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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 노스탤지어와 문화예술



#Intro


과거는 변하지 않고 한정적이다.

때때로 우리는 보내지 않은 과거의 향수를 즐긴다.

기억할 수 없는 순간을 왜 기억하고 싶을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w. 김민지







#과거의 문화 예술의 부흥 


출처 : 뉴진스 소통앱 ‘포닝’


   최근 패션, 영화, 음악, 디자인 등 다양한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과거’는 최근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키워드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은 겪어보지 못했던 과거의 문화를 동경하며 그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당시 유행하던 패션을 즐겨 입기 시작했으며, 마찬가지로 과거에 유행했던 음악을 리메이크하는 열풍이 일었다. 과거의 문화를 향유한다는 의미의 키워드인 레트로, 뉴트로, Y2K. 이들은 문화예술의 트렌드를 넘어 현세대 청년들이 열광하는 일종의 ‘놀이’가 되었다.



출처 : 올리비아 로드리고 인스타그램


   ‘레트로’시장의 수치자료를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청년세대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음악을 소장하는 것의 가치를 알아보고 아날로그 LP판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가 발간한 2022년 음악산업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4100만 장의 LP가 판매됐지만 CD는 3300만 장만 팔렸다. 미국에서의 LP 판매량이 35년 만에 컴팩트디스크(CD)를 제친 것이다. 또한, 설치 기기수 1위를 기록하는 패션쇼핑 어플리케이션 에이블리에서도 Y2K 대표 아이템인 ‘크롭’ ‘와이드팬츠’ 등이 최다 검색을 기록했다.




Y2K, 레트로, 뉴트로의 개념

- Y2K : Y는 Year를 의미한다. K는 1000을 의미하는 Kilo의 앞글자로 2K는 2000을 뜻한다. 즉 2000년을 의미하는 Y2K는 90년대에 화두가 된 키워드이다. 해당 키워드는, 21세기를 앞둔 사람들이 당시 사용되던 컴퓨터가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하여 금융계 및 방송계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믿었던 세기말 해프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쓰이는 ‘Y2K’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문화의 부흥이라는 키워드로 쓰인다.

- 레트로 : ‘레트로(Retro)’는 추억을 의미하는 ‘Retrospect’의 준말로, 과거에 존재했거나 유행했던 것을 현재에 가져오며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 뉴트로 : 과거 레트로 콘텐츠의 새로운 변형과 발전을 더한 콘텐츠이다. 과거를 추억함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과거로부터 새로움을 얻고자 하며, 과거지향성과 동시에 혁신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Z세대의 긍정적 소비감정을 증폭한다.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 열광하는 이유


출처 : 2005년 발매 영화 ‘나나’


   그렇다면 정작 우리가 과거의 문화 예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래 레트로란 과거의 풍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한다는 의미를 가진 노스탤지어(향수)와 연관지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과거의 문화에 열광하는 주 소비층은 2-30대이며, 이들 모두가 직접적으로 과거를 경험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경험한 적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는 것인데, 이는 가능한 일인가? 어쩌면 미디어에서 묘사된 과거의 아름다움에 애틋함과 그리움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닐까? 이런 주장들에 맞서 일각에서는, 청년층이 전통적인 것을 현대화하는 데에서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노스탤지어와 재해석


   끝없이 심화되는 사회의 불안정함 속 젊은 세대들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고 있을까? 우리는 즐거웠던 경험을 통해 괴로움을 이겨내려 한다. 레트로 열풍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려 긍정적인 감정과 행복감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노스탤지어에는 현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힘이 담겨있다. 노스탤지어의 유형에는 직ㆍ간접적인 경험에 따라 체험적 노스탤지어와 대리적 노스탤지어로 나뉜다. 


① 체험적 노스탤지어

개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기억에 의존하는 노스탤지어로, 과거의 경험이 강할수록 동반되는 기억도 보다 뚜렷하고 생생해져 경험의 중요도에 따라 노스탤지어의 수준도 높아진다.

② 대리적 노스탤지어

개인이 상상에 의한 대리적 경험을 통해 과거 시대에 대한 지향을 지니는 노스탤지어이다. 과거 그 시대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적은 없지만, 행복했을 것이라는 추측되는 과거의 감성을 체험함으로써 심리적 안식과 위로를 얻는 노스탤지어를 뜻한다.


   현재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화적, 예술적 경험에 대해 적극적이다. 자신이 경험해본 직접 소비자와 경험을 해보지 못한 간접 소비자가 만나 융합적 문화교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향유했거나, 또는 향유하지 않았던 문화를 지속적으로 접하며 우리는 삶에 색다른 활력을 만드는데, 이는 바로 과거의 재해석과 재탄생이다. 재해석과 재탄생을 통해 세대 간의 공감대와 소통의 창구가 생성되고 문화이역이 줄어들면서 과거의 요소들은 다양한 문화 속에 녹아들었다.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고자 과거의 것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당시의 시대적 문화와 상황을 현대의 감성과 접목하여 또 다른,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다. 과거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과거의 요소가 단순히 추억회상의 매체가 아닌 호기심, 재미, 또 다른 시각, 창의적 요소 등으로 바라볼 수 있는 무한한 아이디어의 원천이자 뮤즈가 되어주고 있다.





#과거의 문화예술에 빠진 각 에디터들의 경험


출처 :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 


재우 : 저는 과거의 문화를 정말 좋아해요.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의 기억을 회상하며 그 시대의 분위기를 체험하고 있는 듯한 대리적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것 같아요. 때때로 ‘그 시절에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특히 2000년대 초반 영화인 <불량공주 모모코>, <나나> 같은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해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바라보며 현대 사회의 복잡함에서 벗어난 듯한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출처 :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지민 : 저도 영상 콘텐츠를 통해 자주 노스탤지어를 느껴요. <응답하라 1988> 드라마속 친근한 동네 분위기와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이웃들의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부럽더라고요.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2023년도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감성과 추억을 느낄 수 있어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는 것처럼요. 그 시대에 실제로 돌아간다면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이 되겠지만, 오히려 지금은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이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게 아닐까요?




출처 :제니 인스타그램


우주 : 맞아요, 이런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Y2K 패션에서도 비슷한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어요. 제게 Y2K 패션은 단순한 MZ세대 사이의 트렌드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오거든요. 실제로 Y2K 패션을 입고 있으면 주변 어른 분들이 “이거 우리 때 입었던 옷이야”라며 공감을 해주실 때가 많아요. 그래서 대화 주제도 더 많이 생기고, 이런 노스탤지어 문화가 결국 기성세대와 현재 젋은 세대 간의 연결고리 역할도 하는 것 같아요!



출처 : Cyberlink


가영 : 저는 신스팝을 좋아해요!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과거 감성을 담은 노래가 많거든요. 요즘 노래들이 점점 길이가 짧아지는 추세인데, 신스팝은 유행에 따라가지 않고 과거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또한 최근의 몇몇 노래는 예전 노래를 샘플링해서 새롭게 만들어 진 곡이기도 해요. 이런 경우 기존의 음악을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과거의 문화가 답습되면서 또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재해석’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레트로의 의의와 미래


우주 : 그렇다면 위와 같은 ‘레트로 신드롬’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의의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영 : 아무래도 레트로 문화만이 전달해 줄 수 있는 정서적 위로 효과가 주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윗 새대 분들이 과거의 향수에 다시 빠져들 수 있게 하는 것도, 젊은 세대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문화적 요소들을 새로이 깨닫게 하는 것도 모두 레트로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한 몰입의 힘이니까요. 실제로 <몰입의 즐거움>, 그리고 <몰입의 경영>의 저자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박사는, 어느 한 곳에 자신의 정신을 집중하는 시간들을 통해 몇 시간이 한순간처럼 짧게 느껴지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죠.


재우 : 이는 곧 레트로 열풍 속에서 발현되는 문화의 재해석과, 콘텐츠 창조 행위 그 자체가 우리에게 몰입의 기쁨을 전달해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네요. 


지민 : 레트로 문화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일종의 휴식처로서 기능하기도 해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매일 발전하는 기술, 산업, 소셜 미디어 콘텐츠 등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니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감에 피로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레트로 문화가 치유해 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재우 : 그렇다면 앞으로 펼쳐지게 될 레트로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있어 노스탤지어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를 단순히 ‘한 철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가영 : 노스탤지어 코드의 드라마와 영화는 현재 시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영감을 전달해 주곤 하죠. 레트로 문화를 통해 옛 것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음미하는 과정은, 우리의 본질적 인간성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는 행위와도 닮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도 앞으로 레트로 문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봐요.


우주 : 창작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스탤지어의 매력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미 수많은 영화, 음악, 패션 아이템들이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만큼, 현재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새로운 것을 온전히 창조하기에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어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저작권법 또한 창작에 대한 일종의 압박이라면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요.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노스탤지어 흐름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새로움’이라는 가치에 대한 신선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줄 수 있겠죠. 표절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과거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거나, 과거의 것에 새로운 인사이트를 덧붙임으로써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등의 행위를 통해서요. 노스탤지어를 활용할 경우, 기존의 유명 창작물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가치를 오늘날의 새로운 창작물에도 쉽게 덧입힐 수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죠.


지민 : 결국 오늘날의 레트로 문화는 2023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과거의 아름다움과 자유를 음미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미래로 이끌어내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editor. 김재우, 이가영, 이지민, 이우주

designer. 홍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