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 영화 베이비티스 포스터
후덥지근한 날이 또다시 찾아왔다. 습한 온도 때문에 들이쉬고 피부에 닿는 모든 공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시원함을 찾는다. 싱그러운 초록의 나무, 당장이라도 빠지고 싶은 바다, 차가운 얼음. 타 들어갈 듯한 태양에 부신 눈에도 시원함이 필요하다. 푸르른 색감에 눈을 잠시 쉬게 하자.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자. 그곳엔 아마 사랑한 파랑으로 할 수 있는 사랑이란 다 해본 밀라가 있을 것이다.
빌어먹을 삶. 병은 늘 밀라의 삶을 옥죈다. 그런 밀라의 삶에 등장한 모지스는 중독적인 인물이다. 한 마디로 매력적이고 위험하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위험한 사랑이 시작된다. 뙤약볕 아래, 무얼 해도 축 처지는 하루에, 뜨거운 열기에 걷는 것조차 힘들어 여름 소리밖에 나지 않는 길 위에서, 모지스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보호와 갇힘 그 사이의 삶에서 탈피해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도피도 시도한다. 그녀의 삶에 새로움이 들어왔다. 하지만 청쾌한 푸르름은 아니고 어딘가 서늘한 파랑이 보인다. 어두운 파랑, 탁한 파랑, 몽환적인 파랑, 홀리는 파랑.
이미지 출처: 영화 베이비티스
마술적인 색감과도 같은 순간에 들어간 밀라는 다시 아프다. 마약, 술, 담배 모든 중독적인 것들 중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독한 모지스는 어느 중독적인 것보다 밀라를 위험에 빠뜨린다. 다시 병이 돋아 삶 전체가 불안해진 그녀를 위해 그녀의 아버지는 모지스를 협박한다. 넌 마음에 안 들지만, 딸 곁에는 너가 필요하다고. 살리기 위해 곁에 머무는 모지스. 겉은 매혹적이나 안은 비어 있던 그의 사랑은 이내 순수한 파랑으로 변한다. 따뜻한 파랑이 된다. 그리고 밀라는 비로소 다시 웃는다. 밀라의 웃음은, 그녀의 가족이 모지스에게 준 변화는, 밀라와 모지스의 사랑이 그녀의 가족에게 준 화목함은, 푸르렀다. 세상을 껴안은 듯한 파랑이었고, 돈독한 파랑이었다. 빛나는 보석처럼 반짝이고 청량한 녹색과 파랑 그 어느 사이의 진함이었다.
이미지 출처: 영화 베이비티스
아이러니하다. 병을 다시 일으킨 건 모지스라는 중독이었는데, 그런 밀라에게 유일한 삶의 의미를 가져다 준 게 그 중독이었다. 중독은 끊어야 하지만, 밀라의 중독은 끊으면 안 되었다. 끊어야 하는 중독과 달리 밀라의 중독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삶의 의미를 완성시켜주는 존재였다. 사랑의 완성이란 무엇인지, 어떤 단계에서 완성된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네 손에 죽어도 좋아’라는 죽음의 순간에서 마주친 두 눈빛으로 둘의 사랑은 절정에 이르렀다. 심해 속 비밀을 알아낸 것처럼 서로에게 돌진한다. 그 순간의 머리색과 눈빛에 투영된 빛은 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고, 색은 짙고 비밀스러운 영롱의 파랑이었다.
그녀에게 이런 사랑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늘의 일부가 된 밀라의 마지막 순간이 사랑이라서 좋았다. 사랑을 무조건 해야 하는가? 대답할 수 없는 말이다. 모든 절대주의가 위험하듯, 사랑 절대주의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어떠한 형태의 사랑이든, 어떤 정도의 사랑이든, 어떤 색의 사랑이든, 누구와 하든 사랑이든 존재한다. 사랑에 옳음은 없다. 하지만 따뜻한 사랑은 있다. 그녀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에 모든 사랑이 다양한 모습으로 휘몰아쳤지만, 처음에는 독과 같았던 날카로운 사랑이 ‘파랑’이라는 발음처럼 둥글어졌다. 그리고 이내 그녀를 둘러싼 모든 공간을 웃음과 따뜻한 온기가 감쌌다.
한 사람이 등장하면서 빚어진 사랑의 형태, 힘, 색을 그려낸 이 영화는 마법 같은 색감을 담는다. 이 영화의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다. 설레고 심장이 터질 듯한 사랑이 아니다. 그녀의 사랑은 파란색 모양의 사랑이었다. 그 모든 사랑을 남기고 바다와 하늘이 경계없이 이어진 배경 속으로 들어갔다. 지루한 나날에 기다림이 생긴 삶은 당황스럽다. 기쁜 한편 실망이 오기도 하고 그럼에도 계속 기다리며 때론 저돌적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데 무언가 치명적인 게 시작되었다는 것을 안다. 함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그 모든 감정과 상황을 푸른 색으로 그려낸 영화 베이비티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여름 밤에 만나보기를. “네 엄마가 사랑에 빠졌을 때 이랬어.”라는 영화 대사처럼 내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싶다면 찾아보기를.
Editor. 김세란
이미지출처: 영화 베이비티스 포스터
후덥지근한 날이 또다시 찾아왔다. 습한 온도 때문에 들이쉬고 피부에 닿는 모든 공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시원함을 찾는다. 싱그러운 초록의 나무, 당장이라도 빠지고 싶은 바다, 차가운 얼음. 타 들어갈 듯한 태양에 부신 눈에도 시원함이 필요하다. 푸르른 색감에 눈을 잠시 쉬게 하자.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자. 그곳엔 아마 사랑한 파랑으로 할 수 있는 사랑이란 다 해본 밀라가 있을 것이다.
빌어먹을 삶. 병은 늘 밀라의 삶을 옥죈다. 그런 밀라의 삶에 등장한 모지스는 중독적인 인물이다. 한 마디로 매력적이고 위험하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위험한 사랑이 시작된다. 뙤약볕 아래, 무얼 해도 축 처지는 하루에, 뜨거운 열기에 걷는 것조차 힘들어 여름 소리밖에 나지 않는 길 위에서, 모지스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보호와 갇힘 그 사이의 삶에서 탈피해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도피도 시도한다. 그녀의 삶에 새로움이 들어왔다. 하지만 청쾌한 푸르름은 아니고 어딘가 서늘한 파랑이 보인다. 어두운 파랑, 탁한 파랑, 몽환적인 파랑, 홀리는 파랑.
이미지 출처: 영화 베이비티스
마술적인 색감과도 같은 순간에 들어간 밀라는 다시 아프다. 마약, 술, 담배 모든 중독적인 것들 중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독한 모지스는 어느 중독적인 것보다 밀라를 위험에 빠뜨린다. 다시 병이 돋아 삶 전체가 불안해진 그녀를 위해 그녀의 아버지는 모지스를 협박한다. 넌 마음에 안 들지만, 딸 곁에는 너가 필요하다고. 살리기 위해 곁에 머무는 모지스. 겉은 매혹적이나 안은 비어 있던 그의 사랑은 이내 순수한 파랑으로 변한다. 따뜻한 파랑이 된다. 그리고 밀라는 비로소 다시 웃는다. 밀라의 웃음은, 그녀의 가족이 모지스에게 준 변화는, 밀라와 모지스의 사랑이 그녀의 가족에게 준 화목함은, 푸르렀다. 세상을 껴안은 듯한 파랑이었고, 돈독한 파랑이었다. 빛나는 보석처럼 반짝이고 청량한 녹색과 파랑 그 어느 사이의 진함이었다.
이미지 출처: 영화 베이비티스
아이러니하다. 병을 다시 일으킨 건 모지스라는 중독이었는데, 그런 밀라에게 유일한 삶의 의미를 가져다 준 게 그 중독이었다. 중독은 끊어야 하지만, 밀라의 중독은 끊으면 안 되었다. 끊어야 하는 중독과 달리 밀라의 중독은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삶의 의미를 완성시켜주는 존재였다. 사랑의 완성이란 무엇인지, 어떤 단계에서 완성된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네 손에 죽어도 좋아’라는 죽음의 순간에서 마주친 두 눈빛으로 둘의 사랑은 절정에 이르렀다. 심해 속 비밀을 알아낸 것처럼 서로에게 돌진한다. 그 순간의 머리색과 눈빛에 투영된 빛은 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고, 색은 짙고 비밀스러운 영롱의 파랑이었다.
그녀에게 이런 사랑이 있어서 다행이다. 하늘의 일부가 된 밀라의 마지막 순간이 사랑이라서 좋았다. 사랑을 무조건 해야 하는가? 대답할 수 없는 말이다. 모든 절대주의가 위험하듯, 사랑 절대주의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어떠한 형태의 사랑이든, 어떤 정도의 사랑이든, 어떤 색의 사랑이든, 누구와 하든 사랑이든 존재한다. 사랑에 옳음은 없다. 하지만 따뜻한 사랑은 있다. 그녀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에 모든 사랑이 다양한 모습으로 휘몰아쳤지만, 처음에는 독과 같았던 날카로운 사랑이 ‘파랑’이라는 발음처럼 둥글어졌다. 그리고 이내 그녀를 둘러싼 모든 공간을 웃음과 따뜻한 온기가 감쌌다.
한 사람이 등장하면서 빚어진 사랑의 형태, 힘, 색을 그려낸 이 영화는 마법 같은 색감을 담는다. 이 영화의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다. 설레고 심장이 터질 듯한 사랑이 아니다. 그녀의 사랑은 파란색 모양의 사랑이었다. 그 모든 사랑을 남기고 바다와 하늘이 경계없이 이어진 배경 속으로 들어갔다. 지루한 나날에 기다림이 생긴 삶은 당황스럽다. 기쁜 한편 실망이 오기도 하고 그럼에도 계속 기다리며 때론 저돌적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데 무언가 치명적인 게 시작되었다는 것을 안다. 함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그 모든 감정과 상황을 푸른 색으로 그려낸 영화 베이비티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여름 밤에 만나보기를. “네 엄마가 사랑에 빠졌을 때 이랬어.”라는 영화 대사처럼 내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싶다면 찾아보기를.
Editor. 김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