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村)스러운 마음> 이루아



<리틀 포레스트> 리뷰

촌(村)스러운 마음




   자연에서 멀어지며 도시의 소음과 불빛에 갑갑할 때. 현실의 복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그럴 때 잃어버렸던 단조로움을 느끼고자 <리틀 포레스트>를 찾게 된다. 인물들의 꿈과 일상의 회복을 잔잔한 수채처럼 펼치는 영화이다.

 

   영화 속 혜원(김태리)이네 가족은 병든 아빠의 요양으로 시골에 내려간다. 하지만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도 엄마는 도시로 돌아가려 하지 않고, 혜원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자 편지 한 장을 남기고선 갑자기 떠나버린다. 편지에는, 혜원의 엄마로서 훗날 안식처가 될 아이와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잘 담겨 있다.

 

[엄마의 편지]

...

아빠가 영영 떠난 후에도

엄마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 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

 

   혜원의 엄마 말대로, 자연이 간직한 힘을 떠올리면 감각의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른이 되어도 마음속 아이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아이가 눈 맞췄던 풍경이 은은하게 저장됐다가 감정의 근원이 되는 것을 느끼지 않는가. 조각조각 단편적으로 다가오는 장소감에 위로받는 어느 날엔 유난히.

 

   그렇지만 해야 할 일 더미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아이는 마음 깊이 가라앉는다. 철벅거리며 개울을 건너고 바위에 기어오르고 싶은 순수한 열정을 어찌 끌어올릴까. 촌(村)스러워지면 된다. 분명한 사실은 촌스러움이 때론 따뜻함과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또, 삶의 여정에서 두려움을 불러오는 불확실성에 직면할수록 촌스러움이 빛을 발한다.

 

“저는 촌스러운 사람이에요. 곡선보다 직선에 가깝고, 덜 정돈돼 있죠. 제 그런 면이 ‘정의’,용기‘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솔직함이 제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이 솔직하면 좀 촌스러워져요.” -ELLE 화보 인터뷰 中-

 

   영화의 주연 혜원 역을 맡은 김태리 배우는 ELLE 화보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답변했다. 김태리 배우의 당당한 이미지와 혜원의 꾸밈없는 분위기가 닮아 영화 몰입도를 높였다. 덕분에 ’자연의 순환에 순응하는‘ 태도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영화의 여운을 이어

   창밖, 먼 산, 높은 하늘, 모든 곳에 존재하는 자연을 느껴본다. 곧 여름의 녹음이 생명을 다하여 나뭇잎들이 떨어질 것이 아쉬운가 하면, 금세 다홍빛 세상이 기대되고 두근거린다. 끝과 시작이 맞물린다는 말이 딱 맞다. 매년 찾아오는 익숙한 계절이지만 벅찬 감동이 함께할 것을 알기에, 자연의 시간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일에 재미를 붙인다. 깊은 울림을 주는 풍경을 찾아가기도 하면서.






Editor. 이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