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ver.] Novel 이혜인


INTRO


우리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얼마나 정확할까.

아니, 애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될 수 있을까?

이혜인의 소설 <분홍 선글라스>는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했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들고,

그와 동시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 받았던 지난 모습들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이제는 눈 앞을 가리운 푸른색도, 붉은 색도, 노란색도 벗어 던지자,

그리고 분홍 선글라스를 쓰자.


사랑 모양의 분홍색 시선에서 다시 시작하자.



W. 박은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이혜인입니다.



자신의 전공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문예창작과 중에서도 세부전공으로 소설 창작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제 전공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는데, 줄곧 한 가지를 생각했어요. 저는 문학을 파란(波瀾)이라고 여겨요. 작은 물방울이든 거대한 해일이든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건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이렇듯 다양한 형태로 삶에 스며드는 방식이 시와 소설이잖아요. ‘읽는 사람은 천 번을 산다’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쓰는 사람도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수히 많은 삶을 엿보고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더 나은 것을 추구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의 이해자가 될 수 있는 문학이라는 방식이 좋아서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지나가는 순간들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쓸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gpdlsrhseb



작품의 제목, 작품의 작업 계기나 의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소설 제목은 분홍색 선글라스이고요, 대학 입시 때 습작으로 썼던 것을 이것저것 공부한 뒤 고쳐서 새로 쓰게 된 콩트예요.

    우리가 안전불감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2020년에도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일들이 발생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내가 겪지 않는 이상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도 빈번했고요. 사람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이상한 사람의 수도 늘어난다고 느끼는데, 그것을 인종이나 종교, 성별, 나이처럼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 편협하게 묶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저조차도 확실히 고칠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그런 것들을 고쳐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이 소설을 다듬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작업과정 및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직 아마추어고 대단히 두드러진 특징 같은 것은 없는데 좀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하면, 소설을 다듬는 시간이 짧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친구들은 오래 작품을 잡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대학교에서 한 학기에 한 작품이나 두 작품을 창작하는데, 한 학기 동안 작품을 생각하고 구상하고 끌고 가서 퇴고까지 해야 최종적으로 끝나게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작업 기간이 짧은 편이에요. 사람이 완벽하게 만족을 할 수는 없으니 내가 그 나이에, 그 순간에 쓸 수 있는 작품에서 그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오래 붙잡고 있을수록 말도 많아지고, 문장도 망가지는 부분이 있어서 짧게 작업하는 것이 차별화되는 지점 같습니다.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은 사람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은 범위가 넓어서 예술이 없는 공간은 없어요. 당장 각자 집에 있는 방의 벽지나 구조도 디자인이기 때문에 예술의 범위에 포함이 되잖아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예술에 많은 영향을 받아요. 음악이든, 문학이든, 영화든. 어떤 매체도 삶에서 무관할 수 없고 그런 매체들은 전부 인간의 삶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삶 자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예술인으로서, 나 자신으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고 싶은지 말씀해주세요.

    최근에 ‘런온’이라는 드라마를 잘 보고 있는데, 거기서 ‘상냥한 사람들이 바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대사가 공감이 되었어요. 사람이 사람에게 베푸는 선의나 누군가를 믿는 마음들이 배반당하거나 바보 취급 받지 않는 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글을 쓸 때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글은 쓰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평소 좋아하는 작품 및 작가가 있나요?

    아무래도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까 많은 책을 읽어서 좋아하는 작품을 딱 꼽기가 어렵네요. 음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님은 두 분이 계세요. 영향을 많이 받았다, 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저는 황정은 작가님의 소설을 고등학생 때부터 쭉 좋아하고 있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작품집은 ⌜아무도 아닌⌟이라는 단편집이에요. 또 한 분은 최근에 ⌜여름의 빌라⌟라는 단편집을 내신 백수린 작가님이에요. 백수린 작가님도 황정은 작가님처럼 작품에서 일상적인 얘기를 하시는데, 글이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두 분의 작품을 보면서 대사의 위트라거나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 감정을 묘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졌고, 또 좋아하게 되었어요.



창작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때에 따라 다른데요. 보통은 일상순간인 것 같아요. 사람의 생각에 한계가 있는 것은 생각이 경험에서 비롯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말 하나가 나왔는데 그게 대사처럼 들려서 영감을 받아 플롯을 짠다거나 아니면 뉴스 밑에 지나가는 자막을 보고 ‘어? 이렇게 생각해봐도 재밌겠는데?’ 하며 차별점을 찾거나 해요. 그런 식으로 저는 일상에서 경험한 것들로 영감을 얻는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굉장히 상투적인 대답이지만 (웃음)



슬럼프가 왔을 때 어떻게 이겨내려고 하셨나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입시 준비할 때 슬럼프가 심하게 왔었는데요. 그때는 뭘 써도 내용이 축축 처지고, 우울하고, 누가 죽어야 결말이 나올 것 같은 글이 써지는 거예요. ‘왜 이렇게밖에 못 쓰지? 나는 글을 쓰면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럴 때 저는 그냥 많이 자고, 단 거 먹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기분이 더 나아지고 내가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더라고요. 내가 내 기분을 다스리지 못하면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서 슬럼프가 올 땐 많이 자고, 단 거 먹으며 푹 쉬어요.



앞으로 어떤 글을 써 보고 싶으신가요?

    문학은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화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잖아요.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학 재학 기간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그렇다면 어떤 것인가요?

    사실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들이라면 다들 공통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데, 일단 저의 제일 큰 목표는 등단인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든 등단을 해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또 대학 재학 기간에 사람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대학교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 곳이고 내가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누군가와 만나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런 대학이라는 공간의 장점을 활용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글을 쓰는 이유가 본인에게 있다면 그 이유가 궁금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지?

    앞에 얘기했던 거랑 일맥상통하긴 하는데, 제가 말이 많아요. 말이 많은 만큼 듣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요. 오지랖도 조금 넓은 편이라 이것저것 알고 싶어 하는데, 그래도 놓치는 지나치는 지점들이 있더라고요. 내가 다 알 수 없으니까요. 어떤 사람도 전부를 알 수 없고 꼼꼼한 성격이라고 해도 놓치기 마련인데 읽고 쓰면서 그런 점들을 보완하며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문학을 통해서 나 자신의, 주변의 이해자가 될 수 있는 밑바탕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씁니다.



끝으로 인터뷰를 한 전체적인 소감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 질문이 제일 어려웠는데, 뭐라고 해야 하지 이런 인터뷰 같은 걸 해보는 것도 처음이고 ‘나 같은 아마추어가 이런 일을 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되게 감사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되새길 수 있었어요. 저는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왜 문학을 좋아하는지 얘기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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