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호] 카피와 오마주, 그 경계는 무엇인가?



#Intro

 

독창성의 선로에 올라

영감과 모방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예술의 이야기


w.김민지






#서론 - 김해김과 유희열, 영감과 모방


2023년 7월, 국내 디자이너브랜드인  메종 김해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maison_kim hekim)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메종 김해김이 명품브랜드 발렌티노에 영감을 주다?”로 시작하는 이 글은 발렌티노가 김해김의 베스트셀러 상품과 매우 유사한 상품을 출시했음과 동시에 이를 무단 복제로 여기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종 김해김은 표절 시비에 휘말린 제품들의 비교 사진과 함께 이러한 발렌티노의 행보에 다소 불쾌한 입장을 전달하며 글을 끝마쳤다. 해당 게시글은 논란의 당사자들 뿐 아니라 패션 업계 종사자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댓글로 영감과 모방의 관계에 대해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출처: 메종 김해김 공식 인스타그램


해당 사건이 발생하기 약 1년 전, 대한민국 연예 기획사인 안테나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인 유희열 역시 이와 비슷한 사건에 휩싸였다. ‘유희열 생활음악 프로젝트’의 두 번째 트랙인 ‘아주 사적인 밤’이 음악계 거장인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Sakamoto)의 ’Aqua'와 유사하다는 표절 논란이 생긴 것이다. 이에 유희열은 “긴 시간 가장 영향 받고 존경한 뮤지션이기에 무의식 중에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 라는 말과 함께 해당 논란을 인정하였고, 이에 대해 류이치 사카모토는 

“나에게 본 사안을 제보해주신 팬 여러분과 이 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려는 유희열씨의 솔직한 의도에 감사드립니다. 두 곡의 유사성은 있지만 제 작품 ‘Aqua'를 보호하기위한 어떠한 법적조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나의 작곡에 대한 그의 큰 존경심을 볼 수 있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곡의 유사성은 인정하지만 표절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처: 안테나 공식 트위터


이처럼 예술계에서는 창작과 관련된 표절 논란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는 단순히 개별 사례의 논란이 아니라, 창작 과정 속 오랫동안 이어진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본디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창조함에 있어서 독창성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심지만, 동시에 다양한 영감을 받고 공유하는 과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이를 통해 가치와 독창성을 새롭게 부여하는 것이 중요한데, 창작의 과정에서 모방과 영감의 경계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예술가 뿐 아니라 작품을 향유하는 대중 역시 그 경계의 모호함 때문에 매번 표절 논란이 발생하곤 한다. 앞서 언급된 사례들처럼 두 작품 사이의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표절이 아님을 주장하는 경우, 대중들은 이러한 작품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는 예술가의 의도인 작품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표절에 대한 대중들의 광범위한 관심과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 카피와 오마주의 정의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표절 문제 및 디자인 카피 논란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논하기 위해선 표절(카피)과 오마주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먼저 이 둘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표절(카피): 다른 사람이 창작한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용하여 사용하여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두산백과)

 

오마주: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말이다.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이르는 용어이다. (출처: 두산백과)

<사망유희>를 오마주한 <킬빌>


오마주는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등 여러 학계에서도 사용되고 패션계나 음악계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오마주와 카피의 공통점은 기존의 무언가를 ‘모방’한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오마주의 모방은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카피는 모방 그 자체가 수단이고 목적이다. 보통 카피는 자신의 사익을 위해 모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마주의 모방은 단순히 원작을 비슷하게 따라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추가해 새롭게 창작을 하는 과정이 있다는 점도 카피와는 다르다. 


뿐만 아니라. 오마주는 창작을 하는 과정에서 모방을 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 않지만 카피는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원작과의 관계성이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 그런데, 오마주와 카피는 창작을 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그 의도를 인정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오마주든 카피든 단정 짓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법에서는 표절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산업기술혁신촉진법’ 등의 몇몇 법률에서는 정확하게 ‘표절’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우리 법은 표절과 오마주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단지 저작권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의 위반 여부만을 판단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영역에서 대법원은 저작권 침해의 요건을 크게 두 가지로 들고 있다. 첫째, ‘침해자가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 둘째,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실질적으론 저작권법이 원작을 디자인 카피로부터 100%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다. 디자인 카피 문제는 누가 먼저 출시했는지 여부와 디자인의 유사성 정도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데 문화예술의 경우 창작의 경계도 애매하고 특허청에 등록하지 않은 디자인은 출시 기간의 명확한 증명도 어렵기 때문이다.


출처: dazed.com


패션계를 예를 들어 보면, 패션 산업에는 카피가 만연하다. 패션 산업에서 디자인 카피가 만연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비효율적인 디자인 저작권법을 꼽을 수 있다. 브랜드 측에서 디자인 도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 출원, 실용 신안을 신청하고 있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출시 할 때마다 신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등록 허가를 받기위해서는 6개월에서 약 1년 가까이의 시간이 소요되며, 10단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유행 주기가 짧은 패션 산업 특성상 디자인 권리를 등록하기 이전에 또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무의미해진다. 


법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이 오마주와 카피를 구분 짓는 명확한 것은 아마 개인의 독창성일 것이다. 모방을 하는 모든 이들의 의도와 방법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영화계의 거장이라고 평가받는 봉준호와 박찬욱 감독도 자신이 존경하는 영화 감독의 작품을 패러디하고 오마주하며 자신 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다. 



#Dear.A의 생각


진우: 저는 현재 패션계에 종사하고 있고 관심 분야도 패션 쪽이어서 이와 관련된 오마주와 카피 문제에 대해 많이 인지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디자인인데? 특정 브랜드 카피한거 아니야?”와 같은 식으로요. 패션계에 카피가 되게 만연하거든요. 근데 대부분의 카피를 하는 브랜드들이 이에 대해 부정해요. ‘우리는 몰랐다’, ‘그 브랜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전개하고 있었고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 것인지에 깊게 생각해보았고 제 나름대로는 오마주와 카피의 경계가 모호해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오마주와 카피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기준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아봤는데, 첫 번째로 유명하고 널리 알려져 있는 원작을 모방했으면 ‘오마주’라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카피’라는 거예요. 두 번째로 창작의 과정에서 모방만이 존재하면 ‘카피’, 모방을 통해 새로운 창작 과정이 존재하게 되면 ‘오마주’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모방의 인정 유무인데요, 보통 ‘카피’는 불법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카피했다는 사실에 대해 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성민: 저는 지금까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무조건 카피라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다만 이번 칼럼을 작성하면서 오마주와 카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제 생각을 사카모토의 말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난 유희열과 관련된 사건에서 그는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습니다.(책임의 범위 안에서) 거기에 자신의 독창성을 5-10% 정도를 가미한다면 그것은 훌륭하고 감사할 일입니다.그것이 나의 오랜 생각입니다.” 라고 말했는데, 저도 그의 생각과 동일해요. 제가 생각하기엔 완벽한 오리지널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감이라는 것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영감을 얻은 작품에 자신의 독창성을 섞는다면 이는 카피가 아닌 오마주가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작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기존 작에 대한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만약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속이려고 한다면 카피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결론


예술계에서 카피와 오마주, 그리고 표절 문제는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이슈이다. 또한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인 지금, 우리는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독창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작품에 대한 참조와 경의를 표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예술가들은 타 작품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오마주와 표절(카피)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하고 참고한 원저작물을 표시해야 한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표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저작권 보호와 윤리적 지침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저작권법의 첫 출범 이래 지속적으로 법 개정을 진행하여 기술의 발전에 맞는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 바 있으며, 현재는 생성 AI 및 표절 관련 새로운 법안들이 나날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중이다. 예술계는 현재 더 강력한 인식과 규제를 통해 예술가와 관객 간의 상호작용을 조절하고, 창의성과 참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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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진우, 김세연, 박성민

designer. 이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