는 시원한 자연의 향을 만끽해보기를 바란다.
야간개장 기간 3월부터 10월까지
관람 시간 AM 9~PM 9 (입장 AM 9~PM 8)
Editor. 이예은, 김은지, 나예원
INTRO
공간이 없다면 시간은 어디에 기억될까?
같은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향수가 될 공간.
청춘의 온상, 여전히 빛나는 전구색 향수에 잠긴 혜화를 걸었다.
이화 벽화마을
대학로 골목골목을 들어가 보면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게 된다. 경사에 턱 막히는 마음을 잡고 한발한발 오르다 보면 북적이던 대학로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화벽화마을에 도착한다. 골목 사이사이 그려진 벽화와 조형물을 보며 걷는 것은 보물찾기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중 몇 가지 보물을 소개하려 한다.
곧게 나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신사와 강아지 조형물이 보인다. 유난히 날씨가 좋던 5월의 어느 날, 그들이 바라보는 남산타워까지 한 컷에 찍을 수 있었다.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특별한 경험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에서 사진 한 컷 찍는 것을 추천한다.
과하지 않게 팝한 색감의 벽화와 레트로의 표본 같은 미용실, 그 앞에 놓인 크고 작은 화분들, 무심히 자리한 실외기까지 요즘의 힙한 포인트를 다 갖춘 장소이다. 자칫하면 과해질 수 있던 감성을 무지개색 배경에 앨리스를 닮은 소녀의 그림자를 그려 넣어 2000년대 미용실 분위기를 형성해 조화를 이룬 모습이 재미있다.
낙산공원 성곽길과 대학로를 이어주는 골목길, 2000년대와 지금의 멋이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화 벽화마을을 걸었다. 소란한 틈 사이 잠시 쉬어 가고 싶다면 오르막을 올라 고요한 혜화의 면면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학림
공간이 없다면 시간은 어디에 기억될 것인가? 1956년부터 자리를 지키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가 된 대학로 학림다방이다. 1956년동숭동 서울대학교 문리대 건너편에 문을 열었다. 옛 서울대학교 문리대 ‘제25강의실’이라 불렸으며, 문리대의 옛 축제명 ‘학림제’에서 유래되었다.
대학로 역사의 산증인으로, 4.19 혁명과 그 이후 학생 운동 등 고난과 희열로 점철된 대학로의 역사를 지켜보았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이자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다방으로 사랑받으며, 지금도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학로 ‘학림다방’이 특별한 이유는 그저 오래된 다방이기 때문이 아니다. 지성주의 대학문화가 1980년대 민주화 시기와 저항문화운동을 거쳐 대중문화로 확산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사가 진하게 응축된 곳이며 단절되어 박제된 역사가 아닌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진행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혜화역 3번 출구, 건물 사이로 보이는 좁은 문에 문학평론가 황동일의 글과 함께 &학림&이 있다. 사람들의 오랜 발길에 해진 계단을 올라가면, 그윽한 풍취가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과거로 데려다준다. 빛에 바랜 LP판과 피아노, 벗겨진 페인트, 벽에 써진 이름들, 고스란히 남아있는 세월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젊은 사람들부터 이제는 노인이 된 오랜 단골 손님들까지, 학림의 향수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영업시간 월-금 10:00-23:00 / 마지막 주문 22:00
아이띵소 아카이브
무대 위의 배우가 관객과 호흡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소통하듯이, 아이띵소는 고객과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이다. 아이띵소 아카이브는 가방·잡화 브랜드 ‘아이띵소’의 쇼룸으로,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와 골목으로 들어가 조금 걷다 보면, 통유리가 눈에 띄는 회색 빛의 세련된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1층은 액세서리와 도자기, 향초 등 다양한 잡화가 전시되어 있다. 더불어 천장에 닿을 듯 책이 진열된 서가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나무 서가 앞에는 여러 화분이 놓여 있다. 화분에서 나는 풀 냄새와 향초의 향이 어우러져 마음에 편안함을 더한다.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만끽하는 풍경은 마치 온실이나 정원을 연상시킨다. 셀프 커피 머신이 구비되어 카페로 즐길 수도 있다.
2층은 아이띵소의 파우치와 가방이 진열되어 있다. 이곳의 진열 방식은 독특하다. 가운데 진열되어 있는 샘플 상품을 보고, 마음에 드는 상품의 태그에서 번호를 확인한다. 번호가 쓰인 구역을 찾아 벽면의 상자에서 새 제품을 직접 꺼내는 방식이다. 벽면에 빼곡히 나열된 수많은 상자들 중 번호로 원하는 상품을 찾는 과정은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것처럼 느껴진다. 직원과의 불필요한 소통 없이, 조용히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안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지나치면 사소한 것들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요한 의미나 추억이 된다. 빠르게 변하고 소비되는 수없이 많은 것들 속에서, 아이띵소는 고객과 만나는 순간에 ‘Slow’ 버튼을 누른다. 아이띵소와 고객 사이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난 것이다. 거울 속 나를 보듯, 오래 들여다보고,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아이띵소 아카이브에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수풀떠들썩파랑나비
혜화의 꽃. 수많은 이야기를 머금은 대학로 극장가의 어느 골목. 길을 지나가다 보면 문득 눈길이 닿아 멈춰 서게 되는 소품샵, 수풀떠들썩파랑나비이다.
민트색 판자를 덧댄 외벽에 끌린 눈길은 유리로 틔워둔 진열대로 향한다. 이국적인 인형과 소품들이 옹기종기 배치된 모양새가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동그란 사과 조명과 사연 있는 눈망울의 당나귀, 크고 작은 피규어들의 조합은 무질서한 듯 보이다가도 한 발짝 뒤로 걸음을 옮겨 다시 눈에 담아보면 안정감이 느껴진다.
빈티지와 에스닉을 잘 섞어 형상화한 모습의 내부는 촬영이 불가해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다. 음료와 음식물 반입도 불가하다. 5명 정도 들어가면 북적거리는 크기로 외국의 어느 골동품점을 연상시킨다. 보편적인 이야기와 개개인의 사정들이 무수히 반짝이다 사라지는 대학로 한 편, 빛바랜 전구색의 수풀떠들썩파랑나비. 연극을 기다리며 붕 뜨는 시간에 한번쯤 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창경궁 대온실 야간개장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는 시간, 낮과는 또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반기는 공간이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하고 현재와 어우러져 존재하는 곳, 창경궁이다.
창경궁은 1484년 성종 때 세 왕후를 위한 거처로 지어져 사용되었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소실되었고 재건된 이후에도 화재로 인해 소실되며 몇 차례 복원을 시행했다. 1907년부터 동물원, 식물원으로 삼았다. 이후 벚꽃나무를 옮겨 심고 창경원으로 격하되었다. 그리고 1983년 다시 창경궁으로 복귀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면서 현재까지 우리 곁에서 옛 모습을 간직하며 서울의 풍경에 녹아들고 있다.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넘어서면 다른 시대로 넘어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은은하게 빛나는 정전과 편전을 향하는 길에서는 도시의 건물과 도로를 등진 채 오로지 과거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온다. 궁만 과거를 담은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밝게 빛나는 조명과 조화를 이루어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느낌이 공존한다.
조명이 줄어들고 나무와 풀숲에 가려 어두워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커다란 연못이 나온다. 춘당지라는 연못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춘당지 한가운데, 작은 섬 하나가 떠있다. 섬 위에 꼿꼿이 서있는 나무는 웅장함마저 느껴진다. 나무와 하늘, 주변의 풍경이 연못에 거울처럼 비쳐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춘당지를 둘러 들어가는 산책길은 좁아서 오히려 주변의 나무와 풀, 꽃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춘당지를 둘러 들어가면 더 깊숙한 곳에 창경궁 대온실이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다. 멀리서부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대온실은 1909년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건물 전체가 유리로 이루어져 내부의 빛이 퍼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서양식 건물의 조화가 창경궁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대온실 앞을 이루고 있는 정원 또한 잘 가꿔져 있으며 대온실 내부는 다양한 식물들이 알차게 소개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역사와 변화가 있음에도 여전히 옛모습을 간직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이 과거의 경험을 추억할 수 있는, 그래서 앞으로도 누군가의 향수가 될 공간.
여름이 다가오는 지금, 뜨거운 낮을 피해 산책하며 싱그러운 자연을 느끼기에 충분한 때이다. 은은하게 빛나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더하여, 푸르게 피어난 풀과 꽃의 향기, 숲길을 걷는 것처럼 안정감을 주는 나무의 냄새, 바람에 섞여 들어오는 시원한 자연의 향을 만끽해보기를 바란다.
야간개장 기간 3월부터 10월까지
관람 시간 AM 9~PM 9 (입장 AM 9~PM 8)
Editor. 이예은, 김은지, 나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