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있을 때에는 차려 먹는 것을 좋아했다. 비빔면을 먹을 때는 삼겹살을 같이 굽는다던가, 본 요리에 곁들여 먹을 음식을 고르고 예쁘게 담아 먹는 게 좋았다. 한가로이 1시간 정도 밥을 먹으며 시간으로 사치를 부렸다. 아침을 먹으며 점심을 고민했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저녁을 준비했다. 승부욕도 하고 싶은 일도 없던 내게 식욕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도파민을 쥐여주었다.
나도 나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데 누군가가 나를 믿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어려운 일이 근래 내게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귀한 마음들을 등에 지고서 작고 소중한 책임감으로 일을 시작했다. 열심히 몰두하며 나답지 않은 일들을 근근이 요란스레 해냈다. 혼란스럽지만 선명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예전만큼 뭔가를 먹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성취감. 기묘한 감각이었다. 결과물로 얻어낸 도파민은 음식처럼 입안을 가득 텁텁하게 만들지 않고도 단맛을 냈다. 이상하게 기뻤다. 다시 한 번 그 맛을 보고 싶었고 나답지 않은 일을 다시 헤어 보기 시작했다. 문득 어제와 다르다는 이질감이 묘하게 거슬렸다. 나답지 않은 건 뭔데. 그냥 지금의 내가 나다운 거 아닌가? 마음의 결을 납득이 될 때까지 빗었다.
누군가에게 어제를 고백하는 건 떫었다. 토하듯 뱉어낸 말들은 하루가 지나면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그런데도 자꾸 말했다. 나 원래 이런 성격 아닌데. 원래는 어떻고 저떻고. 묻지도 않은 말에 변명이라도 하듯이. 어제와 같지 않은 오늘은 낯선 향신료를 뿌린 것 같았다. 한 달, 두 달이 지나서야 내 것 같지 않은 오늘이 나의 오늘임을 알았다.
유난히 해가 긴 여름은 하루가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여전히 조금 둔하고 느린 나는 오히려 긴 하루가 반갑다. 연둣빛 새순이 자라 초록으로 우거지는 여름.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이 내게 어떤 맛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ditor. 나예원
여유가 있을 때에는 차려 먹는 것을 좋아했다. 비빔면을 먹을 때는 삼겹살을 같이 굽는다던가, 본 요리에 곁들여 먹을 음식을 고르고 예쁘게 담아 먹는 게 좋았다. 한가로이 1시간 정도 밥을 먹으며 시간으로 사치를 부렸다. 아침을 먹으며 점심을 고민했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저녁을 준비했다. 승부욕도 하고 싶은 일도 없던 내게 식욕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도파민을 쥐여주었다.
나도 나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데 누군가가 나를 믿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어려운 일이 근래 내게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귀한 마음들을 등에 지고서 작고 소중한 책임감으로 일을 시작했다. 열심히 몰두하며 나답지 않은 일들을 근근이 요란스레 해냈다. 혼란스럽지만 선명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예전만큼 뭔가를 먹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성취감. 기묘한 감각이었다. 결과물로 얻어낸 도파민은 음식처럼 입안을 가득 텁텁하게 만들지 않고도 단맛을 냈다. 이상하게 기뻤다. 다시 한 번 그 맛을 보고 싶었고 나답지 않은 일을 다시 헤어 보기 시작했다. 문득 어제와 다르다는 이질감이 묘하게 거슬렸다. 나답지 않은 건 뭔데. 그냥 지금의 내가 나다운 거 아닌가? 마음의 결을 납득이 될 때까지 빗었다.
누군가에게 어제를 고백하는 건 떫었다. 토하듯 뱉어낸 말들은 하루가 지나면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그런데도 자꾸 말했다. 나 원래 이런 성격 아닌데. 원래는 어떻고 저떻고. 묻지도 않은 말에 변명이라도 하듯이. 어제와 같지 않은 오늘은 낯선 향신료를 뿌린 것 같았다. 한 달, 두 달이 지나서야 내 것 같지 않은 오늘이 나의 오늘임을 알았다.
유난히 해가 긴 여름은 하루가 끝날 듯 끝나지 않는다. 여전히 조금 둔하고 느린 나는 오히려 긴 하루가 반갑다. 연둣빛 새순이 자라 초록으로 우거지는 여름.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이 내게 어떤 맛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ditor. 나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