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언어] Performance 박채연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호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채연이라고 합니다. 



활동하고 계신 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배우로 무대에서 연기할 때가 많지만, 스태프로 참여해 직접 공연을 만들기도 하며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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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사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열아홉 살이 되던 해에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현재까지 오게 되었어요.





꾸준히 작품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일 기억에 남은 작품은 가장 최근에 활동한 「황금용」이라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20세기 독일과 같은 서양에서 동양인들이 외화벌이를 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아시아인들이 현지에서 일하며 받는 부당한 차별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그 이야기들을 공부하던 중에 당시상황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만 봐도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이 받는 차별이 존재하니까요. 이처럼 작품을 공부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황금용」이 끝나고 난 뒤, 저 박채연이라는 사람을 연기로 처음 봤던 사람들로부터 ‘기억에 남는 연기를 해 주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연기로 인정받는 순간을 많이 느꼈던지라 더욱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황금용」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이었나요? 

  저는 충치로 인해 고통 받는 아시아인 역할을 맡았어요. 충치가 있거나 이가 아플 경우 지금은 치과에 가서 간단하게 치료받을 수 있지만, 당시 아시아인의 사회적·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병원에 가서 충치 치료를 받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결국 통증에 못 이겨 주방에서 충치를 뽑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인물이었어요. 



배역을 정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연출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디션을 통해서 배역을 정하는 경우도 있고 가벼운 대본 리딩 과정을 통해 배역을 정하기도 해요. 보통 대본 리딩 과정을 통해 배역을 정하는 경우에는 오디션을 따로 보지 않고 모든 배우들이 순서대로 대본 리딩을 마친 뒤에 연출가가 배역을 배분해요. 또, 연출가와 배우가 서로 협상해서 결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배역이 실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병 같은 것이 있을까요?

  여성이 받는 차별을 주제로 한 공연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아쉽게도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사실 이 주제가 옳고 그름에 대한 판가름이 명확히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조금 어렵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어느 정도 기준점이 생긴 것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주로 옛날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였어요. ‘저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저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데’하는 장면들이 등장했는데, 이 장면들을 보는 게 조금 힘들었어요. 한창 공부하고 있는 주제와 관련해 불편한 장면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저 스스로가 너무 불편했던 경험이 있어요.


작품에 대한 사전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일단 작가가 이 작품을 왜 쓰게 되었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의 작품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역사적 배경은 물론이고 작가 개인의 생애에 대한 공부도 철저히 하며, 이런 삶을 살았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구나 하며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해요. 앞서 말한 「황금용」의 경우 시대적 배경에 관한 공부가 필수였기 때문에 작품을 준비하면서 역사적 배경과 사실에 대한 공부도 병행했어요. 

  트랜스젠더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공연을 기획했던 적도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 공연에 필요한 기초적 정보부터 시작해서 ‘굳이 알아야 하나’ 싶은 것까지 전부 찾아서 공부하는 편이에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꼭 하는 루틴이나 연기를 하며 ‘이것만은 꼭 지킨다’하는 특징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옛날의 저는 연기를 할 때 항상 잘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연기를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관객의 시선에서 그 모습이 어색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깨달은 뒤에는 오히려 불편해 보이고, 작품에서 붕 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는 공연 무대 서기 전에 숨을 잘 쉬고, 호흡을 가라앉혀서 긴장을 풀고, 편하게 들어가려고 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연기를 하며 가장 지키려고 하는 것은 ‘잘하려고 하지 않기’예요. 연습을 충분히 했다면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더 이상 잘하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연기에 임하려고 해요.





이번 호 주제가 ‘언어’인데, 언어를 말뿐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로까지라고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 언어는 매번 바뀔 것 같아요. 하셨던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언어로 연기했던 캐릭터가 있을까요?

  제가 사람들에게 제일 잘 전할 수 있는 언어는 눈빛이라고 생각해요. 연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눈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눈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눈이 죽어있다면 말을 아무리 잘해도 의도를 완벽히 전달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눈으로 하는 언어가 제일 기억에 남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언어를 쓰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몸의 언어로만 표현해보고 싶어요. 제가 현재 배우로서 참여하는 공연은 아니지만,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 공연이 있어요. 사실 처음에는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을 조금 했어요. 그런데 예상외로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무대에 서 있는 배우가 몸짓을 통해 무대를 채우고 관객과 호흡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무대에서 몸짓만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물을 공부하는 시간이 기대되기도 해서 저는 몸의 언어를 사용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예술이 우리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예술이 복잡한 세상을 살면서 내가 숨을 돌릴 수 있는 무언가 중에 하나라는 점이에요. 연극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을 접하고 그것을 즐길 때만큼은 가지고 있던 고민을 잊기도 하고, 예술로부터 위로받기도 하잖아요. 지쳤을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또 예술은 제일 가까운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은 세상을 잘 담아내고, 담아낸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 거울을 통해 우리는 반성을 하거나,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5년 뒤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나요?

  과거에는 미래의 제가 어디선가 욕심 부리거나 포기하지 않고 연기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욕심을 좀 내서 5년 뒤의 저는, 길을 가다 마주치면 “어?”하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려요.

  제가 긴장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라 횡설수설 말한 것 같아 조금 걱정이에요. 지금의 제가 완벽한 프로는 아니지만, 커리어를 쌓고 있는 과정에서 이렇게 인터뷰를 남길 수 있어서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또, 앞으로 많은 사람이 공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연기전공 1학년 '동물없는연극' 트레일러

🔗 박채연 개인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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