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Design 김지연 | 박시은


INTRO


기록을 통해

추억과 다시 일어날 원동력을 선물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사소한 행복과,

자신에 대한 질문을

선물하는 그들.


빛은 그들을 통해.

W. 이나경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프리즘에서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지연, 기획과 영상을 맡고 있는 박시은입니다.



활동 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디자인 작업을 해서 굿즈와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주로 여행 관련 사진 콘텐츠들을 기반으로 많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대표 활동으로는 ‘행복 캘린더’와 ‘여행 엽서북’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 활동은 2021년 말, ‘올해가 내게 있어 어떤 해였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시작되었어요. 저는 평소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소소한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아해서 앨범을 보면 이곳저곳에서 찍은 사진이 되게 많아요. 이 사진들로 재미있는 추억들을 다 기억할 수 있었죠. 그런데 어디에나 그늘은 있듯이, 재밌었던 일들이 많았던 만큼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어요. 힘든 시기에는 이전에 남겨둔 행복한 추억이 담긴 앨범 사진을 보며 다시 에너지를 얻고, 달릴 힘도 얻었어요.

    그때가 바로 제가 ‘인간이 추억을 먹고 산다’라는 말을 완벽히 이해한 순간이었어요. 바쁘고 힘들었지만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을 얻었던 것처럼, 다가오는 한 해가 바쁘고 정신 없더라도 추억이 담긴 기록을 통해 힘을 얻고 이겨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사소한 행복들을 하나씩 기록해 두면서 한 해를 추억하고, 또 이로부터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를 물어보았어요.

    주변 친구들에게 ‘너는 언제 행복해?’라고 물어본 뒤, 40명의 친구들에게 그 답변을 받았어요. 이렇게 받은 답변들로 질문들을 만들어서 행복캘린더의 뒷면에 매달 다른 질문을 넣었어요. 이렇게 완성된 작품이 바로 2022년 미니 캘린더예요. 앞면에는 직접 찍은 사진이, 뒷면에는 각자 자신에게 던질 질문들로 구성된 미니 캘린더를 제작한 게 프리즈의 첫 프로젝트였어요.



< 2022 프리즘 행복캘린더 > / 클릭 시 영상 재생

@prism__light



또 다른 굿즈들도 제작하셨던데 그중 서빈백사 해변, 우도 윤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에어팟 케이스가 인상 깊었어요. 작업 계기나 의도를 여쭤보고 싶어요.

     작년에는 방학마다 제주도 여행을 갔었는데 갈 때마다 큰 에너지를 얻어 힐링을 받고 왔었어요. 서빈백사와 윤슬을 찍었던 우도가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이 깊은 여행지였어요. 제가 행복함을 느꼈던 장소를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 제목을 있는 그대로 적었어요. 그 네거티브를 사실적으로 담고자 있는 그대로 제목을 붙였고요.



아티스트 본인만의 작업 루틴이나 특징이 있나요?

    프로젝트 주제 선정에 앞서, 중요한 가치를 먼저 파악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행복 캘린더’나 ‘여행 엽서북’처럼 행복이나 여행같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제가 직접 느끼면 그 주제를 프로젝트 주제로 선정해요. 여행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을 때, 여행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과 같은 방식인 거죠.

    두 번째로는, 제가 선정한 주제에 대해 주변 지인들의 의견을 물어봐요. 친구들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물어볼 때도 있지만, 설문조사 폼을 이용해서 학교 학우들을 비롯한 조금 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을 때도 있어요. 이와 같은 프로젝트 과정에서 사람들의 참여 요소를 넣음으로써 더 좋은 아이디어나 이야기 소스들을 얻을 수 있었어요. ‘언제 행복한지’, ‘어떤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스스로에게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와 같은 질문을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그 답변들을 통해 이 프로젝트로 하여금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그 메시지를 정하기 위한 인사이트들을 뽑아요. 여행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와 별개로, 내 주변 사람들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지, 그래서 내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사람들한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건지 정하기 위해 주변 지인들한테 의견을 묻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어요.

    그리고 세 번째로는, 사람들의 답변을 바탕으로 각자 깊게 생각해 보면 좋을 소재들을 담아서 질문들을 만들어요. 실제로 제가 ‘뭘 할 때 행복해?’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나로 인해서  누군가 행복하다고 말했을 때 너무 행복했어’라는 답변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저는 이 답변에 기인해 ‘올해 당신 덕분에 행복했던 사람이 누구였나요?’라는 질문을 만든 경험이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답변을 질문으로 재구성하고 완성된 질문을 캘린더나 엽서북 등의 다양한 형태로 담아서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이 굿즈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답을 적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질문에 사용자가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그중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기록이에요. 그래서 이 굿즈를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단순 구매나 사용에 그치지 않고, 프리즘 작업물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며 저희의 의도가 담긴 메시지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네 가지 단계를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주제를 달리하는 것 같아요.



예술이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은 사람들에게 평소에 놓치기 쉬운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업과 취업 같은 현실적인 일들 때문에 2순위로 뒤처지는 중요한 가치들이 많잖아요. 우정, 사랑, 나의 소소한 행복이라든지요. 이렇게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자기 인생에서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끔 한다는 점이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되고자 하는 모습이나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나요?

    저희는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성격에서 다른 면이 있어요. 그래도 공통되는 부분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보다는, 그때그때 마음에 끌리는 일을 선택하고 후회 없이 사는 것을 삶의 모토로 삼고 있다는 점이에요. 앞으로 살면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재밌게 살고 싶어 하는 저희의 마음이 프리즘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프리즘은 무색의 빛을 통과시켜서 무한 가지의 색으로 나오게 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저희가 프리즘처럼 다양한 색을 통과시키는 폭넓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두 분이서 어떻게 함께 활동을 같이 하시게 된 건지 궁금해요.

    저희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였는데, 우연히 같은 대학교에 오게 되었어요. 멀리서 서로의 삶을 응원하다가, 이 친구가 저한테 우연히 프리즘 행복 캘린더의 질문을 던졌고,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그때, 이 친구가 생각하는 가치와 사람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너무 재밌어 보여서 이걸 아이디어로만 갖고 있지 말고 직접 해보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 함께 플리마켓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기회를 시작으로 사람들에게 프리즘을 선보이게 되었어요.



Dear. A의 이번 호 주제인 여름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경험이나 여름을 맞이하는 방법, 혹은 특별히 드는 감정이 있으신가요?

지연    여름은 뭔가 딱 한 해의 중간이잖아요. 그리고 여름 방학이나 여름 휴가처럼 1년의 반절을 마무리한 뒤, 쉬거나 무언가를 정리할 수 있는, 혹은 또 다른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시기이자 계절인 것 같아요. 단순 계절상으로는 너무 덥고 습하고, 날씨 편차가 크기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더운 여름철에 더욱 큰 에너지가 생기는 성격이거든요. 반대로 겨울에는 추워서 집에 가만히 있게 되는데, 1년의 절반을 마무리한 여름에 오히려 지치지 않도록 새로운 걸 생각하게 하는 그런 계절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시은     저는 반대로, 아무래도 여름에는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하다 보니 실내에서 보내는 공간에 대한 경험이 많아요. 그런데 또 막상 이 친구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드는 게, 사람들이 여름에 대해서 떠올리는 색이나 느낌, 이미지가 모두 다른 것 같네요.


두 분이 함께 활동하시는 것도 그렇고 서로 잘 맞아 보여요.

    저는 실질적으로 뭔가 실행을 하는 데 있어서 걱정이 좀 많은 편이고, 시은이는 도전을 먼저 해보는 두려움이 없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제가 무언가를 생각했을 때 ‘그냥 혼자 간직해야지’라는 느낌이라면, 시은이가 ‘그거 한번 실행해보자’ 하는 성격이라 그 시너지가 잘 맞는 것 같아요.


행복 캘린더에 질문이 달마다 있다고 하셨잖아요. 12개의 질문 중, 작가님께서 답하고 싶은 질문을 하나씩 꼽아주시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도 함께 들어보고 싶어요.

지연    7월 질문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에요. 이 질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는 언제 행복해?’라고 물어보았을 때 들은 친구의 답변으로 이 질문이 나오게 되었어요. 언제 행복하냐는 질문에 친구는 ‘불안하지 않을 때’라고 답했는데, 인상 깊은 답변이었어요. 직접적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순간의 여집합이라고 답변한 것이 새로웠어요. 또 제게도 불안함을 느끼던 시기가 있었어요. 저는 무언가에 도전하고 진행하는 도중에 있어서는 확신에 차 있는데, 그 활동이 끝나거나 어떤 특정 시기가 되면 불안함을 느껴요. 그런데 내가 느낀 불안한 감정은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고, 불안하다는 감정이 조금 더 성숙해지면 궁금증으로 바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미래가 불안하다기보다 궁금하다, 그렇게 바꾸어 생각하고 있어요.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실 본인에 대한 의심, 그러니까 스스로 대화하거나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 자신과 많이 이야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해나간다면 그 불안함 역시 자연스럽게 미래를 궁금해하는 긍정적인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7월 질문을 꼽았어요.

시은    저는 11월 질문인 ‘혼자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라는 질문이 가장 인상 깊어요. 제가 프리즘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했을 때, 제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의지하고 혼자 가지고 있던 도전 심리가 조금 사그라들고 있었어요.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순간에 그 이전의 모습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이 질문을 보고 다시 한 번 느낀 점은 ‘나는 원래 혼자서도 열심히 도전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면서, 그때부터 혼자 도전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질문이 가장 인상 깊어요.



아무래도 여행을 주제로 이렇게 활동을 하시다 보니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나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들어보고 싶어요.

지연     저는 제주도를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올해 2월에 갔던 제주 여행은 출발과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 혼자였던 여행이었어요. 처음으로 왕복 이동을 혼자 해내는 여행을 경험했는데, 왕복 이동 외의 제주 여행은 제주도에 있는 친구와 함께 보냈음에도 저는 조금 외로웠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주에 있던 친구를 만났을 때 훨씬 더 반갑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특히 우도가 정말 좋았어요. 그날은 날씨도 좋았는데 우도는 보는 풍경들이 시시각각 전부 달랐어요. 바다 색깔도 서빈백사처럼 민트색을 띠고 있었는데, 우도로 향하는 길은 짙은 남색이었거든요. 다양한 자연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웠고 그 안에서 자전거를 렌트해서 탔는데 차 없이 섬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그 시기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그다음 해를 시작하는 시점이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들로 프리즘 작업물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저는 우도가 제일 기억에 남았고 우도를 추천하고 싶어요.

시은    프리즘 여행 엽서북에 제가 유럽에 가서 찍어온 사진들이 많이 쓰였는데요. 이때는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친구와 자유여행으로 유럽을 다녀왔을 때였어요. 다른 분들은 유럽여행 하면 보통 파리를 많이 추천하시지만, 저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추천하고 싶어요. 리스본은 노을이 정말 예쁜 곳이에요. 어디든 높은 곳에 올라 한눈에 들어오는 노을을 바라보면 고민과 걱정거리를 싹 잊게 해줄 정도의 황홀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있거나, 없더라도 유럽 여행을 가실 때 다른 유명 관광지도 좋지만 리스본에 가셔서 제가 느꼈던 예쁜 풍경과 감정들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는 어떠셨나요?

지연    사실 처음엔 저 혼자 생각하다가 나중에 뜻이 맞아 활동을 함께하게 되었는데, 그 때는 저희 둘이서 사부작 하면서 막연히 재미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했던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는데, 이렇게 매거진에서 저희의 활동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심으로써 지난 6개월 간의 활동을 다시 고민해 볼 수 있었어요. 또 이후에 어떤 활동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고민에 대한 명확한 답보다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이거 해보자’해서 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점이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활동 당시의 기획 의도와 그때 가졌던 생각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어요.

시은    친구와 저의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한 활동이 처음에는 플리마켓을 통해서 사람들한테 보여지고, 이번에는 이렇게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희의 작은 생각들이 이야기로 풀어질 수 있다는 게 뭔가 신기하면서도 뜻깊은 경험인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저희 이야기가 어떻게 실릴지도 기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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