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흑연으로 이어진 곧은 심의 자취부터
고요한 색감의 세계로의 진입까지
이현학의 드로잉 세계는 생동한다
w. 유수연
Q. 안녕하세요, 현학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상명대학교 4학년으로 재학하며 드로잉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학이라고 합니다.
Q. 생활예술학과를 재학 중이세요. 전공을 택할 때 순수미술이 아닌 생활예술학과를 가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원래는 회화 쪽을 희망했는데, 당시 입시미술 학원을 다니지 않고 그리고 싶은 것만 그렸어요. 자연스레 수채화를 다루지 않았죠. 그런데 당시 대부분의 회화과 입시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수채화 실력을 요구했고, 당연히 이를 만족시킬 수 없던 저는 최대한 제가 응할 수 있는 실기를 찾아다니다 보니 생활예술학과의 시험을 보게 된 거 같습니다.
Q. 학교 과제 작업으로 가구를 만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 즐겨하는 2D 드로잉 작업과는 다른 분야의 작업인 것 같아요. 각자의 매력과 다른 분야지만 작업을 할 때 서로 영향을 받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음, 제가 딱히 둘을 구분지어 놓으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드로잉 작업과 가구 작업 간 영향이나 교류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드로잉 작업에서 세밀한 핸들링을 많이 하다 보니 남들과는 다르게 저의 수작업 느낌이 살짝 더 있는 정도? 하지만 가구와 드로잉 사이에 시너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생각으로 있습니다.
Q. 인스타그램을 보면 90% 이상의 그림이 인물의 초상화인데요. 인물그림을 자주 그리시는 이유가 있나요?
A. 고등학교 2학년 중반까지만 해도, 저는 원래 소묘 같은 회화풍을 선호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SNS를 통해서 어떤 인물화 작가님의 작업을 보고, 홀린 듯이 소묘 인물화를 미친듯이 그리기 시작하면서 회화과 쪽으로의 흥미도 생겼습니다. 소재의 90% 이상이 인물인건 저 때의 영향이 아닌가 싶어요.
Q. 모델, 소재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A. 꽤나 주관적인 기준인데, 보통 빛의 흐름과 대비가 좋거나 명암, 그림자 등이 좋은 경우, 아니면 디테일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면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Q. 흑백 표현만의 장점, 특징이 있을까요?
A. 컬러 표현과는 다르게, 명암이나 그림자 등을 단적으로 강력하게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흑백, 흑연 표현 특유의 다양한 텍스쳐가 좋은 거 같아요.
Q. 연필화 의뢰를 받고 계신데, 지금까지 받은 의뢰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특별했던 의뢰가 있으신가요?
A. 솔직히 연필화 의뢰는 진짜 받기를 기대한 게 아니에요. 그냥 예의상 걸어놓기만 한 거라 의뢰를 받진 않았고요. (웃음) 조카의 초상화를 그려준 후 받은 감사 인사와 인증샷에서 진심이 담긴 따스함을 받은 기억이 있어요.
Q. 작가님의 <주객전도>나 <청룡도원도>를 보면 화합, 물, 동물, 소주 등 아주 다양한 요소들이한국 전통의 느낌으로 잘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한 그림들을 그릴 때 특별히 신경 쓰시는 점이 있나요?
A. 제가 그려 넣고자 하는 요소의 형태나 디테일이 재미있게 생겼는가, 그리고 어떤 요소들을 어디서 어떻게 조합해야 조화롭고 재미있게 보일까? 정도인 것 같아요. 물론 여기서 ‘재미’라고 해 봐야 제 멋대로의 기준이긴 하지만요.
<주객전도>
<청룡도원도>
Q. 많은 표현 기법, 매체 중 펜슬 드로잉/디지털 드로잉을 선호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정말 본격적으로 그릴 때 처음 잡았던 도구가 연필이기도 하고, 연필은 단순히 톤이 흑백으로 나오는 걸 넘어 흑연이라는 입자의 성질을 띄기 때문에 정갈한 톤에서부터 가루 입자를 활용한 거친 느낌의 표현까지 다양하게 나오는 점이 좋아서 선호해요. 디지털드로잉의 경우에는 선화 위주의 작업을 채색할 때, 원화 위에 바로 하는 것 보다는 디지털상에서 채색해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내는 느낌을 선호해서 그런 것 같아요.
Q. 단체전에 굉장히 많이 참여하셨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전시를 제안받았을 때 떨리지는 않으셨나요?
A. 가장 첫 전시는 제가 활동하던 미술 크루에서 총괄하던 형이 단체전을 한번 해 보자고 해서 참여했고, 그때 제가 형을 많이 도와주면서 일했는데, 저에 대한 신뢰가 커졌는지 그 후로도 쭉 같이 크루 단체전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단체전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Q. 전시회에 본인의 그림이 걸렸을 때, 관람객이 감상하면서 어떤 점에 대해 생각하길 바라시나요?
A. 굉장히 1차원적인 측면이지만, 제가 작품에 들인 시간과 디테일의 무게를 느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긴 해요. 실제로도 굉장히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는 부분이니까요.
Q.가장 닮고 싶은,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A. 옛날과 지금의 화풍이 조금씩 달라서 그에 따라 존경하는 분들도 많이 달라졌어요. 무라타 유스케, 서일환 작가님, 제임스진, 장가노 등 생각나는대로 말하니 끝이 없네요 살짝 요약하자면, 예나 지금이나 ‘잘 그리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의 예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아더 스페이스나 젠틀몬스터×마르지엘라 팝업에 있던 구조물 같은 스타일의 설치조형작업에 눈길이 많이 가요.
Q. 앞으로의 예술 인생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A. 제가 선망하는 분들이 계시는 단계까지 올라가는 것, 그리고 제 작업으로 더현대서울이나 무신사 등 유명한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거요! 꿈은 크게 가지랬으니. (웃음)
Q. Dear.A 독자들, 지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다른 청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움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일단 저지르면 복잡했던 머리속이 깔끔해지고, ‘별거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 거예요. 저는 이 시점부터, 복잡하게 생각 안 하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하거든요. 여러분도 만약 꿈이 있거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어린애처럼 해 보세요. 그냥 일단 해 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뭐라도 될 겁니다. 겁나서 안 하는 거보단 훨씬 낫잖아요?
Q. 마지막은 디어에이 공식 질문입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예술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면 자연스레 생기는 문명적 요소라고 생각해요. 현대사회에 와서는 느낌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그 어떤 계층이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예술이죠. 옛날 귀족들만 접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 모두가 즐기고 접하면서 위로를 받고, 공감하고 있는 것이 현대사회의 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심플하게 말하면, 다들 지하철 타고 학교 가는데 이어폰을 까먹고 두고 와서 노래 못 들으면 에너지가 쭉 빠지잖아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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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강은채, 김민재, 왕수민
designer. 김은지
INTRO
흑연으로 이어진 곧은 심의 자취부터
고요한 색감의 세계로의 진입까지
이현학의 드로잉 세계는 생동한다
w. 유수연
Q. 안녕하세요, 현학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상명대학교 4학년으로 재학하며 드로잉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학이라고 합니다.
Q. 생활예술학과를 재학 중이세요. 전공을 택할 때 순수미술이 아닌 생활예술학과를 가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원래는 회화 쪽을 희망했는데, 당시 입시미술 학원을 다니지 않고 그리고 싶은 것만 그렸어요. 자연스레 수채화를 다루지 않았죠. 그런데 당시 대부분의 회화과 입시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수채화 실력을 요구했고, 당연히 이를 만족시킬 수 없던 저는 최대한 제가 응할 수 있는 실기를 찾아다니다 보니 생활예술학과의 시험을 보게 된 거 같습니다.
Q. 학교 과제 작업으로 가구를 만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 즐겨하는 2D 드로잉 작업과는 다른 분야의 작업인 것 같아요. 각자의 매력과 다른 분야지만 작업을 할 때 서로 영향을 받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음, 제가 딱히 둘을 구분지어 놓으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드로잉 작업과 가구 작업 간 영향이나 교류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드로잉 작업에서 세밀한 핸들링을 많이 하다 보니 남들과는 다르게 저의 수작업 느낌이 살짝 더 있는 정도? 하지만 가구와 드로잉 사이에 시너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생각으로 있습니다.
Q. 인스타그램을 보면 90% 이상의 그림이 인물의 초상화인데요. 인물그림을 자주 그리시는 이유가 있나요?
A. 고등학교 2학년 중반까지만 해도, 저는 원래 소묘 같은 회화풍을 선호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SNS를 통해서 어떤 인물화 작가님의 작업을 보고, 홀린 듯이 소묘 인물화를 미친듯이 그리기 시작하면서 회화과 쪽으로의 흥미도 생겼습니다. 소재의 90% 이상이 인물인건 저 때의 영향이 아닌가 싶어요.
Q. 모델, 소재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A. 꽤나 주관적인 기준인데, 보통 빛의 흐름과 대비가 좋거나 명암, 그림자 등이 좋은 경우, 아니면 디테일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면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Q. 흑백 표현만의 장점, 특징이 있을까요?
A. 컬러 표현과는 다르게, 명암이나 그림자 등을 단적으로 강력하게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흑백, 흑연 표현 특유의 다양한 텍스쳐가 좋은 거 같아요.
Q. 연필화 의뢰를 받고 계신데, 지금까지 받은 의뢰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특별했던 의뢰가 있으신가요?
A. 솔직히 연필화 의뢰는 진짜 받기를 기대한 게 아니에요. 그냥 예의상 걸어놓기만 한 거라 의뢰를 받진 않았고요. (웃음) 조카의 초상화를 그려준 후 받은 감사 인사와 인증샷에서 진심이 담긴 따스함을 받은 기억이 있어요.
Q. 작가님의 <주객전도>나 <청룡도원도>를 보면 화합, 물, 동물, 소주 등 아주 다양한 요소들이한국 전통의 느낌으로 잘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한 그림들을 그릴 때 특별히 신경 쓰시는 점이 있나요?
A. 제가 그려 넣고자 하는 요소의 형태나 디테일이 재미있게 생겼는가, 그리고 어떤 요소들을 어디서 어떻게 조합해야 조화롭고 재미있게 보일까? 정도인 것 같아요. 물론 여기서 ‘재미’라고 해 봐야 제 멋대로의 기준이긴 하지만요.
<주객전도>
<청룡도원도>
Q. 많은 표현 기법, 매체 중 펜슬 드로잉/디지털 드로잉을 선호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정말 본격적으로 그릴 때 처음 잡았던 도구가 연필이기도 하고, 연필은 단순히 톤이 흑백으로 나오는 걸 넘어 흑연이라는 입자의 성질을 띄기 때문에 정갈한 톤에서부터 가루 입자를 활용한 거친 느낌의 표현까지 다양하게 나오는 점이 좋아서 선호해요. 디지털드로잉의 경우에는 선화 위주의 작업을 채색할 때, 원화 위에 바로 하는 것 보다는 디지털상에서 채색해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내는 느낌을 선호해서 그런 것 같아요.
Q. 단체전에 굉장히 많이 참여하셨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전시를 제안받았을 때 떨리지는 않으셨나요?
A. 가장 첫 전시는 제가 활동하던 미술 크루에서 총괄하던 형이 단체전을 한번 해 보자고 해서 참여했고, 그때 제가 형을 많이 도와주면서 일했는데, 저에 대한 신뢰가 커졌는지 그 후로도 쭉 같이 크루 단체전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단체전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Q. 전시회에 본인의 그림이 걸렸을 때, 관람객이 감상하면서 어떤 점에 대해 생각하길 바라시나요?
A. 굉장히 1차원적인 측면이지만, 제가 작품에 들인 시간과 디테일의 무게를 느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긴 해요. 실제로도 굉장히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는 부분이니까요.
Q.가장 닮고 싶은,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A. 옛날과 지금의 화풍이 조금씩 달라서 그에 따라 존경하는 분들도 많이 달라졌어요. 무라타 유스케, 서일환 작가님, 제임스진, 장가노 등 생각나는대로 말하니 끝이 없네요 살짝 요약하자면, 예나 지금이나 ‘잘 그리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의 예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아더 스페이스나 젠틀몬스터×마르지엘라 팝업에 있던 구조물 같은 스타일의 설치조형작업에 눈길이 많이 가요.
Q. 앞으로의 예술 인생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A. 제가 선망하는 분들이 계시는 단계까지 올라가는 것, 그리고 제 작업으로 더현대서울이나 무신사 등 유명한 브랜드들과 협업하는 거요! 꿈은 크게 가지랬으니. (웃음)
Q. Dear.A 독자들, 지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다른 청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움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일단 저지르면 복잡했던 머리속이 깔끔해지고, ‘별거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 거예요. 저는 이 시점부터, 복잡하게 생각 안 하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하거든요. 여러분도 만약 꿈이 있거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어린애처럼 해 보세요. 그냥 일단 해 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뭐라도 될 겁니다. 겁나서 안 하는 거보단 훨씬 낫잖아요?
Q. 마지막은 디어에이 공식 질문입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예술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면 자연스레 생기는 문명적 요소라고 생각해요. 현대사회에 와서는 느낌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그 어떤 계층이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예술이죠. 옛날 귀족들만 접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 모두가 즐기고 접하면서 위로를 받고, 공감하고 있는 것이 현대사회의 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심플하게 말하면, 다들 지하철 타고 학교 가는데 이어폰을 까먹고 두고 와서 노래 못 들으면 에너지가 쭉 빠지잖아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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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김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