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언어] Writing 이정민


INTRO


활자 언어를 뛰어넘어, 무수한 표현 매체를 통해

가장 인간다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

 

즉흥 재즈 세션처럼 자유분방하면서도 분명하게 일상의 순간을 붙잡으려는 그의 노력이

자신을 잃지 않으며 살고 싶다는 당찬 포부 속에서 영원히 빛난다면 좋겠다.

 

W. 김수은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반갑습니다. 저는 23살 대학생이고요, 어떻게 보면 글쟁이인 이정민입니다.

 


전공과 활동하고 계신 분야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영어와 항공서비스를 전공하고 있어요. 블로그에는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에는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 연주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예술로 작가님을 표현하고 계신데, 우선 본인을 ‘글 쓰는 사람’으로 소개해주신 만큼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전공이 서비스 쪽이다 보니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에게 치이는 상황을 많이 마주하면서 가끔 우울증 증세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힘든 걸 털어놓고 싶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고, 그게 하나씩 늘어나면서 지속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일 외에 음악 활동도 하시는 것 같은데, 음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의 영향으로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레코드판을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어요. 12살 때 어머니가 동사무소에서 기타를 배우셨는데, 재밌어 보여서 따라 연주하다가 중학교 때는 밴드부에서도 활동하게 됐어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다 보니 음악을 즐기는 영역이 넓어졌고요. 이렇게 관심사를 쭉 이어오다가 최근에는 레스토랑에서 보컬로 활동하는 등 음악에 대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어요.

 


작가님의 글들이 어떻게 쓰이게 됐는지 뒷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비하인드가 있다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이고 평범한 삶,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것에서 영감을 얻어요. 블로그에 포스팅한 재즈에 관한 글은 저의 시선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쓰게 되었어요. <너를 보러 가는 길>은 제가 옛날부터 갖고 있던 생각을 바탕으로 지하철에서 자연스레 쓰게 되었고요. 또 저의 청개구리 같은 습관 덕에 글이 재밌게 써지는 것 같기도 해요. 예를 들어 지하철 창밖에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마냥 예쁘다고 생각하기보다 반대로 보려는 것처럼요.



<너를 보러 가는 길은> 전문 보기

 


<너를 보러 가는 길>을 쓰실 때, ‘너’라는 대상은 특정 인물을 생각하며 쓰신 건가요?

   제 남자친구인데요. (웃음) 예상치 못한 영감, 시간과 말, 순간들이 겹쳐서 나온 글이에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의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풍경도 쓱쓱 지나가는 걸 제 시각으로 썼어요.

 


일상생활을 제외하고 영감을 얻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극도로 힘들 때, 극도로 행복할 때요. 한쪽으로 치우친 감정이 한계에 달하면 영감의 불이 타오르는 것 같아요.

 


작가로서 자신의 재능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확고한 스타일을 갖고 글을 쓰는 게 제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글을 쓸 때 예쁘게 보이도록 꾸미고 싶지 않아요. 정말 담백하게 인간의 현실을 적시는 글을 쓰고 싶어요. 저는 인간의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재즈(Jazz)'를 좋아하는 이유> 전문 보기


 

혹시 영화 <소울> 보셨나요? <내가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라는 글을 읽고 떠오른 영화인데, 보셨다면 작가님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음악도 굉장히 좋았고, 주인공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저도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다 보면 영원할 것 같은 다른 세계에 가 있는 듯 붕 뜬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완전히 다른 음악 세계에 몰두하고 집중하는 느낌 말이에요! 그래서 너무 공감하며 잘 봤습니다.

 


저희 매거진 이번 호 주제가 ‘언어’예요. 글을 쓰는 분이시다 보니 언어에 대해 각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실 것 같은데, 작가님께 언어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언어를 내뱉는 데 있어 사람의 중심성이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대방이 들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말을 고민하고 전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거겠죠. 언어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보다도 정교하다고 생각해요. “이것 좀 해주세요.”와 “이것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미세한 한 끗 차이가 엄청나죠. 언어는 굉장히 정교하게 사람의 마음을 왔다 갔다 조정할 수 있어요.

   또 문체의 측면에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체를 좋아해요. 생경한 순우리말이라거나,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단어들, 혹은 형용사가 많이 들어간 문체요.

 


‘자신만의 고유한 것을 찾고 지키는 것’은 때로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특별히 자신만의 언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철학 관련 서적들이 제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 기여해 준 것 같아요. 철학책들을 읽으며 생각과 신념이 뚜렷해지고,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타인의 시각에 말려들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철학이 마냥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께는 입문 서적으로 굉장히 쉽고 재미있는 『웃기는 철학』을 추천해요.

 


글과 음악 각각의 장르에서 작가님이 느끼시는 다른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글과 달리 음악은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실체가 있지는 않잖아요. 시각과 청각에서 오는 느낌이 각각 다르지만, 굳이 고르자면 저는 아무래도 음악에 좀 더 애정이 가요. 글을 쓸 때도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쓰거든요. 어떤 음악을 듣는지에 따라서 글을 쓸 때 생각하는 단어와 문체도 달라져요. 가끔은 음악에 거의 조종 당하는 수준이랄까요.

 


상황에 따라 다른 음악을 감상하는 걸 즐기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지금 인터뷰를 하며 배경에 흘러나왔으면 하는 음악이 있나요?

   왜인지 신나는 템포의 스윙 음악, 재즈 스탠더드 중 「I’ll Remember You」라는 곡이 떠오르네요.

 


작가님께서 좋아하는 것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다를 때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예전에는 사람들의 눈을 많이 신경 쓰곤 했는데, 지금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생각보다 확고하고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걸 알거든요. 뭐가 됐든 결국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할 사람은 싫어해요. 하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믿는 거죠.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간의 유일성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또, 예술은 시간이 지나 곧 그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가 되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목표, 그리고 예술가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고 싶으신지 말씀해주세요.

   나의 시각,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유지하고 싶어요. 저를 잃지 않고 살면서 저의 세상을 남들한테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커요. 제 스타일이 가득 담긴 노래를 만들거나 글을 쓰고, 이를 사람들에게 전했을 때 좋아하면 굉장히 기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렇게 쭉 저로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귀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에 참여하신 소감 부탁드려요.

   저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글을 쓰는 게 더 편한 사람이기 때문에 좀 두려웠었는데, 좋게 반응해 주셔서 편안하게 인터뷰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고, 삶의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injeolminn

 piecemaker1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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