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28』 리뷰
-극한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
(출처: 네이버 도서)
떡볶이를 먹어도 제일 매운맛으로, 아이돌을 좋아해도 제일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유명 그룹을 좋아하던 중학생의 나. 그때의 나는 늘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에 중독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로 인해 머릿속에서 아주 뜨거운 스파크가 튀어 오르는 느낌에 중독되어 있었다. 높은 치사율을 자랑하는 의문의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해 봉쇄된 도시 ‘화양’에 갇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정유정 작가의 소설 『28』은 그런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던 책이었다. 그렇게 전염병과 봉쇄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그에 따른 어둠에만 집중하느라 그때의 나는 미처 몰랐다. 그 아래에 어떤 빛이 숨어있었는지.
『28』 속의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은 마치 그 위에 검은 물감을 쏟은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점점 까맣게 물들어 가다가 결국은 그 어둠에 묻혀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별이 낮에는 햇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다가 밤이 되면 빛을 밝히듯, 오히려 그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기자 윤주다.
기자인 윤주는 주변이 온통 햇빛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별 같은 존재다. 햇빛들 속에서 자신을 밝히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과하게 애를 쓴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어떤 기사든 써 내린다. 그 기사가 누군가의 삶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그렇게 주변을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던 중 윤주는 이 전염병이 인수공통전염병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기사를 낸다. 그렇게 그 기사가 화양의 모든 개들을 향한 학살을 정당화시키는 이유가 되고, 그 학살 현장을 보게 되며 윤주는 마침내 깨닫는다. 생명에 대한 책임을,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차가운 존재로서 앞만 보고 달려왔는지. 모두가 극한에 몰리며 자신의 빛을 잃은 새까만 어둠 속에서 오히려 윤주는 드디어 빛을 밝히게 된다. ‘선’이라는 빛을.
『28』에는 제법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전염병, 봉쇄, 범죄 등 사람을 극한으로 모는 상황들로 인해 결말부에는 소수의 인물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윤주는 그 몇 되지 않는 생존자 중 하나로서 결말에 등장한다. 이 철저한 극한 속에서 살아남은 윤주. 아마 이것은 모두가 인간성을 잃게 되었을 때,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윤주와 같은 이들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최근에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버린 뒤, 완전히 밑바닥까지 드러낸 모습을 보여주고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는 작품들이 많다. 물론 정말 그러한 인간도 있겠지만, 『28』은 그럼에도 인간은 오히려 극한 속에서도 선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어렸던 과거의 나는 그 희망을, 빛을 놓치고 지나갔으나 지금의 나는 이제 볼 수 있다. 늘 기회가 될 때마다 주변에 이 책을 추천한다. 직접 사서 선물로 건네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나와 같은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Editor. 이채원
정유정 『28』 리뷰
-극한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
(출처: 네이버 도서)
떡볶이를 먹어도 제일 매운맛으로, 아이돌을 좋아해도 제일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유명 그룹을 좋아하던 중학생의 나. 그때의 나는 늘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에 중독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로 인해 머릿속에서 아주 뜨거운 스파크가 튀어 오르는 느낌에 중독되어 있었다. 높은 치사율을 자랑하는 의문의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인해 봉쇄된 도시 ‘화양’에 갇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정유정 작가의 소설 『28』은 그런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던 책이었다. 그렇게 전염병과 봉쇄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그에 따른 어둠에만 집중하느라 그때의 나는 미처 몰랐다. 그 아래에 어떤 빛이 숨어있었는지.
『28』 속의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은 마치 그 위에 검은 물감을 쏟은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점점 까맣게 물들어 가다가 결국은 그 어둠에 묻혀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별이 낮에는 햇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다가 밤이 되면 빛을 밝히듯, 오히려 그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게 된 인물이 있다. 바로 기자 윤주다.
기자인 윤주는 주변이 온통 햇빛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별 같은 존재다. 햇빛들 속에서 자신을 밝히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과하게 애를 쓴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어떤 기사든 써 내린다. 그 기사가 누군가의 삶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그렇게 주변을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던 중 윤주는 이 전염병이 인수공통전염병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기사를 낸다. 그렇게 그 기사가 화양의 모든 개들을 향한 학살을 정당화시키는 이유가 되고, 그 학살 현장을 보게 되며 윤주는 마침내 깨닫는다. 생명에 대한 책임을,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차가운 존재로서 앞만 보고 달려왔는지. 모두가 극한에 몰리며 자신의 빛을 잃은 새까만 어둠 속에서 오히려 윤주는 드디어 빛을 밝히게 된다. ‘선’이라는 빛을.
『28』에는 제법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전염병, 봉쇄, 범죄 등 사람을 극한으로 모는 상황들로 인해 결말부에는 소수의 인물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윤주는 그 몇 되지 않는 생존자 중 하나로서 결말에 등장한다. 이 철저한 극한 속에서 살아남은 윤주. 아마 이것은 모두가 인간성을 잃게 되었을 때,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윤주와 같은 이들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최근에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버린 뒤, 완전히 밑바닥까지 드러낸 모습을 보여주고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하는 작품들이 많다. 물론 정말 그러한 인간도 있겠지만, 『28』은 그럼에도 인간은 오히려 극한 속에서도 선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어렸던 과거의 나는 그 희망을, 빛을 놓치고 지나갔으나 지금의 나는 이제 볼 수 있다. 늘 기회가 될 때마다 주변에 이 책을 추천한다. 직접 사서 선물로 건네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나와 같은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Editor. 이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