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여름] Game Development 김채원



INTRO


맞물리는 작은 톱니바퀴

멀리 하나의 그림을 그린다.

숫자에서 빛에 도달하기까지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당신에게 안녕과 웃음을 선물하기 위해

그의 작은 세계는 그렇게 지어진다.

 

W. 나예원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게임 개발자 김채원입니다. 게임 개발은 게임을 기획하는 게임 디자인, 리소스를 제작하는 게임 아트, 게임을 구현하는 게임 프로그래밍으로 나눌 수 있어요. 여러 직군에 발을 담가보았고 현재는 프로그래밍까지 두루두루 하고 있어요.

 


게임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학생 때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보고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게임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서 게임 시스템 디자인 공부를 하다가 나중에는 게임을 직접 구현하는 일이 재미있어서 게임 프로그래밍까지 공부하게 되었어요.



 


활동 분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번 게임은 기획과 프로그래밍으로 참여했어요. 그중 게임 기획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드리자면, 게임 기획은 먼저 콘셉트 기획서 작성에서 시작해요. 콘셉트 기획서는 세세한 시스템이 아니라 게임의 콘셉트와 레퍼런스 같은 주요 시스템을 큼직큼직하게 적어요. 예를 들어 전투의 경우 어떤 무기를 쓰게 되는지, 몬스터는 어떻게 나올지, 대략적인 콘셉트만 기술하는 문서인 거죠. 문서를 작성하면서 이 게임이 정말 재밌을까 고민하는 편이에요. 어느 정도 콘셉트가 안정화돼서 이 정도면 세부적으로 진행해도 되겠다고 판단이 서면 게임 시스템 디자인 문서를 작성해요.

     전투 시스템을 예로 들어볼게요. 가령 칼을 휘두르는 동작에서 단순히 칼을 휘두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공격 범위의 모양, 대미지의 종류, 대시 딜레이, 게임 종료 및 시작 조건과 같은 기타 사항들로 문서의 길이가 몇십 몇백 장까지 길어질 수 있어요.

     또 콘텐츠 기획이라는 분야도 있어요. 게임에서 포인트를 모으면 어떤 아이템을 줄지, 어떤 반전을 넣을지, 캐릭터는 고블린을 넣을지 엘프를 넣을지 같은 콘텐츠 내부의 것을 기획하는 직군도 있어요. 기획자가 한 명이면 이걸 혼자 다 하기도 해요.



 


이번 작품의 제목과 비하인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종이 마을 건설대작전: 수상한 주민들’이라는 게임을 개발했어요. 주변의 재료를 채집하고 그 재료들로 건축 자재를 만들어서 아름다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건축 어드벤처 게임이에요.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건물을 건설하면 폐허가 됐던 마을을 재건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종이 마을 주민들 간의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 집중하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비하인드지만 이 게임은 원래 종이 콘셉트도, 건축 어드벤처 게임도 아니었는데 기획 단계에서 좀 많이 바뀐 편이에요. 원래 주인공은 청설모였고 생존 어드벤처 게임으로 기획했었는데 여러 피드백을 거쳐 건축 어드벤처 게임이 되었어요.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약간 스포일러인데 등장인물들에게 여러 사회 문제들을 담았어요. 무난한 것보다는 독특한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토리 기획에서 차별점을 두었어요. 평범한 건축 어드벤처 게임인데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드러나는 스토리가 몰입도를 높이는 거죠.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여운 분위기와 다르게 주제는 ‘권선징악’의 의미를 담고 있어 무거운 편이에요.

 


리그오브레전드 외에 최근에 작가님께서 좋아하시는 게임이 있을까요?

     여우 가족이 살아남아야 하는 스토리의 ‘엔들링’이라는 게임이 있어요. 게임 자체가 ‘종이 마을 건설대작전: 수상한 주민들’의 초기 기획과 유사해서 바꾸지 않았다면 이런 느낌의 게임이 되었겠구나 싶어서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게임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돈스타브’라는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어요. 생존 게임인데 채집, 건설, 사냥 등 콘텐츠가 많고 캐릭터도 다양해서 경우의 수가 정말 많아요. 여러 방법으로 생존할 수 있어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만의 작업 루틴이나 특징이 있으신가요?

     딱히 정해진 건 없는데 작업하면서 구글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게임 개발 전에 어떤 시스템이 들어가면 좋을지 레퍼런스를 많이 찾는데 자료량이 많아 폴더나 문서가 정리되어 있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일정 진행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질서를 유지하는 편이에요. 게임은 혼자 만들기 힘든 작품이기 때문에 저만의 루틴보다는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과정을 잘 꾸려나가려고 노력해요.



 


작업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요. 게임을 만들면서 여러 피드백을 받는데 재미가 없으면 개발 단계에 가도 정말 다 엎어져요. 어떤 기획으로 가야지 최종 결과가 재미있을지 계속 머리를 굴리다 보니 종종 지치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게임에서 기능이 구현될 때, 그 기능들이 모여 게임의 재미를 끌어낼 때 더 큰 희열을 느껴요. 그 짜릿함 하나로 게임 개발을 끊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재밌다고 해주는 말 한마디가 정말 행복하거든요.

 


게임 아트 직군으로 참여하신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게임잼’이라는 행사가 있어요. 3일, 5일 이런 식으로 특정한 기간을 정해주면 그 기간 안에 게임을 하나 완성해야 하는 행사예요. 기획을 제외한 모든 직군이 개인으로 참여하고 기획자는 따로 발표해요. 그 후에 기획자가 원하는 디자인이나 기술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팀을 꾸려요. 발표를 본 사람이 어떤 기획이 마음에 들면 기획자에게 가서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저는 당시 기획자분께서 도트 디자인이 가능한 사람을 찾으셔서 팀에 들어가게 되었고 보통 컨셉 레퍼런스를 챙겨주는 경우, 아티스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경우로 나뉘는데 이 작품의 경우에는 색상을 정해주셨어요. 그래서 당시 좋아하던 햄스터를 모티브로 분위기에 맞게 창작했어요.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이나 바라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저는 세계관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게임 디자인 공부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재미있는 세계관을 여러 가지 구현하는 것이 목표예요. 요즘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임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사실 이번 게임도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청설모의 거주지가 사라지는 현상을 다루려고 했어요. 하지만 기획이 바뀌며 다른 내용이 되었는데 언젠가는 그런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의 손짓 하나, 낙서 하나가 모두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 예를 들어 벽에 걸려 있는 시계의 어떤 문양도 누군가가 창작한 거잖아요. 누군가가 우리 삶에서 예술이 사라진다고 말을 해도 결국 예술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술은 그저 우리 삶에 스며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 호 주제가 여름인데, 채원님은 여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여름이라는 단어를 듣고 매미 소리가 제일 먼저 생각났어요. 매미 소리 자체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매미가 울면 여름이 왔다는 게 실감 나요.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여름에 바다가 진짜 예뻐요. 탁 트인 바다 위로 반짝이는 물결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그 쨍한 색감과 생동감 있는 여름의 분위기에서 에너지를 많이 얻어가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려요!

     다사다난했던 게임 프로젝트들의 진행 과정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게 되어서 오랜만에 보람도 느끼고 재미있었습니다. 게임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여러 직무가 모여 만드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dimu03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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