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컨텐츠에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농구 좋아하세요?
“왼손은 거들 뿐.”
이 대사를 아는가? 어릴 때 만화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대사, 바로 만화 <슬램덩크>를 대표하는 대사다.
90년대를 휩쓸었던 <슬램덩크>가 26년만에 돌아와 2023년, 다시 한번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1월 초에 개봉한 후 2월 중순에 접어드는 현재 누적 관객 270만명을 돌파했고 전 연령층에서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슬램덩크>에 열광하는걸까?
<슬램덩크>에는 어떤 힘이 있는걸까?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 우리 모두의 기억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은재:
요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가 엄청나죠. 90년대의 레전드 만화로 회자되는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슬램덩크>의 신 극장판입니다. 신기한 건 3040대 뿐 아니라 1020대들도 뜨겁게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저희는 슬램덩크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닌데도요.
용준:
영화의 흥행 요인의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라는 주제 자체에 있다고 봐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흥미 있어 하는 주제인 스포츠는 싫어하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남녀노소로 관심이 많죠. 아무 생각 없이 보기도 쉽고 접근하기에 부담도 없으니까요.
나경:
저도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는 굉장히 메이저한 주제라고 생각해요.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렇게 대중적인 주제는 드물잖아요? 확실히 메이저한 주제인만큼 거부감도 덜 들고 한 번쯤은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힘이 있어요.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가볍게 보고온 친구들이 많고요.
은재:
하지만 무엇보다도 30,40대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 선물이라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죠. 만화가 나왔던 90년도에 이 만화를 보고 열광했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좋아하는 만화를 마음껏 소장하고 굿즈를 구매하고, 흔히 ‘덕질’을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되었잖아요. 지난한 사회생활을 거친 어른들이 다시 그때처럼 무언가에 열광하고 즐길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은 많지 않아요. 새로운 취미가 생긴다 해도, 그 어린 날 친구들과 다같이 웃고 울며 본 만화보다 더 재밌을까요? 있기야 해도 그때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와중 정말 말 그대로 모두가 함께 본 만화가 극장에 다시 찾아왔다는 건 ‘그 시절의 소환’ 그 자체일 거예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 송태섭. 원작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은 인물이지만, 이노우에 작가는 이번 영화에서 송태섭을 통해 영화로만 표현할 수 있는 슬램덩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용준:
맞아요. 그 만화를 보던 나와 다르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대로인 캐릭터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는 분들도 많고요. 그리고 이번 영화가 더 의미있는 데는 주인공이 ‘송태섭’이라는 점에 있어요. 원작에서 송태섭은 북산고 5인방 중에서도 유독 캐릭터성이 희미했던 인물이에요. 다른 인물들과 달리 개인적인 이야기가 전혀 안 나오거든요. 반면 이번 극장판은 전적으로 송태섭을 위한 영화라 해도 무방해요. 송태섭이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의 인생, 농구를 향한 사랑이 모두 나타나요. 26년만에 돌아온 만화가 오히려 예전의 아쉬움과 공백을 메워주며 캐릭터들의 완성도를 높이고, 작품성의 밀도를 더 촘촘히 짜게 된 거죠.
나경: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추억과 함께 한 칸 더 채워진 작품의 완성도를, 원작을 안 본 사람들도 큰 어려움 없이 한 명의 주인공에게 몰입하며 작품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슬램덩크>의 인기, 어느정도였나?
이미지 출처: 대원씨아이
나경:
원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줄곧 이야기했듯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의 시발점이자 원동력은 원작 만화니까요. 영화 개봉 1, 2주차에는 30,40대의 예매율이 압도적이었어요. 원작에 익숙한 30,40대들에게 인기를 끌다가 입소문을 타 10.20대까지 그 열풍이 이어진 것이 맞는 서순 같아요. 확실히 개봉 5주차는 10,20대 비율이 이전과 비교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거든요.
은재:
일본에서는 말할 것도 없는 대표 만화죠!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수많은 인기만화가 탄생해온 지금까지도 명작 만화 랭킹에서 계속 1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을 만큼 명실상부한 국민만화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가 어마어마해서, 국내 누적 판매 부수는 무려 1,450만부 이상이라고 해요. 아직까지 이 기록을 깬 만화는 없다는 걸 보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죠.
이미지 출처: 알라딘
1994년 MBC에서 방영된 장동건, 심은하 주연의 청춘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
당시 대한민국은 농구로 들썩였다.
용준:
1990년대의 한국은 그야말로 ‘농구 붐’의 시대였다고 해요.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 등 농구를 다룬 미디어와 방송들이 대거 쏟아진 건 물론 1993년도부터는 완전히 대학농구팀들의 시대였어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도 농구팀에 열광하는 주인공 성나정의 모습이 내내 비춰지잖아요. 그때의 농구는 한 시대의 문화이자 장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우연한 타이밍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농구 붐의 시작에는 분명 <슬램덩크>의 영향력도 있었을 거예요.
나경:
무엇보다 현재의 사그러들지 않는 인기가 당대의 인기를 증명하고요. 또 이노우에 작가는 고교 시절 농구부였고 현재 자택에 농구 코트를 마련했을 정도로 농구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사람이에요. 당연히 농구에 대한 지식도 탄탄했고 그에 따른 연출 역시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박진감이 느껴진다는 평이 대다수였거든요. 이번 영화도 이노우에 작가가 직접 감독까지 맡았는데, 3D 기술로도 전혀 이질감 없이 원작의 박진감과 카타르시스를 훌륭하게 구현해낸 것 같아요.
#감독님의 가장 영광의 시대는 언제인가요? 나는 바로 지금입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은재:
슬램덩크가 가장 기분 좋게 했던 건 ‘스포츠’라는 농구 코트를 뜨겁게 가로지르던 ‘청춘’들의 모습이에요. 청춘은 10.20대들이 누구보다도 이입해서 볼 수 있는 주제잖아요. 인생사 살면서 꾸준히 겪는 것이 실패와 좌절이겠지만 청춘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처음이기에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죠. 거기에 젊음이라는 이름 아래 편재하는 낭만. 이 모든 주제가 집약되어 있는 걸 그 옛날부터 이야기하던 것이 슬램덩크라는 작품의 힘이구나 했어요.
용준:
저도 영화에서 나온 명대사 하나하나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포기하는 순간 경기는 끝납니다’라는 안 감독님의 대사를 비롯해 많은 대사들이 일제히 ‘포기하지마’라고 제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이러한 대사들을 듣고 있자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유행어가 생각났어요. 그리고 열정과 투지로 가득 찬 북산고 선수들을 보며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축구팀도 오버랩 되기도 했고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나경:
캐릭터마다 주는 메시지도 좋았어요. 작가가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에게 맞는 캐릭터들에게 이입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아요. 저는 정대만이라는 인물에게 이입이 되더라고요. 정대만은 슬램덩크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캐릭터인데, 상당히 현실적인 성질을 가진 게 그 이유가 아닌가 해요. 작중 정대만은 한창 잘 나가다가 부상으로 방황하고 갈피를 못 잡았던 시절을 겪는 시련을 맞이해요. 그러나 방황 끝에 힘들었던 날을 뒤로 하고 코트 위에서 그 누구보다 열정을 불태우는 인물이죠. 비단 스포츠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나 이입되지 않나요? 살면서 겪는 나 자신에 대한 기복은 정말 견디기 어려울 때가 오잖아요. 정대만은 그걸 극적으로 이겨내진 못해요. ‘겨우겨우’ 이겨낸 느낌이죠. 2년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낸 대가도 온몸으로 처절히 느끼고요. 그럼에도 오직 현재에 집중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대만의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않았을까요.
은재:
포기하지 않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예요. 도전하기도 전에 망설여지는 경직된 마음은 점점 더 굳어지고 있고요. 그런 때에 살면서 진정 원하는 걸 찾고 그걸 위해 가슴 터질 때까지 뛰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좋아하는 농구를 하기 위해 치열하게 땀 흘리고 괴로워하고 또 행복해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보며 느낀 것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생의 어떤 순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보지 않았을까요? 영화 속 강백호는 선수 생활이 달린 심각한 부상을 무릅쓰고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이렇게 말해요.
“감독님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죠? 국가대표 때인가요? 나는 바로 지금이라고요.”
강백호의 원작 이름은 ‘사쿠라기 하나미치’인데 풀어쓰면 ‘벚꽃’과 ‘꽃길’을 의미한다고 해요. 벚꽃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지만 지는 것도 한순간이죠. 아름답지만 빠르게 지는, 벚꽃 같은 강백호의 농구를 은유한 이름이에요. 그럼에도 강백호의 농구가, 북산고 농구부의 그 도전들이 아무 의미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슬램덩크>가 말하고 싶은 건 단순해요. ‘당신의 영광의 순간은 늘 지금이다’ 라는, 그러니 그 영광의 순간을 위해 마음껏 땀 흘리고 구르고 아파하고 웃으며 달리라는 가슴 뛰는 응원.
지금의 젊은 우리도 시간이 흐르면 이내 이런 말을 잊고, 만만찮은 현실을 고단하게 걸어가는 어른으로 변할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지금 이 시절의 뜨거움을 다시 꺼내 나만의 코트를 힘껏 가로지르는 순간을 또다시 맞이하길 바라요.
Editor. 김용준 이은재 이나경
*본 컨텐츠에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농구 좋아하세요?
“왼손은 거들 뿐.”
이 대사를 아는가? 어릴 때 만화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대사, 바로 만화 <슬램덩크>를 대표하는 대사다.
90년대를 휩쓸었던 <슬램덩크>가 26년만에 돌아와 2023년, 다시 한번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1월 초에 개봉한 후 2월 중순에 접어드는 현재 누적 관객 270만명을 돌파했고 전 연령층에서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슬램덩크>에 열광하는걸까?
<슬램덩크>에는 어떤 힘이 있는걸까?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 우리 모두의 기억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은재:
요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가 엄청나죠. 90년대의 레전드 만화로 회자되는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슬램덩크>의 신 극장판입니다. 신기한 건 3040대 뿐 아니라 1020대들도 뜨겁게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저희는 슬램덩크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닌데도요.
용준:
영화의 흥행 요인의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라는 주제 자체에 있다고 봐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흥미 있어 하는 주제인 스포츠는 싫어하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남녀노소로 관심이 많죠. 아무 생각 없이 보기도 쉽고 접근하기에 부담도 없으니까요.
나경:
저도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는 굉장히 메이저한 주제라고 생각해요.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렇게 대중적인 주제는 드물잖아요? 확실히 메이저한 주제인만큼 거부감도 덜 들고 한 번쯤은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힘이 있어요.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가볍게 보고온 친구들이 많고요.
은재:
하지만 무엇보다도 30,40대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 선물이라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죠. 만화가 나왔던 90년도에 이 만화를 보고 열광했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좋아하는 만화를 마음껏 소장하고 굿즈를 구매하고, 흔히 ‘덕질’을 즐길 수 있는 어른이 되었잖아요. 지난한 사회생활을 거친 어른들이 다시 그때처럼 무언가에 열광하고 즐길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은 많지 않아요. 새로운 취미가 생긴다 해도, 그 어린 날 친구들과 다같이 웃고 울며 본 만화보다 더 재밌을까요? 있기야 해도 그때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와중 정말 말 그대로 모두가 함께 본 만화가 극장에 다시 찾아왔다는 건 ‘그 시절의 소환’ 그 자체일 거예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 송태섭. 원작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은 인물이지만, 이노우에 작가는 이번 영화에서 송태섭을 통해 영화로만 표현할 수 있는 슬램덩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용준:
맞아요. 그 만화를 보던 나와 다르게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대로인 캐릭터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는 분들도 많고요. 그리고 이번 영화가 더 의미있는 데는 주인공이 ‘송태섭’이라는 점에 있어요. 원작에서 송태섭은 북산고 5인방 중에서도 유독 캐릭터성이 희미했던 인물이에요. 다른 인물들과 달리 개인적인 이야기가 전혀 안 나오거든요. 반면 이번 극장판은 전적으로 송태섭을 위한 영화라 해도 무방해요. 송태섭이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의 인생, 농구를 향한 사랑이 모두 나타나요. 26년만에 돌아온 만화가 오히려 예전의 아쉬움과 공백을 메워주며 캐릭터들의 완성도를 높이고, 작품성의 밀도를 더 촘촘히 짜게 된 거죠.
나경: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추억과 함께 한 칸 더 채워진 작품의 완성도를, 원작을 안 본 사람들도 큰 어려움 없이 한 명의 주인공에게 몰입하며 작품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슬램덩크>의 인기, 어느정도였나?
이미지 출처: 대원씨아이
나경:
원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줄곧 이야기했듯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의 시발점이자 원동력은 원작 만화니까요. 영화 개봉 1, 2주차에는 30,40대의 예매율이 압도적이었어요. 원작에 익숙한 30,40대들에게 인기를 끌다가 입소문을 타 10.20대까지 그 열풍이 이어진 것이 맞는 서순 같아요. 확실히 개봉 5주차는 10,20대 비율이 이전과 비교하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거든요.
은재:
일본에서는 말할 것도 없는 대표 만화죠!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수많은 인기만화가 탄생해온 지금까지도 명작 만화 랭킹에서 계속 1위로 이름을 올리고 있을 만큼 명실상부한 국민만화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가 어마어마해서, 국내 누적 판매 부수는 무려 1,450만부 이상이라고 해요. 아직까지 이 기록을 깬 만화는 없다는 걸 보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죠.
이미지 출처: 알라딘
1994년 MBC에서 방영된 장동건, 심은하 주연의 청춘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
당시 대한민국은 농구로 들썩였다.
용준:
1990년대의 한국은 그야말로 ‘농구 붐’의 시대였다고 해요.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 등 농구를 다룬 미디어와 방송들이 대거 쏟아진 건 물론 1993년도부터는 완전히 대학농구팀들의 시대였어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도 농구팀에 열광하는 주인공 성나정의 모습이 내내 비춰지잖아요. 그때의 농구는 한 시대의 문화이자 장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우연한 타이밍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농구 붐의 시작에는 분명 <슬램덩크>의 영향력도 있었을 거예요.
나경:
무엇보다 현재의 사그러들지 않는 인기가 당대의 인기를 증명하고요. 또 이노우에 작가는 고교 시절 농구부였고 현재 자택에 농구 코트를 마련했을 정도로 농구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사람이에요. 당연히 농구에 대한 지식도 탄탄했고 그에 따른 연출 역시 만화책임에도 불구하고 박진감이 느껴진다는 평이 대다수였거든요. 이번 영화도 이노우에 작가가 직접 감독까지 맡았는데, 3D 기술로도 전혀 이질감 없이 원작의 박진감과 카타르시스를 훌륭하게 구현해낸 것 같아요.
#감독님의 가장 영광의 시대는 언제인가요? 나는 바로 지금입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은재:
슬램덩크가 가장 기분 좋게 했던 건 ‘스포츠’라는 농구 코트를 뜨겁게 가로지르던 ‘청춘’들의 모습이에요. 청춘은 10.20대들이 누구보다도 이입해서 볼 수 있는 주제잖아요. 인생사 살면서 꾸준히 겪는 것이 실패와 좌절이겠지만 청춘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처음이기에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죠. 거기에 젊음이라는 이름 아래 편재하는 낭만. 이 모든 주제가 집약되어 있는 걸 그 옛날부터 이야기하던 것이 슬램덩크라는 작품의 힘이구나 했어요.
용준:
저도 영화에서 나온 명대사 하나하나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포기하는 순간 경기는 끝납니다’라는 안 감독님의 대사를 비롯해 많은 대사들이 일제히 ‘포기하지마’라고 제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이러한 대사들을 듣고 있자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유행어가 생각났어요. 그리고 열정과 투지로 가득 찬 북산고 선수들을 보며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축구팀도 오버랩 되기도 했고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나경:
캐릭터마다 주는 메시지도 좋았어요. 작가가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에게 맞는 캐릭터들에게 이입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아요. 저는 정대만이라는 인물에게 이입이 되더라고요. 정대만은 슬램덩크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캐릭터인데, 상당히 현실적인 성질을 가진 게 그 이유가 아닌가 해요. 작중 정대만은 한창 잘 나가다가 부상으로 방황하고 갈피를 못 잡았던 시절을 겪는 시련을 맞이해요. 그러나 방황 끝에 힘들었던 날을 뒤로 하고 코트 위에서 그 누구보다 열정을 불태우는 인물이죠. 비단 스포츠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나 이입되지 않나요? 살면서 겪는 나 자신에 대한 기복은 정말 견디기 어려울 때가 오잖아요. 정대만은 그걸 극적으로 이겨내진 못해요. ‘겨우겨우’ 이겨낸 느낌이죠. 2년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낸 대가도 온몸으로 처절히 느끼고요. 그럼에도 오직 현재에 집중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대만의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지 않았을까요.
은재:
포기하지 않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예요. 도전하기도 전에 망설여지는 경직된 마음은 점점 더 굳어지고 있고요. 그런 때에 살면서 진정 원하는 걸 찾고 그걸 위해 가슴 터질 때까지 뛰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좋아하는 농구를 하기 위해 치열하게 땀 흘리고 괴로워하고 또 행복해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보며 느낀 것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는 생의 어떤 순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보지 않았을까요? 영화 속 강백호는 선수 생활이 달린 심각한 부상을 무릅쓰고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이렇게 말해요.
“감독님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죠? 국가대표 때인가요? 나는 바로 지금이라고요.”
강백호의 원작 이름은 ‘사쿠라기 하나미치’인데 풀어쓰면 ‘벚꽃’과 ‘꽃길’을 의미한다고 해요. 벚꽃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지만 지는 것도 한순간이죠. 아름답지만 빠르게 지는, 벚꽃 같은 강백호의 농구를 은유한 이름이에요. 그럼에도 강백호의 농구가, 북산고 농구부의 그 도전들이 아무 의미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슬램덩크>가 말하고 싶은 건 단순해요. ‘당신의 영광의 순간은 늘 지금이다’ 라는, 그러니 그 영광의 순간을 위해 마음껏 땀 흘리고 구르고 아파하고 웃으며 달리라는 가슴 뛰는 응원.
지금의 젊은 우리도 시간이 흐르면 이내 이런 말을 잊고, 만만찮은 현실을 고단하게 걸어가는 어른으로 변할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지금 이 시절의 뜨거움을 다시 꺼내 나만의 코트를 힘껏 가로지르는 순간을 또다시 맞이하길 바라요.
Editor. 김용준 이은재 이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