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Drawing 조홍신

Intro



자극적인 즐거움, 일상의 권태.

자연은 이 둘의 균형을 잡는다.

 

그러니 언제나 쉽게 행복해지려면,

우리 곁을 조용히 흐르는

익숙한 풍경에 예민해져야 한다.

 

일상의 평온함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지지 않도록 말이다.



W. 이루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남대학교에서 회화과를 전공하며 현재 수묵으로 작업하고 있는 조홍신입니다.

 


수묵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실 사람들이 수묵화라고 하면 ‘옛날 그림이다’, ‘틀에 박혀있다’라는 등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현재 수묵화는 지금은 그런 틀을 다 깨고 다른 매체와도 활발히 접목하면서, 동시대 미술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하나의 새로운 매체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아트페어 시즌인데, 한국화를 주문제작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여 더 승화시킨다든지, 영화포스터나 드라마 관련해서도 많이 쓰이고요. 사실 먹 하나만 쓰인다면 한계가 있을 수 있어도, 다른 매체와 접목하면 한국화를 포함한 모든 예술이 가능성을 많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당 분야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수묵을 시작한 것은 예술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인 것 같아요. 처음 먹을 갈 때 느껴지던 향이나, 차분하게 한 획을 그었을 때 나오는 농, 중, 담묵의 3단계 변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까만 먹이 물의 양에 따라서 농도도 달라지고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먹의 모습이 저를 사로잡아 아직까지 수묵화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과 함께 작업 계기와 의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보여드리는 작품들의 배경을 설명해드리자면, 1학년 때까지는 제가 나름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군대를 갔다오고 복학을 해보니 그림을 그리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고, 작업을 하면 무조건 잘 그려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려서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어요. 그 때 지도교수님께서 너무 거창한 것을 그리려고 하지 말고 주변에 있는 소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그려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이런 것들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긴가민가했는데,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도해봤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휴대폰으로 먼 풍경을 확대해서 찍어봤는데, 프레임이 깨지고 빛과 그림자로만 이루어지는 모습을 통해 색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를 활용해 제 생각을 가지고 제대로 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풀더미>는 가장 최근 작업으로, 길을 가다가 우연히 본 풀더미를 그린 작품입니다. 공허하면서도 질서가 느껴지는 사물로, 저에게는 안정감을 상징하는 풀더미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비 오는 날>은 말 그대로 비 오는 날 풍경을 확대해서 찍은 풍경을 그린 작품입니다.



    <무제>는 이름의 보이는 작품도 풀숲을 확대하여 찍은 사진에 대한 느낌을 무심하게 슥슥 드로잉했어요.




   <데칼코마니>는 일종의 실험작인데, ‘어떻게 하면 더 휘황찬란하고 이상하게 그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실험이 담긴 작품입니다.



   <Plant Life>는 평면잎을 그린 작품으로, 입체감을 가진 이파리를 직접 뭉개고 짓밟고 찢어보며 납작한 이파리에 대한 발견을 그려본 작품입니다.




   저는 드로잉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려보니 거의 백몇 장이 되길래 전시를 해보자는 생각에 전시 전경을 포트폴리오에 넣어보았습니다.

 


작품 크기가 큰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작품 중에 큰 작품이 많아요. 그래서 보통 작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죠. 자연을 그리기 때문에 아직까지 작은 스케일에는 제 의도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연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큰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수묵의 작업순서나 방식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초배지를 붙여요. 옛날 시골집 가면 문틈이나 벽에서 볼 수 있는 종이인데, 나무에 물이 올라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그 위에 종이를 붙이는 게 다인데…(웃음) 한국화 쓰이는 종이가 다 달라요. 장지, 순지, 한지 등 더 세부적으로 가면 매우 다양하고 많죠. 그래서 상황에 맞는 종이를 선택해서 사용해요. 처음에는 작업방식을 잡기 위해 연필이나 목탄으로 드로잉을 많이 합니다.

 


자신만의 작업 루틴이나 특징이 있나요?

   산책을 자주 해요. 작품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제 작품의 소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이나 풍경이기 때문에, 산책을 할 때 천천히 주변을 관찰하는 것이 작업에 많은 도움이 돼요. 뿐만 아니라 머리가 복잡할 때 산책을 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비워지는 효과도 있어요. 산책을 한 시간 이상 하기도 하고, 운동도 가끔 합니다.

 


작업을 하지 않으실 때에는 어떤 시간을 보내시나요?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러가기도 해요. 때로는 혼자 조그맣게 불 피워놓고 불멍을 때리기도 해요. 아니면 강가 같은 곳에 가서 물멍을 때리기도 하고요. 이렇게 보니까 멍 때리는 걸 좋아하네요.(웃음)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주변 모든 곳에 예술이 녹아있다고 생각해요. 동시대 예술은 미술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예술, 미디어 예술, 청각 예술, 과학·기술 등을 통해 매우 광범위해졌고, 이런 것들이 통합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AI가 그림을 그리는 이슈도 보았는데, AI와 다르게 사람은 생각, 사고를 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흔적을 토대로 예술을 승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봐요. 이렇게 우리 사회에 녹아들어 있는 예술이기에 앞으로도 발전하고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호 주제가 <겨울>이에요. 작가님께서는 ‘겨울’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겨울은 새 생명이 다시 나올 준비시기 아닐까요. 다시 따뜻한 봄이 되기 전에 준비 하는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작가님께 2021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시간이 지나가는 줄 몰랐던 한 해였던 거 같아요. 올해 졸업반이기도 하고, 졸업준비위원회이다 보니 이것저것 하는 게 많아서 작업도 제대로 못하고 정신없이 보냈어요. 지금은 그래도 여유가 생겨서 작업을 재개해보려고 합니다. 마음을 다시 다잡고 현재 트렌드에 대해 공부하기도 하면서 작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앞으로 바라시는 점이나 후에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요?

   건강을 꼭 지키고 싶어요. 제가 건강해야지 계속해서 작업과 전시를 할 수 있고, 다른 작가님들과도 소통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전시도 하고 싶어요. 코로나 상황으로 전시를 보러가지 못했는데, 가까운 미래에 제 전시를 열고 싶다는 바람이 있네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릴게요.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이게 뭔가…’ 싶었어요. 현재 예술하는 사람들이 많이 힘든 시기인데, Dear.A의 좋은 취지에 기여한다는 점이 뜻깊어서 바로 하겠다고 결정을 했고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Dear.A를 통해서 아티스트들을 많이 발굴하고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기회 주신 점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작업해서 좋은 작가가 되겠습니다.

 






@drawing._.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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