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내성적인 덕후의 목소리> 김수은


『아무튼, 여름』 리뷰

내성적인 덕후의 목소리

 


( 사진 출처 : 네이버 도서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땀이 저절로 흐르는 온도와 습도, 그리고 여기가 한국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세차게 퍼붓는 빗속에서 선뜻 여름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마이너한 분야에도, 덕후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비록 여름을 싫어하는 누군가와의 논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더라도, ‘여름 덕후’들의 여름 사랑은 제각각 확실하다. 김신회 작가의 『아무튼, 여름』에는 그가 여름을 사랑하는 이유들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겨있다. 타인에게 여름 사랑을 전파해야 한다는 강박이 담겨 있지 않아 읽기 편하다. 마치 여름을 견딜만하게 해주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 같다.

 

     모두가 여름을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고, 여름과 겨울 중 한 계절만을 살아야 한다는 ‘만약에’ 게임에서 명확한 답을 내릴 필요도 없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마음만 먹으면 (팬데믹으로 인해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원하는 계절을 찾아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시대라면 더더욱. 바람 한 점 없는 더운 날에 신물이 난 사람이라도, 여름을 좋아할 이유 하나씩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의 중심에 꼭 여름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작가가 여름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인 무언가를 성취한 뒤 스스로에게 보상처럼 주는 여름 제철 과일이나, 여름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스쳐 지나가거나 삶 속에서 영원히 함께할 사람들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유를 하나라도 찾는다면 선선해지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마냥 ‘버티는 것’만 같지는 않을 것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작가처럼 무언가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휩싸여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결국 흑역사만 남기게 되더라도, 정신 차려보면 선선한 바람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의 얼굴을 스칠지라도, 여름을 좋아할 이유를 단 하나라도 찾는다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름은 단지 일 년 중 사분의 일을 차지하는 한 시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가장 뜨거웠던 시절에 대한 은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본 목적이 무엇이든, 내성적인 덕후의 목소리 표출에 불과하든 간에 특정 시기에 무언가를 반드시 성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각자의 ‘여름 같은’ 시절은 저마다 다르게 찾아온다는 것, 다만 우리는 그 시절을 뜨겁게 살고 즐기면 된다는 것(혹은 누려야 한다는 강박조차 가지지 않고 그저 살아내면 된다는 것)을 말하려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소수파 ‘여름 덕후’로서 해본다. 조급할 필요 없다. 아직 이번 여름도 절반이나 남았다.



W. 김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