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A & 아트기움] 틈새의 포옹




INTRO


사회의 틈새를 포착하고 예술을 통해 이를 안아주는 것 공백이 공백으로 존재해도 되는 사회를 꿈꾸다


w. 홍아름






서론


아트기움은 예술이 일으키는 변화의 힘을 믿는다. 예술은 불가시를 가시로, 어둠을 빛으로 이끌어낸다. 또한 예술은 화이트박스 안에 갇힌 안온한 유희가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식적인 소산이다. 소외된 자들을 가시화한다는 기치 하에 모인 청년들은 치열한 고민 끝에 <틈새의 포옹>이라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틈새의 포옹>은 휴식이 죄악으로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도 비워두어도 괜찮은 공백이 있다는 잔잔한 위로를 건네고자 하였다. 공백이 도태로 치환되는 성과 사회의 제로섬 게임에 균열을 내려는 도전이었던 것이다.



Interview


Q. '아트기움'은 어떤 동아리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어떤 생각을 가진 분들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꾸려나가는 동아리인지 궁금합니다.

A. 아트앤쉐어링은 2009년 서울대학교 동아리로 시작되었으며, 서울시 비영리단체로 활동하던 시기를 거쳐 현재는 경기,  서울권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 예술 단체라기보다는 예술이라는 매개체 혹은 수단을 통해 사회의 사각지대를 조명하고자 하는, 즉 예술이 일으키는 변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트기움은 전시회라는 대표적인 시각 예술 이벤트를 통해 매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Q.  아트기움이 ‘소외된 자들을 가시화한다’는 예술 철학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또, 이러한 예술 철학을 전시 과정에서 어떻게 드러내는지, 동아리원들은 해당 예술철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직접적인 말이나 행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분명 있지만, 세상에는 다른 경로가 아닌 예술로만 표현될 수 있고 오로지 그를 통해 다정한 시선이 전해지는 영역도 있다고 믿습니다. 아트기움(아트앤쉐어링)은 설립 이래 사회에서 가려지거나 소외된 지점을 찾아내려 애썼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시각예술을 선택한 이유는,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표현 방법이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전시에서 특정하게 다루는 것은 당사자들의 치열한 감정일 수도, 한 발자국 떨어진 관찰일 수도, 기획자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늘 '소외된 자들을 가시화한다'라는 철학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부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올해 2월, <틈새의 포옹>이라는 전시를 개최하셨는데 해당 전시 주제는 ‘잃어버린 청년들의 공백 찾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을 설정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와 주제 의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아트앤쉐어링은 전시의 진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1년간 활동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상반기에는 인터뷰, 논문, 문학 작품들을 활용하여 학술집을 발간하고 학술제를 개최하며, 하반기에는 예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준비합니다. 부원들이 몇 주간의 토론을 통해 함께 선정한 대주제인 '공백' 아래에서, 공연예술팀인 공드리는 '채워나가야 할 공백'에, 시각예술팀인 아트기움은 '비워두어도 괜찮은 공백'에 집중했습니다. 학술 연구를 하던 시기에 수혜자를 20대 취준생으로 설정하게 되면서 전시 또한 개인적 차원의 공백, 사회적 차원의 공백, 긍정적 방향성 유도라는 세 가지 파트로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주제는 '비워두어도 괜찮은 공백'이지만 전시의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구상하다 보니 '잃어버린 청년들의 공백 찾기'라고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About 전시

현대인들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달리게 하는 것은 이른바 성과 사회의 산물이며, 이는 공백이 곧 나태함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인해 성립한다. 공백이란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시간 혹은 공간'을 의미하지만, 아트기움은 이를 나태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채우지 않고 그 자체로 비워두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에 <틈새의 포옹>전에서 7명의 청년 작가와 함께 공백 그 자체의 유의미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다양한 삶, 그러나 유사한 감정을 마주해 온 기획자들과 작가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전시장에서 공유됨으로써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나아가 조금 쉬어가도 괜찮다는 사실이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전시는 앞만 보고 달려왔던 개인이 스스로를 알아보고 이내 서로를 알아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의 첫걸음이기에.


Q. 최수빈, 추민아, 정정훈, 송재휘, 류민수, 김수종, 김도화 등의 작가님이 참여해주셨다고 하는데 작가분들과 작품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수빈(아트기움) : 최수빈은 감정이 투영된 기이한 신체의 형상을 통해 두려워하거나 환상을 가진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밀려오는 것>, <불확실성을 대하는 자세>, <유한의 굴레> 3부작을 출품하면서, 주로 건식재료인 목탄, 콩테, 연필을 사용해 삶의 유한성과 공백의 유의미함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험용 인체모형인 더미가 유한한 삶을 가진 인간이 되는 상상을 펼쳤다. 더미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자아를 지녔으나 인간의 몸에 따르는 여러 제약과 사회를 향한 두려움 때문에 나아가지 못하고, 이는 제 뜻대로 삶을 영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청년들을 대표한다. 또한 그의 바람을 실현하는 계기가 된 비현실적인 공상이 의미 없다고 여겼던 공백기에 자라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작가는 삶의 유한성을 통해 청년들이 모든 존재와 시간에 깃든 가치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정정훈(아트기움) : 정정훈은 미디어 설치 작품 형식을 사용해 공백의 다양한 면을 조명한다. 여유 없이 방황하는 시간을 겪으며 역설적으로 내면의 평온과 안정을 얻는 방법을 찾게 된 작가는, 공백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멍한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LED 조명판을 활용한 무의식 4부작을 출품하였다. 작가는 그 잠시의 순간이 휴식이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무력감과 자책감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멍해지는 순간에 빠져들어 묵힌 속마음을 털어내고 잠시라도 쉬어가기를 소망한다.


김도화(아트기움) : 김도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공백의 시간을 한 단계 더 나아갈 기회라고 말하며, 증명사진 형식의 일러스트 작품 3점을 통해 개인적 차원의 공백을 고찰한다.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공백을 겪는 집단인 동시에 작가 본인, 그리고 작가의 실제 주변인들을 모델 삼아 불안에 잠식된 증명사진을 보여준다. 작은 구멍에서 시작한 공백은 진실한 모습을 잠식시키고 결국은 변질시켜 버리지만, 오히려 공백에 가려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이길 바라며 원본 증명사진을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추민아(아트기움) : 추민아는 도시 공간 디자이너로, 특히 도심 공간의 공백에 집중한다. 빈틈을 찾을 수 없는 도시 풍경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의 초상이라는 아이디어에 기반해, 도시의 빈 공간에 주목하는 사진 연작을 출품하였다. 빈 공간인 만큼 정해진 쓸모도 주어진 일정한 표준도 없기에 오히려 이 흔적들은 주민들의 일상 속 욕망과 필요를 낱낱이 드러냈고, 그 안에서 공백의 가치들이 모여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믿었다. 더불어 공간 자체에 내재된 공백을 나타내기 위하여 산의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 또한 출품하였다. 특히 사회의 관계성에서 벗어나 오롯이 홀로 존재하는 공간인 산에 주목하여, 빠르게 움직이는 도심에 비해 산의 모든 순간은 비어 있는 공백 같지만 늘 변화하고 있다는 이치를 드러냈다. 즉 개인이 자신의 힘으로 도심 공간 속에서도 산과 같은 공백을 마주할 수 있으며, 그 포용성 안에 살아갈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류민수(아트기움) : 류민수는 주로 일상에서 발견한 다방면의 고민거리들을 다양한 매체로 시각화한다. 해당 전시에서는 특히 청년세대이자 창작자로서의 실존적 고민 및 사회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공백을 조각과 회화 작품을 통해 드러냈다. 최초의 가상 인간인 사이버 가수 아담의 전신상이 모델로 제작된 회화와 마주보게 배치하여, 역사적 사실과 구술될 뿐인 허구의 경계에 기묘하게 표류 중인 존재를 잊힌 주변부로부터 중심으로 되돌릴 방법을 고안했다. 즉 이와 같은 입지전적 존재를 통하여 모두가 겪고 있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청년들이 겪는 비가시적인 공백의 시간을 가시화해보고자 했다.


송재휘(아트기움) : 송재휘는 여행에 대한 기억을 주제로 작업한다. 여행에서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취한 경험을 바탕으로, 쉼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입체작품 1점과 조각 2점을 출품하였다. 작가에게 여행과 그를 담은 작품은 휴식의 방법 중 하나이자, 살아가는 방법을 천천히 탐색하며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찾고 방향성과 추진력을 얻을 기회이다. 무리해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며 숨 가쁘게 일하고, 번아웃에 빠지기를 반복하는 청년의 사회는 '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음을 작품을 통해 시사한다.


김수종(아트기움) : 김수종은 '공백'을 아직 정의되지 않아 가치 판단이 보류된 기간으로 상정하며 입체작품 1점과 GPS를 활용한 회화 작품 5부작을 출품하였다. 이러한 공백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작가는 마치 공사 중인 건물의 형상처럼 건축 자재와 건물,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회색빛의 공간을 정처 없이 탐색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때 작가가 지나온 경로는 GPS 데이터, 위성 사진, 위도와 경도 등의 정보와 함께 당시 작가의 감각으로 구성된 지도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객관적 데이터와 주관적 감각 사이의 간극과 공백이 주는 불안한 심리를 결합하는 불완전한 지도이다. 작가는 공백의 경로를 복기하고 제목을 붙이는 행위를 통해 공백을 재정의한다.
















Q. 주제의식 설정 후, 전시를 주최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A. 위에서 언급했듯 학술제를 진행한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전시 준비 과정을 거쳤습니다. 흔히 전시는 그저 화이트 큐브에서 일어나는 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준비 과정은 상당히 역동적이고 복합적입니다. 아트기움은 본 프로젝트를 후원해주신 디스트릭트의 전 본부장 김현정님, 그리고 최고운 큐레이터님을 모셔 각각 전시 기획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수 차례의 갤러리 답사와 미팅을 통해 최종적으로 햇빛담요재단 산하의 아트코너에이치 갤러리에게 후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카카오같이가치를 통하여 대중에게도 크라우드 펀딩을 받았으며, 공고에 지원해주신 작가 전부를 대상으로 대면/비대면 면접을 진행하여 7분의 작가를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작가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부원들의 인터뷰와 전시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기획 및 제작하였으며, 전시 굿즈를 디자인하고 발주했습니다. 작업실을 직접 방문하여 인터뷰 및 작업 과정을 촬영하고, 작가님들과의 소통을 통해 도록을 제작하였습니다. 이후 전시 설치와 철수, 전시 기간에 진행된 오픈 세미나까지 모두 아트기움 팀원들이 담당하였습니다. 이런 대략적인 과정을 포함하여 팀원들의 셀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특별한 전시였다고 생각합니다.



Q. 전시를 기획하면서 생겼던 어려움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A. 해당 전시에 여러 작가님이 참여하셨는데, 단순한 연합전이 아니라 메시지가 있는 전시인만큼 주제에 맞는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시의 파트를 나누고 그에 맞는 작품들을 배치한 후, 갤러리 1층부터 2층까지 관람객 분들의 동선을 짜는 일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Q.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몰랐을 수도 있는 특별히 신경 쓰셨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2층에 놓여진 <관람객 참여 섹션>을 구상하는 데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 전문가가 아니라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참여 프로그램이 전시에 대한 인상을 남기는 데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시를 보고 느낀 감정이나 든 생각을 퍼즐 조각에 그려서 퍼즐판을 채워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공백이 있는 무언가도 작품이 될 수 있다'라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관람객들이 완성해주신 5개의 퍼즐판을 모아보면 "포옹"이라는 모양으로 공백이 생길 수 있도록 기획된 것입니다. 이는 전시의 제목이었던 <틈새의 포옹>에서 모티프를 얻었습니다.



Q. 이번 전시를 마친 후, 부원분들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 전시 기획 과정이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아이디에이션을 요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전시를 관람할 때 동선이나 기획자의 의도를 한 번 더 고려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 원래는 예술에 큰 조예가 없는 사람이었는데, 예술을 통해서 사회에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벅찼다. 전시에 방문하신 관람객 분들이 따뜻한 내용을 방명록에 적어주실 때마다 한층 뿌듯해졌던 것 같다.



Q. 이번 전시를 마친 후, 부원분들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A1. 전시 기획 과정이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아이디에이션을 요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전시를 관람할 때 동선이나 기획자의 의도를 한 번 더 고려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A2. 원래는 예술에 큰 조예가 없는 사람이었는데, 예술을 통해서 사회에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벅찼다. 전시에 방문하신 관람객 분들이 따뜻한 내용을 방명록에 적어주실 때마다 한층 뿌듯해졌던 것 같다.



Q. 다음 전시에 대한 간략한 예고 부탁드려요.

A. 현재 기수가 다음 전시를 준비하기에 앞서 학술제를 위한 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달받아서 이 부분은 지금 답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사회의 사각지대를 조명하다'라는 아트기움의 예술 철학을 지켜나갈 것은 분명합니다.





Copyright 2023. Dear.A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작품 사진과 매거진의 저작권은 작품의 아티스트 및 매거진 에디터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가공을 금합니다



editor. 권혜원, 김진, 박성민, 임서연

designer. 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