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FT][향기] Ceramics 임소영

Intro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예술 중

정성과 애정이 깃들지 않은 작품은 없다고들 하지만,

유독 깊은 교감을 나눠야 하는 분야를 꼽는다면

도예가 아닐까 싶다.

 

지문 자국마저도 작품의 일환이 되는,

감정과 사고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그녀의 작품은

우리의 일상과도 맞닿아 있다.


W. 이나경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로 시작해볼까요?

   안녕하세요.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도자 작업을 하고 싶은 임소영입니다.

 


도자 공예 아티스트는 저희도 처음 뵙는데요. 도자 공예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분야는 세라믹 아트, 즉 도자 공예인데요. 도자 공예도 물레 성형, 석고, 조형 이렇게 세 가지로 세부 분야가 나뉘어요. 제가 최근에 작업한 분야는 석고와 물레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어서 조만간 조형 작업도 시작할 생각이에요.

 


도자 공예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야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흙으로 사물을 빚어내는 걸 재밌어했어요.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찰흙 수업도 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확실히 예전보다 접할 기회가 없어지더라고요. 더군다나 저는 특성화고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먼저 시작했어요. 똑같은 생활 루틴이 반복되는 일상을 이어나가다 보니 ‘정말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내 적성에 맞는 게 뭘까?’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그 생각의 끝에는 도자기가 있었고, 이후 도자 공예로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어요.

 


작품들이 정말 단아하고 고와요. 비슷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색다른 재미와 놀라움도 있고요.

작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요.

@So young_ceramic


   금 손잡이가 달린 컵과 항아리 형태의 작품은 표면 형태를 달항아리와 매병을 모티브로 잡은 결과예요. 그래서 ‘달잡이컵’, ‘매병손잡이컵’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처럼 주로 표면적인 부분에서 이름을 따오곤 해요.

   도자기는 작업 첫 단계인 성형 단계일 때 흐트러짐이 잘 보이지 않고, 이후 초벌과 재벌을 위해 가마에 두 번 구워지면서 비로소 형태가 온전하게 나와요. 이때 초벌은 700℃, 재벌은 1250℃의 고온에서 진행되는데, 그렇게 높은 온도를 견뎌서 나오다 보니 도자기 형태가 흐트러지거나 깨진 채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그런 도자기들은 결국 버려야 하거든요. 특히 작은 도자기를 만들 때는 더 힘들어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오랜 시간 공들여서 만든 작품들이 그렇게 깨진 채로 가마에서 나온 걸 보면 견디기 힘들 때가 있어요. 정신적으로 강인해야 다음 작업이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만 잘 견뎌내면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 많은 것 같아요.

 


생각보다 더 힘들고 고된 작업이네요. 또 다른 힘든 점들이 있다면요?

   만약 50개가 필요하다고 하면 100개를 만들어요. 50개라고 해도 개중 가마에서 나올 때 변하는 경우가 있을 테니까요. 최대한 변수를 생각해두고 작업하는 거죠.

   그래서 공예 작업을 하려면 정말 부지런해야겠구나 항상 실감해요. 무엇보다 도자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을 거치다 보니, 모든 작업 과정을 굉장히 꼼꼼하고 세심하게 살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마음이 급하면 그게 다 작품에 드러나기 때문에 최대한 실수와 변수를 줄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정성과 수고가 오롯이 담긴 작품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럼 유달리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저는 손잡이의 경우 주로 3D 프린터로 작업하는데요, 최대한 흠 없이 작업하기 위함이지만 그럼에도 보완점이 많이 생겨요. 디자인 또한 여러 번의 모델링 작업을 거치면서 나온 결과물이에요. 그래서 그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길어요. 그런 데서 오는 힘든 점이 확실히 있죠. 남들은 모르고, 오롯이 창작자만이 겪는 고충이기 때문에 모든 작품 하나하나에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들어보니 작업 도중 지치지 않을 동력이 필요할 듯해요. 계속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작가님만의 작업 방식이 있으신가요?

   작업 도중 한계가 올 때는 기존 작업 패턴에 완벽히 부합해야겠다는 생각을 줄이려고 해요. 작업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날에는 아예 작업에서 손을 떼고 친구를 만난다거나,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아니면 좋아하고 편안한 공간을 찾는 편이에요. 작업 외의 것을 많이 둘러보는 것 같아요.

 


도자기는 하나의 예술 작품인 동시에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용도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작업을 하실 때 실용성과 예술성 중 어느 것을 더 우선시하시는지 궁금해요.

   맞아요. 도자기는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다 보니 활용성을 추구할지, 작품성을 추구할지 정말 많이 고민해요. 저 또한 스스로 예술 작업을 하고 싶은 건지, 생활 식기로서 상업성과 활용성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으로서는 일상생활에 많이 쓰이는 생활 식기로서의 특징을 살리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조형적으로도 많이 표현하고 싶어요. 저는 결국 도자기로 많은 걸 표현하고 싶으니까요. 식기로서도, 예술적인 오브제로서의 역할도 다하는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요.

 


다른 대중적인 예술 분야나 시각 매체와 달리, 도자 공예만이 가지는 예술적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도자기는 기계로 찍어내지 않고 오직 사람 손으로 빚어 만드는 거잖아요. 그만큼 형태가 조금 비뚤어지거나 흠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런 손자국들이 남는 것 자체가 도자 공예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참여해주신 Dear. A 15호 주제가 <향기>예요. 예술 속에서 향기는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까요?

   향기란 위로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기억을 가장 잘 떠올릴 수 있는 기관이 후각이라고 하던데, 특정 공간의 향기를 맡으면 당시의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에서인가 봐요.

저 또한 사람들이 제 작품으로 하여금 위로받거나 좋았던 기억을 상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작업을 계속 하고 싶고요.

 


예술이 우리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요?

   예술이란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영역일 거예요. 요즘은 예술이라는 분야도 로봇으로 대체하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공예를 하는 입장으로서 로봇은 인간의 손으로 빚어낸 예술과 감성까지는 따라갈 수 없으리라 장담해요. 사람들이 바라는 예술도 그런 것일 테고, 인간의 손에서만 태어나는 만큼 절대 우리 곁에서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바람을 살짝 물어보고 싶어요!

   지금으로서는 물레와 석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조형에 대한 애착이 사라졌다고 할까요, 어느 순간부터 손을 대지 않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제 생각과 가치관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조형 작품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하던 작업을 이어가되 조형 작업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해요.

‘이러한 작가가 되어야겠다.’ 하고 원하는 작가상은 없어요. 단지 제 스스로 만족하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고, 저의 색을 보다 많이 표출하면서 대중에게 제 생각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덧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에요. 짧은 인터뷰 시간은 어떠셨나요?

   훗날 ‘내가 이런 인터뷰도 했구나, 이렇게 열심히 지냈구나’라고 뿌듯한 회고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 생활을 오랫동안 이어갈수록, 이 인터뷰가 초심을 되찾는 지점이 되면 좋겠어요.



soyounglim19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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