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사랑] Acting 수현





INTRO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한 부분을 확장해 나로 만드는 것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솔직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현이 연기하는 사람은 어딘가에 있을 법하게 느껴진다.


카메라에 담긴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은 나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닐까

연기는 모두가 가진 공통적인 부분을 확대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눈, 말, 손짓으로 잊고 있었던 나를 바라본다.



W. 김하랑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로 시작해볼까요?

  안녕하세요, 배우 수현입니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연기를 시작하기 전, 걸그룹 연습생 생활을 1년 정도 했는데 그때 노래뿐만 아니라 랩과 춤 등을 배우면서 연기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노래하고 춤추는 것보다 연기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저를 보게 되었고, 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사실 '연기한다' 는 것이 대중들에게는 아직 생소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미지의 영역이에요. 수현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연기, 좋은 배우란 무엇인가요?

  저도 연기에 답이 있으면 좋겠지만 연기는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니잖아요. 그렇다 보니 저도 명확하기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연기를 하며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즐거움을 느낀다는 거예요.

  좋은 배우, 좋은 연기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연기에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투영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중이 배우의 연기를 보고 좋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그게 좋은 연기 아닐까요?



@seojhyeon


말씀하신 대로 연기는 관객, 대중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자연스레 실수에 대한 걱정, 배역의 묘사에 대한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실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해소하려고 하시나요?

  물론 있죠.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 작품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항상 신경 쓰고, 작품을 찍을 때마다 더 좋은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저 스스로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큰 편이라 혼자 압박감도 많이 안고 가는데, 이것도 결국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순간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즐기려고 노력 중이에요.



여기까지 들었는데도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져요. 그렇다면 연기를 하는 현장은 어떤지 생생하게 들어보고 싶은데요. 또 연기 현장이 그리워질 때면 보통 현장의 어떤 모습을 떠올리시나요?

  현장은 정말 다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재밌고 신기하고 새로워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서 같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열기와 마음들이 온몸으로 느껴져요. 그 열기들이 올림픽을 연상시키기도 해요. 올림픽을 보며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는 그 느낌이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촬영이 무산된 작품이 있어요. 영화계가 전체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조금 주춤하고 있고, 촬영 기회가 많이 없어져서 저도 현장이 그리워질 때가 잦은데 항상 그리운 건 현장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 저 스스로도 많이 성장하고 배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연기할 수 있는 저만의 배역도 너무 그립네요.



현장에서 연기를 하지 않을 때도 항상 캐릭터와 배역에 대해서 생각을 하시는 편이시군요.

  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여러가지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편이라, 저와 배역이 조금이라도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 익숙하지 않은 부분보다 비교적 연기하기가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도록 또 다른 저를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캐릭터를 구상할 때 본인의 모습을 많이 투영하는 편이신가요?

  음, 살인자 역할을 맡았을 때 제가 실제로 살인을 하고 연기를 할 순 없잖아요. (웃음) 제 모습을 온전히 투영하기보다는 캐릭터와 저의 공통점을 찾고, 비슷한 경험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상해요.


 

*사진 클릭시 해당 작품이 재생됩니다.


소개해주신 출연작 「고발 대작전!」 에서 연기하신 인물의 어떤 모습을 중점적으로 연기하려고 하셨나요?

  「고발 대작전!」은 제 첫 단편 영화 출연작인데요. 그만큼 긴장도 많이 되었는데 웬걸, 대사가 많이 없는 대본이었어요. 대사가 많이 없다는 건 행동과 표정, 몸짓만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거든요. 제가 조용한 성격이 아닌데 제가 맡은 배역은 내성적이고 조용한데다,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변화하는 굴곡 있는 캐릭터였어요. 인물이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행동과 태도, 마음을 최대한 담으려고 내면 독백에 집중하면서 연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고발 대작전!」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하셨어요. 실화를 영화화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중요하게 다뤘던 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캐스팅 확정을 받기 전까지는 실화였다는 걸 저도 몰랐어요. 캐스팅 확정 이후 감독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라는 걸 들었고 부담감이 컸어요. 감독님이 생각하신 부분들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계속 제 연기를 모니터링하며 감독님께 디렉팅도 요구하고, 같이 호흡하는 배우들과 조율하며 맞춰가려고 노력했어요.



계속해서 「고발 대작전!」 관객으로서의 질문인데요. 영화 인트로에서 배우님이 촛불을 켜는 장면의 ‘촛불’이 사건의 시발점이나 학교에 대한 반감의 불씨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의미에서 ‘촛불’을 켜신 건지 궁금해요.

  아, 맞아요. 이 인물이 처음에는 도움을 요청하려고 학과 측으로 가잖아요. 이때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들을 겪으면서 쌓인 내면의 감정들을 성냥으로 표현한 거예요. 아무래도 계속 쌓아두기만 했던 내면의 화라고 할까요. 이 작은 불씨로 하여금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묵힌 감정들을 모조리 승화시켜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서 관객들이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대사 중에 “사람이라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아”가 자주 들렸어요. 극 중에서는 ‘사람이라면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늑대탈을 쓰고 총을 쓰는 등의 실수를 저지를 수 있었던 건가요? 탈을 쓰신 이유가 궁금해요.

  등장인물이 늑대탈을 쓴 이유는, 인디언같이 인간을 넘어서서 표현하고 싶었던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처럼 개인적으로 상황이 어려운 학생들의 입장을 교수님들은 잘 모르시잖아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작품을 교수님이 개인의 작품으로 무단 사용했다는 부당함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분노를 분출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행동인 것 같아요. “사람이라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아” 라는 말은 일차원적으로 교수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생각해요.





수현 배우님께 가장 어려웠던 연기와 배역은 무엇이었나요?

  최근에 「크랙」이라는 단편 영화에 참여했어요. 제가 맡은 배역은 학교폭력 가해자였는데요. 극 중 피해자가 저로 인해 자살했지만 저는 제 잘못을 부정하고 평범하게 직장 생활도 하며 뻔뻔하게 살아가요. 그런 제 앞에 갑자기 같이 폭력을 저지른 친구가 죄의식과 트라우마를 앓으며 나타나요. ‘귀신이 보인다, 빨리 우리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요하는데, 저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아요.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그 친구를 어떻게든 설득하고 강요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없어서 정말 어려웠어요.

  제가 맡은 이 캐릭터는 *「시련」의 ‘아비게일’ 같은 이미지여서 무섭고 압박감을 줘야 했어요. 그런데 촬영지가 아파트 단지라 목소리를 조용히 낮춰 촬영해야 하는 등 상황의 제한이 많았어요. 또 스태프 없이 감독님 혼자 촬영하시는 등 환경 여건도 좋지 않아 준비한 것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마녀사냥의 주동자로 본인 뜻에 어긋나는 사람을 협박하고 마녀로 지목하는 등 본인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어가는 인물



배우님이 생각하실 때 특히 뿌듯하다, 잘했다고 생각하는 연기 장면이 있을까요?

  많은 작품을 보여드린 것도 아니고, 연기하면서 아직 한 번도 만족하지 못한 것 같아요. 모니터링을 할수록 부족한 모습이 많이 보여서 더 연습하고 고민하는 중이에요.



꼭 해보고 싶으신 배역이 있으신가요?

  캠퍼스 로맨스물이요. 지금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청춘과 사랑 이야기는 꼭 해보고 싶어요!



이번호 주제가 <사랑> 이에요.  수현님께서 생각하시는 사랑은 무엇인지, 예술과 접목해서 말씀해주셔도 좋고 그저 일상에서 어떤 식으로 사랑을 만나고 대하시는지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사랑은 가장 많은 감정을 느끼면서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거 같아요.



배우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나 영화, 혹은 장르가 있나요?

  저는 배우 지성님, 이유리님을 좋아해요. 지성 배우님은 「킬미힐미」, 「의사요한」 등 다양한 장르 활동을 오가시는데, 작품마다 다채로운 모습을 너무 멋있게 소화하시고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해서 존경하는 배우예요.

  이유리 배우님은 「왔다! 장보리」로 알게 되었는데, 당시 처음으로 많은 대중이 좋아하고 기다렸던 악역과 연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두 배우님을 꼽고 싶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옛날 한국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요. 최근 「엽기적인 그녀」를 봤는데, 새벽에 혼자 웃음을 참으면서 볼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 시대만의 풋풋하고 몽글몽글한, 아날로그적인 한국의 감성과 느낌을 참 좋아해요.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잘 느껴졌는데요. 다른 예술과 달리 연기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른 예술과 다르게 연기는 현장에서 상대방이 하는 대사를 직접 듣고, 실제로 상황을 보고 느끼고 숨 쉬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살아있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도 그걸 느낄 수 있고요. 그래서 살아있다는 감각이야말로 연기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살아있다는 감각이 연기의 매력을 한층 더 크게 다가오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 바라시는 것이나 나중에 되고 싶은 사람 등 향후 방향성에 대해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여러 캐릭터를 만나면서 다채롭고 성숙한 사람, 또 좋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brenda6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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