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임가은

BOOK REVIEW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방금 전에 들른 교보문고에서 친구 J에게 나를 믿어보라며 강력하게 추천하여 결국 사게 만든 책. 자발적인 홍보로, 학교 선배인 H 선배가 관심 갖고 Y 선배가 구매한 책. Dear. A 에디터 임 모 씨 선정 머리맡에 두고 초콜릿 까먹듯 한 번씩 꺼내보고 싶은 책 1위, 여행이 고픈 친구에게 선물하면 트렁크에 납치되어 같이 여행을 떠나게 만들 책 1위, 남의 여행 에세이에서 별안간 인생을 배우게 되는 책 1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내 마음속 베스트셀러 여행 에세이. 바로, 정세랑 작가님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입니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다니. 매력적인 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이 책은 작가가 12년간 뉴욕, 아헨, 오사카, 타이베이, 런던 총 다섯 국가를 여행하며 쓴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여느 여행 에세이처럼 차분히 여행을 즐기기도,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힘든 여정을 겪기도, 뜻밖의 행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떠나지 않으면 쉬이 하기 힘든 경험 속에서 느낀 점을 솔직하고도 유익하게 풀어내는 것이 책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다이나믹하지 않은, 오히려 잔잔한 남의 여행기가 재미있는 것은 여행지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가 아닌 작가가 겪은 일화, 들었던 생각, 느꼈던 감정의 공유 덕분입니다.


    책 속에서 작가는 세계를 여행 중인 여성이자 아시아인이고, 역사를 전공한 한국인이자 활발히 활동 중인 소설작가입니다. 작가가 가진 여러 개의 자아는 세계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여성이자 아시아인의 자아는 인종과 성별의 차별에 마음을 데이기도 하고, 역사를 전공한 한국인의 자아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둘러보며 세계가 지나온 발자취에 아파하거나 경이로워하기도 하며, 소설작가의 자아는 작품을 성찰하고 소재거리를 얻기도 합니다. 아시아인 소설작가의 자아는 서구 문학상에 편향된 문학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더 나은 문학계를 지향하고, 여성 소설작가의 자아는 휴머니스트임에도 여성에게는 가혹했던 어느 영국인 작가에 대해 비호감을 가지면서도 그의 작품 속 인물들만큼은 여전히 좋아합니다.


    또 여행자의 자아는 가로등, 맨홀뚜껑, 공원 벤치 디자인 혹은 납작 누워 있는 개 사진 모으기 등 소소한 수집 취미를 궁리하고, 언젠가 방문했던 자연사박물관에서는 모든 게 덧없이 사라진다고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은 분명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순간을 기다리기도 하며, 각국에서 만난 잠시 동안의 인연과 여전히 곁에 남아있을 이들을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역시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이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을 읽은 독자 임 모 씨는 더 나은 지구를 만들고 싶다는 다짐을 합니다. 더불어 작가의 생각과 나란히 걸으며 몇 가지를 깨닫습니다.


    첫째, 내가 지나온 길과 지나갈 길은 모두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었고,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이 한층 더 강해졌다는 것.

    둘째, 나는 나의 ‘최대 가능성’을 원한다는 것.

    셋째, 아직 여행자에게 가혹한 코로나 시대지만 나도 언젠가 여행 에세이를 내고 싶다는 것.

    마지막, 역시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다는 것.


    작가의 말을 빌려, 저는 지구를 ‘아무리 계획을 세워봤자 계획이 우스워지는 곳’으로 정의하려고 합니다. 작가는 뉴욕을 설명할 때 썼지만, 어쩐지 지구에게 더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마음대로 되는 것도 없고 생각대로 되지 않아 계획은 물론 나 자체가 우스워질 때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사는 이곳, 지구를 더 열렬히 사랑하게 되니까요.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는 이유를 가장 잘 알려주는 책,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였습니다.




Editor. 임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