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호] 쇠 맛 나는 음악, 실리카겔 붐은 왔다



 

Intro


경계를 허무는 시도의 증거는 혀끝에 닿고

오감이 전복되는 쇠 맛

그리하여 녹슬지 않는 마음을 음악으로 환원하는 법


w. 장수영


 



 

# 서론

 

수민: “실리카겔 붐은 온다!”가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이젠 “실리카겔 붐은 이미 왔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죠. 실리카겔은 명실상부 현재 한국 인디 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밴드입니다. 2023 펜타포트 헤드라이너와 2023 멜론뮤직어워즈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고, 2022, 2023,2024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 록 노래상을 수상하는 등, 바야흐로 실리카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귀가 아플 정도의 사이키델릭한 멜로디와 난해한 가사, 독특한 컨셉을 가진 실리카겔이 수많은 인디 밴드 중에서 대중의 선택을 받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출처: 실리카겔 공식 트위터 계정



# 실리카겔의 음악

 

수민: “귀에 파상풍 걸릴 거 같다", “귀 썩는 음악이다", “쇠맛난다". 실리카겔의 음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발언들이지요. 실리카겔의 음악이 단일한 장르에 속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이키델릭 록, 포스트 록, 익스페리멘탈 록, 모던 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실리카겔의 금속적이고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는 큐어와 콕토 트원즈와 같은 드림 팝의 전설적인 밴드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성민 : 수민님의 락 밴드 이야기가 실리카겔의 다른 특징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실리카겔의 대표적인 음악적 특성 중 하나가 바로 곡에 라이브의 강점이 잘 드러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해요. 곡 대부분에서 기타연주가 돋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라이브’라는 부분을 구체적인 기타라는 악기로 대치하여 앨범에 락의 요소를 적극 활용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 있어요. 다른 악기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소리에 대한 그들의 욕심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생각해보니 지민님이 실제로 실리카겔 콘서트에 가지 않으셨나요?


지민: 작년 10월, 실리카겔 단독공연 <POWER ANDRE 99>에 다녀왔던 것이 아직 생생해요. 한 매거진에서 기타리스트 김춘추가 ‘감각을 음악으로 덮어버리는 느낌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저 또한 작년 공연에서 감각이 음악에 전복되는 것을 생생히 경험했습니다. 고막을 빈틈없이 채우는 라이브는 물론이고, 곡 사이사이에 삽입된 영상 퍼포먼스와 공연 연출도 훌륭했어요. 한정된 예산으로 공연을 연출해야 하는 인디밴드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또한 발매되지 않은 신곡들을 단독 공연의 라이브를 통해 먼저 공개한다는 과감한 점도 실리카겔다웠어요.


성민: 맞아요. 앨범의 발매 시기를 고려해보면 실리카겔이 라이브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를 반영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앨범 발매 이전부터 유명했던 NO PAIN과 같은 몇몇 곡들은 실제로 관객들이 라이브에서 호응하기 좋은 곡이라는 평가도 받았던 것 같아요. 아마 이런 반응 이후로 라이브에 최적화된 음악을 만든 게 아닐까요?


지민: 엔데믹 시기에 NO PAIN이 발매되고, 록 페스티벌이나 공연계가 활기를 되찾으며 실리카겔의 라이브가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확실히 NO PAIN을 통해 실리카겔과 관객이 더욱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가사를 봐도 ’내가 만든 집에서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 ‘소외됐던 사람들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와 같이 소통이나 화합과 같은 가치들을 내세우고 있거든요.


해원: 보통 대부분의 밴드 내에서 각 멤버들의 포지션은 명확하고, 경계가 분명하잖아요. 그러나 실리카겔은 드럼을 치던 멤버가 기타를 치기도 하고, 보컬이 아닌 멤버가 메인 보컬로 참여한 곡도 있죠. 곡을 쓸 때도 각자 다양한 것들을 써와 합쳐서 새로운 곡을 만들고, 실제 연주를 할 때도 서로의 포지션을 바꿀 때도 많죠.


“다양한 구성을 병행하려고 한다, 경계를 허물고 접근을 할 생각이다. 멤버끼리 포지션을 나누는게 이제는 의미가 많이 없어졌다.” – 버드와이저 인터뷰


지민: 실리카겔의 미니 3집 앨범 ‘Machine boy’의 4번 트랙 ‘Machineboy 空’에는 5분가량의 피아노 독주가 포함되어 있어요. 실리카겔의 멤버 김한주는 원래 클래식 전공이어서 고전음악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그에 대해서 알아가다 보면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한 그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어요. 저는 둘의 음악적 가치관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류이치 사카모토는 피아노를 넘어 영화 음악, 전자 음악,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그의 커리어를 확장해 나갔고 실리카겔 또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거든요.


성민: POWER ANDRE99 앨범에서 흥미로운 부분도 있어요. 가사 없이 연주만으로 채워진 곡이 앨범 중간중간 숨어있거든요. 저는 이게 단순히 다음 트랙으로 넘어가기 전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려는 의도로 인식했어요. 그런데 이에 대해 김춘추가 rolling stone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구요.

 

“(음악이) 고막을 터치하는 건 굉장히 일순간이다 보니까 그 순간에 어떤 인상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노래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가지는 힘이 너무나도 강하다 보니 노래나 가사, 사람의 이미지들이 쉽게 떠오르기 마련인데 연주곡은 비교적 그렇지 않아서 훨씬 더 다양한 컬러를 더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Rolling Stone Korea, 2024)


곡의 순서를 정할 때 의도가 있는 연출도 있겠지만, 리스너들이 앨범에서도 조금 더 다양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그런 곡을 중간중간 넣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해원: 맞아요. 연주에 대한 애정,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만큼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데요. 기타 이펙터나 악기 사운드를 통해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 같아요. 김춘추는 다양한 이펙트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생각했고, 여담으로 사운드 장비에 큰 돈을 투자했다고 하죠. 대중이 흔히 말하는 ‘쇠 맛 나는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름: 시를 읽을 때 문장의 의미나 시적 상황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읽지 않잖아요. 대신에 감각이나 정서 위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실리카겔의 음악도 그렇게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실리카겔은 작사를 할 때 가사의 전달력이나 의미에 신경쓰기보다는 노래와 어울리는 ‘맛깔난’ 단어를 고르는 방식을 택한다고 해요. 유사한 단어들을 나열하고 반복하는 실리카겔의 음악은 한 편의 시를 듣는 느낌이지 않나요?


수민: 맞아요. 실제로 노래를 듣다보면 가사의 뜻보다는 단어의 덩어리들이 주는 느낌에 좀 더 신경을 기울이게 돼요. 실제로 포크라노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춘추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꺼냈어요.

 

“가사로 어떤 스토리텔링을 한다던가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라든가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그 발음에서 느껴지는 음악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서 적어내는 게 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보컬도 악기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해서 어떤 단어에서 느껴지는 톤이나 인상 같은 것들을 전달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고요.”

 (포크라노스, 2021)


실리카겔의 음악은 확실히 가사보단 멜로디에 집중하는 경향성이 있어요. 작사 스타일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발음에서 느껴지는 음악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편이라고 해요. 사운드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허밍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입에 붙는 발음과 단어들을 중심으로 작사를 하고, 그런 단어들이 조합된 문장이 나오면 말맛이 잘 살지 않는 부분들을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문장을 완성시킨다고 하네요.



# '실리카겔 붐'의 원동력 1: 오픈 커뮤니케이션


성민: 대중이 실리카겔에 열광하게 된 계기를 딱 잘라 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역시 팬들과의 소통이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 생각해요. SNS 라이브를 켜거나 질문을 받는 정도의 소통을 넘어 실리카겔의 음악과 앨범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것처럼요. 그러다 보니 그들이 숏폼이나 릴스 등을 적극적으로 양산하진 않지만 팬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원료를 제공하는 느낌이랄까요?


출처: 실리카겔 공식 인스타그램


해원: 공감해요. 실리카겔에 관해 팬과의 소통 방법을 빼놓을 수 없죠. 현 시대의 SNS와 빠른 정보력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느낌이 들어요. 대중들이 실리카겔의 곡을 커버하는 영상을 자주 공유하기도 하고, 팬들과 상호작용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죠. [POWER ANDRE 99] 앨범에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해 2차 창작물 공유와 음악 관련 소통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죠. 덕후들의 심금을 울리는 포인트를 갖추고 있달까요.


아름: 해원님이 언급하신 덕후들의 심금을 울리는 포인트’가 너무 공감 되네요. 김한주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적은 노션 링크를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팬들과 아티스트가 서로 댓글을 달며 적극적으로 소통했더라고요. 꽤나 심도있는 대화도 오갔고요. 블로그에 일상을 공유하는 연예인들은 가끔 봤지만, 노션으로 소통하는 아티스트는 처음 접해서 흥미로웠어요. 아티스트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팬과 아티스트가 자칫 잘못하면 거리감이 느껴지거나 일방향적으로 변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친근한 방식을 취하면서도 아티스트 본인에 대해 더 깊게 알 수 있도록 한 것 같아요. 물론 본업또한 잘해야 하지만, 팬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서 소통하는 부분이 라이트 팬들이 덕후로 자리매김하는데 한 몫 했다고 생각해요.



#'실리카겔 붐'의 원동력 2: 비주얼적 요소

 

지민: 저는 실리카겔과 시각적인 요소를 떼고 생각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비주얼적인 부분에 많이 신경을 쓰는 밴드인 것 같아요. 실리카겔은 비디오 아티스트와 협업하기도 하고, 직접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멤버 중 최웅희는 Realize, Ryudejakeiru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실리카겔이라는 그룹이 추구하는 것은 시각적인 요소와 청각적인 요소가 혼합된 종합 예술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수민: 맞아요. 지민님이 말씀하신 점이 실리카겔의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구독자 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 중 하나인 거 같아요. 그리고 멤버들이 모두 에반게리온의 팬이어서 오마주를 한 듯한 이미지도 빈번하게 볼 수 있었어요.


Q. 특히 최웅희 감독의 Ryudejakeiru는 파멸된 세상에 마지막 남은 소년과 소녀의 모습같기도 했고요. PH-1004는 디스토피아 세상의 끝에 한줄기 남은 인간애, 다정함이 느껴지기도 했죠. 마치 에반게리온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같이 뭔가 엄청난 디스토피아물을 마무리하는 엔딩크레딧 같기도 하고요. 이 곡들이 앨범에서 작용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최웅희: 에반게리온의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이게 어쩔 수 없이 저도 어릴 때부터 본 애니든 영화든 책이든 드라마든 이런 게 다 좀 반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플루토나 에반게리온 그런 소재들이 되게 오밀조밀하게 모이게 됐어요. 즉 제 기억 속 파편들이 다 모여서 딱 완성된 긴 스토리의 엔딩 같은 그런 느낌으로 저는 Ryudejakeiru를 만들었어요.

(Rolling stone Korea, 2024)


실리카겔은 패션에도 신경을 많이 쓴 거 같아요. 고프코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산산기어와의 협업이나 할로미늄의 착장을 무대에서 여러 차례 입은 것도 그래요. 실리카겔과 산산기어는 ‘Kyo181’ 뮤직비디오의 스타일링을 비롯해 간접적으로 꾸준히 합을 맞춰온 바 있는데, 2023년 3월에는 ‘Youth’를 주제로 하는 공식적인 콜라보를 진행했었어요. 실리카겔의 ‘Mercurial’의 뮤직비디오에 산산기어가 제작한 컨셉 의상이 사용되었고, 동일한 테마 아래 23S/S 컬렉션까지 진행된 해당 콜라보는 장장 8개월이라는 긴 기간이 소요된 장기 프로젝트였어요. 그 외에도 ‘Tik Tak Tok’의 뮤직비디오의 의상은 ‘혜인서(HYEINSEO)’에서 담당했고, 10월 부산 국제 록페스티벌에서는 밴드 단체로 포스트아카이브팩션(Post Archive Faction)의 의상을 착용하기도 했어요. 멤버들이 특정 브랜드를 단체로 선택하면서 실리카겔스러운, 실리카겔다운 이미지를 패션을 통해 구축해온 거 같아요.


출처: 데이즈드

 

 

#한국 록 씬의 동향


아름: 한때 마이너한 분야였던 힙합이 주류 문화로 올라와 기존 메이저 씬을 잡고 있었는데, 래퍼들의 각종 사생활 논란과 더불어 이전 세대 래퍼를 뛰어넘는 신예 래퍼가 나오지 않는 등 힙합의 한계가 드러났어요. 또한 힙합이 ‘쇼미더머니’에 힘입어 성장하며 주류 문화에 속하게 되면서 ‘힙합’은 더이상 ‘힙’하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세대들의 취향이 세분화되기도 했고, ‘서브컬쳐’, 남들이 주로 하지 않는 것을 ‘힙’하다고 느끼잖아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대체 장르로 다시 록이 자리잡고 있어요. 랩 음악이 가지고 있던 주도권을 록밴드가 조금씩 되찾아오기 시작한거죠.


성민: 맞아요! 특히 아름님이 말씀하신 그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과정에서 록 씬 자체가 사회적 동향과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해요. 록 밴드 대부분 DIY, 즉 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자의를 가지고 모여 밴드를 결성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기에 지금까지 그들은 본인의 음악을 좋아해 주는 소수의 팬덤에 집중했던 경우가 많았지만, 요즈음에는 그렇지 않아요. 개인의 취향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생각하거든요. 자신의 취향을 숨기거나 대중의 선택을 따라가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록 씬 자체가 소수의 팬덤만 있는 곳이 아니게 된 거죠.


수민: 성민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의 록 씬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개방성을 기저에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몇몇 인디밴드들은 그들의 음악을 향유하는 소수의 팬들 사이에서도 뉴비와 고인물을 구분짓는 배타적인 문화를 갖고 있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실리카겔의 감상자들 사이에서는 그러한 위계질서가 나타나기보다, 오히려 팬들의 자유로운 2차 창작과 소통을 아티스트가 장려하는 긍정적인 현상이 보여져요. 실리카겔은 자신의 취향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어울리는 팬덤 문화를 창조해나가고 있는 거 같아요.


록밴드들이 페스티벌의 활성화를 통해 각광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코로나 이후 다양한 록 페스티벌이나 대학 축제가 활성화되면서, 록 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도 록을 접할 기회가 늘어났어요. 저는 밴드야말로 공연의 꽃이라고 생각을 해요. 밴드 공연은 나이나 성별, 취향과 상관없이 모두가 음악을 즐기면서 하나되는 순간들을 선물해준다고 느끼고요. 특히 락은 음원으로 들을 때에 비해 라이브 공연에서 강점이 잘 드러나는 장르예요. 페스티벌에 오는 많은 관객들에게 자신들만의 음악을 알리고자 하다보니 아티스트와 팬, 팬과 팬 사이의 수평적인 질서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수평적인 감상 문화가 장르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데 기여하고 있어요.



#결론


성민: 그렇다면 이러한 록 씬의 발전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실리카겔을 통해서요.


먼저 전 이제는 청각 이외의 다른 부분에도 집중해야 한다 생각해요. 음악은 더 이상 귀로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앞서 언급되었듯 뮤비, 퍼포먼스 등 시각적인 부분도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팬들이 곡을 듣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연주하고 음악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등 2차 가공을 위해 힘쓰는 것처럼요.


출처: 실리카겔 no pain 공식 노션 페이지


지민: 저는 아직 록이 발전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봐요. 2020년 이후 록 사운드는 특히 더 주목받고 있어요. 미국에서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록 사운드 음악으로 히트를 치고 이를 이어 국내에서도 '(여자)아이들', 'TXT,' '우즈' 등과 같이 최근에 주목받는 K-POP 가수들이 발매한 록 장르의 곡이 계속해서 흥행에 성공했어요. 이에 더해 작년에 실리카겔이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베스트 뮤직 스타일’ 상을 수상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 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수민: 이전에도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 '잔나비'처럼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밴드는 있었어요. 그러나 그런 밴드들은 프런트맨의 인지도만 높았지, 그들의 음악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은 항상 부족했던 거 같아요. 반면 실리카겔은 이전 세대의 밴드들과는 전혀 다른 록 붐을 일으키고 있어요. 보컬과 세션의 구분이 없고, 밴드의 모든 개별 구성원이 동일하게 주목을 받고 있지요. 밴드 멤버보단 그들이 하는 음악 자체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는 거 같아요.


아름: '언니네 이발관', '못', '국카스텐' 등 1세대 밴드 이후 '쏜애플', '검정치마', '잔나비', '혁오' 등 대중성을 잡은 밴드들에 더불어 요즘 각광받고 있는 '실리카겔', '웨이브 투 어스', '설' 등 다양한 밴드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게 실감이 나요. 실리카겔 본인들 스스로는 ‘밴드맨이라는 의식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밴드로 살아남기 이런 것보다는 그냥 실리카겔이 만드는 음악을 힘 있게 꾸준히 하는 것.’이라며 록 씬에 갇혀있지 않겠다고 언급했지만 주변 반응들을 보면 현재 그들이 록, 그리고 밴드 붐의 선두주자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느껴져요.


아직까지는 밴드 호황기라고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실리카겔 같은 대중성 있는 밴드 음악을 통해 밴드 음악에 대한 호감도와 접근성이 서서히 높아지다보면 다른 다양한 밴드들의 음악을 들어볼 기회가 늘어나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실리카겔과 다른 밴드들의 행보가 기대가 되네요.


해원: 밴드맨이라는 의식 없이 밴드 붐을 일으킨 아이러니마저 실리카겔 답다고 느껴져요. 그들만의 독보적인 사운드와 다른 밴드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반해 락과 밴드에 흥미를 느끼고 다가가는 대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실리카겔 붐이 더욱 강력한 밴드 붐으로 이어져, 모두가 진정한 ‘쇠 맛’을 즐기기를 바래봅니다. 온 지구에 귀 썩는 음악이 가득한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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