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어딘가 모나보이는 단어다.
너와 나의 사이, 내가 바라는 너머의 어딘가, 사이를 비집고 싶은 마음을 긋는 경계.
그러나 그의 사진 속 경계는 너무나도 부드럽고 평화롭다.
특별한 피사체가 없이도 아름다움이 절로 다가온다.
우리가 예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사진으로 몸소 보여준다.
w. 이은재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예술대학교 디자인학부 사진 전공 2학년 재학 중인 강한이라고 합니다. 2학년이지만 일 년 휴학해서 22살이에요.
본인의 전공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제가 다니는 서울예술대학교는 학부제로 운영되고, 그 안에서 전공이 나뉘는 구조예요. 자신의 전공 안에서도 세부 전공으로 갈리기도 해요. 사진 전공을 예로 들자면 1학년은 세부 전공 없이 통합적인 커리큘럼으로 배우다가 2학년으로 올라가면 예술과 광고 사진으로 나뉘게 되고, 그 안에서 또 패션, 다큐, 등으로 나뉘어지면서 폭넓은 선택지를 가지게 돼요. 1학년 때 학점이 3.0 이상이면 세부 전공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의 학점은요?
1학년 때는 조금 놀아서, 앞으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웃음)
ⓒ강 한
소개해주신 작품 제목이 <경계>인데요, 제목의 의미와 작업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경계>는 제 대학 입시 포트폴리오이기도 해요. 포트폴리오는 보통 연작으로 이어져야 하는데요, 사실 저는 연작보다는 순간의 이미지를 담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본래 제 사진은 일관성보다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사진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이미지는 예쁘고, 보기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요. 그런 생각으로 사진을 찍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와요.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 ‘주제’에 사로잡히면 일이 되어버려요. 사실 포트폴리오 작업이 딱 그래서, 촬영의 즐거움이 많이 없어지는 걸 느꼈어요.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때 학업과 입시를 반복하다 보니까 그 즐거움이 많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위주로 찍기로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피사체인 건축물과 사람을 어우러지게 구상하고, 그 사진을 찍을 때 나의 어떤 무의식이 있을까를 생각하고 작업했어요. 사진도 결국 사람의 손으로 찍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에는 촬영 당시 촬영자의 감정과 생각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촬영 후에는 내가 이 사진을 찍을 때의 무의식 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 고민합니다.
<경계>는 이제 어른이 되고, 사회의 구성원이 될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작업한 것입니다. 곧 사회라는 톱니바퀴로 들어가게 되는 상황, 또 학생과 어른의 경계라는 불안감을 거시적으로 나타내면서 제 사진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강 한
혹시 자신의 작품이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제 작품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굳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요. 대체로 하나만 보여주고. 사진을 찍을 때 넓게 보지 않는다고 해야하나요. 한 대상의 면밀한 부분을 깊이 파고 들어가서 아름다움을 분리시키는 게 제 주된 작업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의 피사체 안에서 많은 걸 찾아내신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진을 다루고 있는 예술인의 입장에서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책을 읽었는데, “고통이 있으면 예술을 할 수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피하고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려고 하잖아요. 당연하죠. 그런데 예술은 이 고통을 표현해요. 그 표현하려는 행위 자체가 주제가 되기도 하고요.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고 아픔을 다스릴 수 있는 게 예술의 아름다운 점이에요. 물론 아픔만 표현할 뿐 아니라 행복도 시각화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줄 수 있는 것도 정말 멋진 일이죠.
결국 예술은 사람, 나아가 사람의 감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거예요. 사람한테 감정이 존재하는 한 예술은 사람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강 한
ⓒ강 한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예술이라는 특수 분야다 보니 슬럼프가 온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슬럼프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나요?
전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배울 땐 다 못 찍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도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웠는데요. 학교 시스템 자체가 학생들을 경쟁시키다 보니까, 항상 칭찬받는 부류의 사진들이 있었어요. 나중에는 제가 그걸 다 모아서 ‘이게 왜 칭찬받지? 왜 잘 찍은 거지?’ 이런 생각으로 다 따라 찍었어요. 그렇게 잘 찍는 사람들의 시선을 공유하려고 하면서 제 사진을 조금씩 늘려갔습니다.
그럼 칭찬받은 사진들이 왜 좋은 사진인지에 대한 해답이 나왔었나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진은 나쁜 사진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쉽지만...정말 못 찍은 사진이 있잖아요. 저는 먼저 그런 사진으로부터 탈피해서 사진의 기초를 세우고, 제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기초를 세우는 단계였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사진을 찍을 때는 기다림의 시간이 많으실 텐데요. 그럼 작품을 구상할 때 어떤 시점에서 영감을 얻나요?
아마 제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일 텐데요. 저는 예쁜 이미지를 정말 좋아해요. 일단 사진은 시각적인 미를 주는 예술 매체니까요. 뭐라고 할까, 확 꽂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사진을 많이 찍다보면, 눈에 저절로 작은 네모가 생겨요. 이렇게 렌즈에 담으면 예쁘겠다.’ ‘이렇게 분리되면 예쁘겠다.’하는 생각이 바로 들거든요. 많이 보고, 많이 찍으면서 순간 속 아름다움을 분리하는 감각을 기른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진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사진을 계속 하실 것 같은데 사진인으로서, 나 자신으로서, 또는 예술인으로서 어떤 삶의 자세를 가지고 싶나요?
제가 사진을 시작했을 때부터 생각한 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사진을 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는 거예요.
아까도 살짝 언급했지만, 저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드는 게 목적이에요. 사진으로 시각적인 미를 주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아직은 사람들이 제 사진도, 저도 많이 알지 못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저의 예술을 보여주고, 또 가르쳐주는 일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물론 쉽지 않고 힘든 일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예술은 함께 공유하고 기록하는 거니까요, 계속 카메라로 제 감정을 기록하고, 그 모든 모습들이 제 모습임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더 거듭난 사람으로 발전하고자 합니다.
ⓒ강 한
ⓒ강 한
ⓒ강 한
@hans_ta_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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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모나보이는 단어다.
너와 나의 사이, 내가 바라는 너머의 어딘가, 사이를 비집고 싶은 마음을 긋는 경계.
그러나 그의 사진 속 경계는 너무나도 부드럽고 평화롭다.
특별한 피사체가 없이도 아름다움이 절로 다가온다.
우리가 예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사진으로 몸소 보여준다.
w. 이은재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예술대학교 디자인학부 사진 전공 2학년 재학 중인 강한이라고 합니다. 2학년이지만 일 년 휴학해서 22살이에요.
본인의 전공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제가 다니는 서울예술대학교는 학부제로 운영되고, 그 안에서 전공이 나뉘는 구조예요. 자신의 전공 안에서도 세부 전공으로 갈리기도 해요. 사진 전공을 예로 들자면 1학년은 세부 전공 없이 통합적인 커리큘럼으로 배우다가 2학년으로 올라가면 예술과 광고 사진으로 나뉘게 되고, 그 안에서 또 패션, 다큐, 등으로 나뉘어지면서 폭넓은 선택지를 가지게 돼요. 1학년 때 학점이 3.0 이상이면 세부 전공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의 학점은요?
1학년 때는 조금 놀아서, 앞으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웃음)
ⓒ강 한
소개해주신 작품 제목이 <경계>인데요, 제목의 의미와 작업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경계>는 제 대학 입시 포트폴리오이기도 해요. 포트폴리오는 보통 연작으로 이어져야 하는데요, 사실 저는 연작보다는 순간의 이미지를 담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본래 제 사진은 일관성보다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사진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이미지는 예쁘고, 보기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요. 그런 생각으로 사진을 찍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와요.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 ‘주제’에 사로잡히면 일이 되어버려요. 사실 포트폴리오 작업이 딱 그래서, 촬영의 즐거움이 많이 없어지는 걸 느꼈어요.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때 학업과 입시를 반복하다 보니까 그 즐거움이 많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위주로 찍기로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피사체인 건축물과 사람을 어우러지게 구상하고, 그 사진을 찍을 때 나의 어떤 무의식이 있을까를 생각하고 작업했어요. 사진도 결국 사람의 손으로 찍는 것이기 때문에, 사진에는 촬영 당시 촬영자의 감정과 생각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촬영 후에는 내가 이 사진을 찍을 때의 무의식 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 고민합니다.
<경계>는 이제 어른이 되고, 사회의 구성원이 될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작업한 것입니다. 곧 사회라는 톱니바퀴로 들어가게 되는 상황, 또 학생과 어른의 경계라는 불안감을 거시적으로 나타내면서 제 사진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강 한
혹시 자신의 작품이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제 작품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굳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요. 대체로 하나만 보여주고. 사진을 찍을 때 넓게 보지 않는다고 해야하나요. 한 대상의 면밀한 부분을 깊이 파고 들어가서 아름다움을 분리시키는 게 제 주된 작업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의 피사체 안에서 많은 걸 찾아내신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어릴 때부터 사진을 다루고 있는 예술인의 입장에서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떤 책을 읽었는데, “고통이 있으면 예술을 할 수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피하고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려고 하잖아요. 당연하죠. 그런데 예술은 이 고통을 표현해요. 그 표현하려는 행위 자체가 주제가 되기도 하고요.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고 아픔을 다스릴 수 있는 게 예술의 아름다운 점이에요. 물론 아픔만 표현할 뿐 아니라 행복도 시각화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줄 수 있는 것도 정말 멋진 일이죠.
결국 예술은 사람, 나아가 사람의 감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거예요. 사람한테 감정이 존재하는 한 예술은 사람과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강 한
ⓒ강 한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예술이라는 특수 분야다 보니 슬럼프가 온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슬럼프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나요?
전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배울 땐 다 못 찍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도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웠는데요. 학교 시스템 자체가 학생들을 경쟁시키다 보니까, 항상 칭찬받는 부류의 사진들이 있었어요. 나중에는 제가 그걸 다 모아서 ‘이게 왜 칭찬받지? 왜 잘 찍은 거지?’ 이런 생각으로 다 따라 찍었어요. 그렇게 잘 찍는 사람들의 시선을 공유하려고 하면서 제 사진을 조금씩 늘려갔습니다.
그럼 칭찬받은 사진들이 왜 좋은 사진인지에 대한 해답이 나왔었나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진은 나쁜 사진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쉽지만...정말 못 찍은 사진이 있잖아요. 저는 먼저 그런 사진으로부터 탈피해서 사진의 기초를 세우고, 제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기초를 세우는 단계였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사진을 찍을 때는 기다림의 시간이 많으실 텐데요. 그럼 작품을 구상할 때 어떤 시점에서 영감을 얻나요?
아마 제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일 텐데요. 저는 예쁜 이미지를 정말 좋아해요. 일단 사진은 시각적인 미를 주는 예술 매체니까요. 뭐라고 할까, 확 꽂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사진을 많이 찍다보면, 눈에 저절로 작은 네모가 생겨요. 이렇게 렌즈에 담으면 예쁘겠다.’ ‘이렇게 분리되면 예쁘겠다.’하는 생각이 바로 들거든요. 많이 보고, 많이 찍으면서 순간 속 아름다움을 분리하는 감각을 기른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진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사진을 계속 하실 것 같은데 사진인으로서, 나 자신으로서, 또는 예술인으로서 어떤 삶의 자세를 가지고 싶나요?
제가 사진을 시작했을 때부터 생각한 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사진을 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는 거예요.
아까도 살짝 언급했지만, 저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드는 게 목적이에요. 사진으로 시각적인 미를 주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아직은 사람들이 제 사진도, 저도 많이 알지 못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저의 예술을 보여주고, 또 가르쳐주는 일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물론 쉽지 않고 힘든 일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예술은 함께 공유하고 기록하는 거니까요, 계속 카메라로 제 감정을 기록하고, 그 모든 모습들이 제 모습임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더 거듭난 사람으로 발전하고자 합니다.
ⓒ강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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