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세상에 방금 막 첫 발을 뗀 그는,
자신의 심장에 주의 깊게 귀 기울인다.
그러고는 자신만의 별자리를 그려나간다.
editor. 정해원
INTERVIEW
Q.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2023년에 데뷔 앨범을 발매한 힙합 아티스트 비트 컨덕터 루소이라고 합니다.
Q. 네 반갑습니다. 본격적으로 2월 인터뷰 시작해 보도록 할게요. 첫 번째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어려서부터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시작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한 것이었어요. 악기 연주에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재미있게 악기를 다루다가, 나이 들면서 악기 연주자보다는 음악 자체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 군대에 가서 생각을 많이 해 볼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진지하게 음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이 크게 들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루소이 님은 이공계열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거 공대생이었던 경험이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A.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거였어요. 공대를 다니는 상황에서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게 있으니까, 공부를 하면서도 음악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예상보다 음악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있구나’하고 깨달았죠.
또 학교에서 음향학 수업을 듣게 됐는데, 소리나 진동을 역학적으로 공부하고 지식을 얻으니까, 소리 그 자체와 플러그인, 이펙트 같은 것들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서 장점이 된 것 같아요.
Q. 음악의 장르에 대한 이야기도 해 볼게요. 클래식과 힙합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두 장르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장르에 비해서 표현하고 싶은 바가 다양하고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힙합 같은 경우에는 가사로 자신의 생각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고, 클래식은 소리의 구성이나 주법, 흐름 같은 것들로 구성해 표현하고 싶은 말을 확실히 표현한다고 느껴요. 저는 제 음악이 두 가지 특징을 다 담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또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A. ‘칸예 웨스트’라는 아티스트를 제일 존경해요. 음악도 있지만 그분의 패션이나 다른 사소한 행보마저도 ‘아티스트스럽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죠. 앨범을 낼 때도 ‘무라카미 다카시’라는 일본의 퓨어 아티스트와 앨범 커버를 콜라보하기도 하고, 곡 작업이나 다른 작업을 해도 순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할 만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Q. 꼭 한 번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도 있을 것 같아요.
A. 기회가 된다면 창모님과 같이 피아노 듀엣으로 퍼포먼스 할 수 있는 곡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먼 미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도 인정을 받고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Q. 아티스트의 길을 걸어오면서 다양한 공연에 참여하셨을 텐데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과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A.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제 첫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금까지 했던 공연들 중 관객 수는 가장 적었지만, 무대라는 것 자체를 처음 했을 때의 느낌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Q. 루소이 님의 작업 방식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 볼게요. 곡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중요도 순위가 자주 바뀌긴 하는데 요즘은 메시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음악과 예술을 하면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전달하고 싶은지, 그리고 전달하는 방식은 어떤 것을 선택할지……. 이런 것들이 아티스트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주선율인 탑라인을 짜는 작업과 반주인 트랙을 짜는 작업 중에서, 어떤 것에 더 흥미를 느끼시나요?
A. 지금은 트랙 작업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탑라인을 짤 때, 특히 훅을 짤 때 중독성이 있고 들으면서 좋다는 느낌을 받을 만한, 만족스러울 만한 멜로디를 짜는 게 잘 안 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때는 머릿속에서 괴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면 좋게 만들어야겠다는 강박이 생겨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죠. 하지만 트랙 작업은 마음에 안 들어도 이런저런 것들을 계속 새롭게 시도하는 게 수월하다고 느껴서, 트랙 작업에 시간도 더 많이 쏟게 되고 흥미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곡을 작업할 때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들이 있나요?
A. 제 일상이나 지금 처한 상황, 그리고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제가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기록하는 방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중 하나를 음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나 느낀 바를 표현하고 싶은 것들은 저를 위주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음악 작업을 할 때 자신만의 독특한 루틴이나 습관이 있으신가요?
A. 작업할 때의 고정적인 루틴인 건 아닌데, 작업이 잘 안 되거나 작업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이 생겨요. 그럴 때 피곤함이 많이 몰려오기도 하는데, 피곤해지면 무조건 주변이나 제 방이 엄청 깨끗해야 돼요. 피곤한 상태에서 작업환경이 지저분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아서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피곤해진다 싶으면 바로 일어나서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하고, 책상도 닦고, 마우스, 키보드, 헤드셋, 핸드폰 같은 장비들을 다 알코올 솜으로 닦아서 소독하거든요. 그래서 제 책상에는 항상 알코올 솜이 마련돼 있습니다.
Q. 부지런한 루틴으로 작업 스트레스를 해소하시는군요. 이제 다음 질문부터는 정우 님께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Q. 인터뷰 이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티스트의 페르소나에 관한 질문인데요, 음악할 때의 자아와 평소의 자아가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작업에 들어가서 몰두하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음악에 몰입하고 있으면 음악 생각만 하고 있는 상태가 되고 그게 끊기면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로 예를 들면, 영화가 끝나고 몰입이 끝나면 영화 속에 있다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거랑 비슷한 느낌이죠. 여운이 남거나 그 세계관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느낌도 공통점인 것 같아요.
Q. 루소이 님이 지금까지 작업한 곡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곡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최근에 발매한 <Pouring Star>라는 곡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앨범보다 더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해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그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Pouring Star>라는 곡을 두 가지 버전으로 작업하셨던데, 이유가 따로 있나요?
A. 원래 싱글이어서 한 곡과 inst(*instrumental : 보컬을 제외한 악기 반주만 녹음한 것)만 내려다가 빠른 버전으로 배속을 돌려봤는데, 노동요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싱글 앨범에 다른 버전도 같이 집어넣어서 두 가지 버전을 내게 됐어요.
Q. 지금까지 작업했던 곡 중, 공개되지 않아서 아쉬웠던 곡들도 있을까요?
A. 아직 미공개된 곡들이 있긴 있죠. 그런데 사실 이미 공개되어 있는 곡들도 아쉬운 부분이 많고, 성에 안 차는 상황이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아서 아쉬운 곡이 있다기보다는, ‘지금 작업하고 있는 곡이나 앞으로 공개할 곡을 더 만족스럽게 만들어서 공개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더 큰 것 같아요.
Q. 숨겨져 있는 명곡을 나중에 들을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현재는 음악에 몰두하기로 결심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가사가 주를 이루는데, 이후 앨범에서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제 머릿속 깊숙이 있는 생각을 꺼내서 전달하고 싶어요. 주제가 심오하거나 예민할 수도 있는 내용이 꽤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걸 똑똑한 방법으로 잘 풀어서 전달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Q. 힙합과 R&B 장르 이외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직접 부르거나 뱉는 게 아닌, 작곡에 있어서는 모든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힙합도 좋아하지만, 그 이전에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장르를 규정해 선을 그어 두고 있지는 않아요. 힙합 곡을 작곡하기 전에 항상 피아노로 손을 푸는데, 그렇게 하면서 만든 피아노 곡들도 몇 곡 있어서 도전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낄 것 같진 않아요.
Q. 앞으로 음악을 통해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A. 제가 만족할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고요. 그걸 이루고 난 이후에 나아가 저만의 소리 장르를 만들고,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서 누가 봐도 뭔가 ‘아티스트다’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그런 아티스트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Q. 이제 질문이 3개 정도 남았는데요. 아티스트 루소이 님에게 음악이란 무엇인지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A. 안경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시력이 마이너스여서, 안경을 안 쓰면 세상이 다 흐릿하게 보여요. 그런데 안경을 끼면 선명하게 보이게 되죠. 이렇듯 음악을 하지 않고 있을 때는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고 스스로도 흐릿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음악을 진지하게 시작하면서부터 삶의 태도나 방향이 선명하게 바뀌었고, 원하는 목표가 뚜렷하게 있으니까 제 삶 자체가 뚜렷해진 느낌이라서 음악을 안경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Q. 공식 질문입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A.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평소에도 많이 해봤는데,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는 본능
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말로만 ‘저는 누구입니다’가 아니라, 그걸 뛰어넘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고……. 이런 걸 표현하려는 본능이 존재하기 때문에요.
각자 표현하는 방식이나 형태가 다르겠죠. 어떤 이는 자신을 행위예술로 표현하고, 또 어떤 이는 음악으로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예술, 예술가에 대한 동경심을 느끼고 존경하게 되는 과정은 누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진행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술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감사합니다. 저희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고요, 마지막으로 Dear.A 독자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 짧게 부탁드립니다.
A. Dear.A 독자 여러분들, 2024년 하는 일 다 잘 되시고 크건 작건 항상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사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ditor. 임서연, 이정우, 정승리, 한승희
designer. 김진
INTRO
세상에 방금 막 첫 발을 뗀 그는,
자신의 심장에 주의 깊게 귀 기울인다.
그러고는 자신만의 별자리를 그려나간다.
editor. 정해원
INTERVIEW
Q.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2023년에 데뷔 앨범을 발매한 힙합 아티스트 비트 컨덕터 루소이라고 합니다.
Q. 네 반갑습니다. 본격적으로 2월 인터뷰 시작해 보도록 할게요. 첫 번째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어려서부터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시작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한 것이었어요. 악기 연주에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재미있게 악기를 다루다가, 나이 들면서 악기 연주자보다는 음악 자체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 군대에 가서 생각을 많이 해 볼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진지하게 음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이 크게 들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루소이 님은 이공계열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거 공대생이었던 경험이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A.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거였어요. 공대를 다니는 상황에서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게 있으니까, 공부를 하면서도 음악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예상보다 음악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있구나’하고 깨달았죠.
또 학교에서 음향학 수업을 듣게 됐는데, 소리나 진동을 역학적으로 공부하고 지식을 얻으니까, 소리 그 자체와 플러그인, 이펙트 같은 것들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서 장점이 된 것 같아요.
Q. 음악의 장르에 대한 이야기도 해 볼게요. 클래식과 힙합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두 장르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장르에 비해서 표현하고 싶은 바가 다양하고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힙합 같은 경우에는 가사로 자신의 생각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고, 클래식은 소리의 구성이나 주법, 흐름 같은 것들로 구성해 표현하고 싶은 말을 확실히 표현한다고 느껴요. 저는 제 음악이 두 가지 특징을 다 담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또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A. ‘칸예 웨스트’라는 아티스트를 제일 존경해요. 음악도 있지만 그분의 패션이나 다른 사소한 행보마저도 ‘아티스트스럽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죠. 앨범을 낼 때도 ‘무라카미 다카시’라는 일본의 퓨어 아티스트와 앨범 커버를 콜라보하기도 하고, 곡 작업이나 다른 작업을 해도 순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할 만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Q. 꼭 한 번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도 있을 것 같아요.
A. 기회가 된다면 창모님과 같이 피아노 듀엣으로 퍼포먼스 할 수 있는 곡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먼 미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도 인정을 받고 어느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Q. 아티스트의 길을 걸어오면서 다양한 공연에 참여하셨을 텐데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과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A.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제 첫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금까지 했던 공연들 중 관객 수는 가장 적었지만, 무대라는 것 자체를 처음 했을 때의 느낌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Q. 루소이 님의 작업 방식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 볼게요. 곡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중요도 순위가 자주 바뀌긴 하는데 요즘은 메시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음악과 예술을 하면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전달하고 싶은지, 그리고 전달하는 방식은 어떤 것을 선택할지……. 이런 것들이 아티스트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주선율인 탑라인을 짜는 작업과 반주인 트랙을 짜는 작업 중에서, 어떤 것에 더 흥미를 느끼시나요?
A. 지금은 트랙 작업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탑라인을 짤 때, 특히 훅을 짤 때 중독성이 있고 들으면서 좋다는 느낌을 받을 만한, 만족스러울 만한 멜로디를 짜는 게 잘 안 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때는 머릿속에서 괴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거든요. 그러다 보면 좋게 만들어야겠다는 강박이 생겨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죠. 하지만 트랙 작업은 마음에 안 들어도 이런저런 것들을 계속 새롭게 시도하는 게 수월하다고 느껴서, 트랙 작업에 시간도 더 많이 쏟게 되고 흥미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곡을 작업할 때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들이 있나요?
A. 제 일상이나 지금 처한 상황, 그리고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제가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기록하는 방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 중 하나를 음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나 느낀 바를 표현하고 싶은 것들은 저를 위주로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Q. 음악 작업을 할 때 자신만의 독특한 루틴이나 습관이 있으신가요?
A. 작업할 때의 고정적인 루틴인 건 아닌데, 작업이 잘 안 되거나 작업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이 생겨요. 그럴 때 피곤함이 많이 몰려오기도 하는데, 피곤해지면 무조건 주변이나 제 방이 엄청 깨끗해야 돼요. 피곤한 상태에서 작업환경이 지저분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아서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피곤해진다 싶으면 바로 일어나서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하고, 책상도 닦고, 마우스, 키보드, 헤드셋, 핸드폰 같은 장비들을 다 알코올 솜으로 닦아서 소독하거든요. 그래서 제 책상에는 항상 알코올 솜이 마련돼 있습니다.
Q. 부지런한 루틴으로 작업 스트레스를 해소하시는군요. 이제 다음 질문부터는 정우 님께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Q. 인터뷰 이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티스트의 페르소나에 관한 질문인데요, 음악할 때의 자아와 평소의 자아가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작업에 들어가서 몰두하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음악에 몰입하고 있으면 음악 생각만 하고 있는 상태가 되고 그게 끊기면 다른 곳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로 예를 들면, 영화가 끝나고 몰입이 끝나면 영화 속에 있다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거랑 비슷한 느낌이죠. 여운이 남거나 그 세계관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느낌도 공통점인 것 같아요.
Q. 루소이 님이 지금까지 작업한 곡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곡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최근에 발매한 <Pouring Star>라는 곡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앨범보다 더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해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그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Pouring Star>라는 곡을 두 가지 버전으로 작업하셨던데, 이유가 따로 있나요?
A. 원래 싱글이어서 한 곡과 inst(*instrumental : 보컬을 제외한 악기 반주만 녹음한 것)만 내려다가 빠른 버전으로 배속을 돌려봤는데, 노동요 같기도 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싱글 앨범에 다른 버전도 같이 집어넣어서 두 가지 버전을 내게 됐어요.
Q. 지금까지 작업했던 곡 중, 공개되지 않아서 아쉬웠던 곡들도 있을까요?
A. 아직 미공개된 곡들이 있긴 있죠. 그런데 사실 이미 공개되어 있는 곡들도 아쉬운 부분이 많고, 성에 안 차는 상황이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아서 아쉬운 곡이 있다기보다는, ‘지금 작업하고 있는 곡이나 앞으로 공개할 곡을 더 만족스럽게 만들어서 공개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더 큰 것 같아요.
Q. 숨겨져 있는 명곡을 나중에 들을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현재는 음악에 몰두하기로 결심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가사가 주를 이루는데, 이후 앨범에서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제 머릿속 깊숙이 있는 생각을 꺼내서 전달하고 싶어요. 주제가 심오하거나 예민할 수도 있는 내용이 꽤 있을 것 같긴 한데, 그걸 똑똑한 방법으로 잘 풀어서 전달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Q. 힙합과 R&B 장르 이외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직접 부르거나 뱉는 게 아닌, 작곡에 있어서는 모든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힙합도 좋아하지만, 그 이전에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장르를 규정해 선을 그어 두고 있지는 않아요. 힙합 곡을 작곡하기 전에 항상 피아노로 손을 푸는데, 그렇게 하면서 만든 피아노 곡들도 몇 곡 있어서 도전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낄 것 같진 않아요.
Q. 앞으로 음악을 통해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A. 제가 만족할 만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고요. 그걸 이루고 난 이후에 나아가 저만의 소리 장르를 만들고,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서 누가 봐도 뭔가 ‘아티스트다’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그런 아티스트가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Q. 이제 질문이 3개 정도 남았는데요. 아티스트 루소이 님에게 음악이란 무엇인지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요?
A. 안경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제가 시력이 마이너스여서, 안경을 안 쓰면 세상이 다 흐릿하게 보여요. 그런데 안경을 끼면 선명하게 보이게 되죠. 이렇듯 음악을 하지 않고 있을 때는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고 스스로도 흐릿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음악을 진지하게 시작하면서부터 삶의 태도나 방향이 선명하게 바뀌었고, 원하는 목표가 뚜렷하게 있으니까 제 삶 자체가 뚜렷해진 느낌이라서 음악을 안경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Q. 공식 질문입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A.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평소에도 많이 해봤는데,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는 본능
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말로만 ‘저는 누구입니다’가 아니라, 그걸 뛰어넘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고……. 이런 걸 표현하려는 본능이 존재하기 때문에요.
각자 표현하는 방식이나 형태가 다르겠죠. 어떤 이는 자신을 행위예술로 표현하고, 또 어떤 이는 음악으로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예술, 예술가에 대한 동경심을 느끼고 존경하게 되는 과정은 누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진행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술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감사합니다. 저희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까지고요, 마지막으로 Dear.A 독자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 짧게 부탁드립니다.
A. Dear.A 독자 여러분들, 2024년 하는 일 다 잘 되시고 크건 작건 항상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사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ditor. 임서연, 이정우, 정승리, 한승희
designer. 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