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미가 울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두 귀를 막고 있던 에어팟을 빼니 어느새 들려온다. 매미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 언제 여름이 왔는지 그 시작을 느낄 새 없이 여름이다. 땀이 나고, 손깃 스치는 것마저 기절할 듯이 싫은 습도 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지금 여름을 나고 있다. 여름을 나는 방법은 사람마다 때마다 다르다. 나의 올해 여름을 담아본다. 이 글은 내가 감상한 여름에 대한 내용이다.
작년 여름에 비해 올해 여름은 더 덥다. 작년 이맘때 쯤은 어떻게 살았나 일기장을 들춰보니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았을 정도로 덥지 않았다. 내 방은 창이 트여 있어 채광도 좋지만, 그만큼 바람도 자주 얼굴에 비춰지기 때문에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이는 게 모터 달린 에어컨이나 선풍기보다 더 시원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시원하게 블라인드를 걷고 방충망의 작은 숨구멍 하나하나까지도 바람이 들어갈 수 있게 창문을 끝까지 열어젖혀야 한다. 그럼 시원한 냄새와 함께 밖에서 맡을 수 있는 특유의 밖 내음이 맡아진다.
올해에도 밝지 않은 여름이 있었다. 싱그럽지 않은 하늘일 때는 비가 배기관과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기 전에는 날이 흐리고, 온몸은 습기로 뒤덮인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손등이라도 스치면 내 갈매기 눈썹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더욱 높게 솟는다. 또 집에 있으면, 방바닥은 내 발바닥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그 느낌이 싫어서 비가 오는 날에는 선풍기로 방바닥을 열심히 쐰다.
이번 여름도 싱그럽다. 푸르고 싱그러운 장면이 많아서 좋다. 초록색에 꽂히기도 했지만 푸르고 싱그러운 감정이 좋아서 이번 여름도 끝나길 바라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기차를 타며 보는 푸르름과 버스에서 바라보는 싱그러움, 차로 맡는 푸른 내음이 향수 취향까지 바꿔놓았다. 열심히 밖을 돌아다니며 맛본 푸름과 싱그러움이 울상이었던 지난 봄과 초여름의 순간을 잊게 만들었다.
매미가 울고 있다.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Editor. 김하랑
매미가 울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두 귀를 막고 있던 에어팟을 빼니 어느새 들려온다. 매미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 언제 여름이 왔는지 그 시작을 느낄 새 없이 여름이다. 땀이 나고, 손깃 스치는 것마저 기절할 듯이 싫은 습도 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지금 여름을 나고 있다. 여름을 나는 방법은 사람마다 때마다 다르다. 나의 올해 여름을 담아본다. 이 글은 내가 감상한 여름에 대한 내용이다.
작년 여름에 비해 올해 여름은 더 덥다. 작년 이맘때 쯤은 어떻게 살았나 일기장을 들춰보니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았을 정도로 덥지 않았다. 내 방은 창이 트여 있어 채광도 좋지만, 그만큼 바람도 자주 얼굴에 비춰지기 때문에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이는 게 모터 달린 에어컨이나 선풍기보다 더 시원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시원하게 블라인드를 걷고 방충망의 작은 숨구멍 하나하나까지도 바람이 들어갈 수 있게 창문을 끝까지 열어젖혀야 한다. 그럼 시원한 냄새와 함께 밖에서 맡을 수 있는 특유의 밖 내음이 맡아진다.
올해에도 밝지 않은 여름이 있었다. 싱그럽지 않은 하늘일 때는 비가 배기관과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기 전에는 날이 흐리고, 온몸은 습기로 뒤덮인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손등이라도 스치면 내 갈매기 눈썹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더욱 높게 솟는다. 또 집에 있으면, 방바닥은 내 발바닥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그 느낌이 싫어서 비가 오는 날에는 선풍기로 방바닥을 열심히 쐰다.
이번 여름도 싱그럽다. 푸르고 싱그러운 장면이 많아서 좋다. 초록색에 꽂히기도 했지만 푸르고 싱그러운 감정이 좋아서 이번 여름도 끝나길 바라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기차를 타며 보는 푸르름과 버스에서 바라보는 싱그러움, 차로 맡는 푸른 내음이 향수 취향까지 바꿔놓았다. 열심히 밖을 돌아다니며 맛본 푸름과 싱그러움이 울상이었던 지난 봄과 초여름의 순간을 잊게 만들었다.
매미가 울고 있다.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Editor. 김하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