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모르는 게 아니다. 모르는 척할 뿐.
마음속 어딘가 불편할 때는,
감정에 집중해 볼 것을 권한다.
문서인의 그림 속 개의 눈동자는
줌아웃 효과를 꺼뜨리고 시선의 끈을 묶는다.
사랑과 연대를 이룬 공동체가
시선의 공명으로 이해된다.
W. 이루아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대학교 회화과에 재학 중인 문서인 입니다. 주로 우리의 오래된 친구인 강아지, 그중에서도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외면받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어요.
강렬한 자기소개가 작가님을 더 궁금하게 만들어요. 작가님이 활동하시고 계신 분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정확히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고요. 앞서 말한 것처럼 주로 강아지를 그리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작은 친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감정과 표정, 어두운 현실까지 함께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뜻 있는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것 같아요.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중에서도 강아지를 그리게 된 시기는 3년 전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해 뜰 때까지 동물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손님으로부터 반려견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어요. 자신 없었지만 밤새 꼬박 색연필로 그려서 액자에 담아드렸는데, 너무 행복하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제 그림으로 손님의 가족들이 모두 행복했다는 말을 듣고 난생처음 가슴이 너무 뛰더라고요. 그 뒤로 제 작업은 한 가정의 사랑받는 강아지에서, 소외당하는 강아지에게까지 뻗어 나갔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미대로 진학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이후에도 몇 가지 일화들을 거치면서 소외된 아이들 대신 소리를 내어줄, 진심 어린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면>
소개해주신 작품들도 참 인상적인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 작업의 출발점은 학대받아 한쪽 눈을 잃은 강아지 사진이었어요. 그 사진을 찍으셨던 호주의 유명 사진 작가님께 직접 동의를 얻어 <외면>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했어요. 자신들의 미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생명을 버리고 금방 아픔을 잊는 사람들을 그림에 반영했습니다. 한 마디로 애정 가득하게 바라보지만, 강아지들의 아픔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이유로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려낸 작품이에요.
<개의 잃어버린 초상화>
<개의 잃어버린 초상화>는 강아지 공장의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제작한 작품인데요. ‘번식이나 상품으로 쓰이는 개들의 생명에 대한 무가치함을 초상화로 해석하면 어떻게 표현이 될까?’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이런 그림들을 혼자 계속 그리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희망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강아지도 그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기록해둔 작업 노트의 문구를 소개해드릴게요.
“달이 밝을 때 나는 나의 반려견과 같이 앉아 달을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꿈 많던 어린 시절부터 다른 모든 일로 하여금, 또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대고 싶은 안식처다. 그러한 존재 아래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함께 작은 소망을 빌어본다.”
이 시를 토대로 작업하게 되었어요.
<실험>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비글 그림이에요. 전 세계에서 실험견으로 희생되는 비글은 타종에 비해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희생되고 있어요. 실험의 고통을 주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게 정상인데, 비글은 그런 사람을 쉽게 용서한다고 해요.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그림은 <식용>입니다. 진돗개는 용감무쌍한 우리나라 토종견이지만, 제 기억 속에서는 시골 똥개, 식용견들로 남아있었어요. ‘언제부터 토종견이 그런 똥개, 식용견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검은 강아지는 사진으로는 잘 안 느껴질 수 있지만 2m가 넘는 대형 작품입니다. 대형 작업으로 진행한 이유는, 우리는 늘 강아지들을 숙여서 봐왔잖아요. 인간과 동등한 생명으로서 같은 눈맞춤으로 보자는 의도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나아가 ‘강아지들이 가진 에너지와 생명력을 전달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점점 더 큰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제 작업은 전부 정면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제 그림을 본 사람들에게 ‘너의 강아지는 사람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그동안 숙여서 봐왔던 강아지의 눈을 마주 보는 구도로 관람하면 그들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그렸습니다.
한없이 순수한 생명을 한 폭에 담아내는 건 아직 어려워요. 지금도 꾸준히 실제로 만나며 배워가고 있어요.
모든 작품이 애정이 가시겠지만 그래도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모든 작품에 애정이 가는 건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겠지만, 한 가지를 꼽으라면 <식용>이에요. 시골에서 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마당에 오래 묶여있던 진돗개들이 밤마다 개장수에게 잡혀가는 걸 발만 동동 굴리며 봐야 했어요. 이제야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에 미안함이 들기도 했고, 그만큼 유달리 힘든 작업이었어요.
아픔을 가진 강아지들을 그리다 보면 슬픔을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작업하시면서 뿌듯했던 기억이나 즐거웠던 추억도 있으신가요?
순간 너무 울컥했어요. 사실 그런 순간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요. 항상 슬픔 속에서 작업하다 보니 뿌듯했던 순간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님만의 작업 루틴이나 특징이 있나요?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강아지를 만나며 소통하려고 해요. 산책이나 봉사도 많이 다니는 편이고요. 작업에 쏟을 수 있는 열정을 그 순간들을 통해 만들어내기도 하고, 작업의 영감도 그런 활동에서 얻어오는 것 같아요.
제 작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현장답사겠네요. 조금 자극적일 수 있지만, 여태 식용견이라는 슬픈 현실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진 못했어요. 지난 5월 말 비가 많이 내렸던 날 대구의 칠성시장이라는 개고기가 유명한 시장을 직접 찾아가서 유통되는 개들을 보고 왔거든요. 집에 돌아온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울면서 그림을 그렸던 적도 있어요. 우리 사회의 개들에 관한 생명윤리나 감정을 녹여내는 작품을 대중과 공유하면서 어렵고 회피하고 싶은 질문도 직면하고, 예술적으로 풀어내며 사회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렇다면 말씀하신 사회적 해결이야말로 작가님께서 바라시는 모습 그 자체인 건가요?
좀 어렵네요. 저는 주변인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해요. “나중에 내가 이런 작품을, 이런 작업을 그리지 않는 날이 오면 좋겠다” 라고요. 사실 제 작업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 그들을 비추는 그림이기 때문에, 훗날에는 고통받는 강아지들이 사라지고 웃는 모습만이 가득한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멋진 말이네요. 언젠가 작가님께서 바라시는 그날이 와도, 작가님께서는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시리라 생각하는데요. 그만큼 강아지뿐 아니라 예술과 창작에 대한 애정도 높으신 것 같은데, 이처럼 사랑하는 예술이 우리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살면서 창작이나 창조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창작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슬픔, 모든 걸 느끼는 감정의 존재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감정 속에서 읽어낸 결과들이 모두 예술이 되고, 그런 예술은 우리 사회를 만든 토대가 되었지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손 편지를 쓰는 것도, 선물을 포장하는 것도 창조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감정의 전달이 우리 일상 구석구석에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예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이번 호 주제가 <겨울>이에요. 작가님의 겨울은 어떤가요?
겨울은 차갑다는 인상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따뜻하게 느껴질 계절이 아닐까요. 다른 이들의 온기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계절이고, 사소한 것에 더 감사할 수도 있는 계절이니까요. 조금만 따뜻해져도 더 이상 바랄 것 없을 정도로 행복해하거나, 평소의 온기조차 다른 계절보다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만큼 주변의 모든 것들에 감사해하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답변이네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수록 힘이 생기는 제 작업은 이제 막 불씨를 지핀 것 같아요. 첫 작업을 시작한 그날 이후 지금까지 미친 듯이 달려오기만 했던 것 같은데, 저 혼자서만 달려온 것은 아닐까 걱정했던 최근이었거든요. 제 작업에 관심을 갖고 연락 주시고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매거진 팀원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또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아요. 제 작업관을 다시 한번 스스로 돌아보고 힘을 얻게 된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art_seoin
seoinn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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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아니다. 모르는 척할 뿐.
마음속 어딘가 불편할 때는,
감정에 집중해 볼 것을 권한다.
문서인의 그림 속 개의 눈동자는
줌아웃 효과를 꺼뜨리고 시선의 끈을 묶는다.
사랑과 연대를 이룬 공동체가
시선의 공명으로 이해된다.
W. 이루아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대학교 회화과에 재학 중인 문서인 입니다. 주로 우리의 오래된 친구인 강아지, 그중에서도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외면받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어요.
강렬한 자기소개가 작가님을 더 궁금하게 만들어요. 작가님이 활동하시고 계신 분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정확히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고요. 앞서 말한 것처럼 주로 강아지를 그리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작은 친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감정과 표정, 어두운 현실까지 함께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뜻 있는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것 같아요.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중에서도 강아지를 그리게 된 시기는 3년 전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해 뜰 때까지 동물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손님으로부터 반려견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어요. 자신 없었지만 밤새 꼬박 색연필로 그려서 액자에 담아드렸는데, 너무 행복하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제 그림으로 손님의 가족들이 모두 행복했다는 말을 듣고 난생처음 가슴이 너무 뛰더라고요. 그 뒤로 제 작업은 한 가정의 사랑받는 강아지에서, 소외당하는 강아지에게까지 뻗어 나갔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미대로 진학하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이후에도 몇 가지 일화들을 거치면서 소외된 아이들 대신 소리를 내어줄, 진심 어린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면>
소개해주신 작품들도 참 인상적인데,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 작업의 출발점은 학대받아 한쪽 눈을 잃은 강아지 사진이었어요. 그 사진을 찍으셨던 호주의 유명 사진 작가님께 직접 동의를 얻어 <외면>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했어요. 자신들의 미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생명을 버리고 금방 아픔을 잊는 사람들을 그림에 반영했습니다. 한 마디로 애정 가득하게 바라보지만, 강아지들의 아픔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이유로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려낸 작품이에요.
<개의 잃어버린 초상화>
<개의 잃어버린 초상화>는 강아지 공장의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제작한 작품인데요. ‘번식이나 상품으로 쓰이는 개들의 생명에 대한 무가치함을 초상화로 해석하면 어떻게 표현이 될까?’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이런 그림들을 혼자 계속 그리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희망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강아지도 그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기록해둔 작업 노트의 문구를 소개해드릴게요.
“달이 밝을 때 나는 나의 반려견과 같이 앉아 달을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꿈 많던 어린 시절부터 다른 모든 일로 하여금, 또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기대고 싶은 안식처다. 그러한 존재 아래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함께 작은 소망을 빌어본다.”
이 시를 토대로 작업하게 되었어요.
<실험>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비글 그림이에요. 전 세계에서 실험견으로 희생되는 비글은 타종에 비해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희생되고 있어요. 실험의 고통을 주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게 정상인데, 비글은 그런 사람을 쉽게 용서한다고 해요.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그림은 <식용>입니다. 진돗개는 용감무쌍한 우리나라 토종견이지만, 제 기억 속에서는 시골 똥개, 식용견들로 남아있었어요. ‘언제부터 토종견이 그런 똥개, 식용견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하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검은 강아지는 사진으로는 잘 안 느껴질 수 있지만 2m가 넘는 대형 작품입니다. 대형 작업으로 진행한 이유는, 우리는 늘 강아지들을 숙여서 봐왔잖아요. 인간과 동등한 생명으로서 같은 눈맞춤으로 보자는 의도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나아가 ‘강아지들이 가진 에너지와 생명력을 전달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점점 더 큰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제 작업은 전부 정면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제 그림을 본 사람들에게 ‘너의 강아지는 사람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그동안 숙여서 봐왔던 강아지의 눈을 마주 보는 구도로 관람하면 그들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그렸습니다.
한없이 순수한 생명을 한 폭에 담아내는 건 아직 어려워요. 지금도 꾸준히 실제로 만나며 배워가고 있어요.
모든 작품이 애정이 가시겠지만 그래도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모든 작품에 애정이 가는 건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겠지만, 한 가지를 꼽으라면 <식용>이에요. 시골에서 살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마당에 오래 묶여있던 진돗개들이 밤마다 개장수에게 잡혀가는 걸 발만 동동 굴리며 봐야 했어요. 이제야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에 미안함이 들기도 했고, 그만큼 유달리 힘든 작업이었어요.
아픔을 가진 강아지들을 그리다 보면 슬픔을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작업하시면서 뿌듯했던 기억이나 즐거웠던 추억도 있으신가요?
순간 너무 울컥했어요. 사실 그런 순간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요. 항상 슬픔 속에서 작업하다 보니 뿌듯했던 순간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님만의 작업 루틴이나 특징이 있나요?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강아지를 만나며 소통하려고 해요. 산책이나 봉사도 많이 다니는 편이고요. 작업에 쏟을 수 있는 열정을 그 순간들을 통해 만들어내기도 하고, 작업의 영감도 그런 활동에서 얻어오는 것 같아요.
제 작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면 현장답사겠네요. 조금 자극적일 수 있지만, 여태 식용견이라는 슬픈 현실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진 못했어요. 지난 5월 말 비가 많이 내렸던 날 대구의 칠성시장이라는 개고기가 유명한 시장을 직접 찾아가서 유통되는 개들을 보고 왔거든요. 집에 돌아온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울면서 그림을 그렸던 적도 있어요. 우리 사회의 개들에 관한 생명윤리나 감정을 녹여내는 작품을 대중과 공유하면서 어렵고 회피하고 싶은 질문도 직면하고, 예술적으로 풀어내며 사회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렇다면 말씀하신 사회적 해결이야말로 작가님께서 바라시는 모습 그 자체인 건가요?
좀 어렵네요. 저는 주변인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해요. “나중에 내가 이런 작품을, 이런 작업을 그리지 않는 날이 오면 좋겠다” 라고요. 사실 제 작업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 그들을 비추는 그림이기 때문에, 훗날에는 고통받는 강아지들이 사라지고 웃는 모습만이 가득한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멋진 말이네요. 언젠가 작가님께서 바라시는 그날이 와도, 작가님께서는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시리라 생각하는데요. 그만큼 강아지뿐 아니라 예술과 창작에 대한 애정도 높으신 것 같은데, 이처럼 사랑하는 예술이 우리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살면서 창작이나 창조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창작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슬픔, 모든 걸 느끼는 감정의 존재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감정 속에서 읽어낸 결과들이 모두 예술이 되고, 그런 예술은 우리 사회를 만든 토대가 되었지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손 편지를 쓰는 것도, 선물을 포장하는 것도 창조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감정의 전달이 우리 일상 구석구석에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예술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이번 호 주제가 <겨울>이에요. 작가님의 겨울은 어떤가요?
겨울은 차갑다는 인상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따뜻하게 느껴질 계절이 아닐까요. 다른 이들의 온기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계절이고, 사소한 것에 더 감사할 수도 있는 계절이니까요. 조금만 따뜻해져도 더 이상 바랄 것 없을 정도로 행복해하거나, 평소의 온기조차 다른 계절보다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만큼 주변의 모든 것들에 감사해하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답변이네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수록 힘이 생기는 제 작업은 이제 막 불씨를 지핀 것 같아요. 첫 작업을 시작한 그날 이후 지금까지 미친 듯이 달려오기만 했던 것 같은데, 저 혼자서만 달려온 것은 아닐까 걱정했던 최근이었거든요. 제 작업에 관심을 갖고 연락 주시고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매거진 팀원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또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아요. 제 작업관을 다시 한번 스스로 돌아보고 힘을 얻게 된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art_se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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