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Sculptor 남가현



INTRO


모호하고 흐릿하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선명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 안개를 걷고 묵묵히 나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나

부드럽고 너그럽게 우리에 곁에 스며들어 온 예술을 본다.



 w. 황이연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다니고 있는 20학번 남가현입니다.

    저는 평면과 입체의 가운데에서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작가입니다. 동양적인 요소와 레이저 커팅을 합쳐서 하는 개인 작업과 레이저 커팅으로 자연물을 만드는 팀 ‘워밍’에서 멤버로 활동하고 하고 있습니다.



조각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어릴 때부터 미술을 했는데 입시미술은 늦게 시작했어요. 정확하게 어떤 걸 하겠다고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소와 회화를 같이하는 입시미술 학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조소 입시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조형 재료 중 금속이라는 재료를 선택하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항상 금속을 쓰는 것만은 아닌데 금속을 쓰게 된 이유는 가장 높은 완성도를 낼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혼자 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거든요. 기계가 다 해주는 건데 그러다 보니 완성도가 높아지고, 또 영구성이 가장 높아져요. 그래서 캐스팅을 하거나 몰딩을 떴을 때보다 훨씬 더 퀄리티가 높게 나오고 완성도 높은 작업을 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또 그러면서도 되게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해요. 

    쇠 같은 경우에는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스틸, 일반 철판, 제가 자주 쓰는 전기아연 도금 강판이라는 egi 등 다양한 느낌들이 있어요. 거기에다가 색을 올리는 방법도 다양하고 재료를 노출시키면서도 다양한 느낌을 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제가 가장 좋다고 느낀 부분은 대비된 느낌을 강력하게 줄 수 있다는 거에요. 차갑다는 선입견 속에서도 곡선적인 부드러운 요소를 결합할 수도 있고, 또 색을 올려서 딱딱한데도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도 있고 되게 재미있는 재료라고 생각을 해서 가장 주로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활동 분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저는 아직 학생이라 어딘가에 소속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 작업으로는 동양화로 화판에다가 배점을 해서 동양화된 작품 위에다가 레이저 커팅을 해고 그걸 그대로 얹어서 평면과 입체를 결합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팀 워밍’에서는 <가영>이나 <선의 찬미>, <태극>과 같이 벽에 걸 수 있는 부조 형식이지만 조형이면서 온전히 금속으로만 이루어진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는 작가로 나아갈 생각이라 꾸준히 전시 기회도 최대한 많이 찾고, 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활동하시는 장르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작업의 장점이면서 차별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게 굉장히 모호해요. 제가 동양학과에 가면 엄청 입체적인 사람이 되고 조소과에서는 엄청 평면적인 사람이 돼요. 조소과 수업을 하게 되면 남들이 100% 환조를 만들 때 저는 벽에 걸 수 있는 부조 작업을 하게 되는 셈이고, 또 동양학과에서는 아무래도 재료에 한계가 있는데 저는 재료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보니 동양화도 배접*된 것 위에다가 스톤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하고 남들이 안쓴 재료도 더 써요. 또 레이저 커팅도 올리니까 동양학과 입장에서는 엄청 입체적이고 차별화 되는거죠.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약간 중의적인 위치에 있다는 게 제 장점이자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해요. 언제든지 넓은 스펙트럼을 드나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이게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의 장르 자체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접 : 종이, 헝겊 또는 얇은 널조각 따위를 여러 겹 포개어 붙임

 


특별한 비하인드가 있는 작품이 있을까요?

    <가영>은 제가 처음 팀으로 작업을 했던 작품이에요. 그 당시 캐드를 다룰 수는 있었는데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처음이라 되게 걱정도 많았어요. 실력도 가장 없었을 때였는데 오히려 그 작업이 가장 잘 팔리고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그리고 제 개인 작업 중에서도 <입체산수>도 굉장히 빨리 작업했어요. 그림을 반나절 만에 다 그리고 스프레이도 하루 동안 올려가지고 되게 빨리 완성했는데 오히려 몇 배의 시간을 그린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더라고요. 시간을 많이 써야지만 모이든 사람이 좋아해주고 그 과정을 인정해 주는 건 아니구나, 하고 느꼈어요. 처음이 가장 아는게 없어서 가장 색다르게 나왔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작품 '가영(佳永 佳英 假永 假英)'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저는 제 작품을 보고 어떤 심오한 글에서 메시지를 전달해주거나 어려운 내용을 담아서 여러분이 제 텍스트를 찾아보고 이해해주세요. 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작품을 통해 엄청난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보이는 그대로를 봐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내용이 없는 건 아니지만 특별한 메시지보다 보이는 그대로 느꼈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내용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아요. 알아서 여러분이 보고 본인의 취향대로 판단도 내려주고 생각도 해 주면 된다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동양화를 주제로 작품을 많이 다루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중국 산수화를 봤는데 그게 제 취향이었어요. 그래서 제 취향에서 작업이 시작된 게 가장 크고, 입체의 정반대에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평면적인데 다양한 각도를 담고 있고, 오히려 막 종이도 배접을 하면서 더 레이어가 많이 생겨 깊이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극복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저는 굉장히 맥시멈 리스트거든요. 꽉 차고 뭔갈 계속 채워 놓는걸 좋아해서 많은 걸 담고 싶었는데, 비워내고 비워낼수록 오히려 더 꽉 찬 느낌을 낼 수 있는 분야가 동양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입체는 어쨌든 만들어 채우고 쌓고 얽혀내야지 뭔가 만들어지는데, 동양화는 비우고 비우고 비워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둘을 합쳤을 때 밸런스가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또 한쪽에서 채웠다면 한쪽에서 비울 수 있는 요소가 조형성에 있어서 굉장히 잘 어우러지고 결합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동양화의 제 취향과 동양화의 이런 장점들을 고려해서 작업을 합치게 됐습니다.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집중해서 봐줬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으실까요.

    작품에 보이는 그 자체를 봐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내용이 있을 거라고 괜히 막 엄청 과하게 스토리가 있을 거라고 어렵게 생각하시지 않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굉장히 제가 밀도가 높다고 자부할 수 있거든요. 제 작업이 특히 팀 작업 같은 경우에는 레이저 코팅해 주시는 분이 최우람 작가님처럼 유명 작가님들의 레이저 커팅을 해주시는 업체 대표님과 함께 팀 작업을 하는 거라 굉장히 퀄리티가 높아요. 그냥 높은 완성도를 봐줬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전 기성 작가가 아닌 학생 작가니까 학생 작가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서 정말 작가로서의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인정해 줄 수 있도록 디테일한 면들까지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거나 특별했던 작품을 하나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 작품 중에 <무릉도원>이라는 사이키델릭한 색감과 아이소 핑크로 만든 산 모형들, 배경 캔버스화가 같이 결합된 작품이 있어요. 그떄가 제 모든 작업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때부터 입체와 평면을 합치기 시작했고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던 작업이라 지금 보면 굉장히 낮은 퀄리티지만 가장 애정이 가고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는 애정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작품 '무릉도원' 



약력이 긴 편이신데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신가요?

    제가 대외활동도 많이 하는데 ‘아시아프’에서 학생 도슨트와 아티스트 아트 매니저로 활동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눈 앞에서 작품이 팔리는 과정을 보면서 되게 많이 느꼈어요. 직접 나가서 보니까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학생임에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작업에 뛰어들고, 거래를 하고,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제 눈앞에서 보고 나니까 그때부터 작업을 정말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각오가 생겼어요.

 


작업과정에 루틴이나 특별한 과정이 있을까요?

    오히려 특별한 과정이 없는데 저는 스케치를 안 하고 작업을 시작해요. 모든 작업을 아이디어 스케치 같은 걸 전혀 안 하고 완성품에 대한 흐릿한 이미지만 가지고 바로 작업을 시작해요.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 있지만 백지부터, 남들이 보기에는 되게 어설프게 시작을 하는 편이에요. 저는 일단 손을 대기 시작해야지 진도를 뺄 수 있는 스타일이라 많이 실패하고 되풀이를 많이 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언제나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차분하게, 천천히, 완벽하게 보다는 빠른속도로 느리게, 길게 작업하는 편입니다.

 


작업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실까요.

    돈이 가장 힘듭니다. (웃음) 돈과 보관방법과 작업공간.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니고, 스프레이를 해야 되니까 야외에서 해야 하다 보니 어려운 면이 있어요. 그리고 물감 값보다는 금속 값이 더 비싼데 거기다가 스프레이는 스프레이 값대로 나가고, 재료값고 레이저 커팅 비용이 따로따로 나가니까 비용적인 측면이 가장 부담이 큽니다.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이나 작품활동을 하면서 바라시는 것이 있을까요?

    자유롭게 작업을 하고 싶어요. 작가들도 하나의 직업이기 때문에 조건이 많이 붙는데 그런 조건 속에서 좀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날을 꿈꾸고 있어요. 지금은 오히려 돈을 내고 전시를 해야 될 때도 있는데 언젠가는 작품도 잘 팔리고 또 많은 사람이 찾아와 주는, 그래서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재료로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네이밍이 있는 작가가 될 때까지 계속 나아가고 싶습니다.


 

작품 활동에 영향을 준 아티스트나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동양화 작가님 중에 이세현 작가님의 <붉은 산수> 작품에서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서 동양화에도 사이키델릭한 색감을 받아와야겠다는 영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또 조형적인 면에서는 최근까지도 계속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하셨던 문신 작가님이 있어요. 작가님의 작품 속 시메트리가 약간의 불균형에서 느껴지는 유기체적인 생동감과 생명력을 보여주거든요. 조각이 가지고 있는 굉장히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묵직한 힘이 잘 느껴져서 그 작가님도 좋아해요.

    제가 다루는 분야에 있어서는 최우람 작가님이 가장 고난이도 철조 작업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님이라 좋아해요. 왕지원 작가님은 불교 예술이면서도 본인 이야기를 담은, 기계적이면서도 종교적이고, 그러면서도 조형성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는 작가님이라서 좋아합니다. 여러 분야의 많은 작가님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 참고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질문인데요.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유일하게 다른 사람과 다른 나를 찾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예술이라는 게 현실적인 면들이 많은 일상생활을 살면서 예술에서만큼은 가장 자유롭게 본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사실 작가들도 팔리는 작업을 해야되고 이런 눈치 보는 상황이 많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예술은 다 자유롭다는 선입견이 있고요. 저는 오히려 그런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그 분야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이 있고, 그래서 계속 수요가 있고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 또한 그에 맞게 언제나 유연하게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잘 스며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종교랑 예술 같은 경우가 딱 유연하게 그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잘 스며들어서 곳곳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분야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발전된 기술에 맞춰서, 옛날에는 먹으로 그렸지만 이제 기계를 쓰고 종교 같은 경우에도 시대에 따라 다른 종교가 눈길을 끌게 되는 것처럼 유연함이 사라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고, 유연하게 해서 없어질 수 없게 사람들이 또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좋은 이야기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요즘 사람들이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니잖아요. 그런데 대형 미술관 말고도 인사동이나 삼청동 같은 곳에 작은 갤러리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조그만 갤러리들에서 많은 학생 작가들이 사비를 내가면서 전시를 많이 하고 있으니까 많이 관심 가지고 찾아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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