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무대의 막이 올라가면 보이는
사람들의 미소, 눈빛, 몸짓
모든 것들은 밝은 빛이 되고,
그 빛이 모여 그녀의 예술, 삶, 에너지가 된다.
우리가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w. 정혜원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로 입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 원예빈입니다.

@xllxx_3
축하드립니다! 배우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뮤지컬 배우를 하고 계시는데요, 뮤지컬에 특별히 애정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노래였어요. 노래 부르는 걸 가장 즐겼고, 춤도 좋아했는데, 춤과 음악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서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었어요. 연기는 제일 마지막으로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에서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현장 분위기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배우보다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어서 예술고등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셔서 뮤지컬 배우를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단순히 음악만 표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뮤지컬은 다양한 장르가 합쳐진 분야인 것 같은데, 뮤지컬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음악을 하면서 가수나 아이돌 같이 극도로 관리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즐길 수 없는 부분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럼에도 음악을 즐기면서 하고 싶었어요. 물론 가수들도 가사를 분석하고 노래의 분위기에 맞춰 무대에서 연기하죠. 다만, 뮤지컬만이 가진 특유의 감각이 있어요. 뮤지컬에서만 할 수 있는 대사, 흐름에 맞는 스토리의 조화와 그 안에서 노래와 춤으로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싶어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셨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예빈님께서 작업을 하며 있었던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데요, 작품 비하인드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우리 읍내>랑 <다락방>이라는 작품에 어떻게 출연을 하시게 된 건지 궁금해요.
사실 두 작품 모두 외부에서 한 작품은 아니에요. <우리 읍내>는 고등학교에서, <다락방>은 대학교에서 올렸던 작품이에요.
작품 <우리 읍내>는 ‘카르페디엠’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요. 가장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크게 와 닿았어요.
작품 <다락방>은 다락방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내용을 옴니버스로 만든 작품이에요. 다락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엮어 놓은 것 같아서 재미있더라고요. 또 옴니버스로 전개되어서, 저는 제 배역 순서에서만 출연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마치 다른 연극을 보듯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어요. 특히 <다락방> 은 배우들끼리 단합도 좋아서 제작과정이 더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결과도 좋았고요.

말씀을 듣다 보니, ‘어떤 작품을 할 때 작품보다 같이 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연기과 친구의 말이 떠올라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사람으로 인해 힘들었거나 혹은 좋았던 경험이 있었나요?
저희 과는 기수 별로 선후배 문화가 있는 과이고, 저희 기수가 막내 기수인데 복학한 선배들과의 관계가 너무 좋아요. 동기 수도 3~4명 정도로 적은 게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선후배보다 같은 동료 배우로서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선배라서 ‘너 이런 거 하지 마’하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서 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 연습하면서 있었던 추억들이 가장 큰 것 같고, 오히려 지치는 것보다 같이 하면서 힘이 되는 이상적인 팀이었어요.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돈독하고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하셨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다락방>에서는 마음의 문을 닫은 히키코모리 역을 연기하셨는데, 쉽지 않은 배역이다 보니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과정으로 캐릭터를 분석하셨는지 궁금해요.
<다락방>의 ‘소녀’라는 역할이 가장 연구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어려운 만큼 무척 흥미롭기도 했어요.
작품 속 ‘소녀’라는 인물이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과정에서부터 히키코모리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랑 전혀 다른 내용으로 연기를 했거든요. 사춘기 소녀 같은 모습으로 연기를 했어요.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처음 리딩할 때의 모습과 무대에서 나타난 모습이 달라요. 관객한테 감정을 다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연기하는 제가 잘 느낄 수 있도록 소녀가 히키코모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엄청난 노력을 하시는 것 같아요. 맡으신 배역과 배우님의 본 모습이 부딪힐 때는 없으셨나요?
있었죠. 3학년 때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라는 작품을 했었는데, 그때 맡았던 역할이 레이디 맥베스라는 악녀였어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악녀의 모습이 있으니까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외모나 체형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제 이미지가 악녀와는 거리감이 있고, 목소리도 훨씬 더 높거든요. 그런데 큰 극장에서는 표정보다 몸의 텐션이나 말투, 목소리로 극을 이어가기 때문에 얼굴에 아무리 인상을 써도 잘 드러나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외형적인 모습을 만드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책임감을 갖고 배역을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하셨던 작품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무대에서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었을까요?
커튼콜 할 때 객석에서 부모님이 보이는 순간과 공연이 끝난 후 관객분들께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실 때예요. 개인적인 SNS 메시지, 또는 관람 후기에 적힌 제 얘기들은 잊히지 않아요. 그래서 저한테 연락해주셨던 관객분들은 제가 대부분 다 기억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말이나 응원 글이 있었나요?
고등학교 때 <우리읍내> 공연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그때 안 친했던 선배가 맨 앞줄에 앉아서 보셨는데, 공연이 끝나고 펑펑 울면서 나가셨어요. 저는 왜 그렇게까지 우시는지 궁금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메시지가 왔어요.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입시를 할 때였는데, 제 공연이 많이 위로가 됐다면서 연락이 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배우님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해지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보러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작품을 시작하실 때 꼭 하는 행동이나 습관 같은 게 있나요?
제가 기독교라서 그런지 연습 중이나 그 전에 기도를 하려는 게 있어요. 징크스라기 보다 제가 편안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편안해지기 위해 기도를 드리시는군요. 혹시 배우님도 엄청 긴장하셨던 적이 있나요?
손이 떨릴 만큼 긴장한 적은 없었지만, 매 공연마다 어느 정도의 텐션감은 가지고 있어요. 만약 9일 동안 하는 공연이라면, 마지막 회차는 루즈해질 수 있어서 오히려 그럴 때는 긴장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오히려 긴장하는 게 더 도움이 될 때가 있군요.
너무 심한 긴장만 아니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편안한 상태에서 연기를 하게 되면 실수도 많이 하고 동료 배우와 평소와는 다른 호흡을 즉각적으로 맞춰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그걸 너무 빠르게 받아서 티키타카가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서요.
긴장감을 만들면서까지 작품을 하시는군요. 긴장감을 만드실 때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단 입구에서 관객들 소리를 들어요. ‘소중한 시간을 써서 나를 보러 와준 관객들이다. 그러니 더욱 실수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과거에 어떤 뮤지컬을 보면서 걸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배우님께서 생각하시는 뮤지컬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처음에 말했듯, 현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연극과는 다르게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노래로 풀어내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그래서 어려운 내용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요. 또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객석을 보면, 관객이 노래 분위기나 흐름을 어떻게 타고 있는지 볼 수 있어요. 신나는 노래가 나올 때는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요. (웃음) 관객이랑 같이 호흡한다는 점이 정말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노래와 춤, 연기를 모두 잘하시는 건 반칙이 아닐까 싶어요. 하나로 어우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활동하시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웃음) 아직까지는 없어요.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즐기기 어려워지잖아요. 그래서 사실 제일 어려운 건 연습하러 가는 길이예요. 그런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면 무대 위의 제 모습이 상상돼서 재밌고 더 힘내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연습하면서 느끼는 뿌듯함과 설렘은 귀찮음을 잊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빈 님께서 연기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사 내용과 그에 맞는 표정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슬픈 말을 하고 있는데 눈은 웃고 있으면 무슨 연기를 하는 건지 와닿지 않잖아요. 그래서 내뱉는 대사와 일치되는 행동 혹은 표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정을 나눠서 꼼꼼히 분석하시는군요. 배우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연기란 어떤 것인가요?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연기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겪은 상황이 아닐지라도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되는 만드는 것이요.

배우님이 가장 좋아하는, 혹은 영감을 받은 뮤지컬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은 <록키호러쇼>라는 작품이에요. 대극장 뮤지컬인데도 관객들과 소통을 많이 해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판타지가 가득한 극이에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무대에서 구현하는데 영화와 다르게 무대가 갖는 공간의 제약을 잘 풀어내서 정말 좋아해요. 나중에는 <록키호러쇼>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배우님의 미래가 궁금해지는데요, 나중에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나 장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명확한 배역은 없고, 액션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액션이나 누아르 같이 제 이미지와 안 어울리는 배역을 해보고 싶어요. 제게 맞는 이미지로 시작해서 비슷한 이미지에 도전하고 있지만, 조금씩 연기 스펙트럼을 늘려가고 싶어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배우님이 생각하셨을 때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 AI가 배우 대신 광고를 찍으면서, 나중에는 영화 배우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AI의 예술은 과거에 인간이 창작한 데이터를 가지고 조합하는 거잖아요. 이와 달리 인간의 예술은 미래를 바라보고 창조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AI와 인간이 창작하는 예술의 지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예술이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공감해요. 말씀을 듣고 나니 기계가 인간의 미세한 감정까지는 표현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굳건한 배우님의 3년 뒤가 궁금해요. 배우님은 3년 뒤,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운이 좋지 않으면 백수일 것 같고요. 운이 좋다면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나 먼 미래의 꿈이 있으신가요?
제가 앞으로 만들 가정을 굶기지 않고 제 꿈에 대한 가치를 낮추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강렬하고도 멋진 답변이었어요. 배우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짧지만 즐거웠습니다. 인터뷰하신 소감이 어떠세요?
평소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안 하는 편인데 질문을 받으면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지향점을 찾는 과정이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Copyright 2022. Dear.A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작품 사진과 매거진의 저작권은 작품의 아티스트 및 매거진 에디터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가공을 금합니다.
INTRO
무대의 막이 올라가면 보이는
사람들의 미소, 눈빛, 몸짓
모든 것들은 밝은 빛이 되고,
그 빛이 모여 그녀의 예술, 삶, 에너지가 된다.
우리가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w. 정혜원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로 입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 원예빈입니다.
@xllxx_3
축하드립니다! 배우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뮤지컬 배우를 하고 계시는데요, 뮤지컬에 특별히 애정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노래였어요. 노래 부르는 걸 가장 즐겼고, 춤도 좋아했는데, 춤과 음악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서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었어요. 연기는 제일 마지막으로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에서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현장 분위기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배우보다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어서 예술고등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셔서 뮤지컬 배우를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단순히 음악만 표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뮤지컬은 다양한 장르가 합쳐진 분야인 것 같은데, 뮤지컬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음악을 하면서 가수나 아이돌 같이 극도로 관리를 하고 싶진 않았어요.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즐길 수 없는 부분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럼에도 음악을 즐기면서 하고 싶었어요. 물론 가수들도 가사를 분석하고 노래의 분위기에 맞춰 무대에서 연기하죠. 다만, 뮤지컬만이 가진 특유의 감각이 있어요. 뮤지컬에서만 할 수 있는 대사, 흐름에 맞는 스토리의 조화와 그 안에서 노래와 춤으로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싶어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셨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예빈님께서 작업을 하며 있었던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데요, 작품 비하인드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우리 읍내>랑 <다락방>이라는 작품에 어떻게 출연을 하시게 된 건지 궁금해요.
사실 두 작품 모두 외부에서 한 작품은 아니에요. <우리 읍내>는 고등학교에서, <다락방>은 대학교에서 올렸던 작품이에요.
작품 <우리 읍내>는 ‘카르페디엠’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요. 가장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크게 와 닿았어요.
작품 <다락방>은 다락방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내용을 옴니버스로 만든 작품이에요. 다락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엮어 놓은 것 같아서 재미있더라고요. 또 옴니버스로 전개되어서, 저는 제 배역 순서에서만 출연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마치 다른 연극을 보듯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어요. 특히 <다락방> 은 배우들끼리 단합도 좋아서 제작과정이 더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결과도 좋았고요.
말씀을 듣다 보니, ‘어떤 작품을 할 때 작품보다 같이 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연기과 친구의 말이 떠올라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사람으로 인해 힘들었거나 혹은 좋았던 경험이 있었나요?
저희 과는 기수 별로 선후배 문화가 있는 과이고, 저희 기수가 막내 기수인데 복학한 선배들과의 관계가 너무 좋아요. 동기 수도 3~4명 정도로 적은 게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선후배보다 같은 동료 배우로서 작품을 만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선배라서 ‘너 이런 거 하지 마’하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서 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 연습하면서 있었던 추억들이 가장 큰 것 같고, 오히려 지치는 것보다 같이 하면서 힘이 되는 이상적인 팀이었어요.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돈독하고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하셨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다락방>에서는 마음의 문을 닫은 히키코모리 역을 연기하셨는데, 쉽지 않은 배역이다 보니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과정으로 캐릭터를 분석하셨는지 궁금해요.
<다락방>의 ‘소녀’라는 역할이 가장 연구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어려운 만큼 무척 흥미롭기도 했어요.
작품 속 ‘소녀’라는 인물이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과정에서부터 히키코모리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랑 전혀 다른 내용으로 연기를 했거든요. 사춘기 소녀 같은 모습으로 연기를 했어요.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처음 리딩할 때의 모습과 무대에서 나타난 모습이 달라요. 관객한테 감정을 다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연기하는 제가 잘 느낄 수 있도록 소녀가 히키코모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엄청난 노력을 하시는 것 같아요. 맡으신 배역과 배우님의 본 모습이 부딪힐 때는 없으셨나요?
있었죠. 3학년 때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라는 작품을 했었는데, 그때 맡았던 역할이 레이디 맥베스라는 악녀였어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악녀의 모습이 있으니까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외모나 체형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제 이미지가 악녀와는 거리감이 있고, 목소리도 훨씬 더 높거든요. 그런데 큰 극장에서는 표정보다 몸의 텐션이나 말투, 목소리로 극을 이어가기 때문에 얼굴에 아무리 인상을 써도 잘 드러나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외형적인 모습을 만드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책임감을 갖고 배역을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하셨던 작품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무대에서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었을까요?
커튼콜 할 때 객석에서 부모님이 보이는 순간과 공연이 끝난 후 관객분들께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실 때예요. 개인적인 SNS 메시지, 또는 관람 후기에 적힌 제 얘기들은 잊히지 않아요. 그래서 저한테 연락해주셨던 관객분들은 제가 대부분 다 기억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말이나 응원 글이 있었나요?
고등학교 때 <우리읍내> 공연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그때 안 친했던 선배가 맨 앞줄에 앉아서 보셨는데, 공연이 끝나고 펑펑 울면서 나가셨어요. 저는 왜 그렇게까지 우시는지 궁금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메시지가 왔어요.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입시를 할 때였는데, 제 공연이 많이 위로가 됐다면서 연락이 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배우님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해지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보러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작품을 시작하실 때 꼭 하는 행동이나 습관 같은 게 있나요?
제가 기독교라서 그런지 연습 중이나 그 전에 기도를 하려는 게 있어요. 징크스라기 보다 제가 편안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편안해지기 위해 기도를 드리시는군요. 혹시 배우님도 엄청 긴장하셨던 적이 있나요?
손이 떨릴 만큼 긴장한 적은 없었지만, 매 공연마다 어느 정도의 텐션감은 가지고 있어요. 만약 9일 동안 하는 공연이라면, 마지막 회차는 루즈해질 수 있어서 오히려 그럴 때는 긴장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오히려 긴장하는 게 더 도움이 될 때가 있군요.
너무 심한 긴장만 아니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편안한 상태에서 연기를 하게 되면 실수도 많이 하고 동료 배우와 평소와는 다른 호흡을 즉각적으로 맞춰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그걸 너무 빠르게 받아서 티키타카가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서요.
긴장감을 만들면서까지 작품을 하시는군요. 긴장감을 만드실 때 어떤 행동을 하시나요?
단 입구에서 관객들 소리를 들어요. ‘소중한 시간을 써서 나를 보러 와준 관객들이다. 그러니 더욱 실수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과거에 어떤 뮤지컬을 보면서 걸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배우님께서 생각하시는 뮤지컬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처음에 말했듯, 현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연극과는 다르게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노래로 풀어내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그래서 어려운 내용도 쉽게 다가갈 수 있어요. 또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객석을 보면, 관객이 노래 분위기나 흐름을 어떻게 타고 있는지 볼 수 있어요. 신나는 노래가 나올 때는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요. (웃음) 관객이랑 같이 호흡한다는 점이 정말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노래와 춤, 연기를 모두 잘하시는 건 반칙이 아닐까 싶어요. 하나로 어우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활동하시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웃음) 아직까지는 없어요.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즐기기 어려워지잖아요. 그래서 사실 제일 어려운 건 연습하러 가는 길이예요. 그런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면 무대 위의 제 모습이 상상돼서 재밌고 더 힘내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연습하면서 느끼는 뿌듯함과 설렘은 귀찮음을 잊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빈 님께서 연기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사 내용과 그에 맞는 표정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슬픈 말을 하고 있는데 눈은 웃고 있으면 무슨 연기를 하는 건지 와닿지 않잖아요. 그래서 내뱉는 대사와 일치되는 행동 혹은 표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정을 나눠서 꼼꼼히 분석하시는군요. 배우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연기란 어떤 것인가요?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연기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겪은 상황이 아닐지라도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되는 만드는 것이요.
배우님이 가장 좋아하는, 혹은 영감을 받은 뮤지컬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은 <록키호러쇼>라는 작품이에요. 대극장 뮤지컬인데도 관객들과 소통을 많이 해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판타지가 가득한 극이에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무대에서 구현하는데 영화와 다르게 무대가 갖는 공간의 제약을 잘 풀어내서 정말 좋아해요. 나중에는 <록키호러쇼>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배우님의 미래가 궁금해지는데요, 나중에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나 장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명확한 배역은 없고, 액션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액션이나 누아르 같이 제 이미지와 안 어울리는 배역을 해보고 싶어요. 제게 맞는 이미지로 시작해서 비슷한 이미지에 도전하고 있지만, 조금씩 연기 스펙트럼을 늘려가고 싶어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배우님이 생각하셨을 때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 AI가 배우 대신 광고를 찍으면서, 나중에는 영화 배우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AI의 예술은 과거에 인간이 창작한 데이터를 가지고 조합하는 거잖아요. 이와 달리 인간의 예술은 미래를 바라보고 창조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AI와 인간이 창작하는 예술의 지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예술이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공감해요. 말씀을 듣고 나니 기계가 인간의 미세한 감정까지는 표현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굳건한 배우님의 3년 뒤가 궁금해요. 배우님은 3년 뒤,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운이 좋지 않으면 백수일 것 같고요. 운이 좋다면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나 먼 미래의 꿈이 있으신가요?
제가 앞으로 만들 가정을 굶기지 않고 제 꿈에 대한 가치를 낮추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강렬하고도 멋진 답변이었어요. 배우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짧지만 즐거웠습니다. 인터뷰하신 소감이 어떠세요?
평소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안 하는 편인데 질문을 받으면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지향점을 찾는 과정이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Copyright 2022. Dear.A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작품 사진과 매거진의 저작권은 작품의 아티스트 및 매거진 에디터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가공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