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T]Florist Midsummer





INTRO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깔과

먼발치에서도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


순간이기에 되려 영원으로 남을

피어남과 시듦의 미학.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0년째 플로리스트로서 활동하고 있는 공민선이라고 합니다. 현재 이태원에서 스튜디오를 운영중이고 개인 주문부터 브랜드 디스플레이나 웨딩, 클래스를 진행하며 꽃과 관련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따로 있을까요?

    저는 학부 때 그림을 전공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뭔가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중에서도 특히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꽃과 식물을 많이 그리게 되고, 관심이 실제 꽃으로 옮겨가서 ‘그림을 그리듯 꽃으로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붓’으로 표현하던 감정이나 내면을 ‘꽃’을 이용해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예술’은 우리에게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꽃은 그보다 일상에 가까이 있잖아요. 그런 일상적인 것들을 활용해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꽃과 식물을 위주로 작업하시나요? 

    특정 꽃을 주로 사용하기보다는 계절 꽃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해요. 꽃은 계절에 따라서 피는 게 다 다르거든요. 소재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기 때문에 정해두고 쓰는 꽃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계절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꽃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선호하는 꽃과 소재가 있다면 덩쿨 식물을 좋아하는 편이긴 해요. 율동감을 잘 표현해 줄 수 있거든요. 덩쿨 식물이 아니더라도 부드러운 라인감이 돋보이거나 곡선적인 형태를 가진 꽃들을 선호합니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선호하시는 거 같은데 이유가 있나요?

    저는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꽃을 선호해요. 자연에는 직선적인 요소와 곡선적인 요소가 모두 존재하지만 가장 자연에 가까운 모습,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을 표현하기에는 곡선적인 요소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꽃은 ‘향기’라는 후각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는 꽃을 사진을 통해 많이 보여드려요. 사진으로 꽃을 보여드린다고 했을 때  봄의 향기도 함께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곡선적인 요소가 표현하기 좋다고 생각해서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통상적으로 예술에서 사용되는 물감이나 붓 같은 재료가 아니라 꽃이라는 재료를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작업의 특수성이 있나요?

    물감이나 붓과는 다르게 꽃은 생과 사를 가진 ‘생물’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작약 꽃을 예로 들자면, 4, 5월 봄이 작약 철이에요. 그래서 겨울에 사용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렇게 작품이 계절감을 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꽃은 금방 시드는 생물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한시적인 작품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관련해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저는 반대로 꽃이 시드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꽃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영원하지 않고 계속 변화하잖아요.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는 게 오히려 꽃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출처 : @midsummer__k (미드썸머 인스타그램) 



작품 창작이 어떤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 

    꽃을 직접 길러서 작업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꽃 시장에서 꽃을 사서 작품을 만들어요. 어떤 꽃으로 작업을 할지 선택을 하기 위해선 영감을 받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운전하다가 보이는 창 밖의 풍경이나 잡지, 아니면 낡은 동네 등 일상적인 것 들에서 영감을 얻어요. 그 영감을 바탕으로 꽃을 정하면 바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꽃에 물을 먹이는 과정이 필요해요. 물을 먹이는 시간이 지나면 그때 작업을 시작해요. 저는 그림을 전공해서 작업을 할 때에도 그림을 그리듯 구도를 잡은 후에 색칠하듯이 면을 채워가요. 구도를 잡을 때는 제가 주로 당일 사입해 온 꽃의 라인이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업을 진행합니다.



작업을 진행할 때 어떤 의도나 주제 의식을 갖고 작업을 진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분야가 순수 예술은 아니다 보니 클라이언트가 있어서 상품으로 나가는 꽃과 그렇지 않은 꽃을 나눠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랜드 디스플레이나 웨딩 디렉팅 같이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의 경우에는 제 감성을 표현하면서도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작업합니다. 이외에 수업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저의 주관적인 표현을 위주로 작업하는데 그중에서도 꽃의 컬러 매치나 질감의 변화에 따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합니다.



지금까지 작업하셨던 작품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전에 말씀드렸듯이 꽃 작업의 경우는 순수 예술이 아니라 상품으로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현재 운영중인 스튜디오로 이전을 할 때 이 곳에 꽃으로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가 가을이어서 가을 들판을 주제로 공간을 꾸몄어요. 꽃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그때만큼은 평소처럼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작업이 아니라 저를 위해서 했던 작업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가을 들판을 주제로 하셨다면 정말 스튜디오에 들판 같은 공간을 만드신 건가요?

    맞아요. 지금 작업실이 20평 정도거든요. 이 공간을 꽃과 식물들로 가득 채웠어요. 가을의 들판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지만 그런 풍경이 특정한 공간 안에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은 그냥 가을 들판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시를 관람할 때처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인스타 소개에 적힌 ‘우리는 말하는 꽃을 좋아합니다’에서 ‘말하는 꽃’은 정확하게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We love talking flowers!’가 ‘우리는 꽃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였는데 ‘about’이 빠져서 변역의 오해가 생기신 것 같아요. (웃음) ‘We love talking flowers!’는 제가 만든 슬로건입니다.



사진 출처 : @midsummer__k (미드썸머 인스타그램)



유튜브 영상 중에 도쿄에 꽃집 투어 영상이 있던데 나라마다 꽃집의 특징이나 분위기에 차이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요즘에는 sns가 발달되어 있다 보니까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꽃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도 각 나라의 문화가 반영되다 보니 차이가 조금씩은 있는 거 같긴 해요. 예를 들면, 유럽 같은 경우는 꽃을 주로 냉장고에 넣어두기보다는 꽃집 바깥에 전시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한국은 여름에 굉장히 습하고 덥잖아요. 유럽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꽃을 바깥쪽에 진열해둘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 같은 경우는 살짝 피어 있는 꽃을 선호한다고 해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피어 있는 꽃은 상품 가치가 떨어졌다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라는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냉장고 안에 진열이 되고 그렇지 않은 유럽이나 일본은 바깥쪽에 전시를 많이 해놓더라고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화훼 산업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같은 꽃의 가격도 우리나라에 비해 굉장히 저렴하거든요. 그래서 꽃을 그냥 가게 내부에 진열하기도 해요.
이외에도 포장법에 좀 차이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한국은 아무래도 보통 꽃을 특별한 날에 선물로 사다 보니까 장식적이고 화려한 포장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에 반해서 유럽에서는 그냥 꽃을 한번 마는 식으로 포장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꽃에도 트렌드가 존재하나요? 존재한다면 요즘의 트렌드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꽃도 패션처럼 계속 변하고 진보하거든요. 확 바뀐다기보다는 기존의 것이 이어지면서 다른 것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 같아요. 2010년도 즘에는 프렌치 스타일이 트렌드였던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부피도 크고 소재가 많이 사용된 꽃이 유행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요즘에는 이케바나*에 기반한 꽃꽂이가 유행인 것 같아요. 그 이유에는 환경적인 이슈도 반영되었다고 생각해요. 전세계적으로 꽃을 포장할 때 썩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는데 그게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서 요즘은 환경 보호 의식이 있는 플로리스트들을 중심으로 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꽃을 꽃는게 트렌드가 되는 거 같아요.

    형태적으로 보자면 이케바나 스타일의 선이 많이 강조된 점이 트렌드였는데 요즘 같은 경우에는 트렌드가 또 변화해서 꽃으로 마치 조각을 만들듯이 작업하는 게 트렌드고 또 이게 변화하면서 작가의 철학을 담을 수 있는 예술 작품같은 꽃이 요즘 트렌드인 것 같아요.



트렌디한 꽃이라는 게 정확하게 어떤 뜻일까요?

    전형적인 꽃이라고 하면 아름다움이 기반되잖아요. 그런데 트렌디한 꽃은 그런 색감이나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꽃을 정말 표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꽃으로 괴물 같은 형상을 표현하거나 꽃을 탑처럼 쌓아서 작업하시는 작가분들도 있어요. 마치 조각처럼 무의미하게 꽃을 쌓으며 작업하기도 해요.



꽃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모습이나 요소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앞서 드린 말씀과 일맥상통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꽃은 생물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꽃을 보고 있으면 시들어가기까지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꽃이나 식물이 인간의 함축적인 부분을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에 순응하는 것. 태어났으면 죽는 것. 그리고 꽃이 피기까지의 시간과 꽃이 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되는 것들이랄까요. 저는 꽃을 계속 접하다 보니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저뿐만이 아니라 꽃을 다루시는 분들은 아마 전부 느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다음은 저희의 공통 질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로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의 정의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는 예술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나 공간도 예술이 될 수 있고, 그런 것들을 아름답게 바꾸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그냥 로봇이 사는 세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예술은 인간의 감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결핍을 채워주면서 버팀목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실까요?

    아직까지는 꽃을 좀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꽃이 조금 더 사람들의 일상 곁에 가까이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바람이 가장 커요. 집에 꽃 한 송이를 두는 그 기쁨을 누려본 사람은 안 누려본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식물이나 꽃을 집안에 두고 일상에서 꽃을 더 가까이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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