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 컬렉팅, 제대로 알고 하자
“그림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진정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소장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그저 모으는 사람과는 다르다.”
<김광국의 석농화원>
# 아트 컬렉팅이란?
2022년대 국내 미술 시장은 미술품 거래액 1조원 대를 기록하며 미술 시장의 대중화 현상을 알렸다. 코로나 19가 시작된 2020년, 3291억원 규모였던 국내 미술 시장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미술 시장의 문턱을 낮춘 결정적 요인으로 시장의 온라인화와 MZ세대의 참여를 꼽을 수 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주요 소비 계층으로 자리잡았다. 서울 옥션 관계자는 “특히 2년 전 시작한 제로베이스 경매는 신진작가 소개를 목적으로 0원에서 시작하는데, 젊은 층이 적극 참여해 직접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MZ세대가 아트 컬렉팅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트 컬렉팅이란 예술을 뜻하는 Art와 수집을 뜻하는 Collecting의 합성어로, 구매 방식을 떠나 작품을 구입하고 소장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아트 컬렉팅에서는 개인이 좋아하는 그림을 수집하고 감상하며 느끼는 풍족함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아트 테크’의 개념과는 강한 차이점을 보인다. ‘아트 테크’는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재테크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 구매 방식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아트 컬렉팅은 개별 매입이 이뤄지는 반면 아트 테크는 분할 소유권을 이용해 미술품을 공동으로 구매한다. 그렇기에 고가의 미술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고, 소액 구매가 가능한 만큼 여러 작품에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 아크 테크는 아트 컬렉팅과는 다른 특성으로 미술 시장에 자리한다.
# 아트 컬렉팅 톺아보기
‘나만의 컬렉션을 완성’한다는 매력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아트 컬렉팅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트 컬렉팅의 장점으로는 소장을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아티스트의 생계가 유지된다는 점, 아티스트만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 작가와 작품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꼽는다. 하지만 아트 컬렉팅이 예술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금전적 수단으로서 악용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예술 작품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투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예술 작품 하나로 재산을 부풀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트 컬렉팅의 의도가 상업적으로 변질되었고, 일각에서는 이를 예술의 상업화와 연계하여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식 없이 예술의 상업화를 받아들인다면 예술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획일화될 수 밖에 없으므로 세심한 고찰이 필요하다.

EBS 특집 다큐 <미술 시장의 동력, 아트켈렉팅> / [사진=EBS] (출처 : 한국강사신문 https://www.lecturernews.com)
미술 시장의 작품은 그에 비례하는 가치성, 혹은 작가의 유명세 덕을 본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을 받거나 사회적 논쟁 거리를 제공한 작품도 가격이 높아진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소재를 사용한 작품도 예외는 없다. 즉,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작품 가격이 상승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유명세나 작품의 상업적 가치를 겨냥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예술의 상업화는 인간성의 몰락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술의 상업화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예술의 상업화가 작가와 작품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게 하는 경로로 작용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예술의 가치는 무한하고 한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층만이 예술을 향유했다. 그러나 이제는 구시대적 분위기에서 탈피해 일반 대중들도 예술을 쉽게 접하면서 심미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상업화를 통해 건전한 예술 문화 소비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삶에서 문화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작가가 예술을 미적 가치의 표현 대상이 아닌 경제적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로 인해 작가 내면의 고민을 엿보기 힘들어지고, 대중의 관심을 위해 자극적인 요소만을 사용하는 ‘시선 끌기’로 승부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예술의 질적 하락을 중심으로 순수 예술 자체의 가치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술 본래의 순수한 목적, 예술 가치의 전문성, 예술성을 확보해야 진정한 예술로 승화된다는 것이다.
해당 논제에 대한 어떤 입장이 옳고 그르다고 분명히 판가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예술이 시장 논리에 휘둘려 예술의 존재 이유가 수단화가 되지 않도록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여 예술의 과도한 상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트컬렉팅 관련 서적 (출처 : 네이버 도서)
단시간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아트 컬렉팅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중 한 사례로, 아트 컬렉터가 작품 가격의 불투명성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하기 위해서는 가치 평가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 미술 시장은 그것을 체계화해 나가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미술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가격은 엽서 크기인 1호를 기준으로 크기에 비례해 산출한다. 미술품의 가치는 크기와 시대, 재질 등 객관적인 정보로 산출되거나 특정 사회와 문화 내 ‘미술품의 맥락화 과정’에서 형성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술품의 가격을 크기에 비례해 정하는 호당가격제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호당 가격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미술 시장에서는 명확한 미술품 가치 산정 기준이 없다.
또 다른 예로는 작품의 진위 판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미술품 진위 감정 부문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도 크게 발전하지 못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2021년, 고려불화, 해시계(앙부일구)를 각각 15억원, 30억원으로 가치 분석 및 진위 감정을 한 전문가들이 사기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들은 50여년 동안 가치 분석 및 진위 감정에 있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전직 회장을 포함한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가치 분석과 진위 감정이 객관적 지표 없이 전문가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진다는 특성 탓에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곧 미술 산업이 투명성과 객관성이 부족한, ‘체계적 미흡’ 상태임을 반증한다.

DB금융투자는 4월 5일부터 5월 4일까지 한 달간 고품격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DB Alpha+ Club(DB알파플러스클럽) 내 VIP 라운지에서 ‘아트컬렉션’을 개최하기도 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N880YY1U) / 사진제공=DB금융투자)
한편, 호황기를 맞이한 미술 시장을 경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다. 미술시장은 특수한 성격을 지닌 시장이지만, 글로벌 시장의 동향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미술 시장도 현재의 호황기 이후 가격 거품이 빠지는 시점을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다. 실제로 2022년 상반기 미술시장은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5월 들어 낙찰률이 연초 대비 꺾이는 추세를 보였고, 낙찰 총액 역시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트테크를 목적으로 미술 작품을 수집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하락 시기에 대비하여 개인의 취향이 담긴 작품을 모으는 것보다 오랫동안 활동해 온 중견 작가의 좋은 작품(스테디셀러)으로 수집 종목을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아트컬렉팅의 경우 재테크가 아닌 개인의 취향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하락세로 전망되는 시장의 동향과는 무관하게 아트테크의 동향처럼 스테디 셀러에만 판매가 집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하락세인 시장 동향에 영향을 받아 아트컬렉팅 산업 전체가 주춤할 수는 있어도, 특정 작품에만 구매 현상이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유능한 아트 컬렉터가 되려면?
독일의 철학자이자 미학자로 저명한 두 인물, 야도르노와 벤야민은 예술의 상업화에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야도르노는 자본주의 사회가 ‘통일성의 원리’를 내세워 주체의 주관적인 형식을 대상에 부과함으로써 대상으로 하여금 주체의 형식에 따르도록 강제한다고 보았다. 대중문화 역시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의 사고를 동질적으로 반응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라고 본다. 그에 따르면, 대중문화는 대중을 포섭하고 통제함으로써 기존의 지배관계와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이를 다시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벤야민은 주체와 대상과의 관계에서 얻는 일종의 특별한 주관적 경험이자 교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아우라를 언급한다. 예술 작품이 진품이거나 원본이라는 것에서 나오는 독특한 분위기가 기술 복제 시대에 이르러 처참히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예술의 지각과 수용 속에서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반성할 수 있는 집단적 주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견의 공통부분이자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대중문화(예술)라는 도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한 객관적 이성의 회복’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미술 시장에서 유능한 아트 컬렉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모르게 발길이 머무는 작품, 계속 보고 싶은 작품인지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인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작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작가가 얼마나 꾸준히,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성공적인 아트 컬렉팅의 방법이다. 미술 작품을 구매할 때, 유행을 좇지 않고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 자신만의 수집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아가 한낱 유행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 오래도록 흥행할 수 있는 국내 미술 시장과 아트 컬렉팅 문화를 형성하도록 사회적 차원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예술인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보험 형태의 복지 제도인 ‘앵테르미탕’을 운영하고 있기에,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생계 걱정 없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작가들이 자본의 문제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나가도록 복지가 뒷받침된다면, 아트 컬렉팅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아트 컬렉팅에 관심을 보이고, 주요 소비자의 연령층도 낮아지면서 고질적인 문제라고 여겼던 ‘미술 시장의 폐쇄적인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미술 산업 전반의 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 아트 컬렉팅의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하여, 예술가들과 아트 컬렉터 모두에게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우리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ditor. 김세란, 김은지, 박세은, 이나경, 이우주, 홍예빈
아트 컬렉팅, 제대로 알고 하자
“그림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진정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소장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그저 모으는 사람과는 다르다.”
<김광국의 석농화원>
# 아트 컬렉팅이란?
2022년대 국내 미술 시장은 미술품 거래액 1조원 대를 기록하며 미술 시장의 대중화 현상을 알렸다. 코로나 19가 시작된 2020년, 3291억원 규모였던 국내 미술 시장에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미술 시장의 문턱을 낮춘 결정적 요인으로 시장의 온라인화와 MZ세대의 참여를 꼽을 수 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주요 소비 계층으로 자리잡았다. 서울 옥션 관계자는 “특히 2년 전 시작한 제로베이스 경매는 신진작가 소개를 목적으로 0원에서 시작하는데, 젊은 층이 적극 참여해 직접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MZ세대가 아트 컬렉팅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트 컬렉팅이란 예술을 뜻하는 Art와 수집을 뜻하는 Collecting의 합성어로, 구매 방식을 떠나 작품을 구입하고 소장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아트 컬렉팅에서는 개인이 좋아하는 그림을 수집하고 감상하며 느끼는 풍족함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아트 테크’의 개념과는 강한 차이점을 보인다. ‘아트 테크’는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재테크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 구매 방식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아트 컬렉팅은 개별 매입이 이뤄지는 반면 아트 테크는 분할 소유권을 이용해 미술품을 공동으로 구매한다. 그렇기에 고가의 미술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고, 소액 구매가 가능한 만큼 여러 작품에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 아크 테크는 아트 컬렉팅과는 다른 특성으로 미술 시장에 자리한다.
# 아트 컬렉팅 톺아보기
‘나만의 컬렉션을 완성’한다는 매력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아트 컬렉팅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트 컬렉팅의 장점으로는 소장을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아티스트의 생계가 유지된다는 점, 아티스트만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 작가와 작품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꼽는다. 하지만 아트 컬렉팅이 예술의 획일화를 조장하고, 금전적 수단으로서 악용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예술 작품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투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예술 작품 하나로 재산을 부풀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트 컬렉팅의 의도가 상업적으로 변질되었고, 일각에서는 이를 예술의 상업화와 연계하여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식 없이 예술의 상업화를 받아들인다면 예술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획일화될 수 밖에 없으므로 세심한 고찰이 필요하다.
EBS 특집 다큐 <미술 시장의 동력, 아트켈렉팅> / [사진=EBS] (출처 : 한국강사신문 https://www.lecturernews.com)
미술 시장의 작품은 그에 비례하는 가치성, 혹은 작가의 유명세 덕을 본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을 받거나 사회적 논쟁 거리를 제공한 작품도 가격이 높아진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소재를 사용한 작품도 예외는 없다. 즉,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작품 가격이 상승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유명세나 작품의 상업적 가치를 겨냥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예술의 상업화는 인간성의 몰락을 보여주기도 한다.
예술의 상업화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예술의 상업화가 작가와 작품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게 하는 경로로 작용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예술의 가치는 무한하고 한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층만이 예술을 향유했다. 그러나 이제는 구시대적 분위기에서 탈피해 일반 대중들도 예술을 쉽게 접하면서 심미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상업화를 통해 건전한 예술 문화 소비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삶에서 문화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작가가 예술을 미적 가치의 표현 대상이 아닌 경제적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로 인해 작가 내면의 고민을 엿보기 힘들어지고, 대중의 관심을 위해 자극적인 요소만을 사용하는 ‘시선 끌기’로 승부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즉, 예술의 질적 하락을 중심으로 순수 예술 자체의 가치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술 본래의 순수한 목적, 예술 가치의 전문성, 예술성을 확보해야 진정한 예술로 승화된다는 것이다.
해당 논제에 대한 어떤 입장이 옳고 그르다고 분명히 판가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예술이 시장 논리에 휘둘려 예술의 존재 이유가 수단화가 되지 않도록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여 예술의 과도한 상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트컬렉팅 관련 서적 (출처 : 네이버 도서)
단시간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아트 컬렉팅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중 한 사례로, 아트 컬렉터가 작품 가격의 불투명성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하기 위해서는 가치 평가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 미술 시장은 그것을 체계화해 나가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미술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가격은 엽서 크기인 1호를 기준으로 크기에 비례해 산출한다. 미술품의 가치는 크기와 시대, 재질 등 객관적인 정보로 산출되거나 특정 사회와 문화 내 ‘미술품의 맥락화 과정’에서 형성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술품의 가격을 크기에 비례해 정하는 호당가격제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호당 가격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미술 시장에서는 명확한 미술품 가치 산정 기준이 없다.
또 다른 예로는 작품의 진위 판별이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미술품 진위 감정 부문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도 크게 발전하지 못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2021년, 고려불화, 해시계(앙부일구)를 각각 15억원, 30억원으로 가치 분석 및 진위 감정을 한 전문가들이 사기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들은 50여년 동안 가치 분석 및 진위 감정에 있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전직 회장을 포함한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가치 분석과 진위 감정이 객관적 지표 없이 전문가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진다는 특성 탓에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곧 미술 산업이 투명성과 객관성이 부족한, ‘체계적 미흡’ 상태임을 반증한다.DB금융투자는 4월 5일부터 5월 4일까지 한 달간 고품격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DB Alpha+ Club(DB알파플러스클럽) 내 VIP 라운지에서 ‘아트컬렉션’을 개최하기도 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N880YY1U) / 사진제공=DB금융투자)
한편, 호황기를 맞이한 미술 시장을 경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다. 미술시장은 특수한 성격을 지닌 시장이지만, 글로벌 시장의 동향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미술 시장도 현재의 호황기 이후 가격 거품이 빠지는 시점을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다. 실제로 2022년 상반기 미술시장은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나 5월 들어 낙찰률이 연초 대비 꺾이는 추세를 보였고, 낙찰 총액 역시 감소하였다. 이와 같은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트테크를 목적으로 미술 작품을 수집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하락 시기에 대비하여 개인의 취향이 담긴 작품을 모으는 것보다 오랫동안 활동해 온 중견 작가의 좋은 작품(스테디셀러)으로 수집 종목을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아트컬렉팅의 경우 재테크가 아닌 개인의 취향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하락세로 전망되는 시장의 동향과는 무관하게 아트테크의 동향처럼 스테디 셀러에만 판매가 집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하락세인 시장 동향에 영향을 받아 아트컬렉팅 산업 전체가 주춤할 수는 있어도, 특정 작품에만 구매 현상이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유능한 아트 컬렉터가 되려면?
독일의 철학자이자 미학자로 저명한 두 인물, 야도르노와 벤야민은 예술의 상업화에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야도르노는 자본주의 사회가 ‘통일성의 원리’를 내세워 주체의 주관적인 형식을 대상에 부과함으로써 대상으로 하여금 주체의 형식에 따르도록 강제한다고 보았다. 대중문화 역시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의 사고를 동질적으로 반응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라고 본다. 그에 따르면, 대중문화는 대중을 포섭하고 통제함으로써 기존의 지배관계와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이를 다시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벤야민은 주체와 대상과의 관계에서 얻는 일종의 특별한 주관적 경험이자 교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아우라를 언급한다. 예술 작품이 진품이거나 원본이라는 것에서 나오는 독특한 분위기가 기술 복제 시대에 이르러 처참히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예술의 지각과 수용 속에서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반성할 수 있는 집단적 주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견의 공통부분이자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대중문화(예술)라는 도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한 객관적 이성의 회복’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미술 시장에서 유능한 아트 컬렉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모르게 발길이 머무는 작품, 계속 보고 싶은 작품인지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인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작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작가가 얼마나 꾸준히,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성공적인 아트 컬렉팅의 방법이다. 미술 작품을 구매할 때, 유행을 좇지 않고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 자신만의 수집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아가 한낱 유행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 오래도록 흥행할 수 있는 국내 미술 시장과 아트 컬렉팅 문화를 형성하도록 사회적 차원에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예술인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보험 형태의 복지 제도인 ‘앵테르미탕’을 운영하고 있기에,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생계 걱정 없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작가들이 자본의 문제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나가도록 복지가 뒷받침된다면, 아트 컬렉팅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아트 컬렉팅에 관심을 보이고, 주요 소비자의 연령층도 낮아지면서 고질적인 문제라고 여겼던 ‘미술 시장의 폐쇄적인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미술 산업 전반의 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 아트 컬렉팅의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하여, 예술가들과 아트 컬렉터 모두에게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우리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ditor. 김세란, 김은지, 박세은, 이나경, 이우주, 홍예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