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EIW
Q. 안녕하세요, 진희 님. 해외 일정으로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먼저 간단한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A. 자전적인 이야기로 세상과 사랑을 잇는 미디엄 크리에이터(Medium Creater) 이진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가정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고 있습니다.
Q. 이쪽 길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는지, 꿈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오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고등학교 재학 시절 우연히 ‘시드라 위의 구름’이라는 난민 관련 VR 다큐멘터리를 보았어요. VR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촬영방식이 기존의 일방향적인 전달방식을 가진 매체보다 훨씬 크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세상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선택한 대학교의 학부가 저와 잘 맞지 않아 사진학부를 복수전공했어요. 국내에서 인정받는 사진학부의 좋은 수업을 들으며 이미지의 본질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설명이 많은 영상을 만들어온 사람인데, 사진을 배운다는 것은 한 장의 사진에 핵심을 정제해서 담는 것이기에 전혀 다른 표현 방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기존의 저의 색깔에 깊이와 여운이 더해진 듯 합니다. 덜어냄으로써 본질의 부각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크리에이터가 되어가는 중이에요.
지금은 태국에 있습니다. 태국선교 과정을 통해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올해 상반기에 완성해서 하반기에 기독교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목표예요.
Q. 한 줄 소개를 보면 독실한 기독교이신 것 같습니다. 신앙을 콘텐츠로 연결하기위해 특별히 고려하시는 점이 있나요?
A. 자기 스스로 질문했을 때 떳떳해야 하는 것 같아요. 기독교적인 콘텐츠는 아직 미디어세계에서 흔치 않아요. 어쩌면 기독교인들은 스스로 어떠해야 한다는 잣대가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떳떳함이고, 두번째로는 ‘믿지 않는 이들이 큰 틀을 공감할 수 있는지’ 입니다. 끝으로 ‘답을 주지 말 것.’을 고려하고 있어요. 기독교의 핵심은 용서와 자유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신앙을 뚜렷한 주관으로 필력 할 순 있지만, 강요보다는 물음으로 남기려고 해요. 그게 더 재밌기도 하고요.
Q. 진희 님이 좋아하는, 혹은 현재 작업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친 크리에이터나 콘텐츠가 있는지 궁금해요.
A. 유튜브 <원의 독백>이라는 채널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임승원’님입니다. 어찌보면 쉽고 가성비 있는 운동장인 유튜브에서 온 정성을 쏟아 영화같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 콘텐츠들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죠.
그 중에서 특히 <향수>라는 영상을 가장 좋아해요. 향수라는 대중적인 오브제를 사용해서 감각적인 음악과 함께 메시지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영상입니다.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는 동시에 여운을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매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는 임승원님의 독백 영상을 보며 그 흐름을 닮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b5fCx8MlWdA?si=q3grgtwqjsjy-YkI (향수, 2022)
Q. 예술마을 프로젝트 ART VILLAGE의 소개말 중 ‘사람을 사랑하고, 감동을 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저의 행복이에요.’라는 문장과 ‘사랑할 진희’, ‘yessssilove'라는 인스타 이름을 보니 진희 님은 사랑(love)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진희 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A. 온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이에요. 일시적인 행복을 주는 것은 많아요. 먹고, 자고, 웃는 원초적인 것들은, 우리 삶에 만족감을 주지만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게 해주진 못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마음속의 빈 구멍을 채우고 싶어하는 갈망이 있는데 그것을 유일하게 채울 수 있는 게 사랑이라 믿어요. 저는 사랑이 용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용서를 배우다>라는 팀 켈러의 책을 읽으면서 보복하고 기회를 주지 않는 것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이 더 크게 가해자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용서는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고, 결국 사랑은 우리를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 점이 매력적이라 앞으로도 계속 사랑을 다루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Q. 단순히 영상에 국한되지 않고 수필과 같은 다양한 매체로 소통하시는데요. 글과영상은 같은 말을 하고자 할 때도 표현방법이나 텍스트 등에 있어서 굉장히 다를 것 같은데,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각각 어떤 차이를 갖고 창작하시나요?
A. 항상 저도 그 부분을 고민하는데요(웃음). 최근에 생긴 규칙이 있다면, 글은 영상처럼 최대한 공감각적으로 눈에 그려지도록 쓰려고 하고, 영상은 한 편의 시처럼 은유적으로 제작하려고 해요. 주로 영상에서 원관념은 사랑에 대한 주장을 쓰고, 보조관념은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서 찾아요.
Q. 한국심장재단에서 심포니로 활동하시며 굿즈 디자인을 통해 홍보하신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디어 제시-제작-홍보’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어떤 것을 느끼셨나요? 그리고 굿즈 프로젝트에 있어 각 과정별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재단을 홍보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왜 사람들이 홍보 영상을 봐야 하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 발상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시청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심포니 팀과 함께 고민하고, 굿즈 디자인을 컨셉으로 하여 이에 관심을 보이는 MZ세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홍보가 주목적이었던 만큼 다양한 거절 디자인을 스케치하며 자연스럽게 재단에 대한 정보를 담고, 유머 또한 녹여내려고 하였어요. 제작 과정에서는 재단의 어떤 포인트를 강조할지, 어떠한 포인트의 유머를 섞어 거절 디자인에 담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재단이 홍보하기를 원하는 ‘다시 시작 팔찌’의 꼬인 핑크 줄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도록 굿즈 디자인의 시안을 보여줌으로써 효과적인 홍보 콘텐츠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Q. 참여하신 프로젝트 중 'DAVINCI OF HAPPINESS'의 콘셉트가 독특해서 인상 깊게 남았어요. 기획 의도 프로젝트 그 성과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항상 사랑에 관심이 많고, 기독교 동아리 회장을 3년 반 동안 맡으며 대학생들이 하는 많은 고민을 들어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신앙적인 고민이 주를 이루다 보니 종교가 없는 학생들의 고민도 궁금했고, 더 많은 대학생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6주 동안 1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하며 철학적으로 검증한 후, 행복을 방해했던 범인을 검거한다는 콘셉트로 매거진을 제작해 76명의 대학생 구독자들에게 뉴스레터를 발간하였습니다. 이후 한정판 매거진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기도 하였어요.
Q. 태국에서 촬영하셨던 다큐멘터리도 기억에 남아요. 촬영을 하시면서 다양한 장소에 방문하셨을 텐데,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촬영 장소가 있나요?
A.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인 기억이 있는 곳이죠. 촬영이 외롭고 힘들어 포기하려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밤의 촬영 장소였습니다. 인터뷰 대상자들이었던 저의 동아리 후배들이 처음으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의 야간 촬영이라 아주 덥고 벌레도 많았는데, 그 덥고 찝찝했던 샬롬교회가 기억에 남아요. 완벽하게 아름다운 장소이거나 태국의 정취를 잘 보여 주는 장소는 아니지만, 투박한 곳을 다큐멘터리의 배경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가구 배치를 바꾸었고, 어떤 이들은 촬영 중 사랑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기도 한 장소였어요
Q. 감독을 맡으신 다큐멘터리 '이상가족'을 본 뒤에 홀린 듯이 관련 촬영 기록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영화를 보고 해석을 찾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창작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과정에 대한 관심 또한 늘어났다는 신호라고 느낍니다. 진희님께서 촬영이나 편집을 하실 때 최우선으로 여기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이번 작품은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관련 촬영 기록까지 올린 이유는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하나의 선물이었기 때문이에요. 본 전시장에서는 하나의 영상만 틀었고, 감독에게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에게는 저의 감정선을 따라가실 수 있도록 ‘감독판’ 영상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실제 촬영편집 과정에서는 최대한 많은 것을 덜어내려고 해요. 다큐멘터리가 사실적 기록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저는 다큐멘터리 자체가 사회를 은유하는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하지만, 영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너무 직접적으로 감독의 취향이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이건 ‘그래서 네 작품을 왜 봐야 하는데?’라는 질문으로 구분해요. 사람들이 저의 작품을 봐야 할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 취향이 과도하게 들어갔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삭제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Q. 진희 님의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예술이란 우리와 멀지 않은,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진희 님은 홍보영상, 수필 등과 같은 프로젝트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저는 예술이 거창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그 어떤 것이든 그것을 통해 어떤 이의 시선을 바꿔준다면 그것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제 작품을 사랑해주지 않더라도, 제가 아버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아버지를 향한 저의 시선이 바뀌었던 것처럼, 그 과정에서 창작자 스스로의 시선이 바뀌게 된다면 그것 또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Q. 인생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A. 저는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어요. 엄밀히 말하면 한 부모 가정에서 태어났고, 평생을 친척 집에 맡겨져 살아왔습니다. 온전한 가정이 없는 슬픔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요. 저는 졸업작품으로 아버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다음 작품으로는 친어머니를 찾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저의 꿈은 결혼 후 소중한 아이를 입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입양아가 친부모를 그리워할 때 함께 찾아주고 싶어요.
Q. 마지막은 디어에이 공식 질문입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예술은 사회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없는 보호막 같아요. 예술은 정답이 없잖아요. 그에 반해 한국 사회는 많은 영역에서 정형화된 답이 있어요. 그것이 기준이 되어 캔슬 컬쳐(Cancel culture)도 점점 심해지고요. 그러나 아무리 사회가 냉랭해진다고 해도, 사랑을 지켜주는 예술이라는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본능적으로 그 소중함을 알고 있는듯하기도 하고요.
Copyright 2023. Dear.A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작품 사진과 매거진의 저작권은 작품의 아티스트 및 매거진 에디터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2차 가공을 금합니다.
editor. 홍지은, 김진, 박예원, 장수영
designer. 강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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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진희 님. 해외 일정으로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먼저 간단한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A. 자전적인 이야기로 세상과 사랑을 잇는 미디엄 크리에이터(Medium Creater) 이진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가정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고 있습니다.
Q. 이쪽 길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는지, 꿈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오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고등학교 재학 시절 우연히 ‘시드라 위의 구름’이라는 난민 관련 VR 다큐멘터리를 보았어요. VR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촬영방식이 기존의 일방향적인 전달방식을 가진 매체보다 훨씬 크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세상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선택한 대학교의 학부가 저와 잘 맞지 않아 사진학부를 복수전공했어요. 국내에서 인정받는 사진학부의 좋은 수업을 들으며 이미지의 본질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설명이 많은 영상을 만들어온 사람인데, 사진을 배운다는 것은 한 장의 사진에 핵심을 정제해서 담는 것이기에 전혀 다른 표현 방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기존의 저의 색깔에 깊이와 여운이 더해진 듯 합니다. 덜어냄으로써 본질의 부각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크리에이터가 되어가는 중이에요.
지금은 태국에 있습니다. 태국선교 과정을 통해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올해 상반기에 완성해서 하반기에 기독교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목표예요.
Q. 한 줄 소개를 보면 독실한 기독교이신 것 같습니다. 신앙을 콘텐츠로 연결하기위해 특별히 고려하시는 점이 있나요?
A. 자기 스스로 질문했을 때 떳떳해야 하는 것 같아요. 기독교적인 콘텐츠는 아직 미디어세계에서 흔치 않아요. 어쩌면 기독교인들은 스스로 어떠해야 한다는 잣대가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떳떳함이고, 두번째로는 ‘믿지 않는 이들이 큰 틀을 공감할 수 있는지’ 입니다. 끝으로 ‘답을 주지 말 것.’을 고려하고 있어요. 기독교의 핵심은 용서와 자유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신앙을 뚜렷한 주관으로 필력 할 순 있지만, 강요보다는 물음으로 남기려고 해요. 그게 더 재밌기도 하고요.
Q. 진희 님이 좋아하는, 혹은 현재 작업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친 크리에이터나 콘텐츠가 있는지 궁금해요.
A. 유튜브 <원의 독백>이라는 채널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임승원’님입니다. 어찌보면 쉽고 가성비 있는 운동장인 유튜브에서 온 정성을 쏟아 영화같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 콘텐츠들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죠.
그 중에서 특히 <향수>라는 영상을 가장 좋아해요. 향수라는 대중적인 오브제를 사용해서 감각적인 음악과 함께 메시지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영상입니다.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는 동시에 여운을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매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는 임승원님의 독백 영상을 보며 그 흐름을 닮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b5fCx8MlWdA?si=q3grgtwqjsjy-YkI (향수, 2022)
Q. 예술마을 프로젝트 ART VILLAGE의 소개말 중 ‘사람을 사랑하고, 감동을 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저의 행복이에요.’라는 문장과 ‘사랑할 진희’, ‘yessssilove'라는 인스타 이름을 보니 진희 님은 사랑(love)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진희 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A. 온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이에요. 일시적인 행복을 주는 것은 많아요. 먹고, 자고, 웃는 원초적인 것들은, 우리 삶에 만족감을 주지만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게 해주진 못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마음속의 빈 구멍을 채우고 싶어하는 갈망이 있는데 그것을 유일하게 채울 수 있는 게 사랑이라 믿어요. 저는 사랑이 용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용서를 배우다>라는 팀 켈러의 책을 읽으면서 보복하고 기회를 주지 않는 것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이 더 크게 가해자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용서는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고, 결국 사랑은 우리를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 점이 매력적이라 앞으로도 계속 사랑을 다루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Q. 단순히 영상에 국한되지 않고 수필과 같은 다양한 매체로 소통하시는데요. 글과영상은 같은 말을 하고자 할 때도 표현방법이나 텍스트 등에 있어서 굉장히 다를 것 같은데,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각각 어떤 차이를 갖고 창작하시나요?
A. 항상 저도 그 부분을 고민하는데요(웃음). 최근에 생긴 규칙이 있다면, 글은 영상처럼 최대한 공감각적으로 눈에 그려지도록 쓰려고 하고, 영상은 한 편의 시처럼 은유적으로 제작하려고 해요. 주로 영상에서 원관념은 사랑에 대한 주장을 쓰고, 보조관념은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서 찾아요.
Q. 한국심장재단에서 심포니로 활동하시며 굿즈 디자인을 통해 홍보하신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디어 제시-제작-홍보’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어떤 것을 느끼셨나요? 그리고 굿즈 프로젝트에 있어 각 과정별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재단을 홍보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왜 사람들이 홍보 영상을 봐야 하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 발상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시청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심포니 팀과 함께 고민하고, 굿즈 디자인을 컨셉으로 하여 이에 관심을 보이는 MZ세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홍보가 주목적이었던 만큼 다양한 거절 디자인을 스케치하며 자연스럽게 재단에 대한 정보를 담고, 유머 또한 녹여내려고 하였어요. 제작 과정에서는 재단의 어떤 포인트를 강조할지, 어떠한 포인트의 유머를 섞어 거절 디자인에 담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재단이 홍보하기를 원하는 ‘다시 시작 팔찌’의 꼬인 핑크 줄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도록 굿즈 디자인의 시안을 보여줌으로써 효과적인 홍보 콘텐츠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Q. 참여하신 프로젝트 중 'DAVINCI OF HAPPINESS'의 콘셉트가 독특해서 인상 깊게 남았어요. 기획 의도 프로젝트 그 성과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항상 사랑에 관심이 많고, 기독교 동아리 회장을 3년 반 동안 맡으며 대학생들이 하는 많은 고민을 들어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신앙적인 고민이 주를 이루다 보니 종교가 없는 학생들의 고민도 궁금했고, 더 많은 대학생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6주 동안 10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하며 철학적으로 검증한 후, 행복을 방해했던 범인을 검거한다는 콘셉트로 매거진을 제작해 76명의 대학생 구독자들에게 뉴스레터를 발간하였습니다. 이후 한정판 매거진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기도 하였어요.
Q. 태국에서 촬영하셨던 다큐멘터리도 기억에 남아요. 촬영을 하시면서 다양한 장소에 방문하셨을 텐데,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촬영 장소가 있나요?
A.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인 기억이 있는 곳이죠. 촬영이 외롭고 힘들어 포기하려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밤의 촬영 장소였습니다. 인터뷰 대상자들이었던 저의 동아리 후배들이 처음으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의 야간 촬영이라 아주 덥고 벌레도 많았는데, 그 덥고 찝찝했던 샬롬교회가 기억에 남아요. 완벽하게 아름다운 장소이거나 태국의 정취를 잘 보여 주는 장소는 아니지만, 투박한 곳을 다큐멘터리의 배경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가구 배치를 바꾸었고, 어떤 이들은 촬영 중 사랑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기도 한 장소였어요
Q. 감독을 맡으신 다큐멘터리 '이상가족'을 본 뒤에 홀린 듯이 관련 촬영 기록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영화를 보고 해석을 찾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창작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과정에 대한 관심 또한 늘어났다는 신호라고 느낍니다. 진희님께서 촬영이나 편집을 하실 때 최우선으로 여기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이번 작품은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관련 촬영 기록까지 올린 이유는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한 하나의 선물이었기 때문이에요. 본 전시장에서는 하나의 영상만 틀었고, 감독에게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에게는 저의 감정선을 따라가실 수 있도록 ‘감독판’ 영상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실제 촬영편집 과정에서는 최대한 많은 것을 덜어내려고 해요. 다큐멘터리가 사실적 기록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저는 다큐멘터리 자체가 사회를 은유하는 장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하지만, 영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너무 직접적으로 감독의 취향이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이건 ‘그래서 네 작품을 왜 봐야 하는데?’라는 질문으로 구분해요. 사람들이 저의 작품을 봐야 할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 취향이 과도하게 들어갔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삭제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Q. 진희 님의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예술이란 우리와 멀지 않은,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진희 님은 홍보영상, 수필 등과 같은 프로젝트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저는 예술이 거창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그 어떤 것이든 그것을 통해 어떤 이의 시선을 바꿔준다면 그것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제 작품을 사랑해주지 않더라도, 제가 아버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아버지를 향한 저의 시선이 바뀌었던 것처럼, 그 과정에서 창작자 스스로의 시선이 바뀌게 된다면 그것 또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Q. 인생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A. 저는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어요. 엄밀히 말하면 한 부모 가정에서 태어났고, 평생을 친척 집에 맡겨져 살아왔습니다. 온전한 가정이 없는 슬픔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요. 저는 졸업작품으로 아버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다음 작품으로는 친어머니를 찾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저의 꿈은 결혼 후 소중한 아이를 입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입양아가 친부모를 그리워할 때 함께 찾아주고 싶어요.
Q. 마지막은 디어에이 공식 질문입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예술은 사회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없는 보호막 같아요. 예술은 정답이 없잖아요. 그에 반해 한국 사회는 많은 영역에서 정형화된 답이 있어요. 그것이 기준이 되어 캔슬 컬쳐(Cancel culture)도 점점 심해지고요. 그러나 아무리 사회가 냉랭해진다고 해도, 사랑을 지켜주는 예술이라는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본능적으로 그 소중함을 알고 있는듯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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