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신현빈 작가의 눈동자에 비친
연인들의 반짝이는 사랑.
그 찰나의 섬광을 포착하다.
w. 이수빈
Q.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대학생 연합 매거진, 'Dear.A'입니다.
먼저, 작가님의 작품 철학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인물 사진을 주로 촬영하시는데,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진을 찍을 때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모순되지 않은 순간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작가 분들이 정말 많아서, 저는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머무는 도시나 공간에서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 촬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작가님께서는 '찰칵 웨딩'이라는 이름으로 웨딩 사진을 촬영하죠. 다양한 연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고 계시는데요. 웨딩 촬영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원래 웨딩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3년 전, 제가 연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통해 한 부부의 웨딩 사진을 찍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부부의 순간을 사진에 담다 보니, 제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웨딩 촬영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웨딩 촬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제가 사진을 통해 느끼는 행복과 기쁨을 그분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웨딩 분야에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SNS 소개 글에는 한국 국기와 호주 국기가 모두 있는데요.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작업을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두 국가에서의 사진 작업에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사실 호주와 한국을 자주 오가는 편은 아닙니다.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요. 현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한국에 머무르는 중입니다. 한국에서의 작업과 호주에서의 작업을 비교해본다면, 한국에서는 웨딩 촬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일상에서 갑자기 사진을 찍히는 것이 다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잖아요. 때문에 웨딩 사진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행복감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호주에서는 길을 걷다가 만난 사람들, 정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작업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확실히 한국에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찍히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요즘 사람들이 즉석 사진을 남기는 게 굉장히 인기라고 하죠. 포즈나 각도를 사전에 구상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면에서, 작가님께서는 ‘자연스러운 순간의 포착’과 ‘연출된 사진’ 중 어떤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답변을 드리기 전에, 자연스러운 사진이든 혹은 연출을 통해서 만들어진 사진이든 틀린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연출된 사진은 사람들이 연출자의 의도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더 추구하는 편인데요. 연출이든 연출이 아니든 간에 ‘완벽하지 않은 사진’을 찍으려고 많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자연스러움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특정 순간을 찍으려 해도 갑자기 새가 날아들어 오는 바람에 앵글이 가려질 수도 있고, 한 피사체에 집중하려 해도 갑자기 피사체가 움직여 원하던 구도로 못 찍을 수도 있잖아요. 저는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사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의 카테고리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자연스러운 사진에 좀 더 마음이 갑니다.
Q. 그러면 이제 작가님의 직업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사진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어릴 적에는 사진 촬영을 정말 싫어했습니다. 여행을 갔을 때 가족들이 길을 가다 멈추어 사진을 찍는 것까지 싫어할 정도로요. 그러다 우연히 고등학생 때 가족 앨범을 보았는데, 앨범 속 사진들로 하여금 ‘이런 순간이 있었구나.’ 하고 제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진이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까지 대신 기억해 주는 저장장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사진의 매력에 빠져 사진가라는 직업에 도전했습니다.
Q. 작가님의 사진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편견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파리에 간다고 할 때 보통 사람들은 에펠탑과 같은 유명한 장소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그것에만 너무 몰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A, B, C, D가 있을 때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각각의 것에서 많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요. 편협한 시선을 갖기 시작하면 ‘B는 이럴 거야.’라는 선입견을 품게 되어 볼 수 있는 것도 못 보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따라서 편견을 갖지 않고 창의력을 많이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사진을 찍을 때는 풍경이든 물체든 피사체와 교감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찍는 경우에는, ‘찍히는 사람이 불편해 하지는 않을까?’ 와 같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찍는 입장에서도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한 번 더 꺼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도적으로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흔들렸을 수도 있고, 무슨 사진인지도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갤러리 혹은 사진첩에서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그걸로 충분히 좋은 사진인 것 같아요.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고 싶은 사진이 좋은 예시가 될 거 같아요. 배경화면, 혹은 잠금 화면으로 둔다는 것은 그 사진을 계속 보고 싶거나 남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니까요.
Q. 말씀해 주신 ‘좋은 사진’에 해당하는, 잠금화면으로 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아하는 작업물을 꼽아 주실 수 있을까요?
A. ‘Call Me By Your Name’이라는 제목의 커플사진을 꼽고 싶습니다. 제 인스타그램 계정의 고정 게시물 중 두 번째 사진이에요. 멜버른 주변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커플이 너무 예뻐서 찍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도 되는지 물었고, 그들이 흔쾌히 좋다고 답을 주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보통 단순한 커플 사진은 예쁘기만 하면 됩니다. 보는 사람이 그 사진 속에서 커플 사이의 유대감을 느끼긴 쉽지 않잖아요. 그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저희는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이 사진을 찍을 땐 연인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다른 사람들도 이 사진을 봤을 때 “분위기가 너무 예쁘다. 나도 저런 연애를 하고 싶다.”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영화 주인공처럼 입은 커플, ‘Call Me By Your Name’이란 제목의 책, 와인의 배치 때문에 연출 같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와인을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것 등 사진 속 배경의 문화와 관례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죠.
Q. 직접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까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주제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사진 이외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처럼, 새로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A. 저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 사진을 취미로 여기기도 했는데요. 질문 덕분에 다른 분야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인테리어 공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인테리어가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방이나 집 같은 개인 공간을 꾸며주는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큰 행복감을 주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를 계기로 한 사람의 삶이 바뀌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요즘은 인테리어에 관한 글이나 영상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다른 분야에 도전할 여유가 되고, 또 그럴 기회가 온다면 인테리어와 관련된 분야를 한번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Q. 이제 저희의 마지막 질문인데요, Dear.A의 공통 질문입니다. 삶의 수많은 순간 중에서 바로 지금 청년일 때 예술을 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예술이라는 주제가 되게 광범위하다고 생각해요. 사진이나 인테리어, 미술,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들이 예술이 될 수 있어요. 요즘 많은 청년들이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보다는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불안한 감정들을 가지고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예술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하나의 비상구가 되는 거죠. 저도 청년이지만, 청년의 삶은 ‘미완성’ 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희는 아직 ‘미생’이니까, 살아감에 있어서 인생에 비상구 하나쯤은 만들어 두어도 되지 않을까요? 예술이 내 안의 부정적인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한 하나의 창구가 된다고 하면 살아가는데 되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예시로, 제가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있죠.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의견을 사진에 투영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을 해소하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많은 청년들이 예술을 접하고, 예술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삼으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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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임수빈
editor. 권혜원, 표수아
proofread by. 이수빈, 김승현, 최한결
artwork. 김은지
INTRO
신현빈 작가의 눈동자에 비친
연인들의 반짝이는 사랑.
그 찰나의 섬광을 포착하다.
w. 이수빈
Q.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대학생 연합 매거진, 'Dear.A'입니다.
먼저, 작가님의 작품 철학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인물 사진을 주로 촬영하시는데,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진을 찍을 때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모순되지 않은 순간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작가 분들이 정말 많아서, 저는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머무는 도시나 공간에서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 촬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작가님께서는 '찰칵 웨딩'이라는 이름으로 웨딩 사진을 촬영하죠. 다양한 연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고 계시는데요. 웨딩 촬영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원래 웨딩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3년 전, 제가 연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통해 한 부부의 웨딩 사진을 찍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부부의 순간을 사진에 담다 보니, 제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웨딩 촬영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웨딩 촬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제가 사진을 통해 느끼는 행복과 기쁨을 그분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웨딩 분야에도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SNS 소개 글에는 한국 국기와 호주 국기가 모두 있는데요.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작업을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두 국가에서의 사진 작업에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사실 호주와 한국을 자주 오가는 편은 아닙니다.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요. 현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한국에 머무르는 중입니다. 한국에서의 작업과 호주에서의 작업을 비교해본다면, 한국에서는 웨딩 촬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일상에서 갑자기 사진을 찍히는 것이 다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잖아요. 때문에 웨딩 사진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행복감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호주에서는 길을 걷다가 만난 사람들, 정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작업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확실히 한국에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찍히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요즘 사람들이 즉석 사진을 남기는 게 굉장히 인기라고 하죠. 포즈나 각도를 사전에 구상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면에서, 작가님께서는 ‘자연스러운 순간의 포착’과 ‘연출된 사진’ 중 어떤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답변을 드리기 전에, 자연스러운 사진이든 혹은 연출을 통해서 만들어진 사진이든 틀린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연출된 사진은 사람들이 연출자의 의도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더 추구하는 편인데요. 연출이든 연출이 아니든 간에 ‘완벽하지 않은 사진’을 찍으려고 많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자연스러움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특정 순간을 찍으려 해도 갑자기 새가 날아들어 오는 바람에 앵글이 가려질 수도 있고, 한 피사체에 집중하려 해도 갑자기 피사체가 움직여 원하던 구도로 못 찍을 수도 있잖아요. 저는 그것 또한 자연스러운 사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의 카테고리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자연스러운 사진에 좀 더 마음이 갑니다.
Q. 그러면 이제 작가님의 직업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사진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어릴 적에는 사진 촬영을 정말 싫어했습니다. 여행을 갔을 때 가족들이 길을 가다 멈추어 사진을 찍는 것까지 싫어할 정도로요. 그러다 우연히 고등학생 때 가족 앨범을 보았는데, 앨범 속 사진들로 하여금 ‘이런 순간이 있었구나.’ 하고 제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진이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까지 대신 기억해 주는 저장장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사진의 매력에 빠져 사진가라는 직업에 도전했습니다.
Q. 작가님의 사진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편견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파리에 간다고 할 때 보통 사람들은 에펠탑과 같은 유명한 장소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그것에만 너무 몰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A, B, C, D가 있을 때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각각의 것에서 많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요. 편협한 시선을 갖기 시작하면 ‘B는 이럴 거야.’라는 선입견을 품게 되어 볼 수 있는 것도 못 보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따라서 편견을 갖지 않고 창의력을 많이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사진을 찍을 때는 풍경이든 물체든 피사체와 교감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찍는 경우에는, ‘찍히는 사람이 불편해 하지는 않을까?’ 와 같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찍는 입장에서도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한 번 더 꺼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도적으로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흔들렸을 수도 있고, 무슨 사진인지도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갤러리 혹은 사진첩에서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그걸로 충분히 좋은 사진인 것 같아요.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고 싶은 사진이 좋은 예시가 될 거 같아요. 배경화면, 혹은 잠금 화면으로 둔다는 것은 그 사진을 계속 보고 싶거나 남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니까요.
Q. 말씀해 주신 ‘좋은 사진’에 해당하는, 잠금화면으로 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아하는 작업물을 꼽아 주실 수 있을까요?
A. ‘Call Me By Your Name’이라는 제목의 커플사진을 꼽고 싶습니다. 제 인스타그램 계정의 고정 게시물 중 두 번째 사진이에요. 멜버른 주변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커플이 너무 예뻐서 찍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도 되는지 물었고, 그들이 흔쾌히 좋다고 답을 주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보통 단순한 커플 사진은 예쁘기만 하면 됩니다. 보는 사람이 그 사진 속에서 커플 사이의 유대감을 느끼긴 쉽지 않잖아요. 그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저희는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이 사진을 찍을 땐 연인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다른 사람들도 이 사진을 봤을 때 “분위기가 너무 예쁘다. 나도 저런 연애를 하고 싶다.”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고요. 영화 주인공처럼 입은 커플, ‘Call Me By Your Name’이란 제목의 책, 와인의 배치 때문에 연출 같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와인을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것 등 사진 속 배경의 문화와 관례가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죠.
Q. 직접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까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주제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사진 이외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처럼, 새로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A. 저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 사진을 취미로 여기기도 했는데요. 질문 덕분에 다른 분야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인테리어 공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인테리어가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방이나 집 같은 개인 공간을 꾸며주는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큰 행복감을 주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를 계기로 한 사람의 삶이 바뀌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요즘은 인테리어에 관한 글이나 영상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다른 분야에 도전할 여유가 되고, 또 그럴 기회가 온다면 인테리어와 관련된 분야를 한번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Q. 이제 저희의 마지막 질문인데요, Dear.A의 공통 질문입니다. 삶의 수많은 순간 중에서 바로 지금 청년일 때 예술을 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예술이라는 주제가 되게 광범위하다고 생각해요. 사진이나 인테리어, 미술,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들이 예술이 될 수 있어요. 요즘 많은 청년들이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보다는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불안한 감정들을 가지고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예술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하나의 비상구가 되는 거죠. 저도 청년이지만, 청년의 삶은 ‘미완성’ 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희는 아직 ‘미생’이니까, 살아감에 있어서 인생에 비상구 하나쯤은 만들어 두어도 되지 않을까요? 예술이 내 안의 부정적인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한 하나의 창구가 된다고 하면 살아가는데 되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예시로, 제가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있죠.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의견을 사진에 투영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을 해소하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많은 청년들이 예술을 접하고, 예술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삼으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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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or. 임수빈
editor. 권혜원, 표수아
proofread by. 이수빈, 김승현, 최한결
artwork. 김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