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or 서리




INTRO

 

내가 티끌처럼 작아 보이는 순간,

멈춰져 갈피를 잃은 것 같은 순간에도

우리의 길이 성장으로 향하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이 있다.


초록색 풀이 더 완연한 초록빛을 띠며 1cm 자라나듯이.

 

식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서리를 만나다.

 

 

w. 이윤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스타그램에서 서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강보경입니다. 주로 식물과 일상을 담은 그림들을 그리고 있어요.



작품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직장인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은데, 출근하고 퇴근하고 똑같이 굴러가는 지루한 생활에 변화를 좀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광고회사는 광고주가 컨펌을 해야만 그 일을 끝내고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긴 컨펌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원래부터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했고요.

 


작품의 색이 굉장히 뚜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본인의 색을 어떻게 정립하고 만들어 가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

    제 일러스트에는 항상 식물이 들어가 있어요. 사실 그림 말고 또 다른 취미가 식물 키우기거든요. 처음에는 식물에 관한 정보를 그려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제가 말주변도 없고, 말을 재미있게 하는 요령도 없다 보니까 어렵더라고요. 인스타툰에 도전하기도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웃음) 그래서 그냥 부담 없이 식물과 관련된 장면들을 그렸어요. 어떤 그림을 그려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어 할까 고민하며 그리다 보니, 지금의 그림체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꾸준하게 고민하고 그리며 나름의 색을 만들어 갔다고 생각해요.



 

@seori_berry



작품에서 계절감이 잘 드러나더라고요. 실제로 계절의 변화 같은 것을 세심하게 느끼는 편이신가요?

    제가 키우는 식물이 10대 관엽식물들이거든요. 이 식물들은 여름처럼 덥고 습한 환경을 되게 좋아해요. 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과 계절을 맞춰주다 보니 조금 더 민감해진 편인 것 같아요. 또 제가 사는 동네가 한강 근처예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화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예민하게 구경하고 그림에 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식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으신데, 식물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나 추억이 있을까요?

    식물 재테크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웃픈 에피소드가 있긴 해요. (웃음) 올 초만 해도 식물 시장이 엄청 활발해서 식물 가격이 고공행진했거든요. 돈을 벌어 보고자 하는 욕심에 식물을 막 샀는데 가격이 엄청 내려간 거예요. 그때 이후로 돈벌이에 대한 꿈은 접고, 식물에 대한 순수한 애정으로 열심히 기르고 있답니다.

 


서리 캐릭터의 탄생 비화가 궁금해요.

    다들 다람쥐가 아니냐고 하는데, 사실 서리는 청설모예요. 동물 하나를 캐릭터화하고 싶어서, 어떤 동물을 할까 고민하다가 유튜브에서 청설모 영상을 보게 됐어요. 청설모들이 도토리나 먹이를 찾아서 다음에 먹으려고 숲속에 숨겨 놓는대요. 근데 어디에 숨겨놨는지 까먹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그 도토리는 땅에 묻혀서 이후에 새싹이 나고 나무가 돼요. 그래서 청설모를 숨겨진 가드너라고 한대요. 그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청설모로 서리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작품 소재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평소 생활할 때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나 출근길에 바뀌는 계절이 예쁘면 사진을 자주 찍어요. 그렇게 찍은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가 그림의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때 꺼내서 쓰고 있습니다. 



보통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나요? 평소 작업 스타일이 어떠신지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본업이 있다 보니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하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나의 그림만 그린다고 했을 때 1~2주 정도 소요돼요. 일단 아이디어를 내는 게 시간이 걸려요. 아이디어가 나오면 구도를 잡은 후 좀 여러 구도로 스케치를 해보는 편이고, 그 중 하나가 셀렉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편이에요.



@seori_berry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서 여쭤보지 않을 수 없겠죠.

    많은 분들께서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나, 나만 멈춰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SNS가 워낙 발달되어 있다 보니 저도 남과 비교하고, 스스로를 항상 의심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식물을 보면 환기가 되거든요. 식물은 성장이 멈춰 있는 것 같아 보여도 항상 크고 있어요. 어느새 새순이 돋아나 있는 것처럼요. 그걸 보면서 우리의 삶도 매일 똑같아 보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또, 도시에 살면 식물을 보거나 초록색들을 보는 게 쉽지 않잖아요. 초록을 보면서 힐링 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


본업 외에 자기 계발이나 취미생활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체력도 많이 필요로 할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이어가실 수 있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돌이켜보니 살아오면서 꾸준히 했던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쉽지 않은 만큼 꾸준히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목표도 있는 것 같아요. 또 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구나 하는 것이 보이니까, 아무래도 그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죠. 스스로 뭔가를 하고 있구나 잘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사실 일과 같이 하려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기는 해요. 그렇지만 취미를 찾고, 또 꾸준히 하는 게 꼭 필요하더라고요. 회사 생활로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할 수 있는지 알아나가기 쉽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점점 정년퇴직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져 간다고 생각해요. 100세 인생에서 직업을 하나만 가질 것이 아니니 다양한 것들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안 해보면 내가 뭘 좋아하고 어디에 재능과 소질이 있는지를 모르니까요. 직장 동료들 중 클라이밍을 하거나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친구들이 있어요. 뭐라도 해보려고 이것저것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반대로 작품활동을 하며 힘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아이디어 낼 때가 제일 어려워요. 또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는 만큼 고민도 많아지는 것 같고요. 그림을 그릴 때마다 사람들이 이 그림을 좋아해 줄까하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어요.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자, 담고 싶은 걸 그리자 생각하면서도 욕심이 많아서 부담감이 생겨요. 그래서 그 부분을 좀 내려놓으려고 노력해요.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든 사람들은 좋아해 줄 거야! 하면서요.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이나 바라는 것들이 있으신가요?

    취미도 어느 순간 일이 되어버리면 부담이 되거든요. 부담이 되고, 그리기 싫어지고, 그러다가 지치는 상황이 싫어서 최대한 즐기며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 일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식물을 좋아하다 보니까 식물과 관련된 캠페인이나 아니면 브랜드 협업 같은 것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꽃집 주인도 한번 돼보고 싶고요. (웃음)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은 유머라고 생각해요. 예술은 우리의 삶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것 같거든요. 지쳤다가도 조금이라도 재미가 있으면 다시 힘을 낼 수 있고,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유머와 같은 예술이 없으면 일상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유머는 오래 갈 수밖에 없는, 사라질 수 없는 그런 영역인 것 같아요.


좋은 답변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이 부탁드려요!

    인터뷰 요청이 와서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제가 인터뷰를 해도 되나 싶기도 했는데,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제 인터뷰를 본 누군가가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덕분에 앞으로도 좋은 그림 많이 그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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