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빠도 잃지 말아야 하는 마음
- 구달 『아무튼, 양말』 리뷰 -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2017년부터 2022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계속되고 있는 아무튼 시리즈는 질문에 대한 각양각색의 답을 펼쳐놓는다. 떡볶이, 술, 식물, 하루키, 메모, 여름 등 각자가 뽑은 한 가지는 일상적이면서 독창적이고 포괄적이면서 뾰족하다. ‘아무튼, ○○’의 ○○에 양말이라는 두 글자를 적어넣고 싶었던 구달 작가의 양말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출판사가 아니라 본인이 먼저 제안하여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을 정도니 말이다.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에세이스트인 구달 작가에게 있어 양말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사실 다른 패션 아이템에 비해 양말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신발이라는 보호막 속에 숨어 살며 친밀한 사이가 아닌 이상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에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도 보통 양말은 단정히 신고 상하의나 아우터, 혹은 액세서리를 화려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달 작가에게 양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감을 가진다. 그날의 일정, 날씨, 기분에 따라 양말을 고르는 행위만으로도 어제와 다른 오늘이 찾아오고 그녀의 평범한 일상은 특별해진다.
작가는 양말을 빌려 삶을 이야기한다. 양말을 사려다 멈칫거릴 때면 프리랜서의 재정난을 다시금 느끼고, 가족들의 양말을 빨 때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또, 해당 브랜드의 양말이 가장 많은 사람을 가리는 이벤트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한 경험을 통해 인생은 산수가 아니라는 통찰을 깨닫고, 양말이면서 양말처럼 보이지 않는 페이크 삭스에서는 개성을 죽이고 나답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렇듯 구달 작가의 삶은 양말과 밀착되어 불어나는 양말과 함께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대전제 아래 패턴 있는 양말은 질색하고 회색, 흰색, 검은색의 단색 면양말만 일 년 내내 신는 나로서는 레이스 양말, 캐릭터 양말, 글리터 펄 삭스 등 화려한 스타일의 양말을 다양하게 소화하는 작가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름에는 답답하고 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말을 아예 신지 않기도 할 정도로 나에게 양말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 심지어 직접 양말을 산 기억도 손에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양말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한 번, 생각보다 예쁘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그리고 양말 하나만으로 다양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양말을 고르며 시작하고 양말을 벗어 던지며 끝나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사실 구달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 안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내는 능력일 것이다. 내겐 너무 사소해서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이쯤에서 작가들을 향했던 질문의 화살을 우리에게로 돌려보자.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나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 우리, 아무리 바빠도 무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채 퍽퍽하게 살지는 말자!
Editor. 조윤주
아무리 바빠도 잃지 말아야 하는 마음
- 구달 『아무튼, 양말』 리뷰 -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2017년부터 2022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계속되고 있는 아무튼 시리즈는 질문에 대한 각양각색의 답을 펼쳐놓는다. 떡볶이, 술, 식물, 하루키, 메모, 여름 등 각자가 뽑은 한 가지는 일상적이면서 독창적이고 포괄적이면서 뾰족하다. ‘아무튼, ○○’의 ○○에 양말이라는 두 글자를 적어넣고 싶었던 구달 작가의 양말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출판사가 아니라 본인이 먼저 제안하여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을 정도니 말이다.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에세이스트인 구달 작가에게 있어 양말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사실 다른 패션 아이템에 비해 양말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신발이라는 보호막 속에 숨어 살며 친밀한 사이가 아닌 이상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에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도 보통 양말은 단정히 신고 상하의나 아우터, 혹은 액세서리를 화려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달 작가에게 양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감을 가진다. 그날의 일정, 날씨, 기분에 따라 양말을 고르는 행위만으로도 어제와 다른 오늘이 찾아오고 그녀의 평범한 일상은 특별해진다.
작가는 양말을 빌려 삶을 이야기한다. 양말을 사려다 멈칫거릴 때면 프리랜서의 재정난을 다시금 느끼고, 가족들의 양말을 빨 때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또, 해당 브랜드의 양말이 가장 많은 사람을 가리는 이벤트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한 경험을 통해 인생은 산수가 아니라는 통찰을 깨닫고, 양말이면서 양말처럼 보이지 않는 페이크 삭스에서는 개성을 죽이고 나답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렇듯 구달 작가의 삶은 양말과 밀착되어 불어나는 양말과 함께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대전제 아래 패턴 있는 양말은 질색하고 회색, 흰색, 검은색의 단색 면양말만 일 년 내내 신는 나로서는 레이스 양말, 캐릭터 양말, 글리터 펄 삭스 등 화려한 스타일의 양말을 다양하게 소화하는 작가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름에는 답답하고 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말을 아예 신지 않기도 할 정도로 나에게 양말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 심지어 직접 양말을 산 기억도 손에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양말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한 번, 생각보다 예쁘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그리고 양말 하나만으로 다양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에 또 놀랐다.
양말을 고르며 시작하고 양말을 벗어 던지며 끝나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사실 구달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 안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내는 능력일 것이다. 내겐 너무 사소해서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이쯤에서 작가들을 향했던 질문의 화살을 우리에게로 돌려보자.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나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 우리, 아무리 바빠도 무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채 퍽퍽하게 살지는 말자!
Editor. 조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