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의 하루>(2023)를 보았다. 언젠가는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의 영화를 드디어. 영화의 스타일을 대중영화와 예술영화로 거칠게 나누었을 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예술영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긴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한 번도 홍상수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이 영화가 내가 처음 접하는 그의 작품이다. 그렇지만 내 취향일 거라는 어떤 확신이 있었기에 부푼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독립영화관으로 향했다.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 포스터를 살펴보았다. 평론가들의 호평이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관람객은 나와 다른 한 분이 다였다. 그분과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는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에피소드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상원과 지수의 이야기이다. 배우를 하다가 그만둔 상원에게 배우를 꿈꾸고 있는 그녀의 조카가 찾아온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시인 의주와 두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살고 있는 의주에게 두 젊은이가 찾아와 술판을 벌인다. 상원은 조카에게, 의주는 젊은이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상원과 의주는 라면에 고추장을 넣어 먹는 독특한 습관이 있다. 상원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있고, 의주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는 딸이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느슨한 고리로 연결된 이들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는 비일관적이고 산발적인 우리의 일상을 닮아있다. 고정적인 카메라와 롱 테이크로 구성된 쇼트들이 리얼리즘을 극대화한다. 관객은 송송 뚫린 구멍들을 각자의 상상력으로 메운다.
<우리의 하루>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쉽게 언어화하지 못했던 나의 고민들을 명확하게 지적해 주었기 때문이다. 의주는 우리는 모두 오답 속을 헤매고 있기에 어설프고 어색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으며, 진리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삶은 너무 짧고 빨리 끝나버리기에 삶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의주가 젊은이에게 해준 연륜이 묻어난 조언들은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도 같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삶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하루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삶에 의미가 있다고 믿으면서 그것을 찾기 위해 하루를 낭비하고 있진 않은가? 영화에선 ‘하루’라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하루의 주인 정수는 하루를 잃어버린 뒤, 잃어버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잃어버릴 수 없는 것들. 그것은 하루 중에 누리는 사소한 기쁨들이 아닐까.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시시콜콜한 대화, 산책을 하면서 맞는 선선한 바람 같은 것들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 오늘 좋은 하루를 보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Copyright 2023. Dear.A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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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지현
designer. 홍지은
며칠 전,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의 하루>(2023)를 보았다. 언젠가는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의 영화를 드디어. 영화의 스타일을 대중영화와 예술영화로 거칠게 나누었을 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예술영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긴 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한 번도 홍상수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이 영화가 내가 처음 접하는 그의 작품이다. 그렇지만 내 취향일 거라는 어떤 확신이 있었기에 부푼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독립영화관으로 향했다.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 포스터를 살펴보았다. 평론가들의 호평이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관람객은 나와 다른 한 분이 다였다. 그분과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는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에피소드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상원과 지수의 이야기이다. 배우를 하다가 그만둔 상원에게 배우를 꿈꾸고 있는 그녀의 조카가 찾아온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시인 의주와 두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살고 있는 의주에게 두 젊은이가 찾아와 술판을 벌인다. 상원은 조카에게, 의주는 젊은이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상원과 의주는 라면에 고추장을 넣어 먹는 독특한 습관이 있다. 상원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있고, 의주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는 딸이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느슨한 고리로 연결된 이들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는 비일관적이고 산발적인 우리의 일상을 닮아있다. 고정적인 카메라와 롱 테이크로 구성된 쇼트들이 리얼리즘을 극대화한다. 관객은 송송 뚫린 구멍들을 각자의 상상력으로 메운다.
<우리의 하루>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쉽게 언어화하지 못했던 나의 고민들을 명확하게 지적해 주었기 때문이다. 의주는 우리는 모두 오답 속을 헤매고 있기에 어설프고 어색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으며, 진리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삶은 너무 짧고 빨리 끝나버리기에 삶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의주가 젊은이에게 해준 연륜이 묻어난 조언들은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도 같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삶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하루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삶에 의미가 있다고 믿으면서 그것을 찾기 위해 하루를 낭비하고 있진 않은가? 영화에선 ‘하루’라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하루의 주인 정수는 하루를 잃어버린 뒤, 잃어버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잃어버릴 수 없는 것들. 그것은 하루 중에 누리는 사소한 기쁨들이 아닐까.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시시콜콜한 대화, 산책을 하면서 맞는 선선한 바람 같은 것들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 오늘 좋은 하루를 보내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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