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세상과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서
이토록 같은 사람들의 발견
다양한 취향이 조화롭게 빛나는 곳
그 안에서 점점 선명해지는 것들
w. 한다현
#살롱 문화의 의미와 역사 변화 양상
문화예술의 장, 살롱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모여 자유롭게 대화하고 토론하며 사교를 즐기는 공간’을 뜻한다. 당시 살롱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으며 문화 발전 기여의한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당시의 문화예술과 시대 흐름을 반영하여 다양한 논의와 대화를 이어가던 살롱은 점차 역사의 변화 양상에 따라 그 형태도 변화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살롱’은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관계에 부담이 적은 커뮤니티로 불리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살롱’은 문화예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그 방식은 시대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을까?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규제와 부담이 없는 커뮤니티 문화는 인간 관계 방식, 문화예술과 어떠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다뤄보고자 한다.
#역사 속 살롱 문화
1) 마담 조프랭의 살롱
부르주아 출신 여성인 마담 조프랭은 유년기에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타고난 재기로 살롱을 운영했고, 그녀의 살롱은 18세기 프랑스 파리에 존재했던 살롱 중 가장 번성했다. 마담 조프랭의 살롱은 신분이나 나이, 직업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운영되었다. 프랑스를 포함한 전 유럽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그 시대의 사회, 문화, 정치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그녀는 토론의 규율을 정해 다양한 주제에 관한 토론이 잘 이루어지도록 조율함으로써 당대 뛰어난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이 참여하게 했다. 이들을 포함한 살롱의 손님들은 살롱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활동, 신문 발행을 통해 18세기 프랑스 곳곳에서 공론을 형성했다. 마담 조프랭의 살롱은 프랑스 파리의 지성계이자 유럽 지성들의 코스모폴리타니즘이 구현되는 곳이었다.
출처 : 미래에셋증권 매거진 http://magazine.securities.miraeasset.com/contents.php?idx=34
2) 마담 퐁파두르의 살롱
마담 퐁파두르는 루이 15세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다. 루이 15세의 정부가 된 마담 퐁파두르는 15년 넘게 정치와 외교 분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프랑스 정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그녀는 ‘왕의 정부’라는 위치에서 그치지 않았다.
마담 퐁피두르는 ‘살롱의 여왕’이라고 불리며 자신만의 살롱을 운영하였으며 풍부한 학식과 교양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녀는 가구나 도자기, 그릇, 의상, 보석, 그림, 책과 같은 다양한 물건을 모았는데, 그녀의 수집은 각종 미술품의 생산을 촉구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으며 프랑스의 예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장식품과 도자기를 좋아했던 퐁파두르 부인은 왕을 설득해 도자기 사업 특권을 부여받아 전문가를 고용하고 직공들을 훈련시켜 도자기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냈다. 계몽의 열풍이 불던 17-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자들은 지식의 대중화를 위해 <백과전서>를 집필했다. 그러나 당시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 때문에 국가의 탄압을 받아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20년의 시간이 걸렸다. 마담 퐁파두르는 자신의 살롱을 드나드는 계몽주의자들을 후원해 <백과전서>가 세상에 나오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금서가 된 책을 숨겨주기도 하였다.
출처 : 위키백과
#현대 사회 속 살롱 문화
앞서 언급된 살롱의 개념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그 의미와 범위, 그리고 방식에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기존의 살롱이 사교계 문화에서 시작된 만큼, 과거에는 특정 계층이나 직업군만이 참여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집단 속 개인 간의 밀접한 관계가 돋보였다. 하지만 현대에는 기술과 민주주의의 발달로 인해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불특정 다수가 살롱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현대의 살롱은 구성원 간에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아를 찾고 동일한 교감을 나누는 것에 초점을 두는 비대면식 완전 개방형 살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대판 살롱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인 ‘민음사 북클럽’을 소개한다.
출처 : (사진 4) 민음 북클럽 공식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C4pTy7VRlHF/?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민음사 공식 홈페이지: https://minumsa.minumsa.com/bookclub/community/
해당 살롱은 ‘책으로 연결되는 우리 사이’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있는 문화공간으로, 국내 출판사인 ‘민음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형태의 살롱이다. 북클럽에 가입한 구성원들은 ‘추천책’, ‘서평 및 감상’, ‘읽고 있는 책’ 등의 다양한 게시판을 이용하여 의견 교류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살롱의 모든 구성원은 온라인에서 활동하기에 현실의 개인과 분리되어 살롱 구성원으로서 활동한다. 이에 따라 구성원들은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자유로운 문화 교류를 위해 ‘평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속 네트워크를 오프라인 독서 모임으로 옮겨 보다 체험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또 다른 살롱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비대면식 완전 개방형 살롱의 특성에 기반해 ‘책’이라는 분야에 해당한다면 장르와 관계없이 책의 내용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부터 작가의 가치관이나 역사 속 특정 서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토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 예술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현대 살롱은 문화 교류의 형태가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 공유만 가능하다면 공간 혹은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단발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공간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독서모임 또한 현대판 살롱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살롱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공간, 사람, 그리고 콘텐츠가 있는데, ‘독서’라는 콘텐츠를 수용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으로는 독립서점이 있다. 그렇기에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상업공간을 넘어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현대판 살롱 개최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독립 서점은 대형 서점과 달리, 운영자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기에 ‘취향’을 공유하는 공동체인 살롱에 더욱 적합한 것이다.
그 예시로는 ‘salon’의 어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독립서점 ‘살롱드북’이 있다. 관악구 행운동 골목에 위치한 ‘살롱드북’은 ‘책과 술이 있는 동네책방’ 이라는 문장으로 서점을 홍보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다양한 문화적 소통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정기•비정기 독서모임과 콘서트, 6월에는 작가 북토크와 필사모임 등을 개최했다.
출처 : 살롱드북 인스타그램 캡처
‘살롱드북’은 온라인 사이트 ‘남의 집’을 통한 <책방에서 인연 만들기> 프로그램 또한 운영하고 있다. 연령별로 나누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호스트의 주도 하에 서로의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유로이 교류하는 방식이다. 동네 서점의 주관 하에 이루어지는 문화적 교류는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지역 특색을 더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온라인을 통해 살롱드북을 접한 타지역 사람들과, 행운동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문화적 시너지는 현대판 살롱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에 대해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인 ‘살롱’은 역사 속 오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문화예술계 고유의 소통 창구이다. 이는 단순히 문화예술에 대한 아이디어 공유를 넘어 당대 사람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생각과 경험이 모이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Dear.A도 이러한 관점에서는 하나의 살롱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생각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끊임없이 지적, 문화적 교류의 장을 형성하고,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유
지민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교류와 공유를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새로 알게 된 것이 생기면 남과 공유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확장하고 이로부터 성장하고자 해요. 이러한 점이 살롱 문화와 같은 교류의 장이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혜원 : 맞아요. 인간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싶어하고, 특정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해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확실하고 빠른 수단이 ‘대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원인이 살롱 문화의 핵심인 ‘공통 관심사’인 것 같아요.
지은 : 저도 혜원님 의견에 동의해요. 인간은 학습과 연결, 소속을 원해요. 우리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의 것에서 탈피하려 하고요. 그리고 스스로를 타인과 구별하려는 본능도 있어요.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배우려고 하고, 이를 중요하게 여기죠. 또한, 타인과 교류하며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욕망도 갖고 있어요. 당시 사람들도 이들을 갈망하고 추구했기 때문에 의견을 교류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담론의 장을 형성한 것이 아닐까요?
성민 : 결국 자아실현과 자기표현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본인의 취향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표현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다시 자아실현의 과정을 더욱 깊이 있게 경험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즉 본인이 좋아하는 걸 더 잘하고 싶고, 알아보고 싶어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빠르게 실현하는 방법이 타인과의 교류라고 볼 수 있어요. 자기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얻으며, 이를 통해 문화적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실현하는 거죠.
#살롱 문화 관련 경험 및 이를 통해 얻은 변화
혜원 : 고등학교 시절 독특한 형태의 소모임이 존재했어요. ‘집현’ 이라는 이름 하에 생긴 다양한 소모임들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심화 주제를 한 가지 정해 관련된 내용을 자유로이 학습하는 형태였어요. 살롱 문화와 비슷한 집현에 3년 내내 참여하면서 어느 해에는 ‘도시’, 또 다른 해에는 ‘정치’, 다른 해에는 ‘사회 구조’를 주제로 공부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나누곤 했어요. 이 때 친구들과 함께 공통 관심사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 자체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는데, 특히 특정 책의 동일한 구절을 읽더라도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성민 : 저도 혜원님처럼 책 살롱 문화에 대한 경험이 있어요. 매달 특정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여러 사람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2차 창작물을 제작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날 것 그대로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이며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살롱 문화는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이 넓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지은 : 살롱 문화를 좀 더 넓게 바라본다면, 저는 아티스트 팬들의 모임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지인들과 데이식스 팬미팅을 봤어요. 온라인으로 봤던 거라 현장감은 덜했지만, 저와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설레더라고요. 팬미팅이 끝난 후에는 좋았거나 기억에 남았던 순간, 그룹 내 최애 등 데이식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중간에 놓쳤거나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나도 거기에서 그렇게 느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인들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앞으로 종종 다 같이 모여 콘서트를 보러 가는 등 모임 활동을 즐길 것 같아요.
지민 : 저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세미나에 종종 참여하고 있어요. 그곳에서는 영화 자체에 대한 담론을 넘어 그것에 얽힌 역사적 맥락, 영화사적 이야기, 철학과 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서로 다른 지식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자신이 가진 정보와 생각을 표현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흩어져있던 지식들이 모여 큰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파트장이 되어 만들고 싶은 살롱
성민 : 최근 코미디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어릴 적에는 공영 방송국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코미디의 전부라 생각했지만, 지금의 코미디는 방식과 매체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정말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더라고요. 가끔은 각자가 가장 애정하는 코미디에 관해 이야기하고 새로운 방식의 코미디에 입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살롱 만남마다 함께 코미디를 경험하고 분석해보는, 서로의 유머 코드에 웃고 떠들 수 있는 살롱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은 : 오, 잠깐 상상해봤는데 재밌을 것 같은데요? 저는 저와 비슷한 체형이나 퍼스널컬러를 가진 사람들과 패션/뷰티 살롱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진단을 통해 제 타입은 파악했는데, 전문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실전에 적용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인터넷에 관련 자료가 많아서 혼자 찾아보고 배우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유용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서로에게 어울릴 만한 아이템도 추천해주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통점이나 비슷한 경험도 많을 거라 이야기도 잘 통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민 : 저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지적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어요. 미술, 영화, 음악 등 예술에 관심이 많은데 예술을 이해하는 데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다양한 철학자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교류하는 살롱을 통해 철학을 조금 더 재미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하고 싶어요.
혜원 : 철학에 대해 보다 깊이있게 알 수 있어서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라이트한 취미 살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들어 여러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면서, ‘취미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스레 깨닫고 있거든요. 일 외에 몰입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마땅히 스트레스를 해소할만한 수단이 부재해 곤란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나 막상 취미 생활을 해볼까 마음을 먹어도, 시작하기까지가 번거로워 그만둔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렇기에 제가 파트장이 되어 살롱을 만들어본다면, 구성원들이 만날 때마다 돌아가며 가볍게 따라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나씩 소개하는 취미 살롱을 만들고 싶어요. 그 행위가 필사든, 악기 연주든, 공예든 상관없어요. 그저 다양한 종류의 취미들을 접하며 새로운 취미를 ‘발굴’ 해 나갈 수 있는 장이 제공되기를 바라요.
#각자가 생각하는 살롱의 힘
지은 : 살롱은 서로 간의 연결을 강화해주는 힘이 있어요. 초연결사회인 만큼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로 쉽게 연결되지만, 그만큼 쉽게 끊기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살롱은 그렇지 않아요. SNS나 피상적인 인간관계로부터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요.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연결은 훨씬 견고해서 오래 지속될 수 있죠.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오늘날, 살롱이 가지고 있는 힘은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혜원 : 얼마 전 대학교 전공 수업을 들으며, 암묵지와 형식지라는 개념을 배웠어요. 암묵지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형태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험 속에 축적된 지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암묵지는 다름 아닌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더욱 활발히 공유된다고 하더라고요. 살롱이 바로 그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강력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유사한 관심대와 취향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은 한가지 중심을 통해 얽히고 설켜 더욱 강력한 지식의 가지를 뻗어 나갈 거예요.
지민 : 살롱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은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이에요. 최근에 여러 작가가 모여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을 책으로 엮어 출판한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문학에 대해 토론을 나누는 것을 보기도 했어요. 이러한 살롱들이 결국 문화의 발전과 인문학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가치가 탄생하기도 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보를 획득함으로써 그것이 문화 창작의 요소가 되기도 하고요. 살롱이 있는 한 문화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예술가들의 영감의 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성민 : 이전에 본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예술이라는 것은 이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즉 예술은 그 분야와 관계없이 본디 작가(예술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 작품에서 본인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며 감상해요.우리 역시 자연스럽게 어떤 수단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아요. 살롱은 이러한 욕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공간이고요. 교류를 통해 우리는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다른 영감을 받아 다시 각자의 새로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어요. 한 작품에서 파생된 의견이 서로의 영향을 받아 방사형으로 뻗어져 나가 결국 거대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살롱의 매력이자 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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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권혜원, 박성민, 홍지민, 홍지은
designer. 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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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서
이토록 같은 사람들의 발견
다양한 취향이 조화롭게 빛나는 곳
그 안에서 점점 선명해지는 것들
w. 한다현
#살롱 문화의 의미와 역사 변화 양상
문화예술의 장, 살롱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모여 자유롭게 대화하고 토론하며 사교를 즐기는 공간’을 뜻한다. 당시 살롱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으며 문화 발전 기여의한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당시의 문화예술과 시대 흐름을 반영하여 다양한 논의와 대화를 이어가던 살롱은 점차 역사의 변화 양상에 따라 그 형태도 변화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살롱’은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관계에 부담이 적은 커뮤니티로 불리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살롱’은 문화예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그 방식은 시대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을까?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규제와 부담이 없는 커뮤니티 문화는 인간 관계 방식, 문화예술과 어떠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다뤄보고자 한다.
#역사 속 살롱 문화
1) 마담 조프랭의 살롱
부르주아 출신 여성인 마담 조프랭은 유년기에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타고난 재기로 살롱을 운영했고, 그녀의 살롱은 18세기 프랑스 파리에 존재했던 살롱 중 가장 번성했다. 마담 조프랭의 살롱은 신분이나 나이, 직업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운영되었다. 프랑스를 포함한 전 유럽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그 시대의 사회, 문화, 정치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그녀는 토론의 규율을 정해 다양한 주제에 관한 토론이 잘 이루어지도록 조율함으로써 당대 뛰어난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이 참여하게 했다. 이들을 포함한 살롱의 손님들은 살롱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활동, 신문 발행을 통해 18세기 프랑스 곳곳에서 공론을 형성했다. 마담 조프랭의 살롱은 프랑스 파리의 지성계이자 유럽 지성들의 코스모폴리타니즘이 구현되는 곳이었다.
출처 : 미래에셋증권 매거진 http://magazine.securities.miraeasset.com/contents.php?idx=34
2) 마담 퐁파두르의 살롱
마담 퐁파두르는 루이 15세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다. 루이 15세의 정부가 된 마담 퐁파두르는 15년 넘게 정치와 외교 분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프랑스 정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그녀는 ‘왕의 정부’라는 위치에서 그치지 않았다.
마담 퐁피두르는 ‘살롱의 여왕’이라고 불리며 자신만의 살롱을 운영하였으며 풍부한 학식과 교양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녀는 가구나 도자기, 그릇, 의상, 보석, 그림, 책과 같은 다양한 물건을 모았는데, 그녀의 수집은 각종 미술품의 생산을 촉구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으며 프랑스의 예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장식품과 도자기를 좋아했던 퐁파두르 부인은 왕을 설득해 도자기 사업 특권을 부여받아 전문가를 고용하고 직공들을 훈련시켜 도자기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냈다. 계몽의 열풍이 불던 17-18세기 유럽의 계몽주의자들은 지식의 대중화를 위해 <백과전서>를 집필했다. 그러나 당시의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 때문에 국가의 탄압을 받아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20년의 시간이 걸렸다. 마담 퐁파두르는 자신의 살롱을 드나드는 계몽주의자들을 후원해 <백과전서>가 세상에 나오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금서가 된 책을 숨겨주기도 하였다.
출처 : 위키백과
#현대 사회 속 살롱 문화
앞서 언급된 살롱의 개념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그 의미와 범위, 그리고 방식에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기존의 살롱이 사교계 문화에서 시작된 만큼, 과거에는 특정 계층이나 직업군만이 참여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집단 속 개인 간의 밀접한 관계가 돋보였다. 하지만 현대에는 기술과 민주주의의 발달로 인해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불특정 다수가 살롱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현대의 살롱은 구성원 간에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아를 찾고 동일한 교감을 나누는 것에 초점을 두는 비대면식 완전 개방형 살롱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대판 살롱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인 ‘민음사 북클럽’을 소개한다.
출처 : (사진 4) 민음 북클럽 공식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p/C4pTy7VRlHF/?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민음사 공식 홈페이지: https://minumsa.minumsa.com/bookclub/community/
해당 살롱은 ‘책으로 연결되는 우리 사이’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있는 문화공간으로, 국내 출판사인 ‘민음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형태의 살롱이다. 북클럽에 가입한 구성원들은 ‘추천책’, ‘서평 및 감상’, ‘읽고 있는 책’ 등의 다양한 게시판을 이용하여 의견 교류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살롱의 모든 구성원은 온라인에서 활동하기에 현실의 개인과 분리되어 살롱 구성원으로서 활동한다. 이에 따라 구성원들은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자유로운 문화 교류를 위해 ‘평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속 네트워크를 오프라인 독서 모임으로 옮겨 보다 체험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또 다른 살롱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비대면식 완전 개방형 살롱의 특성에 기반해 ‘책’이라는 분야에 해당한다면 장르와 관계없이 책의 내용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부터 작가의 가치관이나 역사 속 특정 서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토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 예술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현대 살롱은 문화 교류의 형태가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 공유만 가능하다면 공간 혹은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단발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공간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독서모임 또한 현대판 살롱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살롱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공간, 사람, 그리고 콘텐츠가 있는데, ‘독서’라는 콘텐츠를 수용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으로는 독립서점이 있다. 그렇기에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상업공간을 넘어 사회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현대판 살롱 개최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독립 서점은 대형 서점과 달리, 운영자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기에 ‘취향’을 공유하는 공동체인 살롱에 더욱 적합한 것이다.
그 예시로는 ‘salon’의 어원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독립서점 ‘살롱드북’이 있다. 관악구 행운동 골목에 위치한 ‘살롱드북’은 ‘책과 술이 있는 동네책방’ 이라는 문장으로 서점을 홍보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다양한 문화적 소통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정기•비정기 독서모임과 콘서트, 6월에는 작가 북토크와 필사모임 등을 개최했다.
출처 : 살롱드북 인스타그램 캡처
‘살롱드북’은 온라인 사이트 ‘남의 집’을 통한 <책방에서 인연 만들기> 프로그램 또한 운영하고 있다. 연령별로 나누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호스트의 주도 하에 서로의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유로이 교류하는 방식이다. 동네 서점의 주관 하에 이루어지는 문화적 교류는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지역 특색을 더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 온라인을 통해 살롱드북을 접한 타지역 사람들과, 행운동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문화적 시너지는 현대판 살롱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에 대해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인 ‘살롱’은 역사 속 오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문화예술계 고유의 소통 창구이다. 이는 단순히 문화예술에 대한 아이디어 공유를 넘어 당대 사람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생각과 경험이 모이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Dear.A도 이러한 관점에서는 하나의 살롱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생각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끊임없이 지적, 문화적 교류의 장을 형성하고,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유
지민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교류와 공유를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새로 알게 된 것이 생기면 남과 공유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확장하고 이로부터 성장하고자 해요. 이러한 점이 살롱 문화와 같은 교류의 장이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혜원 : 맞아요. 인간은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싶어하고, 특정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해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확실하고 빠른 수단이 ‘대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원인이 살롱 문화의 핵심인 ‘공통 관심사’인 것 같아요.
지은 : 저도 혜원님 의견에 동의해요. 인간은 학습과 연결, 소속을 원해요. 우리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의 것에서 탈피하려 하고요. 그리고 스스로를 타인과 구별하려는 본능도 있어요.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배우려고 하고, 이를 중요하게 여기죠. 또한, 타인과 교류하며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욕망도 갖고 있어요. 당시 사람들도 이들을 갈망하고 추구했기 때문에 의견을 교류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담론의 장을 형성한 것이 아닐까요?
성민 : 결국 자아실현과 자기표현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본인의 취향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표현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다시 자아실현의 과정을 더욱 깊이 있게 경험하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즉 본인이 좋아하는 걸 더 잘하고 싶고, 알아보고 싶어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빠르게 실현하는 방법이 타인과의 교류라고 볼 수 있어요. 자기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얻으며, 이를 통해 문화적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실현하는 거죠.
#살롱 문화 관련 경험 및 이를 통해 얻은 변화
혜원 : 고등학교 시절 독특한 형태의 소모임이 존재했어요. ‘집현’ 이라는 이름 하에 생긴 다양한 소모임들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심화 주제를 한 가지 정해 관련된 내용을 자유로이 학습하는 형태였어요. 살롱 문화와 비슷한 집현에 3년 내내 참여하면서 어느 해에는 ‘도시’, 또 다른 해에는 ‘정치’, 다른 해에는 ‘사회 구조’를 주제로 공부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나누곤 했어요. 이 때 친구들과 함께 공통 관심사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 자체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는데, 특히 특정 책의 동일한 구절을 읽더라도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성민 : 저도 혜원님처럼 책 살롱 문화에 대한 경험이 있어요. 매달 특정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여러 사람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2차 창작물을 제작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날 것 그대로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이며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살롱 문화는 매력적이라 생각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이 넓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지은 : 살롱 문화를 좀 더 넓게 바라본다면, 저는 아티스트 팬들의 모임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지인들과 데이식스 팬미팅을 봤어요. 온라인으로 봤던 거라 현장감은 덜했지만, 저와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설레더라고요. 팬미팅이 끝난 후에는 좋았거나 기억에 남았던 순간, 그룹 내 최애 등 데이식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중간에 놓쳤거나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었어요. 한편으로는 ‘나도 거기에서 그렇게 느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인들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앞으로 종종 다 같이 모여 콘서트를 보러 가는 등 모임 활동을 즐길 것 같아요.
지민 : 저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세미나에 종종 참여하고 있어요. 그곳에서는 영화 자체에 대한 담론을 넘어 그것에 얽힌 역사적 맥락, 영화사적 이야기, 철학과 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서로 다른 지식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자신이 가진 정보와 생각을 표현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흩어져있던 지식들이 모여 큰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파트장이 되어 만들고 싶은 살롱
성민 : 최근 코미디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어릴 적에는 공영 방송국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코미디의 전부라 생각했지만, 지금의 코미디는 방식과 매체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정말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더라고요. 가끔은 각자가 가장 애정하는 코미디에 관해 이야기하고 새로운 방식의 코미디에 입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살롱 만남마다 함께 코미디를 경험하고 분석해보는, 서로의 유머 코드에 웃고 떠들 수 있는 살롱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지은 : 오, 잠깐 상상해봤는데 재밌을 것 같은데요? 저는 저와 비슷한 체형이나 퍼스널컬러를 가진 사람들과 패션/뷰티 살롱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진단을 통해 제 타입은 파악했는데, 전문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실전에 적용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인터넷에 관련 자료가 많아서 혼자 찾아보고 배우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유용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서로에게 어울릴 만한 아이템도 추천해주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통점이나 비슷한 경험도 많을 거라 이야기도 잘 통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민 : 저는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지적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어요. 미술, 영화, 음악 등 예술에 관심이 많은데 예술을 이해하는 데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다양한 철학자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교류하는 살롱을 통해 철학을 조금 더 재미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하고 싶어요.
혜원 : 철학에 대해 보다 깊이있게 알 수 있어서 의미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라이트한 취미 살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들어 여러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면서, ‘취미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스레 깨닫고 있거든요. 일 외에 몰입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마땅히 스트레스를 해소할만한 수단이 부재해 곤란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나 막상 취미 생활을 해볼까 마음을 먹어도, 시작하기까지가 번거로워 그만둔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그렇기에 제가 파트장이 되어 살롱을 만들어본다면, 구성원들이 만날 때마다 돌아가며 가볍게 따라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나씩 소개하는 취미 살롱을 만들고 싶어요. 그 행위가 필사든, 악기 연주든, 공예든 상관없어요. 그저 다양한 종류의 취미들을 접하며 새로운 취미를 ‘발굴’ 해 나갈 수 있는 장이 제공되기를 바라요.
#각자가 생각하는 살롱의 힘
지은 : 살롱은 서로 간의 연결을 강화해주는 힘이 있어요. 초연결사회인 만큼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로 쉽게 연결되지만, 그만큼 쉽게 끊기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살롱은 그렇지 않아요. SNS나 피상적인 인간관계로부터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요.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연결은 훨씬 견고해서 오래 지속될 수 있죠.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오늘날, 살롱이 가지고 있는 힘은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혜원 : 얼마 전 대학교 전공 수업을 들으며, 암묵지와 형식지라는 개념을 배웠어요. 암묵지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형태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의 경험 속에 축적된 지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암묵지는 다름 아닌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더욱 활발히 공유된다고 하더라고요. 살롱이 바로 그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강력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유사한 관심대와 취향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은 한가지 중심을 통해 얽히고 설켜 더욱 강력한 지식의 가지를 뻗어 나갈 거예요.
지민 : 살롱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은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이에요. 최근에 여러 작가가 모여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을 책으로 엮어 출판한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얼마 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문학에 대해 토론을 나누는 것을 보기도 했어요. 이러한 살롱들이 결국 문화의 발전과 인문학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가치가 탄생하기도 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보를 획득함으로써 그것이 문화 창작의 요소가 되기도 하고요. 살롱이 있는 한 문화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며 예술가들의 영감의 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성민 : 이전에 본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예술이라는 것은 이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즉 예술은 그 분야와 관계없이 본디 작가(예술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그 작품에서 본인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며 감상해요.우리 역시 자연스럽게 어떤 수단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 같아요. 살롱은 이러한 욕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공간이고요. 교류를 통해 우리는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다른 영감을 받아 다시 각자의 새로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어요. 한 작품에서 파생된 의견이 서로의 영향을 받아 방사형으로 뻗어져 나가 결국 거대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살롱의 매력이자 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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