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흙에 취향이라는 씨를 뿌리고,
씨앗의 틈에서 믿음이라는 나무를 기르는 사람.
결국 지지 않는 꽃을 담아, 개화를 이루어내다
w. 박다인
INTERVIEW
Q.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도자기로 한 공간을 채워나가는 일을 하고 있는 손경화라고 합니다.
Q. 도예가를 꿈꾸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예전에 도자기를 만들면 흙의 성질이 많이 드러나는 그릇이나 유물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 입시 미술 선생님이 보여 준 도자기로 만든 반지는 평소에 알던 도자기의 인식을 깨주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런 의외성에 관심을 가져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 전공을 도예과로 선택하게 되었죠. 대학 생활을 하면서 패션 분야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지금은 도자 브랜드와 패션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도예가는 어떤 일을 하며, 도예가라는 직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시나요?
A.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도예가는 흙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모양을 성형한 후, 가마에서 일정 온도 이상으로 구워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자기는 제게 있어서 표현의 수단이고,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내용을 실체적 형태로 구현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흙은 본래 매우 유연하기 때문에 손으로 누르면 원하는 형태로 조형할 수 있지만, 구워지면서 매끄럽고 단단한 표면을 얻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져요. 이것이 도예 작업을 할 때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스튜디오 틈’을 오픈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대학에서 도예과를 전공하면서 의미부여를 통해 작가성을 요구하는 수업 방식이 저와는 맞지 않다고 느꼈어요. 저는 원래 시각적인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제 생각을 담아 작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판매를 위한 도예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때는 작품 하나하나에 굳이 의미를 담지 않고 시각적으로 예쁜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이후 저에게 맞는 방향성을 찾고,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스튜디오 틈’의 아이덴티티인 ‘공간과 공간 사이, 그 틈의 차이’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의 목표는 제 작업물을 배치함으로써 그 공간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작업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품이 놓이기 전과 후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상이 다르기를 원해 이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게 되었어요.
Q.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면 주로 ‘꽃’을 모티브로 삼으시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꽃을 작업에 사용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 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는데, 저는 꽃이 피어 있는 순간을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했어요. 보통 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꽃이 지는 모습까지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죠. 그래서 저는 꽃이 가장 사랑받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들은 우아하면서도 정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특히, 화려한 색의 유약이나 페인팅을 입히지 않은 깨끗한 백색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만의 스타일을 찾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사실 과정이라기보다는 제 취향을 풀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 제가 수집하는 시각적인 것들을 살펴보면 제가 르네상스나 아르노보 시대의 패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더불어 최근 저의 아카이빙을 보며 제가 자연에서 따온 패턴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러한 저의 관심사가 작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자연물에 대한 저의 관심이 지금도 꽃을 작품의 모티브로 사용하게 된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해바라기를 두고 작품을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작품 속 꽃잎이 너무 두껍고 ‘꽃’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다음 해부터 꽃잎을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이 4학년 졸업 전시 때까지 제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Q. 작품 하나를 구상하고 실제로 완성하기까지의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우선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흙으로 모양을 만듭니다. 이 흙 원형을 가지고 석고 가틀을 만들고, 그 가틀에 석고를 부어 단단한 석고 원형을 완성합니다. 이 석고 원형을 가지고 본틀을 뜨고 완전히 건조하고 나면 이제 흙 작업을 할 준비가 끝납니다.
이 석고 틀에 흙물을 주입하고 완전히 건조된 석고가 흙물의 수분을 빨아들이도록 일정 시간 두어 적당한 두께의 흙을 굳힌 다음, 굳지 않은 남은 흙물들을 배출시킵니다. 그 후에 굳어진 흙의 내부까지 건조되어 탈형 시에 모양이 덜 틀어질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기다린 다음, 석고 틀에서 흙을 분리하여 빼냅니다.
이후 붓으로 석고틀의 분리선 및 모서리 부분들을 다듬고 완전히 건조합니다. 그 후에 칼이나 사포로 표면을 다듬고 가마에 900℃까지 초벌을 진행합니다. 초벌이 다 식으면 사포로 다듬고 유약으로 색을 입힌 다음, 가마에서 1250℃로 재벌합니다. 1250℃까지 오르는 재벌 가마가 온도가 워낙 높게 올라 작업이 휘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되는데, 이 휨이 제가 예측한 것 이상으로 형태에 큰 영향을 줄 경우 처음 흙 원형 혹은 석고 원형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가 없을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물사포질을 하여 도자기의 바닥 부분이나 작품에 혹여 다른 것을 상처 낼 수 있는 날카로운 부분이 없게 갈아줍니다.
Q. 그렇다면 혹시 미리 스케치를 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작업하신 적이 있나요?
A. 석고를 깎으면서 디자인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만, 미리 구상 없이 손 가는 대로 작업한 적은 거의 없어요. 저는 워낙에 작업물이 매끈한 형태로 나오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느낌이 많이 들어가는 코일링(손으로 쌓아올리는 작업)작업은 저에게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보통 저는 섬세하게 스케치하고 그 스케치를 기반으로 세세하게 작품을 깎아내는 편입니다.
Q. 작품을 만들 때 작가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아웃라인에 대해 많이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곡선이 들어간 작업이 많다 보니 힘을 주고 빼는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다른 색을 쓰지 않고 하얀색으로만 작업하면서 그림자(음영)만 드러나게 하는 것도 곡선으로 된 디테일, 아웃라인들이 더 잘 보이게 하고자 함입니다.
Q. 지금까지 하셨던 작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트레이 테이블 작업이 처음으로 주문 제작을 받고, 수입을 얻은 작품이기에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에는 현재 작업 중인 ‘나의 연못’이라는 작품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이 작품이 제가 프랑스 메종오브제에 데려갔던 작품인데, 판매로 이루어지기엔 아직 안정화가 덜 된 작품이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작업해 본 작품들 중 가장 큰 작업이면서도 큰 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전환점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만들 때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 편이신가요?
A. 영감을 한 가지 방식으로 받지는 않아요. 영상물이나 인테리어 소품, 빈티지 제품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영감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저는 도자기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더 영감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굳이 지금 꼽아보자면 저는 특이한 비율에서 영감을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은데, 일반적인 것 과는 다른 비율의 형태를 보고 흥미를 느껴 작업 구상으로 이어지는 편이 많습니다. 제 작품중 ‘연’이라는 인센스 홀더도 이러한 관찰로 탄생한 작품이에요. 비대칭으로 뉘어 있는 컵에 다리 하나가 지지대처럼 걸쳐진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기 시작했어요.
Q. 작가님께서 추구하시는 삶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러한 삶의 태도와 철학이 작품에 어떤 식으로 담긴다고 생각하시나요?
A. 디자이너 바조우가 한 말 중, “문제는 일어나기 마련이고 결국에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차이다.”라는 말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도자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가마 안에서 흙이쳐 지고 갈라지는 등 예상치 못한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데 그런 변수가 많은 도자기 작업에 최적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방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Q. 흙을 빚는 행위는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사실 흙을 빚는 행위가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 취향을 발현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흙을 재료로 고르게 된 이유는 매끈하면서 단단한 것들을 좋아하는 저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흙을 빚는다는 행위를 통해 제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을 만질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들기 때문에 저의 것을 창조하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A.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저는 요즘 ‘나의 연못’ 작업을 하면서 스케일이 큰 작업을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더불어 지금은 선반 작업을 생각 중인데, 콜라보를 통해 목제 선반장의 경칩을 도자기로 만드는 작업을 구상 중입니다. 어두운 나무색에 흰색 도자기로 경칩을 제작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Q. 디어에이의 공식 질문입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모두가 각자의 취향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람은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은 것들을 접하며 본인만의 취향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취향이 표현되고 공유되어지는 것이 예술의 일면을 일구어 나간다고 생각해요. 사람이라면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모여 사람들 간에 의견이 공유되고 표현된다면, 그 모습이 예술의 일부를 만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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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작품 사진과 매거진의 저작권은 작품의 아티스트 및 매거진 에디터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가공을 금합니다.
editor. 이지민, 김지현, 임서연
designer. 이채원
INTRO
흙에 취향이라는 씨를 뿌리고,
씨앗의 틈에서 믿음이라는 나무를 기르는 사람.
결국 지지 않는 꽃을 담아, 개화를 이루어내다
w. 박다인
INTERVIEW
Q.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도자기로 한 공간을 채워나가는 일을 하고 있는 손경화라고 합니다.
Q. 도예가를 꿈꾸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예전에 도자기를 만들면 흙의 성질이 많이 드러나는 그릇이나 유물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 입시 미술 선생님이 보여 준 도자기로 만든 반지는 평소에 알던 도자기의 인식을 깨주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런 의외성에 관심을 가져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 전공을 도예과로 선택하게 되었죠. 대학 생활을 하면서 패션 분야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지금은 도자 브랜드와 패션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도예가는 어떤 일을 하며, 도예가라는 직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시나요?
A.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도예가는 흙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모양을 성형한 후, 가마에서 일정 온도 이상으로 구워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자기는 제게 있어서 표현의 수단이고,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내용을 실체적 형태로 구현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흙은 본래 매우 유연하기 때문에 손으로 누르면 원하는 형태로 조형할 수 있지만, 구워지면서 매끄럽고 단단한 표면을 얻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져요. 이것이 도예 작업을 할 때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스튜디오 틈’을 오픈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대학에서 도예과를 전공하면서 의미부여를 통해 작가성을 요구하는 수업 방식이 저와는 맞지 않다고 느꼈어요. 저는 원래 시각적인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제 생각을 담아 작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판매를 위한 도예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때는 작품 하나하나에 굳이 의미를 담지 않고 시각적으로 예쁜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이후 저에게 맞는 방향성을 찾고,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스튜디오 틈’의 아이덴티티인 ‘공간과 공간 사이, 그 틈의 차이’가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의 목표는 제 작업물을 배치함으로써 그 공간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작업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품이 놓이기 전과 후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상이 다르기를 원해 이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게 되었어요.
Q.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면 주로 ‘꽃’을 모티브로 삼으시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꽃을 작업에 사용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 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는데, 저는 꽃이 피어 있는 순간을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했어요. 보통 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꽃이 지는 모습까지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죠. 그래서 저는 꽃이 가장 사랑받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들은 우아하면서도 정제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특히, 화려한 색의 유약이나 페인팅을 입히지 않은 깨끗한 백색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만의 스타일을 찾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사실 과정이라기보다는 제 취향을 풀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 제가 수집하는 시각적인 것들을 살펴보면 제가 르네상스나 아르노보 시대의 패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더불어 최근 저의 아카이빙을 보며 제가 자연에서 따온 패턴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러한 저의 관심사가 작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자연물에 대한 저의 관심이 지금도 꽃을 작품의 모티브로 사용하게 된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해바라기를 두고 작품을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작품 속 꽃잎이 너무 두껍고 ‘꽃’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다음 해부터 꽃잎을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이 4학년 졸업 전시 때까지 제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Q. 작품 하나를 구상하고 실제로 완성하기까지의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우선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흙으로 모양을 만듭니다. 이 흙 원형을 가지고 석고 가틀을 만들고, 그 가틀에 석고를 부어 단단한 석고 원형을 완성합니다. 이 석고 원형을 가지고 본틀을 뜨고 완전히 건조하고 나면 이제 흙 작업을 할 준비가 끝납니다.
이 석고 틀에 흙물을 주입하고 완전히 건조된 석고가 흙물의 수분을 빨아들이도록 일정 시간 두어 적당한 두께의 흙을 굳힌 다음, 굳지 않은 남은 흙물들을 배출시킵니다. 그 후에 굳어진 흙의 내부까지 건조되어 탈형 시에 모양이 덜 틀어질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기다린 다음, 석고 틀에서 흙을 분리하여 빼냅니다.
이후 붓으로 석고틀의 분리선 및 모서리 부분들을 다듬고 완전히 건조합니다. 그 후에 칼이나 사포로 표면을 다듬고 가마에 900℃까지 초벌을 진행합니다. 초벌이 다 식으면 사포로 다듬고 유약으로 색을 입힌 다음, 가마에서 1250℃로 재벌합니다. 1250℃까지 오르는 재벌 가마가 온도가 워낙 높게 올라 작업이 휘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되는데, 이 휨이 제가 예측한 것 이상으로 형태에 큰 영향을 줄 경우 처음 흙 원형 혹은 석고 원형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가 없을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물사포질을 하여 도자기의 바닥 부분이나 작품에 혹여 다른 것을 상처 낼 수 있는 날카로운 부분이 없게 갈아줍니다.
Q. 그렇다면 혹시 미리 스케치를 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작업하신 적이 있나요?
A. 석고를 깎으면서 디자인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만, 미리 구상 없이 손 가는 대로 작업한 적은 거의 없어요. 저는 워낙에 작업물이 매끈한 형태로 나오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느낌이 많이 들어가는 코일링(손으로 쌓아올리는 작업)작업은 저에게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보통 저는 섬세하게 스케치하고 그 스케치를 기반으로 세세하게 작품을 깎아내는 편입니다.
Q. 작품을 만들 때 작가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아웃라인에 대해 많이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곡선이 들어간 작업이 많다 보니 힘을 주고 빼는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다른 색을 쓰지 않고 하얀색으로만 작업하면서 그림자(음영)만 드러나게 하는 것도 곡선으로 된 디테일, 아웃라인들이 더 잘 보이게 하고자 함입니다.
Q. 지금까지 하셨던 작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트레이 테이블 작업이 처음으로 주문 제작을 받고, 수입을 얻은 작품이기에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에는 현재 작업 중인 ‘나의 연못’이라는 작품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이 작품이 제가 프랑스 메종오브제에 데려갔던 작품인데, 판매로 이루어지기엔 아직 안정화가 덜 된 작품이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작업해 본 작품들 중 가장 큰 작업이면서도 큰 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전환점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만들 때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 편이신가요?
A. 영감을 한 가지 방식으로 받지는 않아요. 영상물이나 인테리어 소품, 빈티지 제품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영감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저는 도자기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더 영감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굳이 지금 꼽아보자면 저는 특이한 비율에서 영감을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은데, 일반적인 것 과는 다른 비율의 형태를 보고 흥미를 느껴 작업 구상으로 이어지는 편이 많습니다. 제 작품중 ‘연’이라는 인센스 홀더도 이러한 관찰로 탄생한 작품이에요. 비대칭으로 뉘어 있는 컵에 다리 하나가 지지대처럼 걸쳐진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기 시작했어요.
Q. 작가님께서 추구하시는 삶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러한 삶의 태도와 철학이 작품에 어떤 식으로 담긴다고 생각하시나요?
A. 디자이너 바조우가 한 말 중, “문제는 일어나기 마련이고 결국에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차이다.”라는 말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도자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가마 안에서 흙이쳐 지고 갈라지는 등 예상치 못한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데 그런 변수가 많은 도자기 작업에 최적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방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Q. 흙을 빚는 행위는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사실 흙을 빚는 행위가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 취향을 발현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흙을 재료로 고르게 된 이유는 매끈하면서 단단한 것들을 좋아하는 저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흙을 빚는다는 행위를 통해 제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을 만질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들기 때문에 저의 것을 창조하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A.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저는 요즘 ‘나의 연못’ 작업을 하면서 스케일이 큰 작업을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더불어 지금은 선반 작업을 생각 중인데, 콜라보를 통해 목제 선반장의 경칩을 도자기로 만드는 작업을 구상 중입니다. 어두운 나무색에 흰색 도자기로 경칩을 제작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Q. 디어에이의 공식 질문입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모두가 각자의 취향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람은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은 것들을 접하며 본인만의 취향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취향이 표현되고 공유되어지는 것이 예술의 일면을 일구어 나간다고 생각해요. 사람이라면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모여 사람들 간에 의견이 공유되고 표현된다면, 그 모습이 예술의 일부를 만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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