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발이 닿는 대로
맘이 가는 대로
점을 찍고 다니길 수백 번
무수히 많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되듯
함성과 열기로 가득찬 그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묵묵히 나아간다
w. 조윤주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프로듀서 김도훈입니다. 현재 프리랜서로 각종 연습과 레슨을 개인 작업과 병행하며 실력을 쌓아가고 있어요. 대학 연합동아리 대표를 겸하면서 훗날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노래와 작사·작곡, 댄스를 모두 아울러 작업하고 계세요. 한꺼번에 모든 걸 시작하신 것 같진 않은데요.
맞아요. 처음 시작은 중학교 때 들었던 EDM 노래예요. 방방 뛰는 듯한 음악이 기억에 남아서 홍대에 있는 디제잉 학원에 다녔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디제잉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다하기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때 ‘내가 직접 곡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듀싱하는 선배의 도움을 받아 작곡을 시작했어요. 이후 짧게나마 작곡과 관련된 학교를 다녔고요. 또 보컬 지인분들에게 곡을 드리거나 의견을 드리곤 했는데 막상 같이 작업을 할 때, 만족이 안 되는 거예요. ‘여기서 조금만 더!’하는 느낌을 살리고 싶은데, 전문 지식이 없으니 다른 도리가 없었죠.
‘가이드’라고 실용음악 수강생들이 보컬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는 역할이 있는데요. 가이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있어야겠다 싶어 학원에 다니면서 무작정 보컬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는 선천적으로 음치라 배우는데 조금 애먹었어요. (웃음) 나중에 제 곡을 가이드해서 보컬 분들께 드리기 직전에 들어봤는데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그냥 내가 다 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생각했어요.
곡을 많이 쓰려면 많이 들어야 하잖아요. 많이 듣다 보면 같은 곡이어도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곤 해요. 특히 유튜브에 코레오그래피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데, 같은 노래에도 댄서들의 춤선이 모두 다른 게 신선했어요. 곡을 쓰는 데 필요한 레퍼런스가 다르게 다가오니까, 춤도 배워두면 곡을 쓰거나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할 때 많은 창작자들과의 소통에 용이할 거라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유튜브와 SNS에 꽤 많은 작업물들을 영상으로 소개하셨는데, 그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작업물이 있나요?
《Hole》이라는 제 앨범 중 〈Savior〉라는 곡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곡을 쓸 때 본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쓰곤 하는데, 전 아직 가사로 녹일 경험이 적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요. <Savior> 곡의 경우 대상이 제 할아버지였는데요. 할아버지께서는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시다가 지금은 공장장이 되셨어요. 그 과정을 이야기로 듣고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절감했어요. 어릴 때부터 제게 많은 사랑과 애정의 손길을 주신 할아버지께 지금 제가 잘하는 방식인 곡을 써서 할아버지의 세월을 위로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그래서 제일 와닿는 작업물인 것 같아요.
창작하시는 분들은 모두 작은 루틴들이 있으시던데요.
저는 시간이 아주 넉넉한 사람이에요. 뭔가를 하더라도 도중에 수틀려서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일정이죠. 마감에 대한 압박감이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강박증이라 생각하는데, 고등학생 때 살이 많이 찐 이후로 운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그 뒤로는 몸이 잡혔지만 운동을 멈추면 그때로 다시 돌아갈 것 같은 거예요. 몸무게가 많이 나갈 때 사람들로부터 상처도 많이 받았거든요. 그 뒤로는 작업할 때도 운동을 같이 하는 게 루틴이 되었어요.
대학 입시 때도 하루에 5시간씩은 곡을 작업하려고 하면서 잡힌 루틴이 있는데요. 대학교를 도중에 그만둔 뒤로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마인드로 반드시 지키는 하루 일정이 있어요. 먼저 9시에 일어나면 아침을 먹고 카페에서 2시간씩 공부를 해요. 이때 공부는 음악뿐 아니라 그때그때 관심이 가는 분야를 하는데, 요즘은 촬영과 구도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매일 하는 건 경제 공부예요. 공부가 끝나면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을 해요. 마치면 1시 반에서 2시쯤 되고요. 학원에 개설된 아카데미에 가서 2시간씩 댄스 연습을 하고 5시쯤 집에 오면 작업실에 가서 저녁을 해결하고 6시부터 보컬 연습 1시간, 곡 작업 2시간을 하고 9시쯤에 집으로 와요. 10시에는 동생들과 게임하며 놀거나 사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12시쯤에 잠자리에 들어요. 이 루틴을 정말 매일 해요. 전체적으로 작업할 때 이 루틴이 제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굉장히 알차면서도 틈이 없는 시간들인데요. 번아웃이 오신 적은 없나요?
다 내려놓고 쉬고 싶었던 적도 있죠. 그런데 저는 성격상 잘 쉬지 않아요. 쉬어도 다른 일로 환기를 하면서 충전을 하는 식이에요. 예를 들어 어느 날 작곡을 하다가 ‘아, 죽어도 못 하겠다’ 싶으면 다음 날 춤이든 보컬이든 다른 작업을 해요. 그럼 또다시 작곡을 하고 싶어지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가능한 재충전 방법인 것 같아요.
HMGB가 예전 활동명인 것 같은데 무슨 뜻이었는지, 지금은 왜 Nerdy James로 바꾸셨는지 궁금해요.
‘HMGB’는 한국어의 초성을 영어 이니셜로 바꾼 거예요. ‘ㅎㅁㄱㅂ’ 이렇게 네 글자인데 유추가 되시나요? 초등학생 무렵 스타 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했는데 그때 닉네임이 ‘스타찐따’였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보시고 왜 이름을 그렇게 짓냐고 하셔서 건전해 보이는 ‘할매국밥’이라는 이름으로 지었어요. 꽤 괜찮아서 ‘평생 닉네임이다!’ 해서 영어로 바꿔 썼던 거예요.
‘Nerdy James’라는 이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제가 애정템에 이름을 붙이는 버릇이 있는데요. 제가 아끼는 아이패드 캐릭터 (뭔가 귀엽고 하찮고 약간 식빵처럼 생겼습니다) 에 정이 붙어서 이름을 'James'라고 붙였는데, 거기에 평소 좋아하는 단어인 ‘Nerdy’를 합쳐서 ‘Nerdy James’가 되었습니다. ‘Nerdy’를 좋아하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 개성있고 다양한 '못남' 을 추구해서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Dear. A에서 인터뷰한 분들 중 가장 많은, 또 다채로운 분야를 통섭하는 아티스트세요. 다양한 방면을 아우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힘드시진 않으셨나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시작은 재능을 향한 갈망에서부터였어요. 전 모든 분야에서 평균 이하였거든요. 춤을 연습할 때 보통 영상을 찍잖아요. 그 기록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지금 보면 재밌지만, 당시에는 그 결과를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춤을 출 때 생각대로 안 움직이는데 그런 영상을 계속 봐야 하고, 녹음할 때도 갈라지는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런 게 너무 싫고 부담스러웠어요.
모두 평균 이하였다니 의외예요. 현재 활동 중이신 분야는 재능이 어느 정도 필요한 분야가 아닌가 싶어서요. 재능이 부족해도 노력으로 보완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노력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는 스스로 노력했다기보다는 주변 환경과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예컨대 학원 레슨 선생님들처럼요. 마냥 노력했다기보다는 효율적으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돈은 들어도 훨씬 효율적이잖아요. 그렇게 혼자만의 노력으로 보완이 되지 않는 부분들을 상쇄하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여러 분야 중 특히 더 중점을 두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최근에 시간을 많이 쓰는 건 댄스예요. 학원에 가면 댄스만 해요. 작업실에 가면 곡도 쓰고 계획도 세우고 보컬 연습도 하지만요. 그래도 제 메인은 역시 프로듀싱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분야 같아 보여도 모두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잖아요. 본인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또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일단 저는 ‘음악으로 이런 걸 전달하고 싶다!’라는 건 없고요. (웃음)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친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유명세를 목표로 한다거나 예술에 취하는 편은 아니에요. 일단 다양한 장르를 통섭하고, 무언가를 전해야겠다는 의지보다는 순전히 내가 해보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은 호기심에서 비롯한 것들을 하고 싶어요. 아직은 무언가 내보일 건 없고, 데이터를 조금 더 쌓는 게 목표예요.
지난달에 발매하신 《Nerdy Christmas》도 그렇고 여러 음원을 들어보니 계절, 특히 겨울과 관련된 노래들이 많더라고요. 영감을 주로 계절의 변화에서 얻으시나요?
계절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곡을 듣고, 영상을 챙겨봐요. 유튜브에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영상이 많잖아요. 특히 팝송 플레이리스트 댓글들 구경하는 게 정말 재밌거든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요. 그런 댓글들을 보면서 재밌겠다 싶은 것들에서 영감을 받는데 그 플레이리스트가 계절 위주로 나오다 보니까 작업도 그렇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뮤지션이 있으신가요?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님을 정말 좋아했어요. 외모도 매력적이고, 목소리도 개성 있어서요. 뮤지션으로서 존경하는 아티스트는 빌리 아일리시예요. 암울한 분위기를 좋아하진 않는데 빌리 아일리시의 목소리는 정말 달콤하고 부드럽게 들리거든요. 리듬을 쪼개거나 하우스 풍 노래도 많고요. 목소리와 비트의 차이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엔터테인먼트 운영이라는 현실적인 목표 외에, 막연하게 머릿속에서 그리시는 꿈이 있나요?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목표가 있어요. 큰 무대 중앙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저를 보는 관객들이 소름과 환희를 느꼈으면 해요. 제 곡으로요. 뭘 하든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 그게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Dear. A의 단골 질문이죠.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술은 사람들의 감정이 가장 와닿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 간의 소통에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요. 인간 대 인간으로 감정적인 교류와 소통이 일어나는 독자적인 곳이 아닐까요. 효율적인 소통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려요!
처음 해보는 인터뷰였지만 Dear.A 에디터 분들께서 제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셔서, 또 말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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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되듯
함성과 열기로 가득찬 그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묵묵히 나아간다
w. 조윤주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프로듀서 김도훈입니다. 현재 프리랜서로 각종 연습과 레슨을 개인 작업과 병행하며 실력을 쌓아가고 있어요. 대학 연합동아리 대표를 겸하면서 훗날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노래와 작사·작곡, 댄스를 모두 아울러 작업하고 계세요. 한꺼번에 모든 걸 시작하신 것 같진 않은데요.
맞아요. 처음 시작은 중학교 때 들었던 EDM 노래예요. 방방 뛰는 듯한 음악이 기억에 남아서 홍대에 있는 디제잉 학원에 다녔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디제잉은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다하기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때 ‘내가 직접 곡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프로듀싱하는 선배의 도움을 받아 작곡을 시작했어요. 이후 짧게나마 작곡과 관련된 학교를 다녔고요. 또 보컬 지인분들에게 곡을 드리거나 의견을 드리곤 했는데 막상 같이 작업을 할 때, 만족이 안 되는 거예요. ‘여기서 조금만 더!’하는 느낌을 살리고 싶은데, 전문 지식이 없으니 다른 도리가 없었죠.
‘가이드’라고 실용음악 수강생들이 보컬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는 역할이 있는데요. 가이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있어야겠다 싶어 학원에 다니면서 무작정 보컬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는 선천적으로 음치라 배우는데 조금 애먹었어요. (웃음) 나중에 제 곡을 가이드해서 보컬 분들께 드리기 직전에 들어봤는데 좋은 거예요. 그때부터 ‘그냥 내가 다 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생각했어요.
곡을 많이 쓰려면 많이 들어야 하잖아요. 많이 듣다 보면 같은 곡이어도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곤 해요. 특히 유튜브에 코레오그래피 영상이 많이 올라오는데, 같은 노래에도 댄서들의 춤선이 모두 다른 게 신선했어요. 곡을 쓰는 데 필요한 레퍼런스가 다르게 다가오니까, 춤도 배워두면 곡을 쓰거나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할 때 많은 창작자들과의 소통에 용이할 거라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유튜브와 SNS에 꽤 많은 작업물들을 영상으로 소개하셨는데, 그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작업물이 있나요?
《Hole》이라는 제 앨범 중 〈Savior〉라는 곡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곡을 쓸 때 본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쓰곤 하는데, 전 아직 가사로 녹일 경험이 적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요. <Savior> 곡의 경우 대상이 제 할아버지였는데요. 할아버지께서는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시다가 지금은 공장장이 되셨어요. 그 과정을 이야기로 듣고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절감했어요. 어릴 때부터 제게 많은 사랑과 애정의 손길을 주신 할아버지께 지금 제가 잘하는 방식인 곡을 써서 할아버지의 세월을 위로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그래서 제일 와닿는 작업물인 것 같아요.
창작하시는 분들은 모두 작은 루틴들이 있으시던데요.
저는 시간이 아주 넉넉한 사람이에요. 뭔가를 하더라도 도중에 수틀려서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일정이죠. 마감에 대한 압박감이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강박증이라 생각하는데, 고등학생 때 살이 많이 찐 이후로 운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그 뒤로는 몸이 잡혔지만 운동을 멈추면 그때로 다시 돌아갈 것 같은 거예요. 몸무게가 많이 나갈 때 사람들로부터 상처도 많이 받았거든요. 그 뒤로는 작업할 때도 운동을 같이 하는 게 루틴이 되었어요.
대학 입시 때도 하루에 5시간씩은 곡을 작업하려고 하면서 잡힌 루틴이 있는데요. 대학교를 도중에 그만둔 뒤로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마인드로 반드시 지키는 하루 일정이 있어요. 먼저 9시에 일어나면 아침을 먹고 카페에서 2시간씩 공부를 해요. 이때 공부는 음악뿐 아니라 그때그때 관심이 가는 분야를 하는데, 요즘은 촬영과 구도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매일 하는 건 경제 공부예요. 공부가 끝나면 헬스장으로 가서 운동을 해요. 마치면 1시 반에서 2시쯤 되고요. 학원에 개설된 아카데미에 가서 2시간씩 댄스 연습을 하고 5시쯤 집에 오면 작업실에 가서 저녁을 해결하고 6시부터 보컬 연습 1시간, 곡 작업 2시간을 하고 9시쯤에 집으로 와요. 10시에는 동생들과 게임하며 놀거나 사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12시쯤에 잠자리에 들어요. 이 루틴을 정말 매일 해요. 전체적으로 작업할 때 이 루틴이 제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굉장히 알차면서도 틈이 없는 시간들인데요. 번아웃이 오신 적은 없나요?
다 내려놓고 쉬고 싶었던 적도 있죠. 그런데 저는 성격상 잘 쉬지 않아요. 쉬어도 다른 일로 환기를 하면서 충전을 하는 식이에요. 예를 들어 어느 날 작곡을 하다가 ‘아, 죽어도 못 하겠다’ 싶으면 다음 날 춤이든 보컬이든 다른 작업을 해요. 그럼 또다시 작곡을 하고 싶어지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니 가능한 재충전 방법인 것 같아요.
HMGB가 예전 활동명인 것 같은데 무슨 뜻이었는지, 지금은 왜 Nerdy James로 바꾸셨는지 궁금해요.
‘HMGB’는 한국어의 초성을 영어 이니셜로 바꾼 거예요. ‘ㅎㅁㄱㅂ’ 이렇게 네 글자인데 유추가 되시나요? 초등학생 무렵 스타 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했는데 그때 닉네임이 ‘스타찐따’였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보시고 왜 이름을 그렇게 짓냐고 하셔서 건전해 보이는 ‘할매국밥’이라는 이름으로 지었어요. 꽤 괜찮아서 ‘평생 닉네임이다!’ 해서 영어로 바꿔 썼던 거예요.
‘Nerdy James’라는 이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제가 애정템에 이름을 붙이는 버릇이 있는데요. 제가 아끼는 아이패드 캐릭터 (뭔가 귀엽고 하찮고 약간 식빵처럼 생겼습니다) 에 정이 붙어서 이름을 'James'라고 붙였는데, 거기에 평소 좋아하는 단어인 ‘Nerdy’를 합쳐서 ‘Nerdy James’가 되었습니다. ‘Nerdy’를 좋아하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 개성있고 다양한 '못남' 을 추구해서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Dear. A에서 인터뷰한 분들 중 가장 많은, 또 다채로운 분야를 통섭하는 아티스트세요. 다양한 방면을 아우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힘드시진 않으셨나요?
모두가 그렇겠지만 시작은 재능을 향한 갈망에서부터였어요. 전 모든 분야에서 평균 이하였거든요. 춤을 연습할 때 보통 영상을 찍잖아요. 그 기록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지금 보면 재밌지만, 당시에는 그 결과를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춤을 출 때 생각대로 안 움직이는데 그런 영상을 계속 봐야 하고, 녹음할 때도 갈라지는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그런 게 너무 싫고 부담스러웠어요.
모두 평균 이하였다니 의외예요. 현재 활동 중이신 분야는 재능이 어느 정도 필요한 분야가 아닌가 싶어서요. 재능이 부족해도 노력으로 보완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노력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는 스스로 노력했다기보다는 주변 환경과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예컨대 학원 레슨 선생님들처럼요. 마냥 노력했다기보다는 효율적으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돈은 들어도 훨씬 효율적이잖아요. 그렇게 혼자만의 노력으로 보완이 되지 않는 부분들을 상쇄하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어요.
여러 분야 중 특히 더 중점을 두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최근에 시간을 많이 쓰는 건 댄스예요. 학원에 가면 댄스만 해요. 작업실에 가면 곡도 쓰고 계획도 세우고 보컬 연습도 하지만요. 그래도 제 메인은 역시 프로듀싱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분야 같아 보여도 모두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잖아요. 본인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또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일단 저는 ‘음악으로 이런 걸 전달하고 싶다!’라는 건 없고요. (웃음)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친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유명세를 목표로 한다거나 예술에 취하는 편은 아니에요. 일단 다양한 장르를 통섭하고, 무언가를 전해야겠다는 의지보다는 순전히 내가 해보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은 호기심에서 비롯한 것들을 하고 싶어요. 아직은 무언가 내보일 건 없고, 데이터를 조금 더 쌓는 게 목표예요.
지난달에 발매하신 《Nerdy Christmas》도 그렇고 여러 음원을 들어보니 계절, 특히 겨울과 관련된 노래들이 많더라고요. 영감을 주로 계절의 변화에서 얻으시나요?
계절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곡을 듣고, 영상을 챙겨봐요. 유튜브에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영상이 많잖아요. 특히 팝송 플레이리스트 댓글들 구경하는 게 정말 재밌거든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요. 그런 댓글들을 보면서 재밌겠다 싶은 것들에서 영감을 받는데 그 플레이리스트가 계절 위주로 나오다 보니까 작업도 그렇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뮤지션이 있으신가요?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님을 정말 좋아했어요. 외모도 매력적이고, 목소리도 개성 있어서요. 뮤지션으로서 존경하는 아티스트는 빌리 아일리시예요. 암울한 분위기를 좋아하진 않는데 빌리 아일리시의 목소리는 정말 달콤하고 부드럽게 들리거든요. 리듬을 쪼개거나 하우스 풍 노래도 많고요. 목소리와 비트의 차이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엔터테인먼트 운영이라는 현실적인 목표 외에, 막연하게 머릿속에서 그리시는 꿈이 있나요?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목표가 있어요. 큰 무대 중앙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저를 보는 관객들이 소름과 환희를 느꼈으면 해요. 제 곡으로요. 뭘 하든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 그게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Dear. A의 단골 질문이죠.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술은 사람들의 감정이 가장 와닿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 간의 소통에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요. 인간 대 인간으로 감정적인 교류와 소통이 일어나는 독자적인 곳이 아닐까요. 효율적인 소통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려요!
처음 해보는 인터뷰였지만 Dear.A 에디터 분들께서 제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셔서, 또 말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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