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가야금 연주자 . 김희원



INTRO 


내 마음을 따라 그려지는 음악 

음악의 끝에 당신의 마음이 닿아 있기를 

손끝에서 떨리는 악기는 그렇게 음악을 내보낸다 


w.이채원 





INTERVIEW



 Q. 안녕하세요,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독특한 상상력을 음악으로 그리는 가야금 아티스트 김희원입니다. 저는 제 음악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마주할 용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연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을 비롯해 음악과 함께하는 순간이 늘 행복하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건강하게 활동하고 싶습니다.  



  Q. 어떤 계기를 통해 가야금에 빠지게 되었나요? 희원님이 생각하시는 가야금의 매력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저는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때 가야금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가야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행복하게 가야금을 하고 있습니다. 가야금의 다양한 매력 중 하나는 마치 찰흙을 만지는 것처럼 연주자의 부드러운 손, 거침의 정도, 힘의 세기, 손 모양, 감정 등에 따라서 다채로운 음색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기쁨, 슬픔, 편안함 등 감정이 다양한 음색으로 표현되면서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또한, 가야금은 자연 속 재료로 만들어진 악기라서 자연의 소리를 생생하게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가야금의 소리는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포근함,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저 또한 그 소리에 위로를 받곤 하였습니다. 이처럼 저는 가야금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제가 가야금에게 힘을 주기도 하면서 가야금과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Q. 가야금 연주에서 보기 드문 즉흥 연주도 많이 진행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가야금 즉흥 연주에 흥미를 갖게 되셨나요?

A. 저는 2023년에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진행한 ‘한국 즉흥페스티벌’에서 처음 즉흥연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연주자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 에너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숨막히는 긴장감에 숨도 못 쉬고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개월이 지났고 저는 중력장(공연장 명)에서 레슨 선생님께서 참여하신 즉흥연주를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공연장이 관객과 아티스트 사이의 거리가 가까웠던 공연장이었기 때문에 연주자분들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1시간 내내 몰입해서 보았던 저는 머리가 하얘지고 가슴이 뛰면서 한 문장이 선명해졌습니다. ‘아, 나 즉흥 연주 해야겠다.’ 라고 말이죠. 이 또렷한 생각과 즉흥에 대한 폭발적인 호기심은 저를 즉흥 연주로 초대하였습니다.  



 Q. 즉흥 연주에서 가장 영감을 받은 테크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즉흥 연주였기 때문에 마냥 신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즉흥 연주를 감상할 때와 직접 연주를 할 때는 조금 느낌이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즉흥으로 음악을 채워야 하다 보니 제 선율에 대한 정답을 찾게 되면서 혼란스러움과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서 영감을 받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기 위해, 매일 짧게는 30초에서 길게는 20분까지 저의 감정과 인상깊었던 풍경, 영화 속 인물의 대사, 자작시 등을 가야금 소리로 표현하면서 즉흥 연주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한 과정들은 즉흥을 조금 더 재밌게 시작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올해 빈채영 작가의 전시회에서 라이브 드로잉과 가야금 즉흥연주 콜라보를 진행하셨는데, 라이브 드로잉과 즉흥 연주간의 연관성과, 당시에 느꼈던 영감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그림이랑 음악이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감정 혹은 생각 등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라이브 드로잉과 가야금 작업은 닮았지만, 다른 성격을 가진 쌍둥이의 대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술 작업의 경우 작가의 감정과 생각의 흐름이 바로 눈 앞에서 보이기 때문에 저 또한, 전반적인 작품 흐름이 생생하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이에 저는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게 되었고, 이 과정은 마치 가야금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이 시간은 음악과 미술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새롭게 확장시켜야 하는 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던 작업이었습니다.   



 Q. 최근 서울 아트랩에서 주최한 재즈 워크샵에 참여하셨는데, 참여하시게 된 계기와 국악 연주자로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늘 마음속 한편에 가야금으로 재즈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서울아트랩에서 진행한 재즈 워크샵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워크샵을 통해 국악은 주로 악보 중심으로 연주를 하지만, 재즈는 연주자 중심으로 진행하는 연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연주의 중심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처음에 접해본 재즈이기 때문에 낯설기도 했지만, 그동안 익숙해진 국악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워크샵에서 배운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곡 작업에서 재즈의 재밌는 리듬을 활용하여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재즈 이외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새로운 장르가 있나요? 

A. 저는 다양한 것을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여 해보고 싶은 장르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영화음악을 해보고 싶습니다. 영화음악은 아무래도 서사가 있는 영화를 음악에 녹여냈기 때문에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가 영화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들을 때도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저는 이렇게 영화 음악처럼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을 작곡하고 싶기 때문에 영화음악 작업을 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 희원님께서는 국악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국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국악의 한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악을 하다 보면 ‘악보’에 얽매일 때도 있고, 입시를 준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답을 찾고자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창작을 할 때 어떤 시도를 함에 있어서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주춤하게 되고, 정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은 저를 가두게 만들고 어느 순간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머뭇거리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저에게는 ‘한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이를 느낀 저는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다양한 장르와 협업을 시도하면서 저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조하며 개성있는 작품을 창작하고 있기 때문에 국악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Q. 재즈, 미술, 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의 협업을 진행하셨는데,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변화한 점이나 새롭게 배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A. 우선 무용이나 미술의 경우 눈 앞에서 흐름이 보이기 때문에 제 음악이 그들과 어떻게 어우러지고 연결이 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움직임, 선, 소리 등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예술의 본질에는 ‘흐름이 존재한다’는 점이 생생하게 와닿았습니다. 또한 보통은 음악의 깊이를 확장할 때 제가 경험한 음악 안에서 좋은 선율 또는 리듬을 찾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예술 분야와 즉흥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는 그들의 선, 몸의 움직임을 소리로 묘사하는 등 제 자신과 그들 간의 상호 작용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색다른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Q. 희원님께서는 연주를 할 때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는 편인가요? 공연을 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공연을 하다 보면 저는 잘해야지 실수하지 말아야지 보다는,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개성을 살리는 것도, 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의 소유물로서의 연주가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예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하고자 하는 말과 음악들이 저만 좋고 멋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저의 개성이 드러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습니다.
또한, 저는 진정성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음악도 좋지만,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꾸며진 음악처럼 의도를 가진 음악보다는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Q. 자작곡을 쓸 때 주로 어떤 주제를 다루시나요? 곡을 통해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자작곡을 만들 때 ‘남들과는 다른 음악을 하고 싶다, 나에게 어울리는 음악 세계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것을 소리로 표현하며 음악을 만들어갑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곡한 곡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자작곡과 그 이유를 소개해주세요
A. ‘바람은 알고 있다’라는 곡입니다. 처음 도전한 자작곡이기 때문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이 곡은 끊임없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녀와 바람의 대화를 담은 25현 가야금 곡입니다. 곡을 통해 바람이 알고 있는 그녀의 가능성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곡은 그 시절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솔직 담백하게 제 이야기를 써내려 갔던 곡입니다. 물론 시작은 일기장처럼 저를 위로하는 곡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음악이 완성되었을 때는 누군가에게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여러 공연에서 ‘바람은 알고 있다’를 연주하여 이 곡을 통해 관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Q. 희원님의 연주는 ‘연주자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음악’이라는 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희원님께서는 평소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가시나요? 그리고 그러한 삶의 방식이 어떤 식으로 음악에 투영되길 바라시나요?
A. 저는 항상 제 음악이 현재에 존재하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매 순간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기 때문에 음악도 마찬가지로 순간 순간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늘 발전하고 성장하는 자세를 가지며 살아갔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자세들이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앞으로도 남들이 하지 않은 체험과 경험을 해보면서 제 음악을 비롯해 저의 인생이 끊임없이 나아가는 연주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Q. 지금까지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최근에 돈화문 국악당에서 진행한 한국 즉흥 프린지 페스티벌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공연은 기타, 대금, 피리, 거문고 등 다양한 악기의 연주자분들과 함께 즉흥 합주를 할 수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여러 악기 속에서 가야금의 정체성을 찾고, 다른 관점에서 저의 악기를 바라보며 제 소리에 대해 탐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 탐구하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인지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온전히 몰입하여서 준비했고,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공연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기억에 남습니다. 



 Q. 가야금 아티스트, 즉흥 연주자, 작곡가, 작가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계신데, 이들이 '가야금'을 중심으로 어떤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궁금합니다.
A. 즉흥연주, 자작곡, 작가 활동 모두 능동적으로 저의 감정과 에너지를 표현하는 활동이기에 서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음악을 시간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연주를 통해 음악에 시간의 흐름을 담을 수 있지만 어떤 공간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한계를 섬세하게 글로 작성하며 보완하고자 했고, 글이 주는 공간감과 음악의 생동감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글, 작곡, 연주 이 모든 과정이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며, 더욱 더 즐거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음악을 통해 어떤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A.  즉흥 연주를 비롯해 대부분의 음악이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공연이 과거 혹은 미래의 모습 등 어떤 순간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저의 다채로운 예술 활동이 관객들이 알지 못했던 혹은 잊고 있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Q. 앞으로의 활동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나요?
A. 저는 하고 싶은 공연, 배우고 싶은 음악 등이 많지만 그보다 가장 큰 목표는 건강하게 가야금 연주자로 성장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다양한 아이디어나 작업들은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면 할 수 있지만,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한 건강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저를 다스릴 줄 알고, 단단하여야 많은 관객들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내면을 비롯해 저를 끊임없이 갈고 닦아 오랫동안 저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예술가로 나아갈 것입니다.  



 Q. 마지막은 디어에이 공식 질문입니다.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의 삶 속에는 언어를 비롯해 많은 예술의 요소가 살아 숨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언어의 경우도 음악처럼 리듬과 음높이, 음색 등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기도 하고,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또한, 대화를 통해 누군가와 소통을 하기도 하죠. 따라서, 의미를 전달하고 표현하며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예술을 추구하고 창작하는 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자연스럽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의식 중에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미 스며든 예술은 절대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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