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공존] Poetry 정세하


INTRO



"남이 알려주는 잠버릇은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잖아요"


정세하가 전하는 말은 일상에서 출발한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 이라는 가치관 하에 탄생한 그녀의 문학은 삶과 공존한다.

그렇기에 그녀의 발상은 친근하다.

하지만 정세하의 작품이 마냥 일상적인 것은 아니다. 어딘가 낯선 느낌의 시어는 보이지 않는 그녀의 노력을 담고 있다.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이 관점에 따라 자유로이 감상 되길 바라는 그녀의 마음처럼

그 표현 또한 사회적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다.



W. 이나경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운문을 전공하고 있는 3학년 정세하입니다.



본인의 전공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대학 입시를 운문으로 했고, 대학에 와서도 계속 시를 쓰고 있어요. 운문 외에도 소설, 희곡, 아동문학 등 전공이 다양해요. 요즘에는 웹 소설을 쓰시는 분도 많고요. 저는 주로 시를 쓰지만, 희곡도 같이 쓰고 있어요. 



전공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했고,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것들을 글로 전달할 수 있었어요. 저는 이 부분이 글을 쓰는 행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문예 창작 공부 중에서도 특히 운문을 전공하고 있는데, 시는 장르의 특성상 이야기가 함축적으로 전개돼요. 그래서 시를 쓸 때는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고르고 골라야 해요. 시어 하나하나에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요. 감출 수 있는 건 감추고 드러내고 싶은 것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운문 전공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떤 작업 과정을 거쳐 시가 완성되나요? 평소 작가님만의 작업 방식이 있으신가요?

   소설을 쓰기 전에 플롯을 작성하잖아요. 저는 시를 쓸 때도 똑같이 플롯 짜는 작업을 중요하게 여겨요. 주제에 따라 어떤 시어를 쓸지, 어떤 문장을 넣을지 자세하게는 아니더라도 대략 플롯을 짜요. 대략적인 플롯을 짜면 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할 수 있고 시어도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sxhx_force



어디서 영감을 받아 ‘폭식증’이라는 시를 짓게 되셨나요? 

   저는 남들 앞에서 음식을 먹을 때 편하지 않아요. 사실 입이 짧은 편이라 음식을 많이 먹지도 않고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도 없어요. 그런데 누군가 앞에서 밥을 먹을 때면 부끄러움이 생겨요. 식탐이 많아 보일까 봐 걱정하기도 하고 정량보다 적게 먹은 적도 있어요.

    그 이유가 뭘까 고민을 하던 중에 어떤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그 영상에서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여성들이 밥 먹는 행위를 부끄러워하고, 알게 모르게 조금씩 섭식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어? 이건 비단 나만이 가진 감정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서 주변 지인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저와 같은 느낌을 받은 여성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요즘 SNS에서 ‘프로아나’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음식을 먹는 행위를 글로 써보고자 해서 ‘폭식증’이라는 시를 짓게 되었습니다.



시에 일상적이지 않은 어휘들이 보여요. 풍부한 시어를 사용하시기 위한 노력이 있나요?

   어휘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필사라고 생각해요. 시집을 그냥 읽는 것과 필사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아주 달라요. 필사하면서 몰랐던 단어를 정리해보기도 하고, 왜 이 단어가 좋은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저는 이런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어휘력이 많이 늘었어요.



시에 의성어, 의태어를 많이 사용하신 의도가 있나요?

   이 시를 읽는 독자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했고, 불쾌감을 줄 수 있을 만한 요소를 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생생한 어감의 시어를 많이 사용했죠.



대중이 창작자의 의도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어딘가에 올라가거나 제출한 글은 제 손을 떠났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읽어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읽고 새로운 감상과 해석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아요. 제가 A를 의도하고 썼더라도, 사람들이 읽었을 때 B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럴 경우 작가 입장에서 생각의 영역이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독자가 꼭 제가 의도한 대로만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은 없어요.



이번 호의 주제인 <공존>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혹은 작품 활동에서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글을 쓸 때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 안에 글을 쓰지는 않아요. 일상생활 하면서 떠오른 이미지, 고민, 느낀 점을 메모해요. 제 경험,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 인터넷 기사, 꿈 내용 등 가리지 않고 적어 놓아요. 그래서 저의 삶은 문학과 분리되어 있지 않고, 저는 발상들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의 삶은 예술, 문학과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은 시간을 내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예술이 우리의 삶에서 사라질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을 ‘어렵다', '복잡하다', '진입장벽이 높다’ 이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예술은 우리의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힘들 때 영화 한 편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전시를 보는 것처럼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손쉽고 빠르게 삶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인으로서 앞으로 어떠한 자세로 삶을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앞서 말했듯 예술에 대해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예술인이라는 단어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롭게 저의 생각을 세상에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예술은 이 시대의 풍류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덕적 가치관이나 소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 부탁드립니다.

   입시 기간부터 올해 3학년이 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 끊임없이 글을 썼는데, 제가 글을 쓰는 이유나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쓰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인터뷰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면서 정신이 환기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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