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Photograpy 정선우


INTRO


빈 공간에 가치를 담는 건물

건물과 도시,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사진


사라지고 변화하고 현존하는 모든 기억을 담아

기록은 추억하는 법이 된다.

사랑하는 법이 된다.


w. 박효진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도시와 건축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정선우라고 합니다. 덧붙여서 같이 글도 쓰고 있어요. 제 꿈은 사람들이 관광지나 유명 도시로 놀러 가는 것처럼 살고 있는 도시를 더 즐거워하고 사랑할 수 있게 돕는 거예요.



건축 사진 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건축 사진이란 말 그대로 건축물을 촬영한 사진을 말합니다.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한 의도를 잘 이해해서 사진에 담아내는 분야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물 사진이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을 가장 잘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사진인 것처럼, 건축 사진도 그 건축물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게 담은 사진이거든요. 뛰어난 전문건축사진가분들이 활동하고 계시고 각자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해서 재밌습니다.



@sunw2003_agoodplace



이 분야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어요.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했는데, 특히 서울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풍경 사진을 즐겨 찍었어요. 이후 건축학과로 진학하면서 건축물에 대해 사료나 인터넷, 잡지로 공부하고 견학하다 보니 건축 사진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가더라고요. 관심이 이어져 ‘나르실리온 포토그래피‘ 건축 사진가 인턴 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 경험을 통해 보다 전문적으로 건축 사진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Youtube '과천주공'을 기억하는 방법_정선우님 / 클릭시 재생됨



SNS에 올려주셨던 주공아파트 시리즈의 작품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저는 현재 주공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대부분 성냥갑처럼 너무 딱딱한 느낌을 주는 외관이라 아파트에 대한 안 좋은 시선도 있지만, 저는 아파트가 우리 삶의 터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우리가 전통 가옥으로 한옥을 떠올리듯이,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미래에는 우리 삶의 터전으로 아파트를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이 생각이 확장되어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랑스럽고 예쁘게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진행하면서 느꼈던 신기한 점은, 같은 아파트라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대표적으로 부산 망미주공아파트는 언덕에 따라 테라스형 아파트가 있었고, 상계주공아파트 같은 경우는 설계를 통해 건물 가운데 층을 터서 놀이터나 어린이집을 만들기도 했어요.

    저는 반포주공아파트가 특히나 인상 깊은데, 70년대 강남 아파트 대단지의 시작이기도 하고 흔히 생각하는 5층짜리 주공아파트의 초기 모델이기 때문이에요. 재건축 때문에 사라질 예정이라 이 건물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이후에 반포주공아파트에 대한 제 포스팅을 접한 현대건설 측에서 연락이 와서, 매거진 H에 현대사진관이라는 콘텐츠를 연재하게 되었어요. 재개발·재건축으로 사라질 동네들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콘텐츠인데, 반포주공아파트 작업이 다른 콘텐츠 연재로 이어지고 특히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여러 건축물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작가님만의 작업 루틴이나 특징이 있나요?

    먼저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들은 곳, 가보고 싶은 곳을 지도에 여러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저장해두는 편이에요. 이후에 시간을 내서 그 장소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 근처에 일정이 있어서 갈 일이 생기면 일정 전후에 저장해둔 장소를 가보기도 해요.

    또 사진 찍을 때는 옥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건축물을 내려다보는 구도를 좋아해요. 건축 설계 하시는 분들은 모델을 만들거나 설계를 할 때 보통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이 뷰를 찍기 위해서 일부러 찾아다니는 경우도 있어요.



다양한 피사체 중에서도 건축과 공간을 소재로 한 사진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하나의 공간과 건축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건축과 공간은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하다고 느꼈고, 더 나아가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제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고 있어요. 저는 이 부분이 건축과 공간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에 담긴 의미나 메시지 혹은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을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로 답하고 싶어요. 저는 책이나 잡지, 건축물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기 때문에 서울이나 여타 도시에 방문했을 때 이 지역에 무엇이 있었고 어떤 스토리가 있으며, 누가 설계했는지 혹은 어떤 부분이 특별한지가 눈에 들어와요. 이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죠. 즉, 아는 만큼 건물에 대해 재미를 느낀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재미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누고 싶어요. 건물에 관한 스토리와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서 건물을 더 풍성하게 즐기고, 살고 있는 도시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제 작품이 지니고 있는 주된 메시지예요.





사진을 올리실 때 A컷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증명사진처럼 정확하게 앞에서 찍는 정면 숏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중앙 기준 대칭이 맞는 것을 좋아해서 과거에는 이런 구도의 사진들을 A컷으로 많이 뽑았어요. 그런데 누군가는 옆에서 바라보는 게 더 멋있는 사람이 있듯이, 다양한 각도가 주는 매력을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정면과 대칭에서 조금 벗어나 미묘하게 건물이 주는 멋짐이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각도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나온 사진 중 제가 생각하기에 멋있다고 생각하는 컷을 A컷으로 뽑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 영감을 주는 예술가 또는 인물이 있나요?

    지금 제 롤모델을 찾고 있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꼽는 것은 아직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하게 되는 다양한 개개인의 작품을 볼 때마다 영감을 받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시기에 활동하고 있는 모든 작가님들께 존경을 보내고 싶고, 덕분에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어요.



작가님께 가장 인상 깊거나 마음에 들었던 건축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두 가지 건축물이 떠오르는데, 먼저 첫 번째는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 백화점과 서울역 근처에 위치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 건물 모두 거대한 ‘보이드(Void)’ 공간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더현대 서울의 경우에는 기둥과 회중을 밖으로 향하게 하여 내부를 커다랗게 비우고 있고,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벽돌로만 이루어져 하늘이 천장이 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실내 공간은 2.3~2.4m 정도 높이의 공간이 많아요. 대부분 이 한정된 높이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커다란 공간이 주는 개방감은 항상 저절로 ‘와’하는 탄성이 나오는 것 같아요. 또 그 공간을 보며 감탄하면서 저 또한 창의력이나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아 커다랗게 비어있는 보이드 공간이 있는 건물이 인상 깊고 마음에 들어요.



건물 사진이 프로필 사진을 남기는 것과 같다고 하셨는데 앞서 언급해주신 두 건물을 프로필 사진으로 남기고 정의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두 공간 모두 ‘비움’이라는 여백의 미를 통해 정의하고 싶어요. 무언가를 만들 때 대부분 최대한 많은 것을 넣기 위해 애쓰는데, 저렇게 커다란 보이드 공간을 만들려면 뺄 수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빼고 가장 중요한 것들만 남겨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현대 서울 같은 경우 매장의 공간을 줄이고 사람들이 쉬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늘린 곳이고,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커다란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울림을 전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이번 호 주제가 ‘동력’인데 작가님만의 ‘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만의 동력은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인스타그램 활동이 뜸한 이유가 대외적으로는 취업 문제라고 말하지만, 사실 두 가지 성장 동력을 잃어 흥미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첫 번째는 1000개의 프로젝트에서 1000개를 모두 채우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에요. 두 번째는 어느 순간부터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나 좋아요 수가 정체되면서 성취하는 기쁨을 조금씩 잃게 된 것이에요. 도파민을 많이 받다가 줄어들게 되어 힘든 느낌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성장 동력의 상실로 받아들였어요. 제 동력은 성장과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 자체가 동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대 동굴 벽화에서 시작해 현대 미술에서는 누군가 자는 모습이 예술이 되기도 하잖아요.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예술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진을 찍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더 나아가 정제하고 보정하는 등 힘들고 귀찮을 수 있는 과정까지도 예술이라고 느껴요. 따라서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예술은 우리의 삶과 끝까지 함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앞으로 바라는 것이나 되고 싶은 모습이 있으신가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쓰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즐거워하고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제 생각을 담은 책을 내는 게 꿈이에요. 또 사진을 계속 찍으면서 사진전도 하고 싶고, 이 외에도 다양한 예술 활동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려요.

    처음 인터뷰를 하러 왔을 때 다들 나이대가 대체로 어려 보이셔서 놀랐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인터뷰어분들이 Dear.A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인터뷰를 이어 나가고 싶은지가 궁금해지는 경험이었어요.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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