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글로부터 이끌어낼 언어의 영역에서,
그보다 외적인 형태로부터 이끌어낼 예술의 영역까지.
그 경계를 풀어내 가치를 심는 사람. 지금 우리는 그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예술과 가까이 닿을 수 있는가.
w. 박다인
INTERVIEW
Q. 안녕하세요, 예진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현예진입니다. 저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데요. 크게 매체의 콘텐츠를 총괄하고 브랜드 언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티에그>와 <온큐레이션>에서 콘텐츠 편집을 하고, 브랜드의 브랜딩도 돕고 있죠. 브랜드 혹은 서비스에서 기고 요청이 오면 기고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글을 쓰는 창작자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재밌어 보이는 것들에 뛰어들다 보니 일의 범위가 넓어졌네요.
Q. 예진님은 주로 패션 매체에서 활동을 해오셨더라고요. 패션 관련 직업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저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오래 전부터 패션에 관심이 높았죠. 그래서 학교를 졸업한 뒤에 남성지 <LEON>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 이후로도 패션에 대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패션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하다 보니 패션 산업의 그늘도 보이더라고요. 패션 산업 자체의 사이클 속도와, 자원을 소비하는 방식도, 뭐든 빠르게 휘발되는 것들이 아쉬웠죠. 일반 매체에서 패션을 겉핥기 식으로 소비하는 방식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패션 분야와 거리를 두고, 문화예술을 향한 관심을 높이던 중에 감사한 기회로 <온큐레이션>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회의적으로 느꼈던 패션의 모습 말고도 좋아했던 패션의 모습들이 있거든요. 패션만의 사회 전복적인 면이나 포용력 같은 것이요. 그런 패션의 긍정적인 가치를 증대하고 알리는 매체가 <온큐레이션>이었어요. 멋진 매체와 함께할 수 있어 기쁠 따름입니다!
Q. 현재 <온큐레이션>과 <안티에그>에서 매거진 파트를 총괄하고 계시는데, 전반적인 콘텐츠를 관리하시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혹시 콘텐츠를 디렉팅하시며서 겪은 고충이 있으신가요?
A. 사실 없어요. 오히려 많은 콘텐츠와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제가 조언을 줄 수 있다는 점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저는 콘텐츠를 편집하는 동시에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콘텐츠를 관리하는 과정에 이점이 더 많아요. 사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렇게 때문에 제가 여러 사람들의 콘텐츠를 읽으면서 제 안에 쌓인 것들이 많아져서, 저는 고충보다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Q. 다양한 콘텐츠를 관리하시는데, 예진님만의 콘텐츠 관리 기준이 있으신가요? 또한, 예진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어떤 매체이건 간에 그 매체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콘텐츠가 적합한지, 그 매체의 컨셉에 맞는 글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글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거든요. 독자를 얼마나 고려한 글인가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결국에 글은 독자에게 가까이 닿기 위해서 쓰인 거잖아요. 그런데 작성자의 자아가 너무 많이 보인다거나 알맹이 없이 주장만 있는 글이라면 가까이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한지도 많이 보는 편입니다.
Q.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문화예술 큐레이션 플랫폼 <안티에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에세이를 뉴스레터로 발행하고 있어요. 뉴스레터는 문화예술의 감상이나 일상에서 수확한 영감, 생각들을 단상의 형태로 전하는 콘텐츠로, 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글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쓸 때마다 ‘내가 이렇게 얘기해도 되나?’, ‘이 말이 맞나?’, ‘누가 호응해 줄 수 있는 글일까?’와 같은 걱정을 많이 해요. 그래도 발행 후에 주변에서 직접적인 피드백을 들을 때면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제 글을 보고 느낀 게 있다는 거잖아요.
Q. 아무래도 다양한 주제로 콘텐츠를 기획하려면 배경지식이 많아야 할 것 같아요. 예진 님은 주로 어디에서 인사이트와 영감을 얻으시나요?
A. 예전부터 꾸준히 휴대폰과 멀어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유튜브 쇼츠 등 짧은 콘텐츠는 돌이켜 보면 정작 내가 뭘 소비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게 태반이더라고요. 그래서 디지털 알고리즘과 달리 데스크에서 직접 고른 소식이 담긴 종이신문을 받아서 읽고 있어요. 또, 책을 많이 읽는 편인 것 같아요. 특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생각의 범위를 확장해 줄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어요. 부수적으로는 자연에서 글의 소재를 많이 얻는 것 같기도 해요. 자연 속에서 느꼈던 것, 또는 일상의 한 순간을 기억한 뒤 떠올리는 것에서도요. 패션 관련 콘텐츠를 제작할 때 필요한 인사이트는 <온큐레이션>에서 많이 얻는 편입니다. 사실 제가 구독중인 기성지가 없는 이유에는 모방을 막기 위함도 있어요. 그리고 콘텐츠 기획자로서 다른 에디터 분들의 글을 계속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분들의 시선을 통해 제가 알게 되는 것들도 다 인사이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Q. 패션과 관련된 일을 하셔서 그런지 패션 감각이 좋으신 것 같아요. 혹시 예진님만의 옷 잘 입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또, 좋아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A. 저는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답게 입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저 또한 그렇게 입고 싶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에서는 본인이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게 어렵잖아요. 예전의 저는 ‘이런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요. 외부의 기준에 벗어나 내 주관만으로 선택하니까 옷을 고르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한국 브랜드 ‘티크(TEAK)’입니다. 패턴이나 소재 선택이 매력적인 브랜드에요. ‘팔로마울(Paloma Wool)’, ‘가니 (GANNI)’도 좋아하고, 미국의 편집숍 ‘리사세이즈가(Lisa Says Gah)’도 좋아해요.
Q. 매거진 에디터 혹은 콘텐츠 기획자(디렉터)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많이 놀길 바라요. 정확히는 나를 주변에 더 많이 드러내고, 일상적인 대화 말고도 내가 좋아하거나 심취해 있는 것이 있다면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길 바라요. 자신의 세상을 넓힐 수 있는 방법으로 예술도 있지만, 타인도 있어요. 사람을 물질화하면 도서관과 같대요. 모든 사람이 빼곡한 서고를 보유한 도서관 같은 존재라는 거죠. 타인이 도서관이라면 그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잖아요. 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서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경계를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보다 포용적인 태도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자신의 세계도 넓어지고, 그런 것들이 결국 좋은 글감이나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보니까 많이 놀아본 사람이 주변에 관심도 많고, 일도 잘하고, 좋은 결과물도 많이 만들어내더라고요.
Q. 마지막은 저희 디어에이의 공식 질문인데요.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인간이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삶은 유한한데, 예술은 무한하잖아요. 저는 인간이 계속 창작하는 이유가 ‘나는 잊히겠지만 내 창작물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긴 하지만, 언어의 한계는 너무 명백하거든요. 그래서 말로 전부 표현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대신 그림을 그리고, 사진으로 담죠.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어떤 감정의 궤적이 희미하지만 분명히 느껴지잖아요. 이렇게 인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예술의 형태로 발화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예술은 물론 특별하지만, 동시에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일상성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Copyright 2023. Dear.A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작품 사진과 매거진의 저작권은 작품의 아티스트 및 매거진 에디터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가공을 금합니다.
editor. 김진우, 한다현, 홍지은
INTRO
글로부터 이끌어낼 언어의 영역에서,
그보다 외적인 형태로부터 이끌어낼 예술의 영역까지.
그 경계를 풀어내 가치를 심는 사람. 지금 우리는 그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예술과 가까이 닿을 수 있는가.
w. 박다인
INTERVIEW
Q. 안녕하세요, 예진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프리랜서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현예진입니다. 저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데요. 크게 매체의 콘텐츠를 총괄하고 브랜드 언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티에그>와 <온큐레이션>에서 콘텐츠 편집을 하고, 브랜드의 브랜딩도 돕고 있죠. 브랜드 혹은 서비스에서 기고 요청이 오면 기고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글을 쓰는 창작자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재밌어 보이는 것들에 뛰어들다 보니 일의 범위가 넓어졌네요.
Q. 예진님은 주로 패션 매체에서 활동을 해오셨더라고요. 패션 관련 직업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저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오래 전부터 패션에 관심이 높았죠. 그래서 학교를 졸업한 뒤에 남성지 <LEON>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 이후로도 패션에 대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패션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하다 보니 패션 산업의 그늘도 보이더라고요. 패션 산업 자체의 사이클 속도와, 자원을 소비하는 방식도, 뭐든 빠르게 휘발되는 것들이 아쉬웠죠. 일반 매체에서 패션을 겉핥기 식으로 소비하는 방식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패션 분야와 거리를 두고, 문화예술을 향한 관심을 높이던 중에 감사한 기회로 <온큐레이션>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회의적으로 느꼈던 패션의 모습 말고도 좋아했던 패션의 모습들이 있거든요. 패션만의 사회 전복적인 면이나 포용력 같은 것이요. 그런 패션의 긍정적인 가치를 증대하고 알리는 매체가 <온큐레이션>이었어요. 멋진 매체와 함께할 수 있어 기쁠 따름입니다!
Q. 현재 <온큐레이션>과 <안티에그>에서 매거진 파트를 총괄하고 계시는데, 전반적인 콘텐츠를 관리하시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혹시 콘텐츠를 디렉팅하시며서 겪은 고충이 있으신가요?
A. 사실 없어요. 오히려 많은 콘텐츠와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제가 조언을 줄 수 있다는 점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저는 콘텐츠를 편집하는 동시에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콘텐츠를 관리하는 과정에 이점이 더 많아요. 사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그렇게 때문에 제가 여러 사람들의 콘텐츠를 읽으면서 제 안에 쌓인 것들이 많아져서, 저는 고충보다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Q. 다양한 콘텐츠를 관리하시는데, 예진님만의 콘텐츠 관리 기준이 있으신가요? 또한, 예진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어떤 매체이건 간에 그 매체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콘텐츠가 적합한지, 그 매체의 컨셉에 맞는 글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글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거든요. 독자를 얼마나 고려한 글인가도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결국에 글은 독자에게 가까이 닿기 위해서 쓰인 거잖아요. 그런데 작성자의 자아가 너무 많이 보인다거나 알맹이 없이 주장만 있는 글이라면 가까이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한지도 많이 보는 편입니다.
Q.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문화예술 큐레이션 플랫폼 <안티에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에세이를 뉴스레터로 발행하고 있어요. 뉴스레터는 문화예술의 감상이나 일상에서 수확한 영감, 생각들을 단상의 형태로 전하는 콘텐츠로, 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글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쓸 때마다 ‘내가 이렇게 얘기해도 되나?’, ‘이 말이 맞나?’, ‘누가 호응해 줄 수 있는 글일까?’와 같은 걱정을 많이 해요. 그래도 발행 후에 주변에서 직접적인 피드백을 들을 때면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제 글을 보고 느낀 게 있다는 거잖아요.
Q. 아무래도 다양한 주제로 콘텐츠를 기획하려면 배경지식이 많아야 할 것 같아요. 예진 님은 주로 어디에서 인사이트와 영감을 얻으시나요?
A. 예전부터 꾸준히 휴대폰과 멀어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유튜브 쇼츠 등 짧은 콘텐츠는 돌이켜 보면 정작 내가 뭘 소비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게 태반이더라고요. 그래서 디지털 알고리즘과 달리 데스크에서 직접 고른 소식이 담긴 종이신문을 받아서 읽고 있어요. 또, 책을 많이 읽는 편인 것 같아요. 특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생각의 범위를 확장해 줄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어요. 부수적으로는 자연에서 글의 소재를 많이 얻는 것 같기도 해요. 자연 속에서 느꼈던 것, 또는 일상의 한 순간을 기억한 뒤 떠올리는 것에서도요. 패션 관련 콘텐츠를 제작할 때 필요한 인사이트는 <온큐레이션>에서 많이 얻는 편입니다. 사실 제가 구독중인 기성지가 없는 이유에는 모방을 막기 위함도 있어요. 그리고 콘텐츠 기획자로서 다른 에디터 분들의 글을 계속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분들의 시선을 통해 제가 알게 되는 것들도 다 인사이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Q. 패션과 관련된 일을 하셔서 그런지 패션 감각이 좋으신 것 같아요. 혹시 예진님만의 옷 잘 입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또, 좋아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A. 저는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답게 입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저 또한 그렇게 입고 싶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에서는 본인이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게 어렵잖아요. 예전의 저는 ‘이런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요. 외부의 기준에 벗어나 내 주관만으로 선택하니까 옷을 고르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한국 브랜드 ‘티크(TEAK)’입니다. 패턴이나 소재 선택이 매력적인 브랜드에요. ‘팔로마울(Paloma Wool)’, ‘가니 (GANNI)’도 좋아하고, 미국의 편집숍 ‘리사세이즈가(Lisa Says Gah)’도 좋아해요.
Q. 매거진 에디터 혹은 콘텐츠 기획자(디렉터)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많이 놀길 바라요. 정확히는 나를 주변에 더 많이 드러내고, 일상적인 대화 말고도 내가 좋아하거나 심취해 있는 것이 있다면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길 바라요. 자신의 세상을 넓힐 수 있는 방법으로 예술도 있지만, 타인도 있어요. 사람을 물질화하면 도서관과 같대요. 모든 사람이 빼곡한 서고를 보유한 도서관 같은 존재라는 거죠. 타인이 도서관이라면 그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잖아요. 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서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경계를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보다 포용적인 태도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자신의 세계도 넓어지고, 그런 것들이 결국 좋은 글감이나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보니까 많이 놀아본 사람이 주변에 관심도 많고, 일도 잘하고, 좋은 결과물도 많이 만들어내더라고요.
Q. 마지막은 저희 디어에이의 공식 질문인데요.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인간이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삶은 유한한데, 예술은 무한하잖아요. 저는 인간이 계속 창작하는 이유가 ‘나는 잊히겠지만 내 창작물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긴 하지만, 언어의 한계는 너무 명백하거든요. 그래서 말로 전부 표현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대신 그림을 그리고, 사진으로 담죠.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어떤 감정의 궤적이 희미하지만 분명히 느껴지잖아요. 이렇게 인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예술의 형태로 발화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예술은 물론 특별하지만, 동시에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일상성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Copyright 2023. Dear.A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작품 사진과 매거진의 저작권은 작품의 아티스트 및 매거진 에디터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가공을 금합니다.
editor. 김진우, 한다현, 홍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