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전통은 그저 마르지 않는 이야기> 이은재



‘전통’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한복, 약과, 기와집, 한글, 김치…. 이런 것들이 으레 생각나기 마련이죠. 

물론 이것들은 두말할 여지 없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이 맞습니다. 하지만 단지 이것들만이 전통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 곁에 남은 전통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전통을 고리타분하고 따분하기 그지없는 케케묵은 애물단지로 여기기 일쑤고요. 하지만 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그 해묵은 전통이 여전히 함께 하고 있음을 압니다. 할머니가 알려주신  대로 버무려진 엄마의 반찬이 그것이고, 무더운 여름철이면 온가족이 모여 콩물에 소면을 말아먹는 콩국수가 그것이고, 아빠가 어릴 때부터 부르던 꼬꼬밥이라는 이름이 우리 집에서는 간장계란밥을 부른다는 게 그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여러분의 곁에도 꽤 많은 전통이 숨 쉬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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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손끝에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전통은 마르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는 멀리서는 큰 역사의 강물처럼 흐르는 것같이 보여도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우리의 삶에 스며듭니다.

그러한 작은 냇물이 강을 이루니 하나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으면 역사도 없겠지요.

-양정은 편집장의 말 中-



잡지 『TOKEVI』는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끊긴 줄 알았지만 시냇물처럼 졸졸졸 흐르는 이야기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할머니 할아버지 적부터 내려오던 생활의 지혜들, 우리가 배우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지난 입하에 맞춰 대중에게 첫인사를 내민 『TOKEVI』는 말 그대로 많은 이야기가 어수선하게, 그러나 즐거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어느 가족 저마다의 이야기, 우리도 언젠가 겪어본 계절들의 세시풍속, 시인과 소설가들을 통해 전해지는 옛이야기, 오래된 물건 속 사연들.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전통’과는 전혀 다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어쩐지 공감하고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이 책에서 『나의 가족』, 『오래된 이야기』 장을 몇 번이고 읽었습니다.

환타, 델몬트병, 서울우유, 투게더, 전설의 고향 등 우리의 일상 어느 곳에서나 자리했던 사물들에 얽혀 있는 어느 가족들의 이야기가 전통처럼 하나하나 소중히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가족을 만나 수십 년을 함께 하는 사물들은 단지 생활용품으로서 그 역할을 마치는 게 아니라, 그 세월 더께에 스며든 사람의 역사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따스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사람의 역사라고 거창히 말해봤자 사실은 그 물건을 쓴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추억이 전부일 뿐입니다. 외할머니가 쓰던 재봉틀을 보면서 외할머니가 살았던 시대를 떠올려보는 것, 엄마가 쓰던 필기도구를 보며 엄마의 습관과 글씨체를 기억하는 것, 외할아버지의 모자를 보며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소망하는 것. 읽는 내내 ‘아, 우리는 크고 근사한 것들만 보려고 했구나’ 싶었습니다. 전통은 거창한 게 아닌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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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렇게 ‘전통’의 의미를 시원하게 넓혀줍니다. 그러면서 전통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리를 꾸준히 강조합니다. 전통은 수십 년 동안 유유히 흘러 내려온 어떤 사랑의 응집체임을요. 별것 없어 보여도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있는, 그래서 떠올리노라면 어렴풋이 웃음이 서리면서도 애틋해지는 것들. 그것이 바로 전통이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우리 것을 지키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듯한 요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잊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우리 것은 언제나 우리 곁에, 사소한 순간순간들마다 함께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요. 

예로부터 어떤 물건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 도깨비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워할 것도 없이 적막한 요즘이라고 느껴진다면, 당신 곁 이야기 샘에서 잠방거리고 있을 도깨비들을 발견해보세요. 그 도깨비들은 사람의 손끝에서 태어나, 그 어느 것보다 진실한 옛이야기들을 재잘거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ditor. 이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